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63)
제262화. 똑바로 말해 (3)
처녀좌 성신은 몹시 당황한 듯했다.
그도 그럴게 일단 첫 번째로는 케빈이 자신의 옛날 모습을 눈치챌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지금 이 순간. 케빈이 정말 자신에게 살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냥 위협이 아니었다.
‘정말 날 죽이려 하고 있다.’
신을 죽이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이건처럼 무식하게 핵을 뜯어내는 방법.
하지만 그 방법은 나약한 인간이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방법.
두 번째 방법은 인간조차도 성신을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신의 기원이 담긴 을 없애는 것.
아니나 다를까.
케빈이 웃었다.
“댁들이 서기관을 멸족 시킨 이후. 은 성인이 관리하고 있는 거 알지?”
“……!”
만월의 주인은 움찔 떨었다.
사실 신들은 추앙받고 섬기는 이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들.
기억되지 않으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부처나 예수 같은 존재들도, 계속해서 기억되고 후대에 남겨주는 이가 없다면 결국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잊혀지게 되면 신은 힘을 잃는다.
때문에 성신들은 자신의 기원과 업적이 적힌 바이블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문자로 남겨 잊혀지지 않도록 한다.
과거, 추앙해주는 권속들도 없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불쌍한 하급 신들을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준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그들의 손을 떠나 진화하고 진화해 현재에 이르렀다.
어쨌든 현재.
케빈이 그 바이블을 없애버린다면.
“처녀좌 성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겠지. 더 나아가 처녀좌가 지금까지 쌓은 업적도, 명예도, 권속도 전부.”
그 살벌한 협박에 케빈의 그림자에서 한 여신이 칼을 들며 튀어나왔다.
[케빈! 지금 어디서 그런 무엄한 소리를…!]“움직이지 마. 진짜 없앤다.”
“알아들었으면 얌전히 기어들어가. 니들은 못 봤겠지만, 뱀주인좌 산하의 인간들은 똑똑히 봤으니까.”
[……!!]“미지문명은 우리 인류와 이건의 가족을 앗아간 놈들. 그런데 이놈들은 자기들의 성장을 위해, 미지문명과 손을 잡고 주인의 자리까지 찬탈한 놈들이다. 그딴 걸 보고도 신앙심이 바닥나지 않은 걸 감사히 여기시지?”
[……?!]권속신들은 당황한 듯 만월의 주인의 힘이 느껴지는 곳을 보았다.
진짜냐는 의미였다.
“자 말해. 13번째를 죽인 거 너 맞지?”
[케빈, 주인님께서 그럴 리가…!] [아니, 됐다.] [주인님!]만월의 주인은 탄식했다. 설마 제 성도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차피 너희도 혼란스럽지 않느냐.] [아니옵니다. 저, 저희는…!] [뭘 속이느냐. 이미 신앙심이 떨어졌느니라. 산하는 전부 그 환영을 본 터인데.]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신들은 몸을 떨며 침을 삼켰다.
곧 만월의 주인이 답했다.
[맞다. 원주인들을 죽인 건 우리다.] [주인님!!] [하지만 맹세코 군주들을 지구로 끌어온 적은 없다.]“그래?”
[적어도 나는.]“너는?”
“!”
쌍아좌와 쌍어좌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도 모집의 목적도 있었지만, 난 확인할 게 있어서 여기에 온 거였고.]“확인할 거?”
[재앙신이라 불리는 13번째 성신, 이건의 연인을 환생시킨 건 나였다] [예?!]“뭐!?!”
여신들과 케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분을 빼돌린 게 주인님이셨어요?!]“미친, 이건한테 진짜 애인이 있었다고?!”
서로 놀라는 포인트가 달랐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왜 그런 위험한 짓을…!]“이건 이 배신자… 모쏠 동지인 줄 알았거늘…!”
[마법의 신들이 알게 되면 주인님을 가만히 두지 않으실 겁니다!]“있었으면서 없는 척하고,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케빈!!]권속들은 알았다.
황도 12성신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 마법의 성신들임을.
특히 그들은 권좌가 두 개씩 있는 쌍둥이 신들로서, 신좌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구를 변화시켰다.
하물며 신계의 마법까지 훔쳐 금기까지 태연하게 쓸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걸로 다른 성신들도 압박하지 않았던가.
[그 강한 13번째 성신의 힘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도 결국 그자들 아닙니까?] [주인님도 무사하리란 보장이…!]하지만 권속들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들도 알기 때문이었다.
‘만약 주인님이 찬탈자라면, 설마 입막음을 위해 전대 13번째 성신을 죽이신…’
‘아니 그러시다면 왜 환생을…?’
그리고 그들의 궁금증을 읽듯 케빈이 물었다.
“이건 바로 직전의 성신, 13번째 성신을 죽인 건 너냐?”
하지만 정작 처녀좌 성신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사실 케빈 일행이 권좌의 기억에서 본 성신은 연우의 주인이었다. 이건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그 사람 말이다.
그리고 연우는 그 원주인의 자리를 이어받은 임시 뱀주인좌 성신.
비록 임시 자리였지만, 그녀는 주인의 뜻을 이어 신좌를 잘 꾸려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작열사주인 등 몇몇이 외출해 있던 사이 공격을 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의 신이 신계를 멸망시키려 한다!] [저년이 과거 원주인들을 병들게 한 바이러스를 다시 부활시켜서 퍼트렸어!]처녀좌 성신은 그렇게 광기에 찬 얼굴로 외치던 성신을 잊지 못한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우에게 갔을 때, 그녀는 이미 처형당해 있었다.
그나마 의 힘이 있어 가까스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
그래서 평소 그녀와 친했던 금수주인과 작열사에게 부탁해, 다른 12성신들의 이목을 끌게 하고 자신은 연우를 환생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케빈이 미간을 좁혔다.
뭐, 따지고 보면 결국 처녀좌 성신이 13번째 성신을 환생시켰기에 이건이라는 각성자가 나타난 셈이겠지만.
“뱀신을 살린 건, 13번째 원주인을 죽인 죄책감 탓이었나?”
그 싸늘한 목소리에 만월의 주인이 웃었다.
죄책감을 못 느낀다면 거짓말이다.
원래도 연우하고는 친했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권좌를 찬탈하던 날.
자신이 자원해서 13번째 원주인에게 향했을 때였다.
처녀좌 성신은 원주인을 보자마자 급히 말했었다.
[뱀을 다스리는 자여, 분신을 만드시죠. 처형한 척하고, 외신계로 피신 시켜드리겠습니다.]하지만 그런 처녀좌의 말에 13번째 원주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지.
[괜찮다. 어서 죽여라. 이미 이 몸은 틀렸으니.] [!]물고기좌 성신의 힘에 육신이 죽어가고 있었다. 필시 군주가 얽혔겠지.
안 그래도 그들은 최근 군주의 행방을 찾는 둥 기이한 움직임을 보였으니.
이내 원주인은 뭐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원주인은 다른 마지막 말을 했다.
[…그래서 미련은 없는데, 딱 하나. 우리 애기 뱀은 신경 쓰이는 구나. 부디 동생이랑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는데.]결국 그가 한 말도 신경 쓰이고, 죽기 직전의 유지에 따라 연우를 빼돌렸다.
그 말에 케빈이 미간을 좁혔다.
“그럼 13번째와 이건과의 관계는?”
마력의 기운이 똑같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처녀좌 성신이 말했다.
“음, 아무튼 알았어. 전부 납득했어.”
[그럼…!]케빈은 쿨하게 돌아섰다.
“이건! 처녀좌도 합병하자! 나도 뱀주인좌로 넣어줘!”
[케빈!!!]처녀좌 성신이 다급해졌다.
* * *
한편 그 무렵.
“이건! 처녀좌도 합병하자! 나도 뱀주인좌로 넣어줘!”
멀리서 들려오는 케빈의 외침에 휴고는 어이가 없는 듯했다.
“아니 저 새끼는 이딴 신좌가 뭐가 좋다고 넣어 달래?”
“뭐, 어느 분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휴고는 울컥한 듯 핸드폰을 뒤졌다.
그리고 아까 구독해둔 유튜브 영상을 켜는 그였다.
자고로 팬이 있으면 안티도 있는 법.
이건의 성격이 그 모양이다 보니, 제 친구를 까는 선동 영상, 자극적인 영상은 수천 개가 넘어갔다.
뭐,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천남매나 칼리도 아니었지만 업로드 속도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하물며 음지에서 퍼지는 생방송까지 잡아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선동 영상에 휴고는 흐뭇했던 것일까.
“그래.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인간은 원래 세뇌의 동물이거든. 이거면 내 신앙심도 문제없어.”
자식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보았다.
그렇게 자신들의 밑에 있는 게 싫은 걸까.
“아빠 성도님. 세례 받으실 준비나 하세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시고.”
“뭐? 천성재! 너 지금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어? 봐! 이 젊은 친구가 얼마나 똑 부러지게 맞는 말을 하는지 보라고!”
-여러분, 이건은 폭력꾼입니다. 아무리 인류의 영웅이라 해도 그 본질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래, 폭력꾼이지!! 본질을 잊으면 안되지!!”
-하물며 이건은 외상을 밥먹듯이 하고, 밥값도 안내고 튄 경우도 많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그래!! 건이 새끼 무전취식 알아줘야 한다니까? 썩어 빠졌어!”
-심지어 어린아이한테서 삥까지 뜯기까지 했습니다.
“그래! 치졸하게 애한테도… 어? 건이 그런 적 없는데?”
-아시겠습니까? 이건은 삥 뜯는 건달입니다 건달, 다른 성인들이 그 유명한 세계 문화유산을 지키고 있을 때, 걔는 옆에서 삥을 뜯고 있었어요! 삥을!
“야! 이 개새끼들이, 어디서 선동질이야! 건이가 그거 다했는데! 야! 성재야! 변호사! 얘들 루머로 고소해야지 안되겠어!”
“…….”
자식들은 답이 없다는 듯이 보았다.
그리고.
“와, 이 사기꾼들, 여기 댓글들 왜 이래? 악플들 이거 다 따놔야겠네. 건이가 무슨 다가오는 여자들을 이용해? 저 성깔에 얼굴 보고 다 도망갔구만 무슨!”
[휴고 오터스] [뱀주인좌 신앙심 580%]그 광경에 이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가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중심부.
이건은 중심부에서 솟아오르는 생명의 빛을 보며 웃었다.
[누군가가 뱀주인을 부르고 있습니다]사실 이 은 의 군주가 지배하던 수수께끼의 마법 영토.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왜 성신들이 노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님. 엔 뭔가가 숨겨져 있나봐…요. 특히 신님한테 뺏기면 안 되는거.’
‘그래? 나한테 절대 뺏기면 안 되는거?’
‘네. 그래서 황소도 이 땅을 가져가려고 드라크마에 직접 나타났다가 신님한테 그날, 발린 것 같은데…요.’
서기관은 합병한 황소좌의 을 신나서 뜯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황소좌의 과거 기록을 해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은 좋은 정보를 얻었지만 글쎄.
‘뭐, 그런 능력을 가졌으니 성신들한테 몰살 당한 거겠지.’
과거 서기관들이 살해당한 이유는 필시 하나.
‘성신들은 틀림없이 자기들 비밀을 들켰던 것이다.’
과거를 읽을 수 있는 놈들이니까. 그러다가 찬탈 사실을 들킨 것이겠지.
그리고 더 나아가 성신들이 ‘이건’을 죽인 이유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그 증거로 이건의 머리 속에 어떤 환영이 스쳐지나갔다.
[이건이 활약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정말 괴수들을 다 죽이면 곤란하다] [이건은 너무 뛰어나. 내버려두면 미지문명을 정말 다 없앨 거야.] [처음목표대로 공포심을 이용해 우리에 대한 신앙심을 더 올려야 한다]이건은 새삼 떠오르는 권좌의 기억에 핏대가 섰다.
뭐, 그 성신들 중에서도 주동자가 있는 느낌이지만 글쎄.
“이 가증스러운 새끼들이….”
그리고 그 중얼거림에 휴고는 순간 몸을 떨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
목소리에 담긴 살의가 평소와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연우를 만나고 나서 온화해졌구나 생각했지만, 그건 한순간의 착각이었던 걸까.
‘어째 성격이 더 더러워진 것 같은.’
착각인가?
휴고는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눈을 번득인 이건이 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뭐 아무튼 좋아. 뭘 숨기고 있길래 이 땅을 그렇게 노렸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성역 지정] [을 뱀주인좌의 성역으로 지정합니다] [엄청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생명의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합니다]쿵!!!
땅이 흔들리면서 땅에서 뭔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숨겨진 물건이 드러납니다]‘나왔군.’
필시 저게 자신이 이 땅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성신들이 방해하던 이유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날카롭게 웃으며 뭔가 솟아오르는 곳으로 가는 그 순간.
파지직!
“어!”
성재가 탄성을 질렀다.
엄청난 생명의 힘과 함께 천성재가 품고 있던 알에 금이 간 것이다.
[뱀주인좌의 권속신(SSS)이 반응을 보입니다]이건은 움찔했다.
왠지 낯익은 느낌이었다.
*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그래? 백양좌가 이건의 노비가 돼?”
물고기자리의 성역.
물고기좌 성인의 모습을 한 성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신계의 대리인에게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전해 듣고 있었다.
그리고.
“백양좌. 한테 가서 그 큐브도 사온 모양인데. 왜 이건을 잡는데 실패했지?”
[아, 그건 작열사주인이 빼앗아간 것 같아서요]“작열사가?”
[예.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군요. 작열사주인도 공범일 텐데.]그 말에 물고기좌 성신이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놈은 그럴 만도 하지. 자기 조카를 죽일 순 없을 테니.”
[예? 방금 뭐라고?]“아니다. 아무튼 준비해라. 이제 남은 성신은 마법의 성신들뿐.”
“이건의 약점은 알고 있어.”
[그럼…!]“을 데려오겠다.”
그런데 그때였다.
쾅!!
돌연 물고기좌 성역이 흔들렸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강렬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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