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74)
제273화. 누구였지? (1)
휴고는 당황스러웠다.
‘뭐지?’
그는 다급하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빠?”
이상했다.
마치 중요한 뭔가를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그것도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걸 잊은 느낌.
하물며 자신이 잊으면 그 사람이 영영 못 돌아올 것 같은 불길한 느낌.
그래서 물었다.
“유하야, 성재야. 방금 여기 누가 있었… 아니, 우리 누구를 모시고 있었지?”
“모셔요? 아빠는 당연히 신궁좌고, 저희는 사자좌랑 쌍아좌죠?”
“아, 그 대머리 새끼 말고! 아 왜, 싸가지는 없고, 돈은 멋대로 축내고! 히키코모리에 은혜도 모르는 병신 또라이 소시오패스 있었잖아!”
천 남매는 입을 떡 벌렸다.
“아빠. 돈 빌렸어요?”
아니, 그 정도 사람이면 모시는 게 아니라 아예 손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휴고는 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살폈다.
메시지며, 사진첩이며, 하물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음성 메세지함을 자꾸만 뒤졌다.
“왜지? 왜 없지? 분명 영구보관함에 넣어뒀는데?”
“뭐가 없는데요?”
“몰라!”
“네???”
“뭔지는 몰라도 분명 있었는데…! 꽤 최근 거였는데.”
특히 음성메시지 함에 있던 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포기하고, 좌절하고 있던 뭔가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 드는 물건.
하물며 그 사람 때문에 20년간 번호도 안 바꾸고 내버려뒀던 것 같은데.
“분명 악마의 탑이 부서졌을 때 날아왔던….”
“아빠?”
휴고는 돌연 비명을 질렀다.
“악마의 탑!! 그거 누가 부셨지?”
“누가 부수긴요? 당연히 안에 있던 괴수겠죠!”
“맞아요, 그 최악의 탑을 인간이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
휴고는 혼란스러웠다.
물론 자식들의 말은 맞았다. 악마의 탑은 12성인들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봉인했던 곳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데.
‘우리가 포기한 곳인데, 거기 보스인 붉은 눈은 누가 잡았지?’
그리고 그때였다.
휴고가 아차 싶어 말했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네?”
“안에서 나온 사람 있었잖아! 그 사람이….”
“아…!”
이번엔 천남매도 반응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도 시끄러웠던 것 같은….”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건 시체였다.]“!”
그들의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쌍아좌의 위대한 성신이시여!”
특히 쌍아좌 소속이었던 천성재가 놀랐다.
“성신께서 어찌 미천한 것들의 앞에 몸소!”
눈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쌍아좌의 성신.
프레이였다.
그는 아까 바이블로 없앴던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의 쌍둥이 오빠로 요정들의 주인.
미의 여신과 쌍둥이인 만큼 잘생긴 성신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두얼굴주인이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휴고 일행이 이건에 대한 기억을 절대 떠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까.
[악마의 탑에서 나온 건 인간이 아니라, 시체였다.]“……!”
[우매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분명 언론에서도 떠들어대지 않았느냐. 그건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놈들의 시체였다.]실제로는 이건과 키도 몸집도 같은 시체가 나와 난리였던 거지만, 이건의 존재를 그들이 기억할 수 있을 리 없다.
“어… 그랬던 거 같긴 한데, 분명 누구하고 닮았다고 하지 않았나?”
[성인을 닮았다 했지.]“!”
[너희 성인들을 동경해 성인으로 분장해서 들어간 놈이라 화제였다.]“아… 맞아, 그랬던 것 같아.”
그 반응에 프레이가 웃었다.
‘이걸로 13번째는 끝났다!’
안 그래도 쌍둥이 여동생이 당하는 바람에 열이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그였다.
때문에 이건의 존재도 같이 없애주고자 일부러 스킬을 폭주시킨 것이 아닌가.
의 신경을 건드려 본체를 직접 끌어내고, 그 본체에 이건을 처넣을 계획이었다.
물론 이건은 전투신.
에 처넣는 데 애를 먹을 것 같아 기껏 쌍아좌 지하에 감금해뒀던 최강의 권속신까지 잔뜩 끌고 왔다.
그랬는데!
‘설마 그 등신이 알아서 들어갈 줄은 몰랐지!’
그렇게 골머리를 썩게 하더니, 그 병신 새끼!
프레이는 풉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분명 나 처럼, 을 없애고 권능을 빼앗아올 생각으로 뛰어들었겠지만.’
이번엔 절대 불가능했다.
은 스스로의 존재도 망각할 정도로 강한 존재!
군주들이나 성신들도 절대 접근하지 않을 괴물놈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생각 없이 들어가?
‘13번째의 존재는 소멸이다.’
신을 숭배해줄 성도가 없으면 신격은 힘을 잃고, 소멸한다.
자신들은 신의 존재라 아직 13번째의 존재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만 글쎄.
‘곧 우리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놈은 뱀주인의 능력도 못 쓴다.’
안 그래도 신의 존재를 지우는 건 자신들도 어려운 일이었는데 잘된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였다.
“어! 아빠! 아빠 활이!”
“!”
휴고는 깜짝 놀랐다.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계속 소중하게 쥐고 있던 활.
이 줄줄 녹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놀란 휴고가 서둘러 활을 끌어 모았지만, 활은 손아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매우 당황하고 절망하는 휴고의 모습에 천남매는 당황했다.
“왜 그러세요? 그거 비싼 거예요?”
“아니… 공짜긴 했는데….”
“에이, 그럼 버려도 되겠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프레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저 광경이야 말로 이건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됐다! 이걸로 그렇게 바라던 13번째도 사라진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도 될 버러지 신좌였다.
때문에 프레이가 말했다.
[걱정 말거라, 그런 활쯤이야 내가 다시 만들어 줄….]하지만 그때였다.
“그럼 탑을 부순 건요?”
[!]휴고는 프레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탑에서 나온 게 시체라고 치고, 그럼 악마의 탑을 부순 건 누구죠?”
“안에 있던 괴수가 탑을 부순 거면, 그 괴수는 누가 처리했는데?”
“!”
“성인들도 처리 못해서 봉인했던 놈들이야. 그게 나왔으면 벌써 난리 났어.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게 잡혔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었는데?”
[의심을 거두어라. 악마의 탑을 부순 건 우리 성신들이다. 위대한 신들이 인류를 위해 안에 있던 괴수들까지 모두 없앴….]“아닌 것 같은데.”
[!]휴고는 프레이를 노려보았다.
“성신이 그 악마의 탑이랑 붉은 눈을 처리했다니 역시 찜찜해. 그만 한 새끼들이 20년 동안 미지문명 하나 퇴치를 못해?”
그 말에 천남매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프레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빌어먹을 놈이!
역시 저 새끼가 복병이었다.
원래도 저 새끼만 없었다면, 아까 전 의 마법이 펼쳐진 순간부터 진작 게임은 끝났을 텐데!
‘저것 때문에 내 누이가…!’
뭐 당장이라도 죽여도 시원치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래. 죽이는 건 아깝지.’
놈들은 무려 100% 이상의 희귀성도들.
성신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장 경험치, 신위 충전에 능력치까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엄청난 놈들이었다.
하물며 신앙심 600%?
‘그만 한 걸 죽일 순 없지.’
망각 본체를 직접 불러내는 건 너무 위험해서 내버려뒀지만, 그걸 감안하고 망각 본체를 불러낸 보람이 있지 않은가.
‘13번째가 사라진 시점에서, 그 대상을 쌍아좌로 바꾸면 그만이다.’
자신들은 그만한 왜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자신의 누이를 죽인 이건에게 복수를 하는 길이리라.
그래서일까.
[무엇하나, 감히 신을 의심하고 능멸하는 자로다]프레이가 자신의 성도들을 부르는 외침에 천성재가 움찔했다.
아니, 쌍아좌 성도로서 몸이 반응하긴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어, 뭐야. 마법 1도 안 써져. 나 쌍아좌 성도 아닌 거 같은데?”
[……!]그들이 프레이를 노려보았다.
이에 열받은 프레이가 눈을 번득였다.
[인간 따위가, 감히 어디서 성신을 능멸하듯 보는 것이냐]동시에 휴고의 발밑에 빛나는 원이 생겼다.
[윤회]그리고 그건 요정의 정원으로 통하는 게이트.
강제로 영혼을 뽑아와 분해시키고, 요정으로 부활시킬 수 있는 마법 스킬이었다.
뭐, 그런 놈들은 미미르 같은 놈이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 탐욕을 느낀 건지, 휴고가 바로 경계하며 다른 활을 뽑아 들었지만.
[강제 포교]리스크가 크지만, 그 영혼을 속박하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
프레이가 갑자기 쪽을 보았다.
* * *
고오오오.
헤일리는 망각의 바다에 빠지고 있었다.
얼핏 끝없는 심연의 바다로 보였지만, 헤일리는 알았다.
‘망각.’
안개를 끌고 다니는 자.
그리고 안개뭉치처럼 보이는 의 몸 안은 끝이 없는 바다처럼 생겼다.
동시에 한 번 빠진 이상, 두 번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가장 최근 기억부터, 그리고 가장 소중한 기억을 잊고.
결국 최후엔 자신의 존재까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망각의 바다에서 낯익은 광경들이 솟아올랐다.
[너 인간 아니잖아?] [성주님! 큰일입니다! 악마의 탑이 부서졌습니다!]마치 헤일리의 머리에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기억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가장 최근의 기억,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기억.
[이 여자가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독약을 탔기 때문에 이 몸이 그걸 빼고 보약으로 바꿔 넣은 건데!] [독을 타다니! 그건 너겠지]거기에 잃기 싫은 기억.
[너 거기 멀리서 뭐 해?] [먹을래?]토벌 때 종종 이건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헤일리는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기억이 사라지고, 마침내 가장 소중한 기억.
아마 이건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이었다.
[인간의 냄새가 나다니, 더러운 것] [주군께서는 왜 저런 걸 여태 안 죽이시는 거지?] [인간도, 신도 잡아먹지 못해서 계속 놈들의 미천한 음식을 구해다 줘야 하잖아. 귀찮아 죽겠네.] [괜찮아, 이번에 쓸 만한 패로 저쪽에 보내시려는 것 같아] [그래?]2000년이 되기 전. 아직 지구가 침공을 받기 전이었다.
멸시, 제물, 모독, 학대.
더러운 시궁쥐 공주라고 불리던 자신은 자폭용 도구로서 지구에 보내졌었다.
본격적인 침공 전, 자신들에게 가장 방해가 되는 놈들과 인류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인간과 닮았으니 접근하기 쉬울 거란 이유였다. 거기에 인간들이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빼어난 외모까지.
그리고 임무에 성공하고 다 죽어가는 그때.
헤일리는 시공간을 날아 고등학생 때의 이건을 만났다.
군주의 딸이기 때문에 발동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비오는 날, 길거리에서 몸도 얼굴도 망가진 채 천천히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준 게 이건이었다.
[정신이 들어?]그렇게 6살의 어린 헤일리는 미래의 이건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한 시간은 고작 1년 정도.
자신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건과의 연도 끊겼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이건은 당시 모든 걸 포기한 헤일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 유일한 사람.
인간에 대한 호의를 품게 해준 사람.
그리고 미지문명이 침입하게 되었을 때에도 유일하게 살아남기를 바랬던 사람.
하여 성인이 되었고, 어딘가에 있을 평범한 이건을 멀리서 지키고자 했다.
물론 그랬던 사람과 설마하니 13번째 각성자로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다시 만난 그는 얼굴도 마음도 완전히 망가진 채, 오직 괴수와 성인들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도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고양아, 빨리 나아서 오빠랑 놀러가자.]유일하게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줬던 기억이었다.
하지만.
스륵!
마침내 망각의 바다는 가장 소중한 마지막 기억마저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시간 여행을 하며 만났던 기억.
그리고 지금과 달리 상냥하게 웃는 이건의 미소도.
마지막으로 절대 잊기 싫은 이건의 얼굴까지.
헤일리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빼앗기기 싫은 걸 빼앗기는 와중에도 그녀가 걱정하는 건 단 하나였다.
‘아, 물건. …건에게 전해줘야 하는데.’
이젠 이름도, 그 존재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전해줘야 한다는 생각 뿐.
‘안 ㄷ….’
그런데 그때였다.
덥썩!
“!”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망각의 늪, 가장 깊고 깊은 실념의 바다에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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