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46)
외전 19화. 희대의 천재 (2)
“그래서. 얼마나 깎였는데?”
“네?”
“내 수명.”
이건의 질문에 소피는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질문을 하는 이건의 표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피는 심각한 얼굴로 이건을 보았다.
“당신 지금 점심 뭐 먹었냐고 물은 게 아닌데요?”
“나도 아닌데?”
“지금 님의 목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 맞죠?”
“맞는데.”
결국 소피는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런 질문을 할 정도면 스스로도 심각함을 느끼고 있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어.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묻는 거잖아. 얼마나 남았냐고.”
과연 저딴 게 진지하게 묻는 사람의 표정일까 싶었지만, 소피는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죽음 따위,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무신경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제 수명에 대해서 묻는 것이었다.
본인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 묻는 것이겠지.
그래서 소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각해요. 오래 못 살 거예요.”
“얼마나?”
“…절반이나 깎였어요. 이대로면 아마 마흔… 아니, 서른 중반에 요절할 거예요.”
소피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깜짝 놀랐다.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이건 때문이었다.
“뭐야, 겁나게 많이 남았네.”
“?!”
“뒤질래? 괜히 심각해지니까 쫄았잖아 멍청아.”
소피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지금 10년밖에 못 산다니까요?! 서른 중반에….”
“지금 내가 스물둘이야. 10년이나 살 수 있으면 엄청 긴 거지.”
“이봐요!! 30대에 죽는 게 길다니요! 안 그래도 다른 사도들은 성신들 덕분에 훨씬 더 오래 살 텐데…!”
“그건 나하고 상관없는 이야기고.”
“!”
이건은 대수롭지 않게 일어났다.
“어차피 우리는 괴수랑 싸우면서 당장 오늘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야.”
소피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성신이 없는 당신이나 해당하는….”
“5년.”
“!”
“그 안에 괴수들을 완전히 지구에서 몰아낼 거야. 그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몇 년을 살든 별로 상관없어.”
“……!”
“그러니까 10년이면 충분하지? 5년 일하고, 5년은 여생을 즐길 수 있으니.”
그 말에 소피는 이를 악물었다.
“그… 약을 먹으면 수명이 더 늘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좋은 걸 찾아볼 테니 꼭….”
소피가 쩔쩔매자 이건은 같잖다는 듯 쥐어박았다.
“안 하던 짓 하지 마, 오줌싸개야.”
“아니 제발 그 호칭 좀 바꾸면 안 되겠어요?! 그런 적도 없는데!”
“그럼 마킹하는 누렁이.”
“아 정말! 저도 도울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용 쓰지 마라. 암만 나한테 잘해봐야 우리 택수는 절대 안 줄 거니까.”
이건이 비웃으며 나가자 소피가 저 싸가지 보라며 구시렁거렸다.
“꼭 잘해줘도 저래요!”
그렇게 소피가 투덜거릴 때였다.
“이건의 몸 상태는 어떻던가요?”
“?!!”
소피는 제 옆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장루이를 보며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바로 장루이를 노려보았다.
“당신 짓이죠!”
“뭐가 말입니까?”
“시치미 떼지 말아요, 당신이 이건의 상처를 터트린 거죠?”
이건의 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양들이 자라고 있었다.
폐, 심장 등 전부 중요 장기들에 붙어 있어 자칫 이건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놈들이었다.
물론 종양이라 해봐야, 악성은 아니라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토벌 때! 이상한 자극들이 가해져서 종양들이 전부 악성으로 변했어요! 그래서 장기들이 망가지면서 이건의 수명이….”
“전 모르는 일입니다만. 이건의 몸에 안 좋은 게 있었고, 하필 그게 터졌나 보죠?”
소피는 눈을 부릅떴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겠어요.”
“상관은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뭐가요?”
“우리들 중 이건의 몸 상태. 즉, 그 종양이란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당신뿐이잖습니까?”
“……!”
“그러니 그런 게 터졌다면, 당신이 범인이란 소리 아닙니까?”
“모함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적이…!!”
그러나 곧 소피는 아차 싶었다. 짚이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우리 성신이.’
안 그래도 자신의 성신은 이건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루이가 미묘하게 웃었다.
“이 일을 휴고 오터스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물병좌 성신이 주는 약은 이건에게 별 효과가 없다는 걸. 그리고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묵인하고 건네주고 있다는 걸.”
소피는 당황스러웠다.
“그렇지 않아요! 그거라도 없으면 이건의 몸은…!!”
“그런 주제에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고 희망고문이나 하고.”
장루이는 킥킥 비웃었다.
“아무튼 그 정의롭고 이건 바라기인 휴고 오터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참으로 볼만하겠네요.”
장루이는 얄밉게 웃으면서 사라졌다.
이에 이를 갈던 소피는 바로 자신의 성신을 불렀다.
“신이시여, 당신이 장루이에게 이건의 정보를 넘기셨나이까?”
질문을 빙자하고 있지만, 그건 절대 질문이 아니었다.
“저 말고 이건의 몸 상태를 알만한 건 당신밖에 없지 않습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머리 위로 물 형태의 정령이 나타났다.
그건 다름 아닌 물병좌 성신.
그리고 제 사도의 분노에 물병좌 성신은 어딜 기어오르냐는 듯 웃었다.
[왜 금방 죽을 하루살이를 두고 그렇게 미련하게 감정을 쏟는 것이냐]“네?”
[이건은 어차피 각성한 순간부터 오래 살지 못할 놈이었다. 선택받은 너희하고는 태생부터 급이 다른 하찮은 돌연변이지. 감히 인간 주제에 겁도 없이 신의 힘을 쓴 대가니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택하려무나.]“예…?”
[입을 다물어서 지금 이 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물병좌 성신이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놈을 위한답시고 설치다가 다시 성녀 이전의 거렁뱅이 생활로 돌아가든지.]옛 시절을 떠올린 소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리고 성신이 사라지자 소피는 이를 갈았다.
협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마냥 이건의 죽음을 못 본 척할 수 없다는 것일까.
그래서 소피는 몰래 이면쪽지를 작성해 권속신을 불렀다.
“이건한테 전해줘요. 꼭 전부 해야 한다고 전해주세요.”
[전부요?]그리고 그런 소피의 저항에 장루이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 * *
그리고 그 다음날이었다.
“뭐? 가져가도 된다고?”
헤이지와 만난 이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이건은 소피에게 받은 쪽지를 받고 헤이지를 찾은 것이었다.
[쌍아좌의 요정들의 눈물과 피가 있으면 몸 치료가 될 거예요. 쉽지는 않겠지만 헤이지에게 말해보세요.]물론 평범한 쪽지는 아니었다.
겉면에는 [목욕재계를 하고 기다리세요] 라는 내용이었지만, 이면에 헤이지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속는 셈치고 헤이지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물론 헤이지가 제 치료약 재료로 요정들의 눈물과 피를 내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요정들은 부정을 타면 그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부정의 상징인 피는 절대 요정들이 가까이 접해선 안 됐다.
하물며 요정들은 헤이지가 끔찍이 아끼며 기르는 종족들.
듣자마자 빡쳐 할 헤이지와 싸울 각오까지 하고 왔는데…
“그래. 그거라면 가져가도 좋아.”
헤이지의 너무나도 쿨한 반응에 이건은 벌레 보듯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도대체 얼마를 받아 처먹으려고 이래…?”
그 말에 헤이지는 울컥한 듯 입을 삐죽였다.
“처먹긴 뭘 처먹어! 나도 소피한테 쪽지 받았어! 잘 모르겠지만 너 이번에 많이 다쳤다며! 굳이 이럴 때까지 뭘 받으려고는 안 해!”
“이럴 때…? 그럼 빚으로 얼마나 달아두려는 거야?”
이건의 혐오 섞인(?) 표정에 헤이지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오! 너한테는 돈을 안 받는다는 의미야!”
“????”
이건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들한테는 1원 단위까지 악착같이 돈을 뜯어가는 녀석이 왜??”
사도들 중에 돈을 안 밝히는 놈이 있냐만은 헤이지 역시 돈을 상당히 밝히는 녀석 중 하나.
물론 헤이지야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보는 폐기물&해충급(소피, 양웨이, 세르게예비치, 이반, 장루이, 지젤) 까지는 아니어도 돈거래는 확실한 녀석이라 이건은 굉장히 수상쩍게 보았다.
그리고 그런 이건의 반응에 헤이지가 얼굴을 붉혔다.
“대, 대신 부탁 하나만…”
“부탁?”
이건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냐는 듯한 살벌한 눈빛.
“그래. 그럼 그렇지. 그래 원하는 게 뭔데? 노예? 아니면 시종….”
“데이트.”
“데…뭐?”
“데이트!!!”
놀란 이건은 눈을 꿈뻑였다. 그리고 정말 당황한 듯 한 발자국 물러섰다.
“…어…아…우리 택수랑?”
헤이지는 분노한 듯 물건을 내던졌다.
“걔 말고 너!! 너랑 데이트하고 싶다고!”
“……?????”
이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지만, 곧 뭔가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자 데이트.”
그 말에 헤이지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딱 10분이었다.
이건이 헤이지를 데려간 장소 때문이었다.
“대, 대장간? 아무도 없잖아?”
“빌렸어. 아무튼 그렇게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뭐, 뭐?”
그 말을 하고 이건이 옷을 벗자, 입을 내밀고 있던 헤이지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가까워진 이건이 헤이지의 팔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해치우자.”
“어, 어어어??!!”
이 자식, 설마 아닌 척하면서 원하는 게 뭔지 알았나?
그래서 헤이지도 싫지는 않다는 듯 겉옷을 벗었다.
“자, 장소는 별로지만 너라면 상관 없….”
그러나 곧 헤이지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팔을 잡아당긴 이건이 제 손에 석고물을 부었기 때문이다.
“악!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네 무기 만들려고 본 뜨잖아.”
“뭐?!!”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기다려.”
이건은 바로 가마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옷을 안 벗고는 버틸 수 없는 무시무시한 열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런 이건의 행동에 헤이지는 입에서 불을 내 뿜었다.
“야! 너 설마 내가 무기 만들어달라고 꼬신 줄 알아?!”
“어 아냐?”
헤이지는 속이 끓어올랐다. 아니 뭐, 옷을 벗은 이건을 본 건 상당한 이득이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오! 무기 없어도 돼! 너랑 함께… 그 하고 싶을 정도로 네가 좋은 거라고!”
그러자 이건의 얼굴이 드디어 아주 조금 붉어졌다.
그는 그제야 깨달은 게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광경에 비상이 난 괴수들이 한 마리.
[아아악! 비사아앙! 이 아주 조금 풀렸다! 서둘러 다시 걸어야 한다!!]숨어서 이건을 감시하던 헤일리의 부하는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질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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