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45)
외전 18화. 희대의 천재 (1)
이건은 굉장히 따스한 힘을 느꼈다.
동시에 온몸을 쑤셔대던 끔찍한 고통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건은 힐러인 소피가 왔나 싶었다.
하지만.
‘물병좌의 능력은 아니다.’
실제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물병좌의 푸른빛이 아니라 전갈좌의 검은 빛이었다.
검은빛은 괴로워하는 이건에게 뭔가를 말했다.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동포여.]“……!”
소리는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검은 빛은 계속 말했다.
[내 피를 가져간 자 중 가장 뛰어난 천재였던 아스란. 그리고 넌 우리가 선택한 그 녀석이 목숨을 바꿔 지킨 아이.]“……?”
[그런 녀석이 죽이지 말아달라고 사정해서 일단 지켜봐줬지만, 그래봐야 여기서 죽을 놈이었나.]마치 이건의 아버지를 후계로 삼으려 했던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갈좌 성신은 조금 실망한 듯 휴고를 주시했다.
정확히는 휴고가 섬기는 작열사주인이었다.
[뭐, 꾀임에 넘어가 제 부모와 동생까지 해하려 한 머저리보단 나으나.]작열사주인은 혼란스러운 듯 크게 동요했다.
이건 역시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게 전갈좌 성신은 성신 들 중, 가장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수수께끼의 성신.
소문에 의하면 괴물이라는 말도 있고, 아무튼 성신들 사이에서도 미지의 존재였다.
마치 성신 위의 초월적인 존재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전갈좌의 성신. 동시에 크레아토르의 족장이자 우두머리인 그가 말했다.
[그래봐야 인간의 피가 흐르는 하등한 하루살이여. 하지만 마지막 남은 유일한 동포가 괴로워하는 것도 안타까우니, 여기서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이건은 이를 갈았다.
귀가 웅웅거려서 소리는 잘 안 들리고, 그나마 들리는 말들조차 뭐라고 씨부리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있었다.
-여기서 편안하게 해주마.
때문에 이건은 눈을 번득였다.
“개새끼가, 누가 누굴 죽여.”
이건이 몸을 일으켜 세우자, 전갈좌 성신은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오. 그래도 지켜볼 가치는 있는 놈인가?]그리고 그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괜찮나? 정신 차려라!”
이건을 급히 안아든 헤일리가 급히 약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의 사도가 이건을 챙기자 전갈좌 성신은 가볍게 웃었다.
[뭐, 조금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그 말과 함께 무언가가 이건의 옆구리를 찔렀다.
콰직!
“큭!!”
“스승님!!”
그건 검은빛으로 이루어진 전갈의 꼬리처럼 보였다. 전갈좌 성신의 짓이었다.
그리고 독에 찔린 듯한 느낌에 이건이 괴로워하자 휴고가 새하얗게 질려 이건을 붙잡았다.
“스승님!”
“진정해라, 괜찮다.”
“하지만…!”
“그냥 마취야. 고통을 덜어준다.”
그 말이 맞는지, 굉장히 괴로워하던 이건의 혈색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곧 헤일리는 놀랐다.
‘성신의 마력이 이건에게.’
전갈좌 성신이 마취독을 주입하면서, 제 힘까지 이건에게 넣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특별한 건 아니었다.
단지 과 연관된 독이었다.
최소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쉽게 뒤지지 말라는 것일까. 최소한의 면역력을 키워준 것이다.
설령 누군가가 저주하고, 지금처럼 병들게 하려 해도, 최소한 스스로 버틸 수는 있게.
그래서 아무리 다쳐도 수십 년은 더 버틸 수 있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전갈좌 성신의 강한 가호였다.
그 증거로 일어나지도 못했던 이건이 신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어. 덕분에 살았다.”
헤일리는 안도했다.
“그래, 다행….”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헤일리는 자신이 이건을 안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건과 눈이 마주치자, 상황을 깨달은 헤일리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덕분에 바닥에 머리를 찧은(?) 이건은 죽으려 했다.
“*#$&#$*!”
“스승님!!”
“…마, 마스크. 마스크 내놔.”
“예?”
뭐, 아무래야 좋았다.
마스크를 쓴 이건은 눈을 번득이며 날 뛰는 괴수들을 보았다.
* * *
“예?! 동쪽에서 괴수가 튀어나와요?”
“서쪽도 실패했는데, 그럼 동쪽도 실패한 겁니까?!”
“뭐라고?!”
러시아 대륙의 중앙.
시베리아 벌판에 위치한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거긴 괴수의 땅이 된 러시아 중앙에서 인류가 갈 수 있는 마지막 도시. 최전방이었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예. 들으신 대로 이건이 동쪽 토벌에 실패한 모양입니다. 오만하게 나선 대가죠.”
장루이의 말에 기자회견 장이 크게 술렁거렸다.
그도 그럴게 이미 서쪽 루트를 통한 토벌은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서쪽 루트로 진입했던 나머지 사도들은 상처투성이였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서쪽 루트조차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 탓이었다.
그래서 문제의 중앙지역은 서쪽의 괴수들과 뒤얽히며 이곳까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토벌전 실패 직후, 장루이가 갑작스럽게 알릴 게 있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서쪽은 그래도 결계를 쳐놓아서, 괴수들이 침범해올 위험은 없습니다. 문제는 이건이 들쑤신 동쪽이 문제죠.”
“……!!”
“동쪽의 괴수들이 곧 세계에 퍼질 것입니다. 이건이 서쪽으로 합류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자기 아집을 꺾지 않아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러시아 대통령이 이건을 믿고 위임장까지 주신 걸 텐데, 사태가 이렇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장루이의 말에 정부 사람들과 기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니 그래도 이건이라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 난리통에 장루이는 웃었다.
“이건도 인간이니까요.”
기자들은 빠르게 소식을 전해 나갔다.
장루이는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이건의 패배 뉴스에 입꼬리를 올렸다.
영웅 하나, 병신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아무튼 전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이건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겠죠.”
그리고 그 광경에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싸가지 없는 새끼가 그렇죠 뭐.”
“그렇게 나대니까 큰 코 다치는 거야.”
이반과 세르게예비치였다. 그들은 이건의 존재를 굉장히 재수 없어 했다.
“어차피 실패할 거, 동쪽으로는 왜 간 겁니까? 꼭 그렇게 튀고 싶어 하는 새끼 때문에 주변까지 피해를 본다니까.”
“물론 동쪽이 상황이 안 좋으니까 구할 수 있다면야 좋지. 하지만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은 좀 구분해가면서 움직이면 좋겠네. 관종인지, 정신병자인 건지.”
그 말에 살의를 세운 케빈이 세르게예비치의 멱살을 잡았다.
주먹을 쥔 건 덤이었다.
“니 새끼야말로 그 주둥이를 놀려도 되는지 안 되는지, 좀 분간하면서 놀리면 좋겠는데?”
“뭐? 아직 어른도 안 된 꼬맹이가 어디서…!”
그 소란에 장루이는 승리의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튼 이번 일은 인류가 전멸할 지도 모르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동쪽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더 많은 인류를 위해 둥지채로 사멸시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 그럼…!”
“원래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각 성신들께 폭격을 요청해서 동쪽은 완전히 소멸하도록…”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이 게새끼가, 삭혀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빠각!!
문을 열고 나타난 이건이 장루이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기자들이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이, 이건?!”
“?!”
“아니, 동쪽에서 괴수한테 잡아먹혔다는 사람이 어떻게…!”
장루이를 날려버린 이건은 마이크를 빼앗으며 말했다.
“동쪽에 있는 괴수는 모조리 없앴다. 여기서 할 짓 없이 저 새끼 말이나 받아 적고 있을 거면, 데리고 나온 사람들한테 치료 키트나 가져다 날라!”
사도들은 입을 떡 벌렸다.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건이! 동쪽을 구했다!”
“특보로 내보내!”
“뭐야?! 지금 혼자서 동쪽을 구해낸 거야?!”
그렇게 세상에서 지워질 뻔한 러시아 동부 땅은 이건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장루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런 이건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쩌면 징글징글한 인간이라는 눈빛이 담겨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기자 회견장을 나갔다.
기자들은 놀라서 그를 붙잡았다.
“이건 씨! 지금 어디에…!”
“안 비켜? 니들도 같이 중앙으로 갈 거 아니면 꺼져. 방해하지 마.”
“예?! 하지만 거긴 다른 분들도 한 번 실패해서… 일주일 뒤에 재진입하신다고…!”
“알게 뭐야? 혼자 갈 건데.”
“아! 스승님! 같이…!!”
이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가자,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케빈과 스티븐이 일어났다.
“나도 갈래!”
“나도!”
그리고 그 중앙 토벌전은 훗날.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며, 전 세계 각성자들이 오열하는 전설의 영상으로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 *
[이건, 러시아 토벌 전 성공!] [12사도들의 활약 엿보여] [실질적인 공헌은 이건이 아닌가] [잘한다, 돌연변이!]뉴스가 떠들썩했다.
그리고 러시아 대 토벌전이 끝난 후, 치료를 위해 노트르담 대성당에 모인 사도들은 각자 복잡한 얼굴로 TV뉴스를 보고 있었다.
-다른 사도들도 멋있고, 멋진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건! 성깔은 지랄… 아니, 더럽지만 인류의 희망입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스티븐이지! 토벌전 영상 못 봤냐!
-이건이 짱이거든!
러시아 토벌전 이후, 사도들에게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그 전투에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
그들은 거기서 범재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천재를 보았다.
그 때문일까. 스티븐은 질린다는 듯 소파에 기댔다.
“허. 이건, 그 미친 놈.”
러시아 중앙 토벌전에서 보여줬던 이건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었다.
전장을, 적을, 완전히 제 손에서 가지고 논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괴수 앞에서, 이건 만큼은 적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 자신에게 한계란 절대 없을 거라 자부했던 스티븐조차 처음으로 느꼈다.
통곡의 벽을.
아, 저놈은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겠구나, 하는 실력의 격차를.
때문에 아마 자신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똑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 정말 저놈은 우리랑 다른 ‘돌연변이’다.
그 압도적인 실력에 희대의 검술 천재인 케빈조차 눈빛이 달라지지 않았었던가.
그 역시 뭔가 느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상황에서 가장 느끼는 것이 많다 못해 열받아 하는 인물은 따로 있었지만.
“어이구, 이번 계획은 완전히 물 먹어 버렸는데?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의 부하님.”
천칭좌 지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장루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원래는 러시아에서 이건의 이미지를 몰락시킬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더 사람들이 찬양하게 되었잖아.”
장루이는 드물게 웃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초조함을 느낀 건지, 지젤은 킥킥 웃었다.
“뭐 어때. 나쁜 건, 계획에 실패하는 네가 아니라 자꾸 계획을 초월해버리는 이건인걸.”
“웃을 때가 아닙니다. 사도들의 신앙심이 지금 성신이 아니라, 되려 엉뚱한 이건에게 향하고 있는 걸 알고는 있는 겁니까? 고작 인간 따위에게?”
“덕분에 성신들이 아주 난리지?”
“뭐, 됐습니다. 그거라면 세워둔 플랜이 있으니까.”
“플랜이라고 하면?”
“우선은 아군부터 만들어야겠죠?”
장루이는 화분 옆에 있는 분재 가위를 집어 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휴고를 포함해 전원 이건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리라.
그리고 그 광경에 태만의 군주, 지젤의 주변에서 기묘한 빛이 돌았다.
그 영혼의 빛은 다름 아닌 에게 삼켜졌던 원래의 천칭좌 사도 지젤.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며 급하게 어디론가 향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다, 당신 미쳤어요?”
“뭐. 오줌싸개야.”
이건의 몸을 살피던 소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런 몸으로 그, 그렇게 싸웠다는 거예요? 러시아에서?!!”
“허. 그럼 안 되냐?”
“이런 미친 오크가 진짜!!”
이건의 몸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몸이 망가지다 못해 수명까지 깎였다.’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문제의 종양들이 터지면서 몸이 극도로 안 좋아져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걸…!’
그래서 소피가 말했다.
“상처 건들지 말랬잖아요! 이 마조가 그걸 못 참고… 커흑!!”
소피의 머리를 쥐어박은 이건이 으르렁거렸다.
“돌았냐? 내가 터트린 거 아니거든?”
“그럼 누가…!!!”
그러나 소피는 헉 몸을 떨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장루이가 자신에게 이건의 진료기록표를 요구하지 않았었던가.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깎였는데?”
“네?”
“내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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