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46)
제46화. 아니 잠깐만
이건은 당황했다.
순간 그는 자신이 뭔가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잘못 들은 건 아닌 것 같군.’
자신을 보는 천유하의 표정이 그랬다.
무표정한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눈빛이 전혀 다르다.
‘진심 같은데.’
아니, 사실 유하는 표정 읽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농담인지 아닌지조차 분간이 잘 안 갔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건 눈빛 정도.
그리고 비유하자면 뭐라 해야 할까. 그 까만 눈동자는 마치 음식을 먹고 있는 인간을 빤히 바라보는 강아지 같기까지 한….
그래서 이건은 난처해졌다.
“유하야.”
“네?”
“음 괜찮아. 삼촌 아무 말도 못 들었….”
“결혼해 주세요.”
“…….”
이 녀석이 확인 사살을 해버리네.
결국 못 들은 척하려고 했던 이건이 천유하를 불렀다.
“유하야.”
“네.”
“소개를 자세히 안 한 것 같은데. 나는 네 아빠 친구….”
“?”
천유하가 자그마한 얼굴로 갸웃거렸다.
그게 어쨌냐는 표정이다.
“신체 나이는 저랑 비슷하지 않아요?”
“…….”
그런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심지어 신체 나이는 유하보다도 어리게 회춘한 것 같지만 그래도다.
그리고 친구 딸이란 이유로는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아서, 이건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정신 연령이라는 게….”
“괜찮아요. 아빠는 저보다 정신 연령이 더 어려요.”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
결국 본인하고는 말이 안 통할 것 같아 이건은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누나의 말에 내내 경악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성재야. 너도 뭐라 말 좀 해ㅂ….”
“와씨. 여자라 부럽다.”
“…….”
이것들이 진짜!
이건은 눈에서 빔을 쏠 기세였다.
‘오택수 이 새끼. 자식들을 어찌 키운 거야!’
도대체 자식들한테 뭔 이야기를 하며 키우면 애들이 이렇게(?) 자라나는데!
천하의 이건도 드물게 땀을 흘리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게 휴고는 자신이랑 못 만나게 하려고 딸 사진까지 숨긴 딸 바보가 아닌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한밤중에 칼을 꽂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삼촌한테 데미지를 날린 천유하는 다른 문제로 심각해져 있었다.
바로 이건의 실력 문제였다.
‘역시 달라도 너무 달라.’
그랬다.
실제로 확인한 이건은 자신들이 아는 이건과는 한참 달랐다.
‘분명 삼촌은 지금의 B급 정도라고 했는데.’
물론 자신들이야 아버지의 영웅담을 듣고 자랐다. 때문에 다른 성도들이 무시하는 것보다는 이건을 좀 더 높게 평가했다.
아무리 그래도 B급은 아니고, 대충 A급 정도?
게다가 어린 동생은 아닌 척해도 아버지의 영웅담을 자신보다 조금 더 믿었으니, S급 정도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그래도 성인들의 버프가 있어서 가능했던 전투들이 아니셨나?’
하지만 지금 이건을 보면 달랐다.
눈으로 보면 알았다.
단순히 신체가 달라졌다고, 없던 실력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천유하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삼촌.”
“안 돼. 아무튼 안….”
“정말 악마의 탑에서 낙오되신 거예요?”
“!”
질문이 아닌 확인이었다.
그리고 질문에 이건이 눈을 번득였다.
“정말 낙오됐을 것 같아?”
천 남매는 움찔했다.
이건이 살아왔다는 사실에만 집중해서 그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공식 인터뷰로는 붉은 눈의 함정에 뛰어들었다고 하셨지만.’
실제로는 붉은 눈을 보고 쫄아서 도망쳤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다가 괴수에게 발각되어서 개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그래도 12성인들은 동료였던 이건의 명예를 위해 영웅으로 포장해준 것이라 하지 않았나.
“그럼 소문은 거짓인 거네요. 역시 다 같이 붉은 눈을 잡은 거였어.”
“아닌데.”
“네, 네? 아니에요?”
“붉은 눈은 나 혼자 잡았는데.”
“…아 그렇구나. 역시 혼자… 혼자?!”
두 남매는 경악했다.
그건 당연했다.
‘붉은 눈은 블랙 등급이잖아!’
블랙존(Black zone).
통칭 블랙 등급은 영구피난의 레드등급보다 위에 있는 비공식 등급.
통칭 절대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성인조차도 공략 자체를 포기한 곳이었다.
사실상 영토를 포기한 곳으로, 기억상에서 지워버린 수준의 땅이라고 해야 하나.
전 세계에 아주 드물게 있었다.
그리고 그 밑의 레드존조차 S급이 툭하면 전멸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블랙존에 필적할지 모른다는 인류의 최악의 괴수를…!
‘호, 혼자 잡았다고?’
‘정말로?’
그들은 귀신을 보듯 이건을 보았다.
동시에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보여서 이건이 말했다.
“아,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내가 말해도 안 믿을 걸 아니까 일부러 내버려둔 거야.”
“그럼….”
“이런 건 증인을 세워서 확실하게 밟아야지.”
“!”
물론 이 경우엔 자수라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이건은 도마뱀을 질질 끌면서 핸드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6시 55분.
지금부터 가면 기자회견장에 늦진 않겠지.
* * *
“뭐라고? 잡혔다고?”
“정말이야?”
한편 기자회견장은 난리가 나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려 4년 전.
서울 북부를 레드존으로 만든 원흉이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당시 한국의 모든 성단이 뭉쳤지만, 한강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방어를 했던 것이 고작.
그야말로 피 튀기는 방어전이었다.
그리고 괴수들이 변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서울은 전 일대가 레드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뭐?
“그게 잡혔다고?”
“네! 관측소에서 반응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듯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사실 한국의 각성자 중에서 서울 북부 방어전에 동원이 안 된 성도는 없을 것이다.
그 공포도, 위세도 기억 못할 리가 없다.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여기로 날아온 꼬리는 역시…!”
호위 성도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역시 저거! 그때 그놈의 꼬리가 맞았어!”
“……!”
불을 내뿜는 군주의 꼬리는 생긴 게 꽤 독특했다.
마치 전신에 갑옷을 두른 것 같은 모양새였는데, 그 꼬리 모양은 흡사 망치.
그래서 첫눈에 누구의 꼬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확신하지 못했던 건, 그 무서운 괴물의 꼬리가 정말 잘렸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하지만 확실해졌다.
“그때 그 괴수가 잡힌 거야!”
“최소 S급 이상이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소피의 기자회견 때문에 몰려와 있던 기자들도 술렁거렸다.
“그건 성단장급들도 허덕이던 놈 아니었나요?
“도대체 누가 그걸 잡은 거죠?”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피는 몸을 떨고 있었다.
잡기는 누가 잡아.
‘당연히 이건밖에 없잖아…!’
수도복을 쥔 소피의 손이 땀에 젖어갔다.
기자회견에 올 거라더니, 정말 이 근처에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소피의 옆에 있던 성단장들이 술렁거렸다.
“듣자하니 그 자리에 이 있었다고 합니다.”
“뭐? 그 십성 말이야?”
“네.”
“아, 십성이면 잡을 만도 한….”
“아니요! 관측소에서는 다른 소년이 조기에 처리한 것 같다는 말이….”
“뭐? 소년?”
“아. 그 자리에 천성재도 있었다는데, 그쪽일까요?”
“하긴. 쌍아좌 성인이 끔찍히 아낀다는 마법사니….”
“아뇨! 마법의 기운은 전혀 없었다는데요. 게다가 스킬의 기운도…!”
성도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지금 저걸 무력만으로 때려잡았다고?!”
“도대체 누가!”
일순 소피의 얼굴에서 주름마저 보인 기분이 들었다.
마치 10년은 늙은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에게 쏠리면 쏠릴수록 소피에겐 공포였다.
만약 그걸 잡은 게 이건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바로 그때였다.
땡-땡-땡-
“……!!!”
갑작스러운 소리에 소피가 주저앉았다.
오후 7시.
전광판에서 나오는 정각 알림 소리였다.
군중의 시선이 단상의 소피에게 향했다.
“기자회견 시작합니다!”
사형 집행의 시간이었다.
* * *
“성녀님이다!”
“정말 성녀님이야!”
광장은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그 숫자만 어림잡아도 수십만 명 이상.
하늘에는 방송용 헬리콥터가 돌고 있었고, 거래소 주변엔 기자들과 방송 차량이 가득했다.
외신들까지 텔레포트를 타고 잔뜩 몰려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건의 일로 무슨 기자회견을 한다는 거야?”
어지간해서는 직접 행차하지 않는 해외 스타급 성단장들도 광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 이건 귀환설이랑 연관된 건가?”
“아니. 20년 전에 밝히지 않았던 진실이라는데.”
“진실?”
그때였다.
삐익-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쏠렸다.
쏠리는 시선에 소피의 얼굴이 덜컥 겁에 질렸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이것.
[니들 구라 친 거 똑바로 자수해라.]소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
이건이 먹인 뭔가에 필시 죽게 되리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떼기 시작했다.
“20년 전. 붉은 눈을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붉은 눈은 20년 전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었던 최대 악몽이었다.
지금에 와서 그 이름은 상식이었고, 설령 어린아이라도 그 이름을 모르진 않는다.
그리고 그 악몽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준 것은 12성인들.
12성인이 성인으로 추앙받게 된 계기도 그 탓이 아닌가.
“이건 빼고 12명이 그걸 잡았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사자좌가 마무리했다고….”
그 순간, 성녀가 말했다.
“붉은 눈을 잡은 건 사실 이건입니다.”
광장이 크게 술렁거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술렁거림이었다.
“지금 무슨 말을…!”
반면 기자들은 눈을 무섭게 핸드폰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필시 이건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들.
그것들과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파급력이 강한 성녀의 말이었다.
“그럼 12성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요?”
“그렇….”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쾅!
“성녀님은 지금 협박당하고 있는 겁니다!”
“!”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물병좌 성도들.
소피의 부하의 등장에 사람들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이냐며 술렁거렸다.
“뭐야. 자기들끼리 쇼하는 거야?”
“뭐야, 뭔데!”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건 다름 아닌 소피였다.
왜 자신들의 부하가 이리 나오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소피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신!’
물론 기척은 멀다. 심지어 여러 개였다.
그래서 단번에 누구라고 알아차릴 순 없었다. 성신의 기척을 가장 잘 캐치하는 건 이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소피는 알 만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놈들이 기자회견에 관심을 안 가질 리가 없지.’
물론 예상을 못한 건 아니다.
자신이 20년 전 일로 기자회견을 한다니까 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 부하들의 등장도 필시 성인의 짓이리라.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 부하들이 외쳤다.
“이건이 살아 있는 것도 거짓입니다!”
“휘둘리지 마십시오! 성녀님은 이용당하고 계신 것뿐입니다!”
“특정 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혀 계신 것입니다!”
“최근 악마의 탑이며, 일련의 사건들도 전부 그들의 짓입니다. 이건이 아니에요!”
“지금도 강제로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고 계신 겁니다!”
이에 소피가 다급히 일어섰다. 제 부하가 나서봤자 오해를 살 뿐이다.
“당장 그만두세요! 거짓말이 아니….”
그런데 그때였다.
“만약 본인이면 왜 나타나지 않는 거죠?”
“!”
이번엔 다른 목소리였다.
누군가가 단상 위에 더 나타났다. 그의 등장에 사람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해좌 성인!”
백인 남자였다.
얼핏 30대 중반. 상당히 젊어 보였지만, 또 묘하게 연륜이 느껴지는 기묘한 남자였다.
댄디한 스타일은 휴고와 비슷하나, 짧은 더티 블론드에 갈색 눈은 음흉하고 시린 느낌마저 풍겼다.
그리고 그의 등장에 소피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저 남자가 왜 여기에…!’
거해좌(巨蟹座). 통칭 게자리.
갈색 수트의 남자는 단상의 마이크를 붙잡았다.
“붉은 눈을 이건이 잡았다고요? 그 걸로도 모자라 그 이건이 살아 있어요?”
신사적으로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 남자였다.
“말해보세요. 이건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기자회견장이 술렁거렸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성인이 방긋 웃었다.
“보십시오. 이건이라니. 이딴 되도 않는 선동에 넘어가시면….”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휘이이잉-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거대한 물체였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했을 때쯤.
쾅!
하늘에서 날아온 물체가 거해좌 성인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단상이 박살난 건 덤이었다.
“꺄악! 성주님!”
“뭐야!”
하늘에서 미사일처럼 날아온 건 다름 아닌 도마뱀.
“이, 이거!”
한국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형태가 아닌가.
동시에 아까 전에 꼬리만 날아왔던 바로 그 괴수.
기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기자회견을 방해했던 물병좌 성도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불의 군주…!”
“도대체 누, 누가 이걸!”
바로 그때였다.
기자회견장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왜. 나 찾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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