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저주 계약
이 정도면 사기관광이라 할 수 있겠다.
고풍스럽던 옛 성은 집중 폭격이라도 맞은 듯 폭삭 무너져 내렸다. 부수고 자르고 갈고 태우고. 전문 철거 팀이 총출동이라도 한 듯 깔끔하게 밀려 나갔다.
고즈넉하던 호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리에트가 몇 번 빠졌더니 푸르던 수면이 탁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수중의 도롱뇽들은 독기운에 기겁하며 떠올랐다가 싸움의 여파에 갈려나갔다. 몬스터의 수가 일정 이하로 줄어들자 등장한 1층의 보스 몬스터의 신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름 멋지게 고개를 치켜든 수룡은 리에트의 발판이 되어 물속에 처박혔다. 이어 성현제의 전격에 스쳐 맞곤 까맣게 그을려 발악하려다가 걸리적거려, 라는 한마디와 함께 세로로 갈라졌다. 거기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A급 던전 중간 보스인데 새우 등 터지는 꼴로 골로 가다니. 내가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아무튼 성현제 씨가 추천하던 관광지는 돈 받고도 구경하기 싫은 몰골이 되고 말았다. 호숫가에 사체 쌓인 것 좀 봐라. 리셋 되는 게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수담 길드에게 민폐가 장난 아니… 참, 이미 길드장 패잡았구나. 더 끼칠 민폐도 없는 수준이네. 걔들 살아는 있으려나.
‘저런 인간들이 둘이나 더 있다니.’
남은 두 명은 누굴까.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 랭킹전 상위권이지 싶지만 참가 자체를 안 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랭킹전 참가는 뒤로 오가는 이권 목적도 커서 리에트 같은 성격의 홀로 다니는 헌터라면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준비된 링 위에서 규칙 지켜 가며 싸우는 것과 지금의 저 개싸움은 전혀 다른 느낌일 테니.
“슬슬 가라앉은 거 같죠?”
내 물음에 노아가 머리를 살짝 기울였다.
– 그래도 섣불리 접근했다간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내려간다면 세성 길드장 쪽이 좋겠죠.”
리에트보다는 성현제 쪽이 제 감정에 덜 휘둘릴 것이다. 일단 나이도 있으시고.
– 세성 길드장과 생각보다 더 친하신 거 같아요.
날개 끝을 움직여 방향을 틀며 노아가 말했다. 아니 그 무슨 뒷목 잡을 오해를.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일 뿐입니다. 서로 득 될 게 없다 싶으면 그 순간부터 생판 모를 남이에요.”
내가 회귀 전처럼 평범한 F급 헌터였으면 저 인간이 날 거들떠나 봤을까. 예전에는 애초에 접점도 없었지. 성현제야 내게 관심 하나 없었을 테고, 나에게 그는 좀 멋있긴 한데 더럽게 재수 없는 랭킹 1위, 딱 그 정도 감상이었다. 지금은 짜증 나게 잘나서 더 짜증 나는 인간쯤 되겠다.
왜 하필 저 인간과 내 스킬 궁합이 잘 맞는 거지. 아니, 나한테는 쓸모없는 스킬이긴 하지만… 차라리 나한테만 좋은 스킬인 게 낫지. 애들한테 좋아서 문제다.
아, 짜증 나.
“치즈 케이크 더 드실래요?”
케이크를 한 판이나 챙겨 온 거 보니 좋아하는 게 아닐까. 노아에게 한 조각 먹여 주고 남은 하나는 내 입에 넣었다. 비어 버린 상자와 판은 공중에 내던졌다. 쓰레기 처리는 던전 리셋으로.
실제로 몇몇 F급 던전은 쓰레기 매립장 대신 쓰이고 있다.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성현제와 리에트는 성이 있던 터에 백여 미터 이상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그나마 덜 쓸려 나간 부분이라 군데군데 건물 잔해가 보인다.
결과를 말하자면 성현제의 우세승쯤 될까.
리에트의 공격력은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것도 적중을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속도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도 아니니 전투 예지란 사기 스킬이 있는 한 성현제에게 그럴듯한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반면에 성현제야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으니 리에트에게 훨씬 불리한 싸움이었다. 독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S급 독 스킬은 만만한 게 아니지.’
유현이라면 태워 버릴 수 있을 텐데 성현제의 스킬로는 말끔히 밀어 버리는 것까진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안개처럼 퍼지는 독기는 예지해 봤자 소용없는 광역기인지라 성현제도 제대로 접근하진 못하고, 멀리서 공격해 오는 거야 리에트 능력으로 피하지 못할 리도 없고. 결국 두 사람보다는 애꿎은 주변만 파괴된 셈이었다.
그래도 부상 정도는 리에트가 더 컸다. 성현제는 재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심지어 저놈의 흰 코트는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청결 스킬 같은 거라도 붙어 있나.
“다가가도 됩니까?”
성현제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내려서서 물었다. 이쪽을 돌아보는 눈이 서늘하게 사납다. 수화를 푼 노아가 반사적으로 한 발 물러난다.
“물론 되고말고. 오히려 와 달라고 청하고 싶군.”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낮다.
“새끼용은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독 때문에 애를 먹어서 그런지 거슬리거든.”
그에 더해 스탯 차이도 있을 테고. 노아가 불안한 눈을 했지만 왜 오라는지 짐작이 갔기에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성현제도 아주 멀쩡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날 부른 거겠지만. 독기를 완전히 피하진 못해 중독된 모양이었다. 특히 직접적으로 상처가 옅게 난 왼손은 혈색이 확연히 다르다.
“해독 아이템 성능이 생각보다 별로인 모양입니다.”
“별로였으면 이만큼 멀쩡하지도 못했어. 같은 S급 독 스킬이라 해도 저주독룡종의 것은 훨씬 독하지. 스탯까지 따라주면 더더욱 위험해지고.”
성현제가 왼팔로 나를 감싸듯 하며 말했다. 그야 그렇다. 공격 스킬은 스탯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노아보다 리에트의 독이 더 강하겠지. 애초에 종류도 다를 가능성이 높고. S급 해독 아이템이라 해도 해독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저주독룡종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젖혀 두었던 것이 떠올라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때 리에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옷이 군데군데 찢어진 데다가 아직 다 치료 못 한 상흔도 보인다. 한 손에 빈 포션병을 들고 약간 상기된 채 걸어오는 모습이 뭐랄까, 주정뱅이를 연상케 했다.
기분은 확실히 취한 듯 좋아 보인다.
“뭐야, 독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네? 좀 분한걸.”
5미터가량 간격을 두고 멈추어 선 리에트가 투덜거렸다.
“포션 모자라면 빌려줘?”
“괜찮아, 자기야. 넉넉해. 바로 싹 지워 버리기엔 아쉽잖아. 포션 성능이 너무 좋아서 즐거운 추억거리가 하나도 남질 않는다니까.”
즐거운 추억거리냐. 말을 말지 진짜.
“그보다 디오 발쉐시스가 나온 던전은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야?”
우연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좋다. 리에트가 새 포션을 꺼내들며 대답했다.
“페블이 알려 줬어.”
노아가? 털 세운 고양이처럼 리에트와 성현제를 경계하며 천천히 다가오던 노아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곤 성현제를 힐끔 쳐다본다.
대충 감이 오는데. 성현제가 노아에게 한 투자 중 하나가, 디오 발쉐시스의 쌍둥이 칭호였나 보군.
코앞에 서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무언의 질문에 그린 듯한 눈웃음을 짓는다.
“정답이라고 대답해 주겠네.”
“노아에게 던전을 알려 줄 때에는 팽 당할 거 몰랐습니까?”
“나는 예언자가 아니야.”
그때까지는 눈치를 못 챘다는 거로군. 사이비가 성현제를 통해 남매에게 디오 발쉐시스 칭호를 준 것은 확실하다. 성현제를 제거하고 그 대신 써먹을 S급 헌터를 만들어 내기 위함이었겠지.
리에트가 준비되자 MKC와 수담까지 끌어들여 성현제를 처리할 낌새를 내보였고. 아마 사이비 쪽에서 일부러 티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회귀 전까지 포함하여 오래 알아 온 사이이니 성현제가 이런 식으로 나오리란 것도 예상했을 터다.
예상외라면, 나일까.
‘내 칭호에 대해서는 모르는 건가.’
알고 있었다면 내가 없을 때를 노렸겠지. 그럼 성현제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두 명의 싸움에서 성현제가 우세하다 말은 했지만 중독시켜 시간을 끈다면 리에트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른 헌터들과 협조해 보조까지 받았다면 더더욱 리에트가 유리해졌겠지.
‘리에트가 앞에 나서고 최석원과 윤경수가 힐러, 보조 및 원거리 헌터들을 보호하는 식으로 제대로 팀을 짰더라면 진짜 위험했겠는데.’
하지만 리에트는 상위 저주독룡종의 명령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상위 저주독룡종은…….
“리에트, 디오 발쉐시스가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을까? 혹시 특이한 점은 없었어?”
“특이한 점? 던전이 사라진 거 말고는… 아, 디오 발쉐시스가 나오기 전에 보스 몬스터 같은 게 하나 더 있었어.”
“보스 몬스터가 하나 더?”
“커다란 호랑이 같은 거였는데 걔 잡으려는데 갑자기 검은 용이 나타나더니 호랑이를 찢어발기더라고. 금색 용도 같이 나왔고. 그리고…….”
리에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디오 발쉐시스가, 생각보다 잡기 쉬웠지. 공격을 별로 안 하던데? 그게 좀 이상하긴 했어. 어디 아팠나.”
잡기 쉬웠다, 라. 그녀의 말에 무심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약간 의아스럽기는 했었다. 5년 후 S급 던전의 저주독룡종. 분명 지금보다 난이도가 높았을 그곳에서 리에트와 노아 단둘이서 디오 발쉐시스를 무사히 사냥했다는 사실이.
물론 리에트는 충분히 강하고 노아의 스킬도 유용하다. 하지만 5년의 격차를 메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원래의 보스 몬스터도 따로 있었다면, 상위 저주독룡종인 누군가가 리에트 남매의 칭호를 위해 디오 발쉐시스를 일부러… 던전에 나타나게 했다는 건가.’
저주독룡을 던전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 고의적으로.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전신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D급 던전이었다. 엉뚱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진 시기라고 해도 그 정도로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었다. 내가 들어 간 던전에서 나타난 라우치타스와 짜기라도 한 듯 구하러 온 한유현.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나타나는 결론에 목 안쪽이 타는 듯 메말라 간다.
“…성현제 씨, 말해 주세요.”
“뭘 말인가.”
“뭐든지, 그놈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로요.”
성현제가 과장되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계약 같은 것으로 입막음당했다면 풀어드리겠습니다.”
“역시 저주 저항 스킬도 가지고 있었군.”
…역시라니. 덕분에 정신이 조금 들어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성현제는 흥미 가득한 눈길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짐작하고 있었습니까?”
“SSS급 칭호인 디오 발쉐시스의 쌍둥이보다 우위에 있다면 최소 SSS급 칭호겠지. 독 저항은 확실히 있으니 저주 저항도 같이 붙었을 확률이 높고. 거기에 한둘 정도는 더 있지 않나? 관련 공격이나 특수 스킬은 없는 듯하니 저항이나 보조류에, 등급도 높겠지. 디오 발쉐시스는 수화 스킬이 주라 나머지는 S급 정도에 그쳤으니, 한유진 군의 저항 스킬은 아마도 SSS급, 어쩌면 L급. 그 정도일까.”
“예언자 아니라시더니.”
“추측이라네. 정답이었다면 기쁘군.”
정말 상종하기 싫은 인간이다. 저 인간에게 키워드를 내뱉었다니, 과거의 나에게 미친 거 아니냐고 묻고 싶어지는구만.
“추측하기 이전에 어떻게 그런 칭호를 얻었는지 의아스럽지도 않습니까? 보통은 불가능할거라 단정 지을 텐데요.”
“성능만 좋으면 됐지 그런 사소한 이력에는 관심 없어서.”
정말로 관심이 없을까. 이미 내 과거 샅샅이 다 뒤져 봤다, 에 피크닉 바구니를 건다. 아무튼 알고 있다니 설득하기는 편하게 되었다.
“저주 저항 스킬 L급입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부족해.”
…뭐? 순간 놀랐지만 동시에 얼마 전 유현이의 태도가 뒤늦게 이해되었다. 저주 저항도 L급이냐고 물어보곤 어쩐지 시무룩해하던 녀석의 반응이. 유현이도 성현제와 같은 등급의 저주 계약으로 입막음당한 모양이었다.
“L급 계약서입니까? 대가는요?”
“오른쪽 팔과 눈. 하나씩.”
…젠장, 유현아. 저런 미친 불법 계약서에 서명하면 안 되지!
“잘도 그런 계약을 받아들였군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거지. 입조심만 하면 되는 거라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뒷수작 부리려는 게 뻔한 놈들이 명함 흩날리는데도 눈뜬 봉사 노릇 하는 건 너무 시시하잖나.”
“그래서 재미 좀 보셨습니까?”
“…아니.”
성현제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실망한 기색이다.
“이득은 봤지만 재미는 별로 없더군.”
“그럼 이참에 확실하게 끊어내시죠.”
“말했듯이 L급 저주 계약서라 같은 L급 저항으로는 힘들어. 직접 동의 서명한 조건 저주는 등급 대비 위력이 강해진다네.”
“저주독룡종을 상대 시 스킬 효과가 배가 되는 스킬도 있습니다.”
약간 놀란 눈빛이 리에트와 노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공격 스킬 효과 두 배에도 적용되나?”
“그건 제 스킬을 공유하는 거지 저주독룡종 대상으로 쓰는 게 아니라서요. 공유 스킬 자체에는 두 배 효과 들어갑니다.”
그러니 L급 저주 계약이라고 해도 충분히 파훼할 수 있다. 그 상대가 저주독룡종인 것이 확실하다면.
“자신만만한 건 좋다만 확인해 본 건 아니지 않나. 무엇보다 계약서를 작성한 자가 저주독룡종인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계속 입막음당하고 있을 겁니까? 그 정도밖에 안 돼요? 한쪽 눈과 한쪽 팔, 잘못된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책임지겠습니다. 브레이커 길드의 엘릭서라도 뜯어내 드리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라든 만족하실 만큼 보상해 드리겠으니 말해 주시죠.”
나를 이용해 내 동생을 죽인 놈을 가르쳐 줘.
“내가 한유진 군을 무척이나 아끼긴 하지만.”
느릿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성현제의 손이 내 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곤 가볍게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유진 씨!”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주세요.”
노아를 말리며 성현제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속을 꿰뚫을 듯 들여다봐 오는 시선은 공포 저항이 없었으면 틀림없이 오싹하게 느껴졌을 터다. 아니, 그 이상으로 겁에 질려 피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떨림 하나 없이 마주 대할 수 있었다.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서 다행이다.
“내 몸의 일부를 내어줄 정도는 아니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목숨도 아니고 팔 하나에 눈 하나일 뿐인데요? 성현제 씨, 전 아직 숨기고 있는 게 많답니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러니 앞으로가 더 재미있을 텐데.”
고작 신체의 일부 때문에 기회를 놓칠 거냐고, 도발하듯 던졌다. 내 가치를 어쩌면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인간에게.
나를 차갑게 품평하던 눈빛이 일순 부드러워진다. 목을 쥐고 있던 손이 풀어지며 가볍게 뺨을 두드렸다.
“말만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지.”
“고삐를 쥐고 있는 건 그쪽이니 걱정 마시죠. 되레 멀쩡하게 계약 해지된 후에도 입 다무실까 봐 불안합니다만.”
“그런 시시한 짓을 할까. 하지만 한유진 군, 한 가지는 기억해 두게. 무사히 해주에 성공한다 해도 나는 자네를 위해 팔과 눈을 걸었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그가 말을 이었다.
“이 빚은 확실하게 갚아 주리라 기대하고 있겠네.”
“명심해 두지요.”
왜 하필 이 인간 상대인 건지 신에게 항의부터 하고 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