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시선 (1)
“타의 모범적이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성실합니다. 모범적입니다. 차분하고 성실합니다. 책임감이 강합니다.”
대체로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성적도 뛰어나고 문제 일으킨 적도 없고. 훌륭한 모범생이었다. 송태원은.
“이거 너무 다 나와 있는 거 아니냐.”
그래도 개인정보니까 그동안 찾아볼 생각이 없었다가 도하민에게 전화해 사람 한 명 더 조사해 줄 수 없느냐고 슬쩍 물었다. 상대가 송태원이라고 했더니 인터넷 검색해 보라기에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줄줄이 나와 있었다.
기본적인 개인정보에 재산, 이건 원래 공개한다던가? 이력, 출신 학교, 고향, 가족관계, 각종 평가표까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세했다. S급 헌터가 고위 공직에 오르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 탓에 공개된 모양이었다.
“고등학생 때도 지금과 비슷했네.”
이때도 키 엄청 컸구나. 지금보다 훨씬 앳되긴 하지만 사진 속의 표정과 분위기는 비슷했다. …비슷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고등학생 때가 더 느슨하게 풀려 있긴 하지만.
“문제되는 건 진짜 하나도 없네. 나쁜 건 아니긴 하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이것도 조금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범적인 생활.
가족은 양친과 남동생이 있었다. 조부와도 함께 산 모양이고. 모친과 동생은 사고로 사망했고 부친은 던전 브레이크로 사망. 가족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젊은 나이이니 사고사나 병사일 것이라고 짐작도 했었다.
“이것도 영향이 있긴 하겠지.”
사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연애사나 교우 관계까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 봤지만 송태원과 관련된 헌터 쪽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걸러낼 수가 없었다. 내가 검색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전에 찾아본다고 해서 알까.
“…내가 심리상담사도 아니고.”
진짜 상담이라도 받아 보는 편이 나을 거 같은데. 휴대폰을 던지듯 놓고 소파에 늘어졌다. 삐약이는 벨라레와 함께 로봇청소기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곤란하구만, 정말.”
이제는 전처럼 송태원을 들이받는 건 불가능해졌다. 내 안전이 아니라 송태원의 목숨이 걸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잘못 도발했다가 나를 지키겠답시고… 아, 젠장.
“…목줄 운운거리다가 내가 목줄 매게 된 꼴 아니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또 싫고. 똑같은 결말은, 비슷한 결말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아예 시스템이, 각성자가 없어지면 편해지려나.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듯도 하고.”
세상 밖에는 더 대단한 괴물이 있습니다, 라고 알려 주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반응이 짐작 가질 않았다. 진짜 괴물은 따로 있었군요, S급 각성자도 그에 비하면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라는 태도는 너무 희망적이겠지.
‘최석원도 지금 기준으론 등급 외 수준이었으니 그때 일을 슬쩍 떠볼까. 혹시 지뢰를 건드리는 게 되려나.’
묻는다면 반드시 전화로 해야겠다. 머리 싸매다가 다시 폰을 손에 쥐었다. 아, 정말 송 실장님. 주위 사람들 탐문을 해 볼까. 대학 때라거나…….
“…어.”
무심코 ‘송 실장님 대학’으로 검색했다. 송 실장은 송태원보다 훨씬 관련 없는 정보가 많을 텐데. 다시 송태원 대학으로 검색하려는데 이미지란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 송태원의 사진이었다. 관련 글로 들어가자 송 실장님 대학 때 봉사활동 갔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송 실장님이랑 애기 손 크기 차이 좀 봐 설렌다
– 헐 이 사진 어디서 구했음?
└ 친구 오빠가 실장님 동기라 모셔옴
– 실장님 저땐 마음 편해 보이시네ㅠㅠㅠㅠㅠㅠ
댓글처럼 한결 풀어진 얼굴이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게시판 글이 죄다 송 실장님이나 실장님 관련이네. 송태원 관련 글이 한가득에 사진도 많았다. 죄다 호감 어린 내용이고…….
아, 이게 바로 팬사이트 같은 건가.
과로하시는 거 아니냐, 카풀 하시는 거 봤다며 우는 글도 더러 보였다. 좀 더 과거 글에는 경차를 붙잡고 우는 사람들이 매 페이지마다 있었다. 과거 글 중 댓글이 많은 걸 들어가 보니 이젠 아예 뚜벅이 되셨다며 눈물 이모티콘 범벅이었다.
보고 있자니 나까지 슬퍼졌다.
“그러게 정말 왜 그렇게 사시냐.”
차는 좀 새로 마련하지. 대형으로. 각성자 관리실에 업무용은 있다곤 하지만 출퇴근 카풀이 뭐냐. 평소에 외출할 때도… 외출할 일 자체가 별로 없긴 하겠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마음이 되어 한숨 쉬다가 사이트 즐겨찾기 해 놓은 뒤 빠져나왔다.
“애완동물이라.”
사이트 글 중에 경찰견과 함께 있는 송태원의 사진도 있었다. 이벤트식? 같은 거였던 모양인데 이때도 꽤나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덕분에 송 실장님 애완동물 키우면 안 되나요와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이 어떻게가 싸우고 있었다. 문득 삐약이와 벨라레를 돌아보았다.
– 삐약!
삐약이가 한쪽 날개를 파득 올렸다. 귀엽기도 하지. 역시 귀여운 애들이 있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지고. 애니멀테라핀가 뭔가도 있지 않았던가.
송 실장님한테 기승수를 구해다 줄까. 소형화되는 귀엽고 포근한 털이 있어서 쓰다듬을 수 있는 몬스터로.
‘나라에 기부하는 식이면 가능할 거 같은데. 한번 알아볼까.’
강아지도 괜찮고 고양이도… 토끼도 의외로 어울릴 거 같다. 기승수로선 애매하지만. 국가 소속 기승수로 하면 부담도 덜할 테고.
…그런데 유현이도 저런 사이트 있겠지. 송 실장님 사이트는 분위기 좋던데 한번 찾아볼까. 최근에는 내가 욕먹을 일 딱히 없었으니 과거 글만 안 보면 될 거 같은데. 방송에 사이좋다고 계속 나갔잖아.
우리 유현이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라니. 전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송 실장님 사이트 보고 나니 궁금해졌다. 저렇게 걱정해 주고 아껴 주고… 진짜 좋잖아.
“한유현 팬사이트로 검색하면 나오나?”
음… 사이트 안 뜨는데. 그럼 한유현 팬클럽. 이것도 아니고. 해연 길드장 팬사이트, 도 없고.
설마 없나? 그럴 리는 없는데. 우리 유현이 잘생겼고 귀엽고 여러모로 잘났잖아. 성현제도 팬 있어서 생일 광고 걸어 줬다는데 유현이가 없을 리가 없다.
어떻게 검색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전화가 왔다. 예림이다.
[아저씨! 저 바로 옥상정원으로 갈게요.]“어, 응. 나도 나갈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삐약이가 둥실 떠올라 쫓아왔다. 벨라레도 기어온다. 피스도 없는데 둘만 놓아두면 또 사고 치겠지. 둘 다 데리고 옥상정원으로 올라갔다.
가을볕이라기에는 아직 이른 강한 햇살이 길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것이 순간 가려졌다. 넓게 펼쳐진 커다란 날개가 소리도 없이 가볍게 아래로 내려왔다. 내 앞에 선 것은 거대한 그리폰이었다.
머리와 네발, 꼬리 끝은 우윳빛으로 희고 몸체와 날개는 은은한 금빛을 띤 성체 그리폰. 유독 짙은 금색 부리가 크게 벌어졌다.
– 꺄아우!
우렁차게 목청 높인 블루가 푸른 눈을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다 커도 장난스런 눈빛은 여전했다.
어제 오후 유현이를 배웅하고 나서 블루에게 스킬 적용 후 마지막 훈련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자주 놀아 준 덕에 하룻밤 꼬박 새우자 완전히 성장을 끝마쳤다.
[2급 그리폰종 ? 황금 그리폰 블루현재 스탯 등급 S
성장 가능 스탯 등급 A~S
최적화 초기 스킬
바람의 지배자(S) 획득
황금 화살(A) 획득
바람 저항(A) 획득
날카로운 포효(B) 획득]
스탯 등급 S에 초기 스킬도 모두 획득했다. 멋지게 잘 자랐다.
– 삐약.
내 품의 삐약이가 블루를 보고 놀란 듯 부리를 벌렸다. 갑자기 확 커져서 당황했나 싶었는데, 두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나름 우렁차게 외친다.
– 삐야악!
…이거 블루 따라 한 건가. 내 손목에 몸을 감고 그런 삐약이를 쳐다보던 벨라레가 목을 꼿꼿이 치켜들었다.
– 시이익!
얘들아, 뭐 하니. 블루야, 안 돼. 넌 하지 마. 아빠 귀청 떨어진다.
“블루 진짜 다 컸네요!”
그때 해연 길드 건물 쪽에서 날아 내려온 예림이가 말했다. 블루가 반갑다고 겅중 뛰어오르다가 꼬리 짓으로 작은 나무를 부러뜨렸다. …혹시 모르니까 은혜 살짝 써 놓아야겠다. B급 정도면 되겠지.
“그래, 블루야! 너 엄청 잘생겼다!”
– 꺄아 꺅!
둘이 답삭 끌어안고 폴짝폴짝 뛴다. 조금만 조심해 주렴. 정원 바닥 타일에 금이 가고 있어요.
“블루는 좋겠다. 이렇게 빨리 자라고! 전 왜 빨리 안 크죠? 명우 오빠는 삼 개월 만에 확 커졌는데.”
키가 더 크긴 했지만 얼마 안 된다며 예림이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넌 아직 미성년자잖아. 스무 살 전에 각성하면 기껏해야 성장기 때보다 약간 더 빠르게 자라는 정도야. 게다가 명우는 특이 케이스고.”
스탯 기준 중상급 헌터는 각성 전부터 평균보다 덩치가 좋은 편이었다. 문현아도 원래 180에 가까운 키였고 죽은 최석원도 프로필상 키가 180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각성하면서 좀 더 성장하기는 해도 보통은 5센티 이하였다. 방어계의 경우는 10센티 이상까지 더 자라기도 한다고 했다.
신체 스펙이 좋아도 스탯 등급이 낮은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프로 스포츠 선수쯤 되면 웬만해선 E 이상이었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프로 스포츠가 망했지. 각성자 리그가 곧 생기긴 하겠지만.
반면에 명우는 원래 스탯 F급이었다. 성장도 다 끝났다 보니 스탯에 맞춰 빠르게 훅 자랐지 싶었다. 이런 경우는 회귀 전에도 없어서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스탯이 한 단계쯤 더 성장하는 케이스야 있었지만 그 성장 과정 자체가 년 단위로 느렸다. 노아도 그랬고.
“블루야, 우리 오늘 같이 던전 갈 거야.”
– 꺄우.
“근데 훈련한다고 밤새웠댔잖아요. 괜찮을까요?”
“끄떡없어. 너도 하룻밤 정도는 문제없잖아. 오전 중에 자기도 했을 거고, A급 던전 정도면 도중에 졸리면 알아서 잘 거야.”
예림이의 던전 공략에 때마침 성장한 블루도 함께 가기로 하였다. 블루는 마땅한 파트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예림이와 문현아 위주로 던전 공략을 갈 예정이었다. 어제 문현아와도 이야기를 끝냈다.
내 소유인만큼 던전 공략 수익에서 일정 지분을 받게도 되었다. 처음에는 그럴 것까지 있나 싶었는데, 문현아가 확실히 해 두는 게 좋다고 하여 아예 계약서도 작성했다.
“공략 준비는 잘 끝냈고?”
“다 잘 챙겼죠. 어차피 위험한 일은 없을 거고 팀워크 맞춰 보는 거니까요.”
S급이 둘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예림이가 웃었다.
“블루가 탈 컨테이너 트럭도 준비됐어요. 컨테이너 천장 절반은 개방 가능하고요. 창살은 있지만요.”
창살이라고 해도 나가지 마세요, 표시 수준이다. 블루라면 가볍게 부술 수 있을 테니까.
블루 상태를 체크하고 해연 길드로 건너갔다. 길드원 전용 주차장에 예림이가 말한 컨테이너 트럭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예림이에게 주인의 증표를 건네주자 블루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블루야, 잘 부탁해!”
예림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블루가 부리로 툭 가볍게 마주쳤다. 거부감이 전혀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팀원 수는 아직 적었다. 힐러 하나에 보조계와 방어계 둘씩, 공격계가 하나로 총 여섯 명이었다. 저번 랭킹전에서 본 하은하도 있었다. 전부 예림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힐러를 제외하고는 박예림 헌터의 의견 위주로 영입했습니다.”
석시명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등급 맞는 힐러는 드물어서 고르고 할 것도 없지.
“가급적 여성 헌터로 구성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 정도는 해 드렸지만요.”
문득 문현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도 그편이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박예림 헌터는 유독 어려서 얕잡아 보이기도 쉬우니까요. 앞에선 얌전해도 뒤에서 딴짓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희 길드도 초기에 여럿 솎아내야 했습니다.”
유현이가 어리다 보니까 어른인 자기가 실세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놈 많았다며 석시명이 쓰게 웃었다.
“아직은 과도기잖습니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헌터계에서는 나이나 성별 같은 것보다 등급이 우선시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또 등급 차별에 따른 문제가 생기겠지만요. 지금도 등급이나 계통 차별이 꽤 크죠.”
뭐든 완벽해지는 건 어렵다며 그가 말했다.
“그래서 법과 질서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차이는 확실히 있되 차별은 가급적 줄여야죠.”
김민의 때 보조계 운운도 그랬지만 석시명은 헌터 차별에 대해 관심을 제법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에게 당한 적 있는 나로서는 기분이 미묘해지는 소리였지만.
내가 각성하기 전에야 석시명과도 딱히 엮일 일 없었으니, 어쩌면 회귀 전 한창 힘들었을 즈음엔 그도 유현이의 사정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차갑게 나왔을 수도 있고. …그냥 그랬던 거라면 좋겠다. 유현이의 기억은 일부만 받은 거라 다는 모르니.
“이제 출발하죠! 아니, 출발하자!”
명령조로 말하는 거 어색하다며 예림이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블루가 컨테이너로 들어가고 혹 불안해할까 봐 나도 따라 들어갔다.
“예림이 넌 왜 여기 들어 오냐?”
“임시지만 제 기승수잖아요. 당연히 제가 신경 써 줘야죠.”
기특한 소리를 하네. 이번에 신입 만나면 예림이와 송태원 기승수에 대해 잊지 말고 반드시 물어봐야겠다. 이내 컨테이너 입구가 닫히고 차가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