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514
512화 개싸움 (3)
송태원이 자리 잡은 위치는 경사가 있는 곳이었다. 땅을 개간한 탓인지 울타리 쪽으로 비스듬히 바닥이 기울어져 있었다. 최대한 둥근 형태를 고르고 모난 부분을 다듬은 바위는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더욱 빠르게 굴러갔다.
철컥, 탄피가 튀어 오르고 성현제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어 송태원이 앞으로 굴렀다.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사격 방향은 낮았지만 이번에도 총알은 바위만 맞추고 튕겨 나갔다.
한 바퀴 구른 송태원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바위의 뒤쪽으로 붙었다. 어느새 울타리가 코앞이었다. 송태원의 몸이 빙글 회전하며,
쿵!
바위를 강하게 찼다. 그러잖아도 속도가 붙었던 바위에 더욱 힘이 가해지며 순식간에 울타리와 충돌한다.
콰드드득!
나무 울타리의 파편이 튀어 올라 시야가 가려진 사이, 성현제를 향해 돌이 날아들었다. 성현제는 이번에는 피하는 대신 장전하고 있던 총을 쏘았다. 퍽! 소리와 함께 총에 맞은 돌이 데구르 굴러떨어진다. 사람의 힘으로 던지는 돌팔매질이라 해도 보통이 아닌 속도에 표적마저 작았다. 그럼에도 단 한 발로 적중시키는 놀라운 사격 솜씨였다.
돌멩이를 떨어뜨린 성현제가 곧장 재장전을 하였으나 송태원은 이미 가까운 건물 뒤쪽으로 몸을 피한 뒤였다.
“비각성자 상태가 불편하긴 하군.”
스킬을 쓸 수 있다면 저런 작은 집쯤 단숨에 날려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감각 또한 나쁘지 않았다. 송태원이 숨은 장소로부터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성현제는 느긋한 손놀림으로 소총에 총탄을 가득 채워 넣었다.
“이제 그만 덤불에서 나오시죠, 토끼 씨.”
몰이할 사냥개가 없으니. 하지만 송태원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한 성현제가 총탄 두어 개를 꺼내 들었다. 이어 총탄을 끈으로 엮어 묵직하게 만든 뒤 송태원이 들어간 집의 지붕을 향해 던졌다. 그리곤 총탄 뭉치를 향해 총을 쏘았다.
화르륵─!
불꽃이 튀며 지붕에 불이 옮겨 붙기 시작했다. 짚과 나무로 만들어진 허술한 집이다. 순식간에 지붕 전체로 불이 퍼져 나가며 타들어 간 나뭇조각이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이어, 쿵! 나무 창문이 부서졌다. 성현제는 창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향해 총을 겨누었지만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의자가 흙바닥을 데구르 구른다.
그것을 보자마자 곧장 시선을 돌렸다. 또 다른 창문을 부수며 의자가 튀어나오고, 문을 박살 내며 커다란 나무통이 튀어나왔다.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행동이었다.
다음은 뭘까. 하지만 돌연 잠잠해졌다.
“이런.”
집을 주시하던 성현제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나무통. 성현제가 올라서 있는 집의 방향으로 데구르 굴러가던 통이 쾅, 터져 나간다. 산산조각 흩어지는 나무 파편들 사이로 송태원이 튀어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나무통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텅 빈 통을 쓰고 문을 부수고 나감과 동시에 그 안으로 완전히 몸을 숨긴 것이었다.
거리는 완전히 좁혀졌다. 한발 늦게 성현제가 방아쇠를 당겼으나 송태원이 성현제가 있는 집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것이 먼저였다. 탕! 총알이 송태원의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닫혀 있는 문을 들이받으며 송태원이 집 안으로 진입했다.
“…….”
문을 부순 송태원이 마룻바닥을 한 바퀴 굴러 착지했다. 다리에 피가 배었으나 움직이는 데는 문제없는 경상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어두침침한 실내를 빠르게 살폈다. 한쪽 팔뚝 전체를 감싼 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거리를 좁혔다 해도 불리한 것은 여전히 송태원이었다. 지붕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총알이 날아올 게 분명했다. 그러니.
2층은 반 다락방에 가까웠다. 지붕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세워지고 그 위로 도리며 서까래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 튼튼해 보이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송태원은 2층 구석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었다. 이어 기둥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쾅!
의자가 부서지고 기둥이 크게 흔들렸다. 송태원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성현제는 빠르게 눈치챌 것이다. 이어 새 의자가 휘둘러지고 우지끈, 기둥이 부러졌다. 다른 한 기둥도 테이블을 휘둘러 부수곤 남은 투석용 돌 두 개를 지붕을 받치는 구조물들을 향해 전부 쏘아 올렸다.
이내 우르르르,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2층의 벽은 그대로로 지붕만 푹 아래로 꺼져든다. 송태원의 전신이 긴장하며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를 하였지만.
쏟아진 지붕이 먼지를 피워 올릴 때까지 성현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송태원의 미간이 무심코 좁혀졌다. 물론 얌전히 떨어질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재빨리 창문 옆으로 몸을 붙이며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송태원의 얼굴이 창 너머로 드러나기가 무섭게.
탕!
총성이 울렸다. 급히 피한 송태원의 귓가를 총알이 스치고 지나간다.
“비각성자 상태라 해도 2층 높이 정도야 가뿐하지.”
“현재의 몸으로는 부상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송태원 씨의 행동에 비하면 약소하지 않은가.”
재차 총이 쏘아지고 창틀을 맞추었다. 송태원은 창문에서 떨어져 지붕의 잔해를 창문 쪽으로 밀었다. 이어 부러진 기둥을 들고 창문 아래 벽을 힘껏 찔러 두들겼다. 쿵, 소리와 함께 부실한 벽에 금이 갔다. 창문 양옆의 벽 또한 두들겨 부수자 2층 내부가 훤히 드러난다.
총을 겨누고 있던 성현제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송태원은 재빠르게 쌓여 있는 지붕 잔해 뒤로 숨었다. 그리곤 잔해더미를 그대로 힘껏 밀었다.
우수수, 잔해더미와 함께 송태원이 2층 밖 아래로 떨어졌다. 짚과 흙, 나무가 섞인 지붕 잔해는 연이어 날아드는 총탄을 푹신하게 막아 주었다. 잔해더미 속에 파묻힌 채 착지 한 송태원이 와이어를 휘감은 팔로 머리를 방어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보며 성현제가 입꼬리를 올렸다.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지.”
“없습니다.”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두 사람의 간격은 고작해야 수 미터. 한 방은 감수하겠다는 태세로 송태원이 지푸라기에 파묻힌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머리는 팔로 막아 낸다. 총알이 와이어를 뚫긴 힘들 것이기에 가장 부상이 적을 부위였다. 가슴 부위는 나무판을 들어 방어했다. 판을 뚫고 총에 맞는다 해도 위력이 반감된 이상 치명상은 피할 수 있다. 다리는 아직 파묻힌 상태라 안전했다.
치명상만 면하고 두 다리와 한쪽 팔이 무시하면 된다. 총이 쏘아지고 맞는 즉시 장전하는 틈을 노려 뛰어든다.
두 사람 사이로 서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총성이 신호탄이 될 것이다. 성현제는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을 조금 움찔거렸다. 휘어진 그의 눈에 뚜렷한 즐거움이 맺혀 있었다.
송태원도, 그리고 한유진도 그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있는 힘껏 부딪쳐 오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설사 오래전 죽은 심장이라 하더라도 열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로.”
감탄하듯 말하곤, 성현제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저렇게까지 덤벼드는데 마주 받아 줘야지.
타앙─!
송태원의 머리를 정확히 겨눈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총에 맞은 와이어가 움푹 패고 송태원의 상체도 움찔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밀려드는 팔의 둔통을 무시한 채 송태원의 몸이 폭발하듯 튀어나간다.
쿵, 있는 힘껏 땅을 박차며 재장전의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서. 돌진해 오는 송태원을 바라보면서 성현제는 볼트를 당기는 대신 소총을 빙그르 돌렸다. 총의 개머리판이 송태원을 향해 내리찍힌다. 송태원의 한쪽 발목이 크게 비틀리며 개머리판을 스치듯 피하곤 그대로 한껏 뒤로 당긴 팔을 앞으로 뻗었다.
퍽!
성현제의 팔뚝과 송태원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뒤로 지익 밀려나며 성현제가 소총을 송태원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다. 공격한다기보단 시야를 가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동시에 크게 발을 휘둘렀다.
부웅, 날카롭게 날아간 킥이 재빠르게 몸을 낮춘 송태원의 정수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직후 송태원이 바닥을 스치듯 낮게 발을 뻗었다. 성현제의 발목을 노린 공격이었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를 당한다면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다.
발목을 걷어차이기 직전, 성현제의 몸이 뒤로 풀썩 넘어갔다. 넘어뜨려지기 전에 먼저 뒤로 쓰러지듯 몸을 휘어 지면에 손을 대고 휘익, 공중제비를 돈다. 한쪽 손만으로 가볍게 맴을 돌고는 똑바로 착지한 성현제가 뒤로 한 발 가볍게 뛰어 물러났다. 그의 뒤쪽으로 반 이상 타 버린 집이 쿠르릉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송태원 또한 몸을 일으키며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일렁이는 불길의 빛에 색 옅은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뚜렷하고 선명한 색이었다.
“즐겁지 않나.”
송태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분명히 뛰고 있었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며 송태원이 다시 성현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정면 돌격을 하려는 듯하다가,
촤아악!
급격히 멈추며 발끝으로 바닥을 깊게 그어 차올린다. 산산이 흩어졌던 나무통의 조각과 흙모래가 뒤섞여 성현제를 향해 치솟았다. 상대의 시야를 가림과 함께 송태원이 옆구리를 노리고 발을 휘둘렀다. 옆으로 피할 것을 예상한 일종의 도박이었다. 만약 그가 노리는 방향으로 피한다면 정확히 복부를 가격당할 것이다.
하지만 성현제는 마치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로우킥을 날렸다. 송태원의 위치와 동작을 꿰뚫어 보듯 정확한 공격에,
퍽!
성현제의 발끝이 마치 빨려 들어가듯 송태원의 다리를 파고들었다. 휘청 굽어지는 몸을 억지로 버티려 들지 않고 송태원이 그대로 넘어가며 지면을 한 바퀴 굴렀다. 흙투성이가 되며 거리를 벌린 그가 벌떡 일어나며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전투예지 스킬도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단순한 운입니까.”
“감이지.”
스킬이 아닌 직감이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성현제가 치켜들었던 다리를 내리며 한 발 송태원을 향해 내디뎠다.
“적중률은 평소보다 낮을 거라네.”
다시 우지끈, 건물 벽이 불길에 휩싸여 쓰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현제가 힐끗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흐리군.”
곧 비가 오지 않을까. 송태원은 숨을 짧게 삼켰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상대다. 그래서 더욱 달가웠다. 성현제가 있는 힘껏 반항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패배한다면, 확실하게 눌러지길 바랐다. 미련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같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었다. 그가 송태원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버리지 못하는 한은.
퍼져나가는 열기 속에서 두 사람이 다시금 뒤엉켰다. 팔과 주먹이, 다리와 팔이 맞부딪치고 떨어지길 몇 번. 그럴듯한 유효타는 없는 채로 애꿎은 땅만 파헤쳐지고 두들겨 맞았다.
“좀 더 힘내 보게.”
등의 근육까지 한껏 당겨 주먹을 날리며 성현제가 웃었다. 그의 목덜미가 땀으로 희미하게 젖어들어 있었다. 날리는 재가 뺨에 달라붙고 간간히 시야를 가린다.
송태원 또한 조금 거칠어진 숨을 내뱉었다. 드러난 쇄골 위로 굴러 떨어진 땀이 고였다가 격한 움직임에 흩어져 나갔다. 성현제에게 공격을 맞추기란 극히 힘들었다. 전투예지보다 적중률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럼에도 그는 쉽게 공격을 예상하고 피하고 반격했다.
그렇다면 예상하더라도 피하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송태원은 기술적인 움직임을 포기했다. 대신 무작정 성현제에게 달라붙었다.
“큭.”
성현제의 주먹이 송태원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매섭게 찔러드는 공격에 신음성이 새어나왔으나 이를 악문 채 성현제의 팔을 자신의 팔로 옭아매곤 전신을 사용해 밀어붙였다.
쿵! 두 사람의 몸이 한데 엉켜 바닥을 구른다.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송태원의 태도에 성현제도 난감함을 느꼈다. 신장은 성현제가 더 우세했으나 전체적인 체격은 유리하다 하기 힘들었다.
벗어나려 드는 성현제를 향해 송태원이 자세도 제대로 취하지 않은 주먹을 날렸다. 성현제의 뺨을 빗겨나간 주먹이 바닥을 때리고 성현제 또한 무릎을 꺾어 올려 찼다. 퍽 소리와 함께 송태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뼈가 삐그덕거릴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으나 무시하고 재차 주먹질을 해댄다.
엎치락뒤치락 바닥을 구르던 두 사람이 무너진 건물 쪽으로 쓰러졌다. 재가 훅 일어나는 틈을 타 성현제가 송태원을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퍽! 코를 정면에서 들이받힌 송태원이 어쩔 수 없이 움찔 굳어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성현제가 송태원의 명치를 힘껏 올려 찼다.
“컥!”
꿋꿋이 버티던 송태원도 이번만큼은 견디지 못했다. 그대로 뒤로 날아가 쓰러진 송태원의 목을 성현제의 팔뚝이 휘감았다. 그리곤 어느새 뽑아든 단검을 어깨에 찔러 넣는다. 칼날이 비틀리고 송태원의 한쪽 팔이 축 늘어졌다.
“그럼 송태원 씨.”
뽑힌 단검이 핏물이 뚝뚝 떨어뜨리며, 높게 치켜들리는 그때.
탕!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성현제의 발 앞에 박히고 한유진이 겨누었던 총을 내리며 말했다.
“제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