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552
550화 맨해튼 경매장 (1)
└ 유진아 록펠러 센터는 뉴욕의 명소고 각 층마다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대!
“뉴욕이요?”
던전이 있는 장소 그대로인 건가. 그럼 지하철 타고 이동하면 되겠군.
└ 유진아 □□□□□ 밥 한 번 사라ㅋㅋㅋ
└ 오늘부터 내이름 김노예다 유진아 날 훔쳐가ㅠㅜㅜㅠㅠㅠ
└ 채팅창에 자칭 노예 급 늘어남ㅋㅋ 도둑 인벤 터질듯
참가자 관련 정보는 여전히 막혔다. 휴대폰과 타이머로 1시간을 맞춰 놓고 문 쪽으로 다가가 창살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소음이 제법 크게 났지만 다가오는 기척은 없었다. 첫 탈출은 쉽게 해주겠다는 건가.
“상급 헌터라면 그냥 부수고 나가겠지만 아쉽게도 제 스탯은 F급이죠. 힘도 아껴야 해요. 도둑하면 역시 죽어라 쫓고 쫓기는… 에휴. 아 창창한 이십대 맞긴 한데요, 경찰들과 비교하면 환갑입니다.”
S급을 에너지 넘치는 스무 살로 두고 비교하자면 말이다. 환갑이면 건강한 편이고 사실상 반시체급이지. 고개를 숙여 문의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열쇠구멍이 없는 전자식이네요. 전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건전지지 싶고요. 흔히 보던 감옥 자물쇠와는 영 안 어울리는 형태입니다.”
└ 한소장 또 발동걸렸다ㅋㅋㅋ
└ 입!입!입!!!
└ 이런 식으로도 안 되는 건가? 유진아 ㄴㅗㅇㅖ□□□□□□
인벤토리에서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 안에서 전기 충격기를 빼냈다.
“주머니 협찬은 유명우 님! 특별히 빌려주신 거랍니다~”
명우가 황금대장간의 주인 스킬을 얻으면서 받은 아공간 주머니. 무려 최대 1톤까지 들어가는 주머니로 그 자체만 해도 대단했지만, 거기에 더해 생물을 제외하곤 뭐든 넣을 수가 있었다. 던전산이 아닌 물건도.
내겐 서랍도 있긴 했지만 서랍은 쓸 때마다 저장된 마나가 소모되었다. 그렇기에 자잘한 물건들은 전부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시작 지점이니까 보안이 철저하진 않을 테고, 그러면 이렇게.”
파지직!
전기 충격기를 잠금장치에 대고 사용했다. 불꽃이 튀고 장치가 고장 나면서 잠금이 풀어졌다.
└ 유진이 너… 문 따는게 자연스럽다?
└ 법 없이도 산다면서 문 되게 능숙하게따네ㅋㅋㅋㅋㅋ
“아 이건 생활상식 같은 거죠~ 살다 보면 문 딸 일 몇 번 생기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밖으로 나가면서 목소리를 확 낮추었다.
“이래도 들려요?”
└ ㅇㅇㅇㅇㅇ
└ 자막도 뜸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주위에 나 외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감옥 안도 텅 비어 있었다. 도둑이 한 명뿐일 리는 없을 텐데,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걸까. 하기야 시작지점이 같으면 바로 동맹 맺을 수 있겠지.
└ 채내팅용 블인라드 답하답네 훈정민음 일쓰케면 번안역됨 한장소님 노정예체 □□□□□□□□□□
└ 귀신같이 필터링하넼ㅋㅋㅋㅋㅋ
아무런 걸림돌 없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쨍한 햇볕 아래에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보였다.
“그냥 뉴욕이네요.”
└ 지하철왼쪽!!
└ 뉴욕 지하철 타는 방법[링크]
혹시나 싶어 링크를 눌러 봤지만 역시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몇몇 사람이 직접 설명해 주었다.
└ 경찰조심해! 진짜경찰!
└ 나 무제한패스있는데 긁어주고싶다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지하철에 당연히 경찰이나 역무원이 있겠지. 자칫했다간 참가자가 아닌 경찰에게 붙잡혀 경찰서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은신 스킬을 소모하기는 아깝고, 그럼 시시하기도 하니까. 일단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음식 같은 것도 훔쳐 먹어야 하는 걸까요. 소매치기 한 돈으론 지하철 타도 되나?”
역에는 출근 시간이라도 되는지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경찰, 있고. 여긴 카드로 긁는 방식이구나. 표 넣는 식이면 기계 고장 났다고 뻔뻔하게 우겨 볼 수도 있을 텐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섞이며 지하철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경찰도 역무원도 내 쪽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출근 시간이라면 분명 한 명쯤 있지 싶은데. 그때 드디어 찾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늦었는지 급히 지하철을 타러 달려가는 사람. 그가 카드를 긁고 입구를 통과해 계단에 다다르기 직전, 나도 달리며 소리쳤다.
“소매치기다!”
└ ?????
└ 뭐야뭐야? 본사람???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리킨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바빴다. 경찰이 내 쪽으로 달려오고 나는 지하철 입구를 막은 봉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기! 내 지갑!! 저놈!”
허둥대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나를 경찰이 뒤쫓아 왔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서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씨…….”
“지갑을 도둑맞은 겁니까?”
경찰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친절히 말했다. 혹시 내 위장 모습이 백인인가.
“네… 누가 툭 치는 느낌이 들어 혹시나 싶어 확인해 봤더니…….”
경찰과 주위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소매치기의 인상착의와 지갑 형태, 메이커를 설명해 주었다.
“제가 급히 가봐야 해서요. 돈은 됐고 혹시 지갑과 신분증이라도 찾으시면 이쪽으로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손하게 대충 적은 휴대폰 번호를 경찰에게 건네주었다. 경찰은 나를 위로해 주곤 돌아섰다. 상냥도 하셔라.
└ 진짜 소매치기당한 거예요???
└ ㄴㄴㄴㄴㅋㅋㅋㅋㅋㅋㅋ
“소매치기당하면 도둑딱지 떼야죠. 밖에서는 따라하면 절대 안 됩니다.”
주위에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하며 지하철을 기다렸다.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채팅창은 활발했다. 별거 아닌데도 감탄하고 칭찬하고 좋아해 주는 말들이 넘쳐나, 가슴 안쪽이 간질간질해졌다.
‘…채터박스 놈이 벌이는 장례식인데.’
그러니 좀 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고 있기 힘들었다. 지금 웃으면 진짜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도 약간 숙였다. 지갑 털려서 울적해하는 것처럼 비춰지겠지.
‘이렇게 좋아할 때도 아니고.’
내 상황이 어떤데. 그렇지만, 그래도.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내 지하철이 도착했다. 하차 직후 경찰에게 위치 발각. 록펠러 센터 역은 그리 멀지 않았고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그리고 다들 록펠러 센터로 향하고 있거나 도착했을 테니까. 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 더가야해!
└ 거기아닌데
“은신 스킬 횟수가 아깝잖아요. 록펠러 센터 역에서는 내리자마자 바로 은신 스킬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을걸요. 하지만 이 역에는 경찰이 근처에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와 같은 지하철 타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위치가 알려졌을 테니 빠르게 지하철역을 벗어났다. 다행히 내릴 때는 카드를 긁을 필요가 없었다.
“제가 여기 위치를 잘 몰라서,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 길찾기앱켰다 그대로 쭉 앞으로
└ 두근두근 □□□□ 쟁탈전
어디로 가면 된다며 상세한 설명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일부러 잘못 가르쳐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글은 이내 아니라는 말이 주르륵 달라붙었다.
└ 우리의 SF 화이팅!!!
└ 한소장님 호랑이 사진도 많이 올려주세요
└ 저기 내 단골가게! 존맛임
└ 음식 뭐좋아해요?
“저요? 전 딱히 가리는 거 없습니다. 너무 단 건 별로 안 좋아하긴 해요.”
└ 사귀는사람 있어요?
“지금은 없습니다~”
└ 지금은이면 전엔 있었단거네
“제 나이가 몇인데 당연히 있었죠.”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이 충분히 먹고서도 연애경험이 없으면 좀 문제 있는 취급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에서도 요샌 어린애들도 다 연애 한다나. 그러니 그냥 예전에 사귀는 사람 있었다, 정도로 말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 유진아 유현이 검 이름좀 알려주라ㅠㅠ유현이한테 오조오억번 물어보고 오조오억번 씹혔어ㅠㅠㅠㅠ
“죄송하지만 동생이 말하지 않은 정보는 저도 알려드릴 수 없답니다. 가족이지만 헌터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순간 소름이 돋고, 직후.
콰장창!!
내 몸이 가게 유리벽을 뚫고 나뒹굴었다. 사람들의 놀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신이시여!”
“경찰!”
└ ㅇㅈㅇ!!!
└ 경찰?????
└ ㅁㅊ저거 □□□□!
유리조각에 베였는지 손등이 따끔거렸다. 은혜를 중급 정도로 켜놓고 있었기에 큰 부상은 없었다. 애초에 그리 강하게 공격한 것도 아닌 듯했다. 은혜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아파 죽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공격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낯선 얼굴에, 경찰 제복.
“대피하십시오. 흉악범입니다.”
경찰이 어색하게 말하고 가게 손님들과 주변 사람들이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직원들도 뒷문으로 몸을 피한다.
“굳이 말하는 거 보니까, 경찰은 일반 사람을 해치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내가 몸을 일으키자 경찰이 부서진 유리벽을 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A급? 스탯 F는 아닌 듯한데 반응은 너무 느리네.”
“도둑이라서. 거기에 보─ 아니, 아무튼!”
“보조계겠지. 뻔하잖아. 그러니 도둑 됐지.”
…짜증 나는 놈일세.
└ 재수없다
└ □□□□□□ 저놈 □□□□
일단 두 손을 들어 공격 의사가 없음을 내보였다. 도둑은 다른 참가자를 살해할 수 없다. 그 때문인지 경찰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여기서 죽거나 도로 갇힐 테니 물어나 보자. 어떻게 안 거야? 지하철에서 내리는 거 보고 쫓아왔다기엔 너무 느리고.”
역 안은 사람이 많아서, 라면 밖에 나오자마자 공격해 왔겠지. 그러니 하차 직후 위치 정보로 나를 발견한 것은 아닐 터였다. 경찰에게 다른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경찰이 엄지와 검지를 맞비볐다. 뇌물 요구하는 거 아니냐, 저거.
“금화.”
경찰의 말에 박수를 짝짝 쳤다.
“와- 시민 대피시킬 땐 책 읽는 나무토막이 따로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 인생연기네. 너무너무 실감난다. 혹시 전직이 비리 경찰? 영혼이 느껴지는 삥 뜯기네요!”
└ 유진아 제발 몸 좀 사려라! 그라다 한유현이 와서 이놈한다?!
└ 누가 나대신 ㅎㅇㅈ입좀 막아라
아니 왜요. 진짜 자연스러웠잖아. 급하게 몸을 낮추자마자.
콰드득!
내 머리 위를 와이어가 스쳐 지나가며 벽에 긴 자국을 남겼다. 성질 한번 더럽네. 어쨌든 확실한 건 경찰에겐 도둑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대체 뭘까.
“죽을 사람 소원도 못 들어주냐!”
“너 F급이지.”
└ 입이 문제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아무렴 평소랑 똑같이 행동하겠냐. 머리가 없지 않고서야. 아, 혹시 그쪽은 평소처럼, 윽!”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테이블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반으로 갈라진다. 와이어가 아닌 칼이라도 휘두른 것 같았다.
“도둑을, 죽여서도 안 되는 모양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랬으니, 페널티 같은 게 있나? 야!”
나 한유진 맞아, 라고 소리치려 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기 정체를 직접적으로 밝히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이거 귀찮네. 아무튼 S급으로 추정되는 놈은 나를 많이 봐주고 있었다. 즉사하지 않을 정도로.
경찰이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수갑을 꺼내들었다.
“손 내밀어.”
“어떻게 날 발견했냐니까. 도둑이라고 등에 써 붙이기라도 했나? 그쪽 경찰복처럼 도둑복이 따로 있다거나?”
거울이라도 봐야 하나.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가 없으니. 방송에서는 원래 모습으로 비치는 듯하고.
“진짜 딱 하나만, 나 어떻게 생겼어?”
“뭐?”
“서로 말해 주자. 경찰 나으리께선 짧은 갈색 머리카락에 눈은 검은색에 가까운 파란색. 키는 180 중반 정도? 여자야.”
경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가 여─”
“아, 아니다. 남자네. 아마? 백인이고.”
표정을 찌푸린 경찰이 그래도 순순히 입을 열었다. 기브앤테이크가 되는 사람이구만.
“짧은 금발, 초록 눈, 180초반, 여자.”
“남자란 거구만.”
그리고 키 커졌다! 실제 눈높이는 그대로였지만. 이왕이면 190 넘겨 주지.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수갑 안 차면 못 잡아가나?”
눈동자를 빙글 굴리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 내 정체를 아는 경찰이니 탈락시키고는 싶은데 도둑은 참가자를 죽이질 못한다. 갇혔다가 다시 도망치면 외모 변경되나?
“수갑은─”
서걱-!
섬뜩한 소리가 난 직후, 툭, 데구르. 경찰의 머리통이 바닥을 구른다. 심의 때문인지 피는 흐르지 않았다. 혹은 즉사 시엔 가짜로 교체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쿵!
경찰의 몸뚱이가 옆으로 쓰러졌다.
└ 헐!헐!!!!!!
└ 저거!!!!!!□□□□□111111111111
└ 유진아!!!□□□□□□□!!!!!!!!!
경찰의 사체 너머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냉랭하기 그지없는 시선이 탈락한 참가자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휙 돌린다. 제복의 끝자락이 그 서슬에 크게 흔들거렸다. 제복은 제복이지만 경찰과는 좀 달랐다. 혹시.
‘…경찰청장?’
근데 왜 경찰청장이 경찰을 죽여? 경찰은 뇌물을 받질 않나, 이 도시 막장이네. 얼른 몸을 일으켜 경찰청장을 쫓아가려다가 경찰이 떨어뜨린 수갑과 입고 있는 제복 상의를 챙겼다. 그리곤 소리쳤다.
“세성 길드장님!”
들은 척도 안 하네. 그럼. 유현아, 라고 외치려 했지만 이런 식으론 부를 수 없었다.
“해연 길드장님!”
역시나 반응이 없었다. 경찰청장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둘 다 아닌가. 하긴 맞다고 해도 대놓고 티를 낼 리는 없겠지.
“실력을 보면 세성 길드장이나 해연 길드장, 리에트 헌터, 송태원 실장님. 이 넷 중 하나일 거 같은데 말이죠.”
머리를 단숨에 잘라냈으니 예림이는 아니다. 하지만 공격 방법도 위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대체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