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556
554화 승리 조건 (2)
“송이 아버지! 컴 온!”
환하게 빛나는 박예림의 얼굴을 송태원이 칙칙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여기 지금 배도 없어요~”
하필이면 또 섬이었다. 송태원은 물이 흔들리는 섬의 끝으로 걸어갔다. 익숙하게 그를 들어 올리려던 박예림이 아, 하고 고개를 까닥했다.
“계속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이번에는 다르게 가보죠!”
“…평범하게 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송 실장님, 시청자들은 금방 질려한다고요! 그러지 말고 송이 아빠! 힘내세요!”
└ 송이도 티비보고 있대욬ㅋㅋㅋㅋㅋㅋㅋㅋ
└ 송실장님 이쯤되면 즐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ㅋㅋㅋㅋ예송 파이팅!!
└ 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 끝내고 송실장님 사리생기는거 아님?????? 어떡해ㅋㅋㅋㅋ
박예림이 둥실 뜬 채로 송태원에게 다가가 무어라 속삭였다. 근심 짙던 송태원의 안색이 살짝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네! 자아, 예!”
“…송.”
송태원이 아주아주 작게 대답했다. 대기 시간 내내 시달린 결과였다.
└ 예!! 송!! 크로쓰!!!!!!!!!
└ 우리 예림이… 부술거없다고 송실장님 멘탈을 부수는구나ㅋㅋㅋㅋㅋㅋ하지만 그럴수도있지 실장님 파이팅
└ 우리 예림이 하고싶은거 다해!!!! 그 송실장님은..네..죄송합니다
박예림이 수면 위로 날아갔다. 그러곤 익숙하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겹쳐진 손가락 사이에서 희뿌옇게 안개 같은 냉기가 피어오른다. 동시에 송태원이 땅을 박찼다.
“고!”
박예림의 손끝에서 냉기가 총알 탄처럼 짧게 쏘아졌다. 쩌저적, 물의 일부가 순간 얼어붙고 뛰어오른 송태원의 몸이 얼음조각을 밟고 다시 공중으로 솟구친다. 파직, 짓밟힌 얼음이 산산조각 나 사라지고 박예림이 공중에서 빙그르 돌며 연속으로 냉기를 쏘아 보냈다. 작고 얇은 불안정한 발받침을 디디며 송태원이 마치 평지를 내달리듯 강을 가로질러 갔다.
└ 대한민국 공무원! 계곡을 부수고 강위를 달린다!
└ 저정도는 나도하겠다
└ 소금쟁이도 갠방을보네
└ 알못아 얼음두께봐라 물위에 종이한장씩 띄우고 건널수있으면 ㅇㅈ
└ 예림아 세상이 다 너꺼같지?? 곧 우주까지 너꺼일거야!!
└ 예림아아아아!!!!!!!!!!!!!!!!!!!하트!!!!!
“옙! 접수되었습니다! 하트! 다이아! 꽃!”
짜작, 쩍, 손바닥 크기 정도의 얼음이 연이어 하트와 다이아, 꽃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햇빛 아래 잠깐 반짝이기가 무섭게 송태원의 발아래 쨍강쨍강 깨져 나간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나가면서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정확하게 얼음을 밟는다.
“완벽하네요! 송 실장님 별 다섯 개 만점!”
텅, 텅, 텅! 주르륵 나타나는 다섯 개의 별이 조각나고 어느새 뭍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예림이 두 팔을 크게 치켜들었다. 그 동작을 따라 송태원 앞의 물이 솟구쳤다.
“Let it go! 아 이건 그냥 영단어예요. 숙어? 송 실장님!”
송태원이 끝이 얼어붙은 물줄기 위로 뛰어올라 섰다. 콰과과- 송태원을 실은 채 물줄기가 높게 치솟아 오르며 그 주위로 물방울이 펑펑 터져 나가는 동시에 얼었다. 얼음파편들이 마치 폭죽처럼 흩뿌려지고 송태원을 중심으로 양옆에서 물기둥이 리듬감 있게 오르내린다. 송태원의 손이 자신의 눈 위를 덮었다.
“…얼음을 밟고 건너면 된다고만…….”
“죄송해요, 여러분! 제가 아직 숙련도 부족으로 얼음 드레스는 못 만들어 드려요!”
“…….”
“언젠가는 반드시 드레스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무법자들 드디어 맨해튼 입장!”
촤아아아- 육지로 물결치던 물이 역동적인 모습 그대로 얼어붙고 그 위로 송태원이 탄 얼음받침이 사뿐히 내려졌다. 연이은 얼음폭죽과 함께 철썩! 송태원의 등 뒤로 높게 치솟은 파도가 왕관처럼 삐죽삐죽한 모양새로 굳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얼음무대 위에서 송태원이 조용히, 묵묵히 아래로 내려섰다.
└ 역시 물의지배자가 최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숨ㅋㅎㅎㅋ쉬는것봨ㅎㅎㅋㅋㅋㅋㅋㅋ우리엄마도 나 볼때마다 저렇게 한숨쉬던뎈ㅋㅋㅋㅋㅋㅋ
└ 아이고 실장님
└ 예림아.. 언니가 눈치 없이 일찍 태어났다… 언니라고 불러도 돼?
[무법자가 맨해튼에 도착했습니다. 맨해튼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메시지창이 떴다. 박예림이 에헴, 하고 정면을 보며 말했다.
“저희 무법자 조의 승리 조건은 아시다시피 맨해튼 절반 이상 파괴! 다른 참가자가 승리 조건 달성하기 전이어야 하고요, 정해진 구역을 차례로 부수면 됩니다. 구역당 주어지는 파괴 시간은 5분입니다~ 5분이면 널널하죠~”
시간 초과 시 페널티 외의 제한은 없었다. 다른 참가자를 얼마든지 공격, 살해할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타 참가자들 임무의 타이머 역할과 비슷했다. 때를 놓치게 되면 모든 역할이 끝나 버리는 것이다.
화이트홀 터미널, 여객선 승선장을 중심으로 첫 번째 구역이 지정되며.
스르륵-
거대한 얼음 파도를 보며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 예림아 다 쓸어버려!!!!!
“네! 첫판은 시원하게!”
쿠구구구구-
지금까지의 파도는 물장구 수준 정도였다는 듯, 거대한 물의 벽이 강 위로 솟아올랐다. 그림자가 길게 승선장 위로 드리워지고 이내.
콰과과!!
주위 모든 것이 단숨에 휩쓸렸다.
경매 시작 전, 자산가들이 너른 연회장에 모였다. 에블린은 와인 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참가자, 헌터일 리는 없으니 반 이상은 이 던전에 속한 존재들인 듯했다. 하지만 상당히 예민한 편인 그녀의 감각으로도 헌터와 비각성자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역시 겉으로는 전혀 모르겠네요.”
“지금의 밀러 씨도 완전히 다른 사람인걸.”
바네사가 바지정장 차림의 에블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순백의 슈트일 뿐, 실제는 여전히 드레스라고 하였다.
“채팅창을 확인하는 몇 명은 확실하지만요.”
텅 빈 허공을 바라보며 반응하는 모습은 아무리 조심해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입술 위로 그린 듯한 미소를 띤 채 에블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시선을 두었다.
“도둑.”
“자산가와 손잡으러 온 걸까.”
“다른 역할의 조건은 모르지만, 도둑은 경찰에게 쫓기겠지요. 비율상 경찰이 가장 많을 테니 도둑은 자산가와 협력하는 것이 안전할 거예요.”
또한 도둑은 A급이나 보조계일 확률이 높았다. S급 전투계가 대다수일 경찰과 맞부딪친다면 승패는 확실했다.
“자산가, 도둑, 경찰. 이 셋은 평범해요. 경찰은 도둑을 잡고, 도둑은 노예를 훔치고, 자산가는 노예와 재산을 지켜야 하죠.”
에블린이 허리에 찬 벨트를 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모든 자산가에게는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는 금화 열 개가 주어졌다. 금화를 모두 잃게 되면 자산가는 탈락하게 된다.
“무법자와 노예는 아직 예상이 잘 가질 않네요. 노예는 최하위인 만큼 벌칙과 같은 역할일 수도 있겠지요. 무법자는… 부수고 다니기라도 하는 걸까요.”
그녀가 찬찬히 말을 이었다.
“경찰청장은, 아마도 균형을 위한 존재겠지요. 경찰이 다수이며 유리하기에 경찰을 제한할 수 있는 자리를 하나 넣은 걸 거예요. 지금의 조건만 보면 모두가 공동 우승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자산가의 승리 조건.
[개인 재산 금화 100개 달성노예를 한 시간 동안 빼앗기지 않고 소유(고용 및 협력 참가자가 있을 시 공동 우승)
중 하나의 조건 달성]
도둑이나 경찰을 고용, 다른 자산가의 금화를 훔치거나 빼앗아 승리할 수도 있었다. 고용에 사용된 금화는 게임이 끝난 뒤에도 소유자에게 남아 있으니 금화를 대가로 우승을 사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승리 조건은 어찌 보면 무척 쉬웠다. 모든 자산가, 도둑, 경찰이 고용과 협력 관계가 되어 노예를 지키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배신자가 나오지 않을 리 없겠지요.”
단독 우승, 자산가의 금화. 그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두고서 과연 모두가 얌전히 한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도둑을 고용했을 시 도둑이 금화를 훔치려 들지 않을까. 경찰을 고용했을 시 경찰이 금화를 빼앗으려 들지 않을까. 도둑과 경찰을 함께 고용했을 시 경찰이 도둑을 잡으려 들지 않을까.
“제가 경찰이라면 자산가를 공격해 금화를 빼앗겠어요. 여태까지 주어진 보상 금화를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빼앗거나 훔친 금화 또한 그대로 계속 가질 수 있게 된다. 바네사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세상에 믿을 사람 몇 없긴 하지.”
“네.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요.”
에블린의 눈길이 살짝 옆으로 움직여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있는 경찰이 한 명은 있을 거예요. 그 경찰은 절 믿어 주지 않을 테지만.”
“경매는 어쩔 거야? 비공개니 눈치게임일 텐데.”
“도둑이 노예를 가만히 둘까요.”
안경알 너머의 눈매가 느릿이 휘어졌다.
“이제 곧 노예를 뺏고 빼앗기 시작─”
“경찰이 있대.”
연회장으로 급히 들어온 누군가가 작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라곤 하지만 상급 헌터들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경찰?”
“경찰은 여기 못 들어오잖아?”
“특수 능력이라던데.”
“노예가 갇혀 있는 방에서 대기 중이야.”
“뭐야, 반칙이잖아.”
“도망쳐야 하나? 일단 지하로는 절대 가지 마.”
바네사가 에블린을 돌아보았다.
“예상과는 다른데?”
“이건.”
에블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캔디박스.”
직후.
쾅! 콰앙!
“뭐야?!”
“스킬?”
폭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바네사가 팔을 들어 무너져 내리는 천장의 일부를 쳐냈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의 일부가 건물 파편에 맞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쿠르릉, 벽과 천장은 물론 바닥까지 꺼지기 시작하고 에블린은 치맛자락을 가볍게 휘어잡으며 위로 뛰어올랐다. 쏟아지는 파편을 계단처럼 디디며 밖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잔에 반쯤 찬 와인은 한 방울도 흘러넘치지 않았다.
쏟아져 내린 잔해 바로 앞에 멈춰 선 그녀의 옆으로 바네사도 이내 내려섰다.
쿠구궁, 콰릉!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경매장 건물의 3분의 1이 폭삭 내려앉았다. 참가자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경매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노예는?”
“누구야, 건물 폭파한 사람이. 혹시 이것도 시나리오의 일부인가.”
웅성거리는 소음 속에서 에블린이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파티네요.”
“캔디박스면, SF?”
바네사가 작게 말했다.
“네. 아마 노예도 사라졌겠지요. 이곳에 머리 좋은 사람은 더러 있지만, 머리를 굴릴 사람은 몇 없거든요.”
상급 헌터, 주로 S급 헌터들뿐이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라는 말이 있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부수면 되니까.”
경찰 흉내를 내어 도둑을 속이고 경매장을 폭파해 시간을 끈다. 참가자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할 필요 없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때 참가자들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경매가 끝났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며 당황해하기를 잠시.
[무법자가 맨해튼에 도착했습니다. 맨해튼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블린이 자신의 턱을 손끝으로 살짝 두드렸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네요.”
└ 세성길드장 이런 이미지 아니었던것같은데 내가 뭘보고있냐
└ 연기 개잘하네 역시 세성길드장 자기역할에 충실해 믿음직스러워!!!
└ 이 성현제 적응 안됔ㅋㅋㅋㅋㅋ
└ 세성 길드장 정체 아무도 모르는 거 진짠갘ㅋㅋㅋㅋㅋㅋㅋ
└ 어떻게 눈치채 그 세성길장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도 예상못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
└ 세성길드장님 세상에서 제일세서 노예다!!
– 아빠! 이거 성현제야!!!
한결이 힘껏 소리쳤다. 하지만 한유진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요정용의 꼬리에 매달린 사슬이 짤랑거렸다. 사슬의 다른 쪽 끝은 성현제의 손목에 연결되어 있었다. 다행히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 한결이 움직이는 데엔 불편함이 없었다.
– 안 작아! 안 귀여워어!!
“춥지는 않고요?”
한유진이 두 사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성현제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한유진 군은 다정하기도 하지.”
– 아빠! 아빠! 아빠아아악!!!!!!!!
└ (속보) 세성 길드장 드디어 천직 찾아… 가녀린 연기 세계구급
└ 유진앆ㄱㅋㅋㅋ 유진아 걔네 노예야…!! 공주가 아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소장 갠방에서 별짓을 다해도 안되………다막혀ㅠㅠㅠㅠㅠㅠㅠ
└ 이쯤되면 채터박스 집 조사해야함 지하실에 한국인들 울면서 채팅 필터링하고있는게 틀림업슴
한유진의 시선이 뒷골목 주위를 살폈다. 마땅히 쉴 만한 곳이 없자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금방 경매장 터뜨리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물론 그러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네.”
– 결이도 아빠 기다릴 건데 이거 세성 길드장! 아빠! 쌍둥이 아니야아아!!
요정용의 애달픈 외침을 듣지 못한 한유진이 재차 조심해서 기다리라며 당부하곤 건물 위로 올라갔다. 멀어져가는 한유진의 모습을 올려다보던 한결이 성현제의 팔을 있는 힘껏 때렸다. 성현제의 옷이 살짝 구겨졌다.
– 아빠가 이겨야 해! 꼭이야. 협조해!
한결의 말에 성현제가 옅게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