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02
600화 실종 (2)
“호텔 로비로 사람이 올 거야.”
“하급이라도 남의 나라 던전인데 엄청 쉽게 들어주네요. 뭐라고 하신 거예요?”
박예림이 통역 아이템을 착용하며 물었다.
“S급 둘이 거하게 붙기 직전이라 그랬지. 말리긴 힘든 상황이고 던전 하나 내어주면 얌전히 들어가서 싸우게 하겠다고.”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S급 헌터들끼리 난장판 치게 놓아두느니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는 편이 낫다. 문현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한유현을 돌아보았다.
“조급한 건 알겠다만 시민들 보는 앞에선 조심해. 정부 협조를 얻어야 형님 찾기도 수월―”
서걱. 한유현의 검 끝 아래 엘리베이터 문이 단숨에 잘려 나갔다.
“밖에서는 조심하겠습니다.”
한유현이 텅 빈 엘리베이터 통로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탓, 중간층쯤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 박스 위로 뛰어내린 그가 엘리베이터 천장을 도려냈다. 안에 탄 헌터들이 한유현을 올려다보았다.
“전부 S급입니까?”
“어, 그렇지?”
대답이 돌아오기 무섭게 엘리베이터 줄이 잘려 나갔다. 이어 작동되는 안전장치도 불길에 녹아내린다. 줄 끊어진 엘리베이터가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통로 벽에 엘리베이터가 긁히고 부딪치며 순식간에 1층에 다다랐다. 지하층까지 떨어지기 직전, 한유현은 엘리베이터 박스를 박차고 문을 잘라 내며 1층에 내려섰다.
쾅!
추락한 엘리베이터가 박살 나며 파편이 튀어 올라왔다. 아래쪽에서 1층에서 내릴 거였는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제 엘리베이터 안 잡고 있어도 돼요? 한 소장님은요?”
리에트와 함께 1층에 먼저 내려와 있던 강소영이 한유현을 보고 물었다. 한유현은 대답 대신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한텐 엘리베이터 상자 없는 게 더 빠르고 편하지.”
리에트가 좋은 방법이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예림과 피스, 문현아, 노아, 송태원도 1층으로 내려오고 상황을 파악한 헌터들의 손에 의해 각 층의 엘리베이터 문이 부서져 나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회귀라니, 그런 것도 가능했나.”
“뭐? 회귀? 그게 뭐야.”
기억을 전부 빼앗기지 않은 상급 헌터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말이 오갔다. 자신들이 본 것이 정말로 현실이었는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유진은 어디 있나!”
로비를 가로지르는 한유현에게 S급 헌터가 소리쳤다. 그 모든 기억의 중심에는 한유진이 있었다. 한유현이 앞을 막아서려 드는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걸어가던 그대로 한 쪽 발이 내디뎌지고 그것을 축으로 삼아 빙글 헌터를 올려 찬다.
턱!
깔끔하지만 읽기 쉬운 공격을 헌터가 두 팔로 가로막았다. 완벽한 방어였기에 안심한 순간.
“윽!”
카가각- 대리석 바닥을 길게 긁으며 헌터의 몸이 밀려났다.
“무슨 힘이―”
밀쳐지긴 했어도 버텨 선 헌터가 눈을 깜박였다. 바로 앞에 있던 한유현의 모습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 직후,
콰득!
검집에 감싸인 검이 그의 뒷목을 강하게 두드렸다. 황급히 몸을 돌리며 물러서는 헌터를 서늘하게 바라보며 한유현이 검집을 벗겨 냈다. 스르릉 빛을 머금은 칼날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봐주는 것 없이 칼날이 목을 찌를 것이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내 형에게 관심 있는 자는 지금 나와라.”
선뜻 나서는 헌터는 없었다. 대신 박예림이 성큼 한유현의 옆으로 가 섰다.
“우릴 감당 못 할 거 같으면요,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경고를 새겨 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S급 헌터들 때문만이 아니라, 한유진 씨 자체도 감당키 힘드실 테니까요.”
노아 또한 그 둘에게 다가갔다. 피스도 총총총 한유현 앞에 섰다. 문현아가 어깨를 으쓱하곤 한쪽 손을 들었다.
“우리 애가 아직 아빠가 필요한 나이라서 말이야. 애들 아빠는 건드리지 맙시다, 응?”
“맞아요, 한 소장님은 애들 키워야 해요!”
강소영이 거들며 끄덕거렸다. 그 사이에서 송태원이 작게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
“법을 지켜 주십시오. 도담 기승수 사육소는 헌터 관련 특수 시설에 해당되므로 해외 국적 상급 헌터의 경우 한국 각성자 관리실과 헌터 협회에 방문 목적을 알린 후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피로가 희미하게 어렸지만 담담하게 송태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한 저에게는 자국의 헌터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 또한 한유진에게 손을 대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덤비면 재밌겠다.”
리에트가 흥미진진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다른 S급 헌터들은 몸을 사리는 기색이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기억의 혼선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탓도 컸다.
“한유진은 그렇다 쳐도 채터박스는 어떻게 된 거야?”
“뭐? 누구?”
“파티 주최자!”
“아… 그… 여자였나?”
채터박스의 존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헌터들이 모이는 파티를 하였고 방송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선명했다. 그러나 채터박스는 흐릿해져 있었다.
그런 헌터들 중에서 몇몇이 조용히 자리를 떠나갔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새로운 정보가 다량 쏟아졌다. 비록 한유진에, 한국에 한정된 정보라 하나 사이사이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있었다. 그러니 채터박스의 행방도 묘연해진 지금, 머뭇거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브레이커 길드장님 계십니까!”
그때 로비로 헌터 협회 직원이 들어서며 외쳤다. 문현아가 앞으로 나섰다.
“여깁니다! 가깝겠죠?”
“바로 두 블록 앞입니다. 그런데 어느 분께서…….”
“아, 여기 해연 길드장과 그 길드원. 길드장 자리 놓고 붙겠다네요.”
문현아가 시간 없다며 직원을 재촉하면서 강소영을 돌아보았다.
“소영아, 리에트랑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근데 우리 길드장님은요? 한 소장님과 같이 계세요?”
“그럴지도?”
강소영과 달리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리에트가 조금 묘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협회 직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앞장섰다.
“지금 이상한 제보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 S급 길드장들이 맨해튼 방문 요청을 해 오는데…….”
“파티 끝났다고 뒤풀이 참가하고 싶은 모양이죠.”
문현아가 대충 대답했다. 십중팔구 한유진을 만나려는 것일 터였다. 그것을 짐작한 한유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내 가까운 하급 던전에 도착하고 박예림이 노크를 세 번 했다.
“여기서도 될진 모르겠어요. 아저씨가 아니라.”
“반응은 해 오겠지. 혹시 모르니까 나는 여기 있을게. 던전 안에서는 연락이 아예 안 되잖아.”
“그럼 저도 현아 씨와 함께 있겠습니다. 만약 유진 씨의 소식이 들려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부탁하겠습니다.”
한유현이 고개를 살짝 숙이곤 곧장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캬르륵!
초원이 나타나고 마른 늑대처럼 생긴 몬스터가 덤벼들었다. 아성체화 한 피스가 단숨에 몬스터의 목을 물어 내던지고는 이를 드러냈다. 나직한 으르렁거림에 몬스터 무리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
“신입 씨! 배구공 씨! 아저씨가 사라졌어요!”
박예림이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주위가 살짝 일렁이더니 글자가 나타났다.
[서로 손 잡으세요!]한유현이 피스의 뒷덜미를 붙잡고 박예림이 한유현의 옷자락을 낚아챘다. 마지막으로 송태원이 박예림의 손을 잡고, 풍경이 바뀌었다.
스르릉, 공간을 이동하자마자 검을 뽑아 든 한유현이 눈앞의 남자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황림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진정하세요, 동생 씨.”
“어? 여기 명우 오빠 대장간 아니에요?”
박예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송태원이 덩달아 주위를 살폈다.
“여기가 그 대장간입니까?”
“네. 지하 말고 1층이요. 아저씨 따라와 본 적 있어요. 원래라면 이스무아르가 이쪽에 있어야 하는데.”
“형은 어디 있지.”
검을 들이댄 그대로 한유현이 물었다. 황림이 어깨를 크게 으쓱했다.
“채터박스를 피해서 대장간에 들어온 후의 일은 나도 잘 몰라. 그러니까, 진이가 동생에 이어 세성 길드장과 신나게 뒹굴던 것까지 봤었지.”
“명우 오빠는요?”
“위층에.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던데, 정령이 근처에도 못 오게 막더라니까. 그래서 여기 갇혀 있게 된 거야.”
박예림이 2층과 연결된 계단으로 뛰어갔다. 이스무아르, 하고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계단을 오르려던 박예림이 급히 안개를 일으켜 자신을 덮쳐오는 열기를 막았다. 치이익, 물이 증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네. 한유현, 네가 가 봐!”
박예림의 말에 이린이 튀어나와 가지 말라는 듯 두 앞발을 내저었다.
그때 배구공이 퉁, 튀어나왔다. 박예림이 반갑게 배구공을 붙잡았다.
“신입 씨! 아저씨, 아저씨가 실종됐어요!”
“형은 어디로 간 겁니까.”
“혹시 세성 길드장의 행방과 관련이 있습니까?”
-꺄웅!
[어, 허니는 허니 세상에 무사히 보내졌어요! 하지만 정상적인 이동이 아니라 어디로 옮겨졌는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그리고 체인은 채터박스가 미리 정해 놓은 특정 장소로 이동되었는데, 아마도 납치겠죠?]“형이 옮겨진 대략적인 장소를 알 수 있습니까?”
“아저씨 무사한 건 확실하죠? 근데 세성 아저씨를 누가 납치했대요.”
송태원이 황림을 돌아보았다. 황림이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지금 이쪽도 난리라서요,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닐 거예요. 기본적으로 지성체, 사람이 다수 존재하는 장소와 연결되거든요. 허니가 무해의 왕의 힘으로 기억을 퍼뜨려서, 회귀 전이 현실에 영향도 미쳤고요, 전부 수거하기는 했지만 세상이 크게 흔들리긴 해서… 거기에 채터박스가 사라지면서 또 영향이…….]신입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빠르게 중얼거리다가 퉁, 튀어 올랐다.
[어떻게든 수습 중이에요! 대장장이 씨는 어린 혼돈 님의 검을 빌린 탓에 좀 더 쉬어야 하니까, 제가 저 인간과 함께 내보내 줄게요.]“진이 동생님이 살벌해서 전 따로 나가고 싶습니다만.”
배구공이 울상을 지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대장간 1층이 엉망이 된 객실로 뒤바뀌었다. 황림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슬금, 한유현을 피해 송태원 뒤로 숨었다.
“나도 도와주려고 온 거였다니까. 아니었음 대장장이 씨가 날 구해 줬겠어?”
“형은 내 검을 가지고 있어.”
한유현이 휴대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
“검이 인벤토리 밖으로 나온다면 대략적인 위치를 감지하는 게 가능해.”
“누가 빼앗을 수도 있잖아.”
“군림자의 검은 나와 형 외에는 들 수 없어. 화속성 저항이 SS급 이상이면 모를까.”
그런 사람은 현재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유현이 다시 해연으로 전화를 걸었다. 도하민 또한 추적이 힘들다는 대답을 들은 그가 송태원 뒤쪽을 바라보았다. 박예림의 손에 창이 들리고 송태원이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심부름센터가 아닙니다만.”
“네 목을 치지 않을 이유를 내놔.”
서늘하기 그지없는 한유현의 말에 황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 *
“결아? 은혜야?”
작게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두 팔은 등 뒤로 돌려 묶인 채 인벤토리를 쓸 수 없도록 손가락 끝까지 완전히 감싸여져 있었다.
‘자동으로 입에 링크되면 편하잖아.’
사지 멀쩡한 인간의 경우 인벤토리의 물건은 양손에 나타난다. 만약 두 손에 문제가 생긴다면 입으로 꺼낼 수 있도록 자동으로 바뀌었다. 손 대신 촉수가 있는 종족이라면 촉수와 연결이 되겠지. 아무튼 수동 변경은 되지 않기에 양손이 완전히 막히면 인벤토리 사용도 힘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입으로 꺼낸다 해도 뾰족한 방도가 없었지만.
“은혜 없는 거 맞지?”
거기에… 이어링도 없었다. 입고 있던 살쾡이 템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하네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어가다니. 그나마 맨바닥은 아닌 침대 위에 던져 놓아 주었지만 방은 휑한 게 역시나 호의적인 대접은 아니었다.
‘창문도 없고.’
지하인가. 결이는 무사하겠지. 잡을 수는 있어도 해치지는 못하니까. 몇 번 꼼지락대다가 포기하고 늘어졌다. 채터박스 이 빌어먹을 놈은 끝까지 말썽이야. 한숨을 내뱉곤 다시 찬찬히 주위를 살폈다.
침대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문은 철로 되어 있는 듯했고 천장 모서리에 CCTV가 달려 있었다. 난방기기 하나 없었지만 공기는 미적지근했다.
‘…뉴욕이 아닌가.’
겨울 날씨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12월 초에도 따뜻한 동네가 어디더라. 음, 캘리포니아? 아예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면 골치 아픈데. 다들 무사하겠―
“쿨럭!”
속에서 울컥 비린 것이 올라왔다. 습관적으로 참으려다가 그냥 내뱉었다. 우리 집도 아니고 내가 시트 빨 것도 아니고.
“아… 피.”
루가 폐야가 몸조리 잘하라더니만 역시 상태가 좋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속 다칠 만큼 구르긴 했지. 천천히 내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은혜에 이어링까지 빼앗겨서 마나량도 확 적어지고…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은 듯했다.
‘애들 느껴지네.’
개체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아서인가 흑룡과 깜둥이의 마력이 뚜렷하게 독립되어 있었다. 흑룡은 그렇다 쳐도 깜둥이는 이름을 빨리 바꿔 줘야 하는데. 이젠 까만 부분이 하나도 없잖아. 임시 이름이라도 붙일까. 눈이 파란색이니 블루, 는 있고. 작으니까 일단 꼬마라고 하자.
다시 콜록 피를 밭아 냈다. 일부러 힘없이 축 늘어져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납치, 라기보단 떨어진 거 수거한 쪽에 가깝긴 하겠지만 어쨌든 날 이렇게 처박아 두신 분 얼굴이나 구경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