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준비 끝 (3)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세공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다.
– 삐 – 약!
테이블 위에 내려선 삐약이가 명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히 감명 받은 모양이었다. 저 조그만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시간 꽤 됐는데 저녁 뭐 먹을래?”
명우가 여상스럽게 말했다. 마치 SS급 스킬 같은 거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렇다고 예전 그대로라는 건 아니었다.
걸핏하면 보이던 불안한 기색이 완전히 사라졌다. 표정이 밝아진 건 물론이고 태도에도, 목소리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겉모습만 똑같고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았다. 그럴 만하지만, 그래도 말이야.
“지금 저녁이 문제냐?”
피스를 안아 든 채 소파에 앉으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왜 스킬 설명을 안 해줘. 스킬명밖에 못 봐서 궁금하건만. 집에 올라오자마자 신나서 떠들어 줄 줄 알았는데 너무 태연한 거 아니냐.
“앉아서 설명 좀 해봐라.”
내 재촉에 명우 놈이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저놈 저거 설마 일부러 뜸 들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미안. 많이 궁금했을 텐데.”
정말이지 진실성이 개미 눈곱만큼도 안 느껴지는 사과입니다만. 녀석이 소파 옆자리에 앉았다.
“스킬 이름은 황금대장간의 주인이야. 말했듯이 SS급 스킬이고.”
“대장간? 이름만 보면 제작 관련 특수 스킬인 거 같은데, 맞아?”
“응.”
명우 놈이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 스킬 맞구나. 이름만 보면 백 퍼센트였지만 혹시나 이상한 거 나오진 않을까 살짝 걱정됐었는데.
“이름 그대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야. 무기나 방어구는 물론이고, 금속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장신구까지 제작 가능하지.”
금속만 들어가면 다 만들 수 있다니. 역시 예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스킬 설명창을 켰는지 명우가 허공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의 등급에는 제한이 없어.”
“제한이 없다고?!”
그건 너무 사기 아닌가. SS급 스킬이니 잘해야 SS급까지 나올 줄 알았는데.
“제한은 없는데, 지금 내 수준으로는 낮은 등급밖에 안 나올 거 같아. 여기 숙련도라는 게 있거든.”
“숙련도?”
“응. 숙련도 레벨이 높을수록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네. 그리고 재료의 등급도 중요하고.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제작백과라는 게 있는데 여기엔… A급 아이템까지만 나와 있어. 어디까지나 참고로 사용하고 본격적인 아이템 제작은 스스로의 힘을 발휘해 주세요, 라는데?”
제작 아이템의 등급 제한이 없는 대신 각성자의 실력이 중요하게 작용되는 모양이었다. 습득도 노가다 시키더니 이후로도 계속 노가다라는 건가.
그런데.
“…스킬 설명창, 꽤 자세한 거 같다?”
대충 들어도 설명이 긴 데다가 제작백과는 또 뭐야. 너무 친절한 거 아닌가.
“그러게. 숫돌이랑 다르게 상세하게 나와 있어. SS급 스킬이라 그런가?”
…설명 달랑 한 줄 붙어 있는 내 L급 스킬들을 보여 주고 싶어지네. 이봐요, 시스템분들? 이거 좀 많이 차별 대우 아닙니까. 저항 스킬들은 그렇다 쳐도 내새끼 스킬 설명 너무 부족한 거 아니냐.
“내가 알기로 등급이랑 스킬 설명 길이는 별 관련 없다고 하던데.”
유현이만 봐도 그렇다. 푸른 버들잎 스킬은 수많은 버들잎을 만들어 적을 교란시킨다, 이 한 줄로 설명 끝이었다.
“그럼 특수 스킬이라서? 기본 설명 페이지만 5장이야. 제작백과는 삼백 페이지가 넘고.”
와, 진짜 너무하네 진짜. 나는 진짜 그렇게나 스킬 설명 부족으로 뒷목 잡고 가슴 치게 만들어 놓고선 명우한테는 책까지 딸려 주냐.
시스템 놈들 나한테 관심 있는 척하더니 사실 진짜 타깃은 명우였던 거 아니냐. 나는 그냥 SS급 제작 스킬 습득용으로 필요했던 건가. 친한 척은 쓸데없이 해댔으면서. 이거 완전 배신이야, 배신!
“…설명이 자세하면 좋지, 뭐.”
“그리고 인벤토리에 재료 꾸러미도 들어왔어.”
뭐, 뭐! 야 이 시스템 놈들아! 너무 대놓고 차별하잖아! 아주 막 퍼주네. 명우가 인벤토리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었다. 보조 가방 정도로 쓸 만한 작은 크기였다. 그래도 많이 주진 않았구나.
“아공간 주머니래.”
“…아공간?”
“여기에 1톤까지 들어간다는데? 신기하다.”
명우가 감탄했다. 저 작은 데에 1톤… 보조 인벤토리 같은 건가. 공간 관련 아이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처음 듣는 거였다.
“이것 봐. S급 재료인 천 년 유니콘 뿔이야. 여기 이건 숨어 있는 별의 조각이라는 건데 SS급 광석이고. 지금은 아까워서 못 쓰겠다. 다 S급 이상인 거 같은데?”
“정말… 대단하네…….”
등급 높은 재료들이 공으로 굴러들어온 건 좋은데, 좋긴 한데. …아니, 뭐 잘된 일이지. 안 주는 것보단 낫잖아. S급 이상 재료가 1톤이나 있으면 숙련도 쌓고 S급 이상 아이템 빠르게 쏟아낼 수 있겠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인데, 역시 시스템 놈들은 짜증 났다. 대놓고 편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 삐약삐약!
테이블 위의 삐약이가 갑자기 명우를 향해 달려가다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아니, 명우보다는 주머니를 노리는 거 같기도 하고.
“혹시 거기 마석도 들었냐?”
“마석? 글쎄…….”
주머니 속을 뒤적이던 명우가 투명한 결정체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어린애 머리통보다 약간 더 큰 보석이었다.
– 삑삑삐!삐약!삐삑!삐약뺙!!!
“도로 넣어, 얼른!”
“어, 어.”
보석이 사라지자 발광하던 삐약이가 넋 놓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허탈함을 넘어 나라라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콩알만 한 눈알에 저렇게 복잡한 감정이 깃들 수 있다니, 놀라워라.
– 삐… 이…….
“삐약아, 이리 와.”
– 삐익… 삐…….
아이고 이 녀석, 들어 올리니 물에 젖은 솜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대체 뭐였어?”
“그냥 SS급 마석.”
SS급 마석은 분명 하얀색이라고 했었는데. 투명한 걸 그냥 희다고 말하는 거였나? 실제론 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삐약아, 욕심을 버려. 그래도 오늘은 D급 마석 줬잖아.”
– 삐이이…….
“좀 더 크면 마석 등급도 더 올려 줄게.”
제대로 클지는 모르겠지만.
오류 때문인지 삐약이는 테이밍에도 실패했다. 키워드 적용까지는 가능했는데, 상태창에는 여전히 □□로만 표시되었다. 성장 조건도 당연히 알아볼 수 없었고 내새끼 스킬도 테이밍 스킬처럼 써지질 않았다.
뭐, 계속 F급이라도 별문제는 없지만. 밥값 감당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조금 전처럼 SS급 마석 먹으려 들면 세계 1위 갑부라도 파산할 거다.
“참, 스탯도 올랐더라.”
명우가 주머니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스탯이? 레벨도 안 올랐는데? 스킬이나 칭호에 스탯 상승 효과도 없고?”
“응. 그런 거 없이 스킬 얻으면서 그냥 올라갔어.”
스탯의 등급은 레벨 대비 수치로 정해진다. 레벨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스탯이 상승했다는 소리는, 등급이 올라갔다는 뜻이었다.
“…계산 좀 해보자. 스탯 평균이 얼마야? 마력 빼고.”
“평균은… 21 정도?”
21이면, 레벨 대비…….
“E급이네. E급 중에서도 높은 편이고.”
D급에 더 가까울 정도였다. 성장하기에 따라 D급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그런 수준. 스킬 얻었다고 스탯 등급 상승하는 건 또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럼 나 이제 E급인 건가?”
명우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얘는 뭐가 이렇게 예외적인 게 많냐.
“스탯만 E급이고 헌터 등급은 최소 B 이상 되겠지. 숙련도 올라가면 A까진 충분히 인정받을 거고. S급은 S급 던전 공략 참가 능력을 갖추는 게 기본 조건이라 힘들겠지만.”
불합리한 조건이긴 하다. 전투 적성만 S급이 될 수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
아무튼 이제는.
“명우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볼 차례였다.
“현재로서 아이템 제작 스킬 소유자는 너밖에 없어. 그것도 스킬 등급 SS, 제작 아이템 등급 무제한이니 헌터계에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지.”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쑥스럽네.”
명우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사실인걸. S급 이상 아이템은 드물어. S급 던전을 공략한다고 해도 보통은 마석을 포함한 S급 부산물이 주로 나오지 아이템이라 할 만한 건 잘 나오지 않아. 특히 무기나 방어구 같은 건 더욱 귀해서 첫 공략 보너스라도 받지 않고선 구경하기 힘들 정도야.”
“처음 한 번 공략 때만 나온다는 거야?”
“일반 공략 때도 나오긴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현재까지 국내에서 나온 S급 무기는 고작 열다섯 개에 SS급 무기는 아예 없어.”
성현제의 무기가 SS급이라곤 하지만 그건 출처 불명이었다. 5년 후에야 SS급 장비가 훨씬 더 늘어나긴 했고. S급 던전의 수와 난이도가 올라갔으니까. 그럼에도 알려진 SS급 무기는 서른 개가 채 못 되었다. 스물여덟 번째 SS급 무기가 나왔다는 뉴스를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방어구는 그나마 더 많았고 자잘한 장비류는 수백 개쯤 되긴 했지만.
“S급 무기만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도 자리 잡기는 쉬울 거야. 대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희소성은 충분히 높지. SS급 무기까지 만든다면 나 이상으로 관심 받을걸? 기승수는 어디까지나 보조지만 무기는 헌터의 능력 자체를 올려 주니까.”
강소영처럼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기승수와 무기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백이면 백 후자를 고를 것이다. 던전 공략 시간의 단축과 더 강해져서 더 안전해지는 선택지이니 길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만에 하나 SSS급 이상의 무기를 만들어 낸다면. 유명우 너는 S급 헌터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겠지.”
평균적으로 두 단계 이상 등급의 장비를 풀로 갖춘다면 실질적 헌터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간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장비로 인한 등급 보충에는 한계가 있어 F급이 S급 장비 도배해도 D급 상위 정도가 한계였다. 다른 등급 또한 마찬가지다.
B급이 S급 장비 도배해서 A급 수준이 될 수 있다. A급이 SS급 장비 도배한다면 이론적으론 S급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딱 거기까지였다. SSS급 장비는 나온 적이 없으니까.
“세상 그 누구도 네 위상을 넘보지 못할 거야. 모든 S급 헌터들이 네게 목을 매겠지. 유명우의 선택을 받으면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될 수 있으니까. 사상 최초 SS급 능력치의 헌터! 멋지지, 대단하지. 진짜 최고 아니냐.”
말하다 보니까 명우에게 특혜 퍼줄 만하다 싶었다. 제작 아이템 등급 제한이 없으니 L급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소원석, 신화급 아이템도 있었다.
신화급 장비라니. SSS급 정도가 아니라 L급 능력치 헌터가 될지도 모르겠는걸. 장비 등급 대비 헌터 등급 상승은 S급부터는 어디까지나 이론이니까.
“너무 올려치는 거 아니야?”
“객관적인 사실이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홀로서기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 최우선으론 안전 문제가 있고, 그다음으론 재료 수급 문제도 있지. 숙련도를 쌓기 위해선 연습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재료를 사서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식으로 해도 되긴 되었다. 하지만 그 사고파는 시간이 아까웠다. 처음에는 등급 낮은 아이템만 나올 텐데, 하급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도 않았다. 하급 헌터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었다. 각성센터 생기기 전이라 헌터의 수가 그리 많지도 않고.
그러니 지원을 받아 재료 왕창 받고 연습용 아이템 왕창 만들어 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가장 편한 길은 역시 거대 길드에 들어가는 거야. 스킬을 확인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고 빠르게 성장 가능하겠지. 그 밖의 일도 다 알아서 해줄 거고. 잡다한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아이템 제작만 하면 돼.”
명우에게는 그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몸도 마음도 편할 테니까.
“하지만 만약 길드에 소속되는 게 싫고 간섭 없는 독립된 아이템 제작소 같은 걸 차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아니, 투자해 주고 싶어.”
이제는 전처럼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유명우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환영받을 테니까.
“투자?”
“응. 내가 곧 해연에서 나갈 거라는 건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같이 가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거지. 그냥 권유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길드 소속이 확실히 편하긴 편할걸.”
가능하면 명우가 어느 특정 길드 소속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특정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 그 길드에서 아이템을, 특히 S급 이상 장비를 독점하려 들지 않을 리 없으니까. 던전 난이도와 수의 상승이 전처럼 5년에 걸쳐 천천히 올라가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의 독점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만들어지는 장비의 수 자체를 조절하려 들 가능성도 높았다. 수량이 적정선을 넘지 않아야만 프리미엄 유지가 쉬워지니까.
“길드에 들어갈 거라면 이왕이면 해연으로 해주라. 날 봐서라도.”
그래도 해연 길드라면 내가 어떻게 간섭할 수 있겠지. 계약 조건에 과도한 독점이나 수량 제한 금지를 넣을 수도 있고.
“내가 자립한다면 유진이 네 도움을 받는다 해도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겠지.”
명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럴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안전한 장소와 재료, 자금 제공, 나를 찾아올 헌터들과의 연결 정도뿐이니까. 그래도 상급 아이템 몇 개만 만들어 내면 소문나는 건 금방일걸. S급 이상 나오면 네가 갑이니까 얼마든지 마음껏 활동… 이라고 해도 그거 자체가 피곤할 수도 있겠다.”
유명한 헌터들 줄줄이 늘어놓고 아이템 볼모로 휘두르는 것도 적성에 맞아야 하지. 소심하면 그런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자칫 만만하게 비추어졌다간 얕보고 거만하게 구는 머리 빈 놈들도 분명 있을 테고.
역시 해연 길드에 들어가라고 할까.
“그냥 너 편한 대로 선택해.”
이미 마음고생 많이 했다. 더 고생하랄 수는 없지.
“솔직히 이 정도로 좋은 스킬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명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네 말대로라면, 내가 노력만 하면 거대 길드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맞지?”
“물론이지.”
“그럼 길게 고민할 거 없네. 멍청히 집에 처박혀 있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몸을 일으키며 하는 말에 내 가슴이 괜히 뜨끔해졌다. 밖에 통 안 내보내긴 했는데, 나 탓하는 거 아니겠지? 납치 때 일 말하는 거겠지.
“만약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말을 다 잇지 않고 빙그레 웃는다.
“내 대장간 구경할래?”
“…뭐?”
구경할 수도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