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80
678화 인생이란 (1)
“괜찮아? 팔은 어떻게 된 거야?”
품에서 살짝 풀어 주며 동생의 시선이 나를 빠르게 훑어 내렸다. 신입 녀석, 이게 뭐야. 반짝이를 대충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해졌지. 유현이 너도 괜찮지? 별문제 없었고?”
어르신도 신입도 안 보이고 삐약이도 사라지고 없었다. 삐약이는 마지막에 혼돈과 함께 있었으니 같이 간 거지 싶었다. 어르신이라면 믿을 수 있지.
“혹시 내가 오래 사라졌었어?”
유현이의 눈에 걱정이 그렁했다. 동생이야 언제나 날 걱정하고 있긴 하지만. 내 팔을 만져 확인해 보며 유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넘게.”
“하루? 기껏해야 두어 시간밖에 안 지난 거 같았는데.”
“신입도 형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어.”
허공에 메시지가 깜박거리며 나타났다.
[제가 시스템 관리자이긴 하지만요. 시스템은 근원의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근원의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기에 이번 같은 오류는… 쉽게 대응하기 힘들어요! 대장장이 씨도 돕다가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고요.]“탓하는 게 아니야. 고마워. 수고 많이 했어. 명우에게도 전해 줘.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도.”
명우 이 녀석은 갈수록 나한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니까. 큼직한 하트가 뿅 하고 떠올랐다.
[네! 우린 열심히 했어요, 허니! 이번에는 더더욱 이상했거든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서 음, 허니 세계식으로 표현하자면 해킹이라도 한 것 같았어요.]“해킹?”
[해킹이긴 한데 또 단순한 침입은 아니거든요. 더 근본적인… 설명하기는 힘든데, 그게, 시스템 오류인데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간대가 나타난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시스템상에선 존재하지 않는 시기인데.]“아…….”
그랬다. 나는 시스템이 생겨나기 전의 시간으로 갔었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바탕은 근원이니까요. 근원은 태초부터 존재했으니 어느 시간이든 끌어낼 수 있죠. 하지만 그러면… 결국은…….]어물어물 말끝을 흐리던 신입이 침묵했다.
“신입아?”
[제가 좀 더 확실히 조사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그보다 허니, 페널티가 있어요!]“뭐?”
[허니가 하루 동안 실종되어서 진행을 못-.]“오류잖아, 오류! 내 잘못이 아닌데 왜!”
그건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얌전히 있겠냐고. 덕분에 얻은 것도 있으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 잘못이 10이라면 오류 탓이 90이야. 알지?”
[네. 그렇게 큰 불이익은 아니에요. 일단 체인이 만들어 낸 던전에서 진행하게 돼요. 허니가 새로 던전을 생성할 여유도 없으니까요.]여기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단순한 배경이니까. 성현제가 자기 팀에게 유리한 환경을 고른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고. 뭣보다 우리 팀에는 불과 물이 다 있으니까. 추운 곳이든 더운 곳이든 숲이든 바다든 상관없었다. 그나마 사막이 제일 불리하려나. 물도 없고 태울 것도 적으니.
‘우리 팀 밸런스가 좋긴 좋지.’
유현이는 근거리 공격계에 단일 광역 전부 가능하다. 예림이는 원거리 광역 공격계, 노아는 전투능력을 갖춘 보조 치유계, 리에트는 근거리 공격계에서 방어로 전환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시오까지 더해진다면 방어 보조계 추가. 균형이 딱 맞아. S급으로 이 정도로 잘 맞춰 꾸리기도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노아 씨가 희귀하지. S급 전투 참가 가능한 보조 치유계는 전세계 탈탈 털어도 안 나올 테니까. 노아 씨도 원래는 A급이었고.
“그거뿐이면 뭐-.”
[그리고요.]쳇. 하나만 하지.
[선후 정하기에서 허니 팀은 10분간 공격과 터치가 불가능합니다! 전투계 스킬은 양측 모두 사용불가! 아이템 전투 효과 또한 사용불가! 은신과 순간이동, 미니미니 쿠키도 금지입니다! 비행은 가능해요. 손으로 툭 쳐서 세 명을 먼저 아웃시킨 팀이 승리! 10! 9!]“잠깐만! 야!”
갑자기 뭐야!
뭐 하는 건데. 선후는 또 뭔데. 유현이가 나를 들쳐 멨다. 일단 동생에게 선생님 스킬부터 썼다.
“유현아, 예림이랑, 다른 사람들은?”
“따로 떨어져서 시작한다고 했어. 내가 제비뽑기에서 이겨서 형을-.”
[1! 0!]찌리링, 벨소리 같은 것이 울렸다. 술래잡기냐. 단순해서 좋긴 하다만.
[시작!]동시에 유현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를 긴 복도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고 벽이 바싹 다가온다.
쾅! 뒤쪽에서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유진 님~. 어머, 팔 생겼네?”
마리였다. 화사한 금발이 길게 흔들리는 것이 언뜻 보이고 유현이가 앞을 막은 벽을 걷어찼다. 뻥 뚫린 벽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세계인가 싶었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발전도가 비슷한 다른 세상. 어쩌면 성현제가 이전에 머물렀을지도 모르는 장소.
탓! 나를 든 채 유현이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푸른 버들잎은 전투보조계, 즉 전투계에 속하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며.
텅! 버스로 보이는 차에 내려선다. 스킬에 제약이 있을 뿐 스탯은 멀쩡하다. 버스 지붕을 날듯이 가로지르며 다시 훌쩍 뛰어 굽어진 가로등 위로 올라섰다.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는 편이 좋겠지. 떨어지지 않게 잘 붙잡고 있어, 형.”
유현이가 나를 고쳐 메며 길게 늘어진 전선 쪽으로 점프했다. 전선에 내려서기 직전, 어느새 챙겨 놓았던 벽의 파편을 던져 안전을 확인한다. 이 동네도 새가 있다면 올라서도 괜찮게 만들었겠지.
“신호탄 쏠까? 죄다 달려들겠지만.”
“형이 지시해.”
전선을 따라 달리며 유현이가 말했다. 저만치 우리를 뒤쫓아 오는 마리가 보였다. 전투 스킬과 아이템 전투효과 사용 불가. 10분간 우리는 먼저 공격도, 터치도 못 하지만. 인벤토리에서 신호탄을 꺼내들었다.
“저쪽은 비행 스킬이 없지.”
반면에 우리는 둘이나 있다. 얼른 합류해서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버티다가 제약이 사라진 후 맞붙는 편이 유리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팀 특성상 모이는 편이 낫고.
펑! 신호탄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빛과 함께 검은 연기가 터져 나온다. 낮이라 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연기는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리 씨는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을까.”
사미르는 싸우는 모습을 봤지만 마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겉모습은 전투계로 보이지 않았지만 헌터는 외모로 판단해선 안 되니까.
“한유진 님 동생분 빠르시네요!”
마리가 즐거운 듯 외쳤다. 그리곤 두 팔을 양옆으로 펼쳤다. 그녀의 손아귀가 콰득, 자동차 옆면을 각각 파고든다. 드드득, 굽은 낮지만 매끄럽게 반질거리는 빨간 구두 끝이 도로를 긁으며 자동차 두 대가 연달아 공기를 갈랐다.
조심하라고 할 필요도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우리를 노리는 대신.
쾅! 쿠궁!
전신주를 두들겼다. 빙글빙글 맴돌며 날아온 자동차 두 대가 전신주는 물론 가로수며 가로등을 죄다 우득우득 꺾어 버렸다. 덩달아 크게 휘어지는 전선을 유현이의 발끝이 박차며 높게 솟아오른다.
“바이크!”
내 말을 알아들은 유현이가 공중에서 나를 앞으로 돌려들었다. 서랍에서 바이크가 꺼내지고 텅, 바닥에 내려섰다. 시동을 걸자마자 바이크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튀어나간다.
“반칙 아니에요?”
마리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바이크 뒤에 선 유현이가 와이어를 꺼내들었다. 검고 가는 줄이 역시나 검은 바닥을 훑으며 튀어 오른 파편이 마리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파편은 투명한 막에 의해 모조리 막혔다.
“공격 못 한다는 게 저 뜻이었구만.”
정확한 위치를 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동네 길이 묘하네.”
내내 직선이었다. 골목길조차 없이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기묘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직선이라면.
“유현아!”
내 경고 직후, 쿠르르릉! 저 앞에서 빌딩이 쓰러졌다. 송 실장님이신가 현아 씨인가. 도로 막기 너무 좋지. 유현이가 앞쪽으로 돌아섰다. 바이크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나타났지만 동생을 믿고 속도를 유지했다.
유현이가 무릎을 굽히며 상체를 낮춘다. 두 개의 와이어가 동생의 두 팔에 휘감기고 쓰러진 빌딩이 코앞에 다다른 순간.
탕!
총격 같은 소리와 함께 한 쌍의 와이어가 강하게 땅을 두들겼다. 그와 동시에 내가 바이크의 앞바퀴를 들어 올렸다. 와이어의 반동으로 바이크가 스프링을 단 것처럼 강하게 튕겨 날아간다.
발아래로 무너진 빌딩의 잔해가 보였다. 그대로 부웅, 건너가나 싶은 그때.
쇄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전신주가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기겁하며 바이크를 집어넣자마자 유현이의 손이 나를 낚아채며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빙그르 방향을 튼 유현이의 발끝이 전신주의 끝을 디디며 잔해 위로 내려선다.
“안녕, 형님!”
문현아였다. 또 다른 전신주를 창처럼 들고서 활짝 웃는 얼굴의 문현아가 돌진해 왔다. 아니 좀 무서울 정돈데요! 문현아의 발이 내디딜 때마다 쓰러진 빌딩이 크게 들썩이고 돌풍이 일어난다. 유현이가 나를 든 채 급히 몸을 피했다.
“손바닥 터칩니다! 손바닥!”
왜 사람을 꼬챙이로 만들려고 들어요! 꽝! 무슨 벼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신주가 멀쩡한 빌딩에 들이박혔다. 쩌저저적, 빌딩 전체에 금이 가며 흔들거린다.
“그래서 그쪽에-.”
문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탄을 꺼내 아래로 던졌다. 내겐 은혜가 있고 유현이에겐 화염 저항이 있다. 폭음과 함께 우리 몸이 튕겨 나가고 바로 그 자리로.
그그그극- 구두굽이 잔해를 길게 긁으며 멈춰 선다. 송태원이었다. 맨손이었지만 전신주를 든 것 못지않게 위협적이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유현이가 와이어를 빌딩을 향해 던졌다. 갈고리도 없지만 벽에 콰득 충분히 깊이 파고들고 줄에 의지해 빌딩 벽에 발을 디디고 섰다. 아래에서 문현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실종되었다더니 팔 고치러 간 거였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송 실장님이 말했다. 말과 행동이 좀 많이 다르시네요.
“한유진 씨.”
나와 유현이가 있는 빌딩 옥상 난간 위로 성현제가 올라섰다. 그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눈을 휘었다.
“위태로워 보이는데, 손을 내밀어 드리지요.”
“사양하겠습니다.”
내 거절에 콰득, 단검이 빌딩 벽에 꽂힌 와이어를 잘라내며 박혔다. 성질은. 얼른 빌딩에 발을 디디며 유현이의 손을 붙잡아 주었다. 유현이 또한 빌딩 벽을 발로 눌러 부수어 디딜 곳을 만들어 냈다.
“전 혼자 알아서 잘 섭니다.”
“때로는 기대는 것도 괜찮아.”
그건 그렇지. 성현제를 향해 한 팔을 벌려 보였다.
“이리 오십쇼. 두 손은 뒤로 묶고 와서 제 품에 기대세요. 토닥거려 드릴 테니까.”
아직 10분 안 지났나. 성현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러니까 좀 어려 보인다. 물론 시그마만큼은 아니고.
“심히 유혹적이로군.”
“그러면서 왜 사슬을 꺼내 드실까. 취향 한번 과격하시지.”
“전투 능력은 쓰지 못하니 단순히 단단한 사슬일 뿐이야.”
걱정마라는 듯 말하면서.
“유현아!”
콰드득! 사슬이 그대로 빌딩 옥상에 들이박혔다. 끝자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게. 빌딩의 앞부분이, 우리가 서 있는 그 부분이 순식간에 금이 가며 빌딩에서 떨어져 나간다.
유현이가 나를 데리고 부서지는 벽을 박찼다. 아래에선 문현아와 송태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도 다가오고 있다. 유현이의 손에 들린 와이어가 휘익, 던져졌다. 하늘을 향해 높게.
“나이스 캐치!”
예림이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락하던 몸이 덜컥 멈추고 위로 끌어올려진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아래에서 굽어진 검이 바람개비처럼 와이어를 향해 날아든다. 어느새 나타난 사미르였다.
턱!
검이 와이어를 잘라내기 직전, 금빛 도는 발톱이 막아 멈춘다. 황금색 깃털 날개가 햇살에 반짝거렸다.
“안녕, 스위티!”
– 유진 씨! 다행이에요!
반가운 목소리들과 함께.
“노아야~.”
노아의 뒷발에 잡혀 있던 리에트가 소리쳤다.
“10분!”
– 네.
노아가 그대로 발을 놓았다. 리에트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날카로운 이가 더욱 날카롭게, 크게 치솟으며.
콰아앙!
거대한 흑룡이 빌딩을 짓뭉갰다.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속에서 리에트가 한번 더 점프했다.
– 전부 죽이자!
아니 터치입니다. 손바닥 터치요. 이 사람들이 정말. 어릴 때 술래잡기 한번 안 해보셨나. 왜 이렇게들 잡아다 죽이려 들어.
‘반쯤은 안 해봤을 거 같지만.’
성현제는 솔직히 상상이 잘 안 가고 리에트는 애들을 말 그대로 쥐 잡듯 잡았을 거 같고 노아도 리에트에게 잡혔을 듯하고 유현이도… 음… 나랑은 술래잡기는 안 해봤으니까. 숨바꼭질은 해봤었다. 다른 애들과 논 적은 없겠지. 어릴 적에 좀 더 많이 놀아 줄걸.
“빈틈이 너무 많잖아!”
땅울림 속에서 문현아가 리에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덩치가 크면 불리하지. 그러나 리에트는 순식간에 인간화하며 문현아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아무튼 10분이 지났다 하니.
“얘들아, 가자!”
우리 팀 전원에게 선생님 스킬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