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16
ⓒ 목마
도전-3
김현성은 류가미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상대가 확정된 이상 바로 정보수집에 들어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류가미는 일본의 랭킹 1위. 일본에서 먼저 나서서 영상을 올리고 홍보에 들어가는 거물이라서, 관련 영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장 김현성이 보고 있는 영상 외에도 수많은 영상이 목록에 떠있었다.
지금 김현성이 보고 있는 영상은 전전 시즌에 류가미가 시즌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영상이었다. 기왕이면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전 시즌 영상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전 시즌에서 류가미와 그의 길드인 스사노오는 시즌 던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잘 하네.’
영상 속에서의 류가미의 움직임을 살핀다. 20인 레이드. 그 속에서 류가미는 선두에서 날뛰고 있었다. 김현성이 주목한 것은 류가미의 전투 센스와 스킬 활용도였다. 무투가의 근접 회피 스킬은 위빙과 백스텝. 그를 사용해서 공격을 회피한다면 이후의 공격에는 추가 데미지가 붙는다.
잘 치는 무투가를 가르는 차이는 그것에 있다. 근접 거리의 전투 중에서 얼마나 위빙과 백 스텝을 잘 쓰는가. 그를 활용해서 공격을 피하고, 바로 공격을 넣으면서 추가 데미지를 넣는 것이야말로 무투가의 격을 가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류가미가 싸우는 전전 시즌의 보스는 로사블랑카. 4미터에 달하는 괴수형 몬스터다. 영상 속의 류가미는 그 거대한 로사블랑카를 상대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서 공격을 퍼부었다.
‘회피가 좋아. 방어는 거의 쓰지 않는 군. 필요할 때에 적절하게 강기를 사용하고 있어.’
스킬 활용도도 좋고 센스도 좋다. 위급 상황에서는 허공답보를 사용하면서 벗어나고, 위치를 바꾸기도 하면서 무투가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 스킬은 무투가 스킬… 고유 특성을 확인해 보고 싶은데. 패시브 형인가’
아니면 단순히 영상 촬영을 의식하고 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상을 자주 올리는 랭커들은 고유 특성은 최대한 숨기려 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하지만 고유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영상을 보면서 김현성은 류가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을 수는 있었다. 스킬 활용도도 뛰어나고 센스도 좋다. 굳이 스타일을 말한다면 과감한 돌격형이라고 해야 할까.
‘PVP 영상은 없나.’
김현성은 영상을 종료하고서 다른 영상을 찾아보았다.
몇 개의 영상을 찾았다. 류가미가 투기장에서 PVP를 하는 영상이다. 영상이 올라 온 날짜는 두 달 전. 이전 시즌에 던전을 찾지 못한 류가미이기에, 두 달 전 PVP 영상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이었다.
현재 류가미의 레벨은 116. 영상 속의 류가미의 레벨은 110이었다. 류가미의 상대는 레벨 102의 검사. 현재 한국 랭킹 3위인 루아노스의 레벨이 105니까, 두 달 전 레벨이 102라면 사실상 한국 최상위 랭커급이라 할 수 있었다.
“흠.”
영상을 재생한다. PVE와 PVP는 결코 같지 않다. 몬스터와 싸우는 것과 플레이어와 싸우는 것이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PVP는 류가미가 로사블랑카를 레이드했을 때와는 달리, 파티가 아닌 11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김현성은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강해.’
과연 최상위 랭커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레벨이 높고, 장비가 좋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무투가이기에, 김현성은 알 수 있었다. 류가미는 강했다.
‘오히려 PVE보다는 PVP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은데. 하긴, 무투가라는 직업이 그러니까. 판타지아에서는 랭커가 아니었다고 했지’
왜 이런 놈이 랭커가 아니었던 거지 김현성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찾아보니, 류가미가 판타지아에서 랭커가 되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스타트 라인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김현성이 투기장에 틀어박혀 투왕이라고 불리는 중에 류가미는 판타지아를 시작했고, 후발 주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판타지아가 쇠락의 길을 걷고 발할라가 오픈했을 때. 류가미는 판타지아에서의 지인들을 데리고서 발할라로 이주, 발할라의 선발주자로서 빠르게 달려나가 랭커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
‘이만한 실력이라면 판타지아에서도 스타트라인이 빨랐다면 랭커가 됐을 거야. 그렇다면 조금 더 쉬웠을 텐데. 초기 랭커였다면 투기장에서 몇 번 싸워 볼 기회가 있었을 테니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김현성은 판타지아에서 류가미와 마주친 적이 없다. 싸워 본 적이 없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김현성은 그에 긴장하거나 불안을 갖지는 않았다.
“항상 그랬던 일이지.”
김현성은 의자를 뒤로 기울이면서 중얼거렸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랑 싸우는 것은, 김현성에게 있어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 류가미의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보도록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생해 두ᄋᆻ던 동영상을 나왔을 때.
“응”
김현성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쪽지함에 새로운 쪽지가 와있었다.
1월 9일. 일본 랭킹 1위이자 전체 랭킹 6위인 류가미가 HS1123과 승부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인터뷰가 올라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스가르드에는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개시자는 HS1123. 한동안 아스가르드에 영상을 투고하지 않던 그가, 류가미의 인터뷰가 전 세계로 퍼지고서 이틀이 지난날에 자신의 채널에 동영상을 올린 것이다.
HS1123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던 중이다. HS1123의 동영상이 올라 오고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동영상의 조회수는 몇 만 단위로 올라갔다.
“아, 아.”
영상이 촬영되는 장소는 숲속. 정확히 어디인지는 추측이 불가능했다. 발할라의 세계는 넓었고, 저런 숲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무성한 나무의 앞에서 HS1123은 서있었다. 입고 있는 것은 여태까지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갑옷이 아닌, 특색 없는 흰색 셔츠와 바지였다.
“스사노오의 길드장, 류가미님의 인터뷰 영상은 잘 봤습니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이 영상을 보는 제 채널 구독자님들께서도 그 인터뷰는 보셨겠죠. 그렇죠”
HS1123의 얼굴은 코 위에 쓰는 반가면으로 가려져 있다. 가면 아래의 입술이 히죽하고 웃는다. 여태까지의 영상 속에서 HS1123은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가 올리는 동영상은 대부분이 말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고 압도하는 식이었지, 이렇게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는 동영상은 아니었다.
“이틀 동안 고민했습니다. 상대는 랭킹 6위. 최상위 랭커. 레벨 116의 무투가죠. 하지만 저는 레벨 83의, 한국 랭킹에 턱걸이도 못 걸치는 무투가고요. 저 같은 사람에게 인터뷰까지 해가면서 승부하고 싶다고 말한 류가미님에서, 우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영상 속에서의 HS1123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꾸벅 숙였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전 세계에서 HS1123의 영상을 보던 아스가르드의 시청자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결국 거절하는 구나.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승부하고 싶다는 말은 고맙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흐름이 아니라면 왜 류가미의 레벨을 언급하고 자신의 레벨을 언급했겠는가.
“좋아요. 한 번 싸워 보죠.”
조금 뜸을 들인 뒤에 HS1123이 말했다. 나름대로의 반전이었다.
“저를 직접 지명하면서 싸워보고 싶다는데, 저도 자존심이 있지 그걸 왜 거절하겠습니까. 싸워 봅시다.”
거기서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제쪽에서의 중계는 TV가 아닌 인터넷 방송으로 합니다. 버추얼 피버의 BJ인 루벡의 방송에서 PVP를 중계하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그쪽으로 실시간 중계방송을 봐 주세요.”
거기까지 말하고서, HS1123이 씩 웃었다.
“날짜와 시간은 저보다 랭커인 류가미님이 바쁘실테니, 그쪽에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방식은 제가 정합니다. 그 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매치는 투기장 커스텀 매치. 맵은 콜로세움으로. 이건 뭐 서로 좋잖아요 근접에서 치고 박는 무투가니까 넓은 맵은 필요없죠. 탁 트인 콜로세움이면 보는 쪽도 좋을 테고. 그리고.”
여기서 한 번 더 뜸을 들인다.
“제 쪽에서는 참관인으로 국내 랭킹 1위인 루벡님을 세우겠습니다. 커스텀 매치의 방을 만드는 것도 루벡님에게 맡깁니다. 류가미님은 시간과 날짜를 정해서 루벡님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참관인을 한 명 더.”
HS1123이 크게 숨을 삼켰다.
“전체 랭킹 1위이자 파라곤의 길드장인 레이크를 참관인으로 세우겠습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레이크. 현 랭킹 1위이면서 파라곤의 길드장. 판타지아 때에는 플레이어 최초로 제국의 황제로 등극하면서 ‘엠페러’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 그 거물의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온단 말인가
“물론 이 얘기는 루벡님과 레이크님과 협의가 된 사항입니다. 이 정도라면 참관인으로서 부족함은 없다고 봅니다. 이 조건이 아니라면 류가미님과 승부하지 않겠습니다. 아, 그리고 까먹을 뻔 했네. 하나 더.”
HS1123이 보란 듯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는 길게 세운 검지손가락을 옆으로 흔들면서 말했다.
“패널티는 필요없습니다.”
그런 가벼운 태도와는 달리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장비를 맞춰주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류가미님이 착용하는 가장 좋은 장비로. 스펙 맞춰주겠답시고 스킬 아끼지 말고, 전력을 다해서. 제가 바라는 조건은 그것입니다. 류가미님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저는 류가미님이랑 싸우지 않겠습니다.”
자, 여기까지. 할 말도 다 했고. HS1123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활짝 펼친 손을 옆으로 흔들었다.
“나중에 버추얼 피버에서 봐요, 여러분!”
그리고 영상이 끝났다.
“조회수 잘 올라간다.”
김현성은 새로 고침을 누르면서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스카이 워커 때에도 조회수 상승 속도는 어마어마했지만, 지금의 영상은 새로고침을 한 번 누를 때마다 앞의 단위가 바뀔 정도였다. 이번에도 투데이 베스트 1위는 우습게 할 것이고, 상승 추세를 보면 몇 시간 이내에 1위에 안착할 것 같았다.
‘반응도 폭발적이야. 하긴, 그럴 수밖에 없지.’
여태까지의 동영상과는 달리, 이번 동영상에서는 말을 많이 했다. 시청자와 소통하고 자극하는 컨셉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댓글이 엄청난 기세로 달리고 있었다.
“판은 잘 깔렸고. 거절은 하지 않겠지.”
류가미도 위치가 있으니, 이렇게 정면으로 영상을 올린 이상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판은 김현성이 생각했떤 것 이상으로 아주 잘 깔렸다.
레이크 덕분이었다.
이틀 전, 레이크가 김현성에게 직접 쪽지를 보냈다. 만약 이번에 류가미와 PVP가 성사된다면, 자신이 직접 참관인이 되고 싶다고. 주목받는 대결인 이상 참관인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결과가 확실한 PVP라고는 해도, 참관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뒤탈의 유무가 갈리기 때문이다.
본래 김현성은 루벡만 참관인으로 세울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뒷얘기가 많이 떠돌았을 것이다. 루벡의 개인 방송으로 PVP를 중계하는데, 거기에 참관인이 루벡이라면. HS1123과 루벡이 뒷거래를 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게 된다.
사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지만 거기서 레이크가 끼어들면서 뒷소문은 완벽하게 가라앉게 된다. 엠페러 레이크. 발할라 랭킹 1위, 미국 재벌가의 황태자. 게임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내로라하는 거물이다. 그만한 거물이 엮여 참관인이 되어준다면, 레이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그럴 듯한 믿음이 깔리게 된다.
‘나야 고맙지만.’
솔직히 말해서 김현성은 레이크가 무슨 의도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쪽지를 통해 대놓고 물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참관인이 되어주겠다는 거냐고.
‘재밌어 보여서요.’
레이크의 대답을 떠올리면서 김현성은 미간을 찡그렸다.
‘부자들은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괜히 가만히 있는 부자들에게 투덜거리면서, 김현성은 의자를 뒤로 빼고서 캡슐로 다가갔다.
검은 수도 사원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도전-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