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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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로얄 나이트의 집무실. 듀랜드가 얼빠진 얼굴을 하고서 되물었다. 듀랜드의 앞에서 보고를 올렸던 카사벨라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예. 드루고라 공작이 그 플레이어에게 백작 작위를 내렸다고 합니다.”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다. 드루고라 공작은 이미 정식으로 라덴에게 백작 작위를 내렸음을 공표하였다. 황제가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이라 수여식은 생략되었지만. 수여식을 하지 않는다 하여도 평민, 그것도 플레이어가 백작이라는 고위 귀족이 되었다는 소문은 수도 귀족들 전원에게 퍼져나갔다. 그 소문은 로얄 나이트 소속인 카사벨라에게도 들려올 정도였다.
“…음. 난감하게 되었는데.”
듀랜드가 미간을 찡그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의자를 뒤로 크게 기울이면서 책상 위에 다리를 걸쳤다.
“이미 후작가 쪽으로 결투장을 보냈단 말이야. 그런데… 놈이 기사가 아니라 백작이 되어버렸다고? 난감하잖아.”
기사는 작위를 갖지 못한 준 귀족이다. 하지만 로얄 나이트 급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정도의 기사들들이 귀족 작위를 주지 않은 것은, 로얄 나이트나 근위 기사단 전원이 ‘제국’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작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준 귀족이라고 해도, 황제와 황족을 수호하는 제국 최고 최강의 기사다. 로얄 나이트가 갖는 권위는 어지간한 백작 이상이다.
그런 로얄 나이트를 이끄는 단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작위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듀랜드는 후작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라덴이 백작이 되었다고 해서 듀랜드가 난감할 이유는 없단 말이다.
“무엇이 난감하신 겁니까?”
카사벨라가 물었다. 듀랜드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손으로 턱을 괴었다.
“알크레토 후작이 상대라면 어떻게든 결투를 강제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놈이 알크레토 후작의 품 안에서 나가 버렸잖아. 플레이어인 놈을 상대로 내 권위가 먹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결투를 하지 않으면 되겠군요.”
카사벨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듀랜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놈과 싸워보고 싶은데.”
“…그 플레이어는 강합니다. 미지수의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 플레이어는… 저 따위는 어린 아이 손목 꺾듯이 상대할 수 있었…”
“나는 너 정도면 바닥 기는 개미 밟듯이 상대할 수 있어.”
듀랜드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모욕적인 말이었지만 카사벨라는 모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단장님. 지금 상황에서, 단장님이 직접 그 플레이어와 싸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질 것 같으냐.”
역린을 건드렸다. 카사벨라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듀랜드 라이오스. 로얄 나이트의 단장이자, 제국 제일의 기사. 천재. 성급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듀랜드가 검왕의 검을 꺾을 것이고, 검왕이라는 이름을 빼앗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눈 앞의 남자는 그런 남자다. 껄렁해 보이지만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인 것이다. 그런 남자의 앞에서 패배를 논했다. 역린을 제대로 건드려 버렸다.
“…단장님이 패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지?”
“단장님께서 굳이 나서서 일을 크게 벌릴 필요는…”
“내 개인적인 일이다.”
듀랜드가 카사벨라의 말을 끊었다.
“내가 싸우고 싶으니까 싸우는 거야.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다.”
듀랜드의 말에 카사벨라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야 많았지만, 지금의 듀랜드에게 더 이상 간언을 하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렸다. 슬며시 발을 안으로 들인 것은 듀랜드의 종자였다. 어린 종자는 얼어붙은 방의 공기에 순간 멈칫거렸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서 듀랜드에게 다가왔다.
“알크레토 후작가에서 편지에 대한 답신이 왔습니다.”
“그래?”
차갑게 굳어 있던 듀랜드의 얼굴이 누그러졌다. 그는 종자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다가온 종자가 머리를 꾸벅 숙이면서 듀랜드에게 편지를 전해 주었다.
편지의 봉인에는 알크레토 후작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듀랜드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곧, 그는 개의치 않고서 편지의 봉인을 뜯었다. 그리고 안에 적힌 편지를 꺼내 내용을 읽어 내렸다.
“…푸핫!”
듀랜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카사벨라는 긴장한 얼굴을 하고서 듀랜드를 바라보았다.
“우리 백작님께서 결투를 받아들이셨군.”
듀랜드가 의자를 뒤로 빼고서 고쳐 앉았다. 카사벨라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듀랜드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결투를 한다면, 어디에서 하실 겁니까?”
“살롱의 귀족들 앞에서 하자는 군.”
듀랜드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카사벨라가 즉시 머리를 가로 저었다.
“안 됩니다.”
“왜. 내가 질 것 같아?”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결투를 살롱 귀족들 앞에서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이쪽에서 하자는 결투 신청을 상대가 받아 준 거야. 장소와 시간은 우리 백작님이 정하게 해 드려야지.”
듀랜드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말했잖아. 난 안 져. 나는 로얄 나이트의 단장이니까.”
후다닥 답신을 쓴 듀랜드가 편지를 접으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
[너. 뭔데 레벨이 갑자기 화다닥 오른 거야?] “퀘스트 하나 완료하고 업적 좀 많이 달성해서요.”연무장에 선 라덴은 루아노스의 귓속말에 대답했다. 랭킹 50위 권이었던 라덴이 졸지에 랭킹 9위가 되어버렸다. 루아노스 쪽에서 놀라서 귓속말을 보낸 것도 이해가 간다.
[퀘스트랑 업적 좀 달성했다고 레벨이 그렇게나 올라…?] “뭐. 수도에 입성한 플레이어는 저 뿐이니까요.”라덴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라덴의 대답에서 웃음기를 읽은 루아노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애… 좋겠다! 누구는 뭐 빠지게 이벤트 타워에서 노가다 뛰고 있는데. 너는 편하게 퀘스트 몇 번 깨는 것으로 레벨을 이렇게 빨리 올리다니.] “뭐가 빠져요?”라덴이 되물었다. 루아노스는 잠깐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고, 라덴은 귀를 기울이고서 루아노스에게 돌아오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거. 성희롱인거 알아?] “죄송합니다.”냉큼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라덴의 사과를 듣고서 루아노스가 투덜거렸다.
[아아, 나도 수도에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플레이어가 너 혼자니까, 어디를 가도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아니야? 퀘스트 독점하기도 쉬울 테고.] “정 오고 싶으면, 한 번 와보실래요?”[…뭐? 어떻게 들어가? 귀족이 아니면 수도 행 텔레포트 게이트를 쓸 수 없다며?] “아, 그게. 제가 귀족이 되어버렸거든요. 그것도 백작.”
라덴의 대답에 루아노스가 침묵했다. 할 말을 잊은 모양이었다. 라덴은 뿌듯한 기분이 되어서 계속해서 말했다.
“정식으로 영지 관리권도 받았고요. 저도 이제는 텔레포트 게이트에서 다른 사람 데리고 수도로 들어올 수 있어요.”
[…제국 꼴도 참… 너한테 백작 작위를 줬다고? 도대체 뭘 보고?]
“아니, 누님은 뭔 말을 그렇게 해요? 그럼 누님은 내 뭘 보고 사귀고 있는 건데요!”
[귀엽고, 착하고, 은근히 배려심 있고, 애교도 부릴 줄 알지만, 자존심 높고 좀 고집불통이기는 하지만, 가끔 상남자 같은 모습도 나오고, 그래서 좋아서 사귄다. 왜?]
이번에 말 문이 막히는 것은 라덴 쪽이었다. 라덴은 반쯤 벌리고 있던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화끈거리는 뺨을 손으로 두드렸다.
“가… 감사합니다.”
[너는 나랑 왜 사귀는데?]
“그게… 그러니까… 누님은 예쁘고… 몸매도 좋고… 제 생각도 많이 해주고…”
[…그만. 민망해서 못 듣고 있겠다.]
다행스럽게도 루아노스 쪽에서 먼저 말을 끊어 주었다. 부끄러움에 죽을 것 같던 라덴으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어쨌든, 알았어. 일단 나 이제 던전 들어가야 하니까. 수도로 가는 것은 다음에 이야기하자.] “알았어요.”[이제 귓속말 끊을 건데, 뭐 할 말 없어?] “…사… 사랑해요.”
[응. 나도 사랑해. 뽀뽀.]
라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 두 번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 혼자 있는 것이라면, 뽀뽀쯤이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연무장에는 라덴 혼자 뿐이기는 했지만,
[뭐하나? 뽀뽀 안 해주고.]판테온이 말했다.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이 빌어먹을 에고 아이템은, 라덴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귓속말까지 엿들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뽀뽀.”
[쪽.]
“…쪼옥.”
사정을 모르는 루아노스가 야속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해달라고 하는데 안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 해주면 삐진다. 틀림없이 삐진다. 삐지고서, 이따가 집으로 찾아와 삐진 티를 잔뜩 낼 것이다.
[헤헤, 진짜 귀엽다니까. 이따가 8시쯤에 너희 집으로 갈게. 알았지?] “네에…”귓속말이 끊어졌다. 라덴이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덮었을 때,
[푸-하하하하!]판테온이 죽어라 웃음을 터트렸다. 라덴은 머릿속에서 시끄러이 울리는 판테온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부동심. 마음을… 가다듬어라. 이 빌어먹을 에고 아이템이 뭔 개소리를 지껄여도 흥분하지 않도록.
[자네는 정말 보는 재미가 있구먼! 사랑해~ 뽀뽀~ 쪼오옥~! 크으으으~ 부럽구만, 정말 부러워! 나는 말일세, 제대로 된 몸뚱이가 없어서 남녀간의 사랑을 나눌 수 없단 말일세.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이 씨발놈아…”아. 안 되겠다. 판테온이 낄낄거리면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욕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어허. 왜 욕을 하고 그러나? 그러니까 말일세. 그… 뭐냐. 아, 그래! 대리만족,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지. 그래서, 언제 만날 것인가? 언제 데리고 올 것인가? 자네가 안 어울리는 애교를 부리고 뽀뽀를 해대는 것을 보니 분명 아리따운 처자겠지? 언제 소개시켜 줄 것인가?]라덴은 입술을 꾹 다물고서 판테온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바로 앞에 있으면 멱살이라도 잡고 죽빵이라도 갈겼겠지만, 안타깝게도 판테온은 에고 아이템이다. 목걸이를 집어 던져봤자 판테온은 아파하지도 않을 것이다.
라덴은 판테온과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그만두었다. 듀랜드의 결투 신청은 받아들였다. 다음 살롱의 파티가 열리는 것은 나흘 후. 그때까지, 라덴은 자신이 새로 얻은 아이템인 판테온에 대해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다.
[신풍 라젠트.] -레전드 등급 아이템.-레벨 제한 120.
-민첩 스탯 110.
-체력 스탯 50.
*특수 스킬
풍신강림.
쿨타임 300초.
200초 동안 250의 민첩 스탯을 추가로 얻습니다.
신풍곡.
쿨타임 300초.
120초 동안 민첩 스탯의 두 배에 비례한 위력을 가진 바람의 칼날을 몸에 두릅니다.
현재, 라덴은 판테온으로 자신의 장비 아이템을 강화하면서 스킬의 변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쿨타임 600초. 60초 동안 120의 민첩을 추가로 얻게 해주던 풍신의 가호는 풍신강림이 되었다. 쿨타임이 절반으로 줄었고, 지속시간과 부여되던 민첩 계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쿨타임 600초. 30초 동안 민첩 스탯에 비례한 바람을 몸에 두르게 하던 광풍곡은 신풍곡으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쿨타임이 절반으로 줄었고, 지속 시간과 위력이 두 배로 늘었다.
만신전의 쿨타임이 끝났다.
‘다음은.’
라덴은 자신의 어깨에 흔들리는 무르시엘라고를 바라보았다. 사실 라덴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아이템이 이 흑익 무르시엘라고였다. 무르시엘라고는 라덴의 장비 중에서 판테온을 제외한 유일한 레전드 아이템이다. 에픽 아이템은 판테온의 만신전 스킬을 사용하였을 때에 레전드 아이템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레전드 아이템은?
라덴은 만신전 스킬을 사용했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