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62
플레이어와 NPC의 가장 큰 차이는 스킬의 유무다. 모든 플레이어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NPC는 아니다. 고유 특성 역시 마찬가지다. NPC가 ‘스킬’이나 ‘고유 특성’에 준하는 힘을 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법을 배운다. 검술을 배운다. 정령과 계약한다. 플레이어는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지만, NPC는 다르다. 그것이 플레이어와 NPC의 차이를 만든다. 플레이어가 가지는 성장 속도 역시 그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듀랜드는 플레이어가 아닌 NPC다. 20년에 준하는 세월을 검을 잡았다. 태어났을 때에 검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플레이어와 NPC가 갖는 차이는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재능에 투자하는 시간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20년이 넘는 세월을 그 재능에 투자했다. 그렇게 듀랜드는 제국 제일의 기사가 되었다. 로얄 나이트의 단장. 제국에서 그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는 자리다.
‘우위를 점할 수가 없어.’
라덴은 양 주먹을 휘두르면서 듀랜드의 검을 보았다. 듀랜드의 검은 특별하게 빠르지도, 그렇다고 특별하게 무겁지도 않았다. 하지만,
압도할 수가 없었다. 라덴의 주먹이 향하는 곳에는 듀랜드의 검이 있었다. 틈, 이라고 생각하여 주먹을 찔러 넣으면 듀랜드의 검이 그곳을 막아낸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 라덴은 라젠트의 특수 스킬을 통해서 민첩 스탯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상태였다. 그럼에도 압도가 안 된다. 양자택일까지 사용하고 있는 속도에, 듀랜드가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흑월과 비슷한 실력이야.’
까아앙! 칼날과 주먹이 부딪힌다. 라덴은 살짝 뒤로 물러섰다. 강기와 건틀릿의 보호를 받는 주먹이다. 상처는 없다. 듀랜드는 휘파람을 부르면서 검을 고쳐 잡았다.
‘2년…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서 보낸 시간.’
듀랜드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자신의 20년이 플레이어의 2년과 호각이라니.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듀랜드는 기쁨을 느꼈다. 그는 라덴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라덴이 ‘천재’라는 것도 인정했다.
‘강기와 강기의 충돌. 폭염타의 표식은 남지 않아… 호신강기를 뚫는 것이 먼저인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았기 때문에, 폭염타의 표식을 새기지 못했다. 듀랜드의 검강을 뚫거나, 아니면 듀랜드의 호신강기를 뚫거나. 솔직히 어느 쪽이든 쉬운 일은 아니다.
[강하군.]침묵하고 있던 판테온이 중얼거린다. 전투 도중에 개소리를 지껄여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판테온은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제국 제일의 기사라고 했었나? 확실히,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제국 제일을 논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군. 이봐, 알고 있나? 저 녀석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나도 그래.’[저 녀석. 기묘한 재주를 쓰는군. 알고 있나? 저 녀석은 자네보다 빠르지 않아. 하지만 자네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지. …눈이 좋구먼. 아니면 앞서 보는 것이던가.]
그것에 대해서는 라덴도 공감하고 있었다. 단순히 속도만을 본다면, 듀랜드는 라덴보다 빠르지 않다. 풍신강림의 지속시간이 끝난다고 해도 듀랜드보다 크게 느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빠르기는 이쪽이 더 빨라. 그런데도 대응하고 있어. …미래를 본다, 이런 것은 말도 안 되지.’
짧은 생각. 라덴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경험’의 차이다. 듀랜드가 보낸 20년, 그 20년 동안 쌓인 경험은 라덴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판테온이 중얼거렸다. 그 즉시, 라덴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만신전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30분의 쿨타임이 끝났다. 만신전의 쿨타임과 계산해서 사용했던 풍신강림의 지속시간도 끝이 난다. 광풍 라젠트에 만신전을 사용한 것은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상관없다. 아직 라덴이 쓸 수 있는 수는 많으니까. 라젠트에 만신전을 사용한 것은, 증폭한 민첩 스탯으로 듀랜드를 압도하는 것이 가능할까를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상대는 제국 제일의 기사. 황혼의 처형대, 암검의 대주인 흑월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실력자다.
[만신전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다시 한 번. 라덴은 만신전 스킬을 사용하였다. 이번 전투에서 만신전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듀랜드와의 결투가 30분 이상 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만신전을 사용할 아이템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라덴은 확신했다. 이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장비 세팅에서 만신전 스킬을 가장 강력하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마신魔神 무르시엘라고.] -??? 등급 아이템.-레벨 제한 100
-이 아이템은 사망시 드랍되지 않습니다.
-성장형 아이템
-모든 스탯 +60
*특수 스킬.
그림자 뛰기.
쿨타임 30초. 반경 20m 안의 그림자 사이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망토 변환.
쿨타임 없음.
이미지에 따라 망토의 형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변형된 망토는 착용자의 레벨과 스탯의 두 배에 비례하는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둠의 악마.
어둠 속에서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역마의 보호.
흑익 무르시엘라고와 동화한 다크 크리처의 보호를 받습니다. 다크 크리처는 모든 공격을 자동으로 방어합니다. 신성력은 방어할 수 없습니다.
동화.
무르시엘라고와 사용자가 동화합니다. 사용자의 고유 특성과 기반 스킬이 무르시엘라고의 영향을 받습니다. 신성력에 취약해지지만, 대신에 공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흑익 무르시엘라고가 만신전 스킬로 인하여 마신 무르시엘라고로 변화했다. 본래 레전드 아이템이었지만, 만신전으로 강화된 지금의 무르시엘라고의 등급은 ???였다.
스킬 역시 강화되었다. 본래 그림자 뛰기의 쿨타임은 120초였지만, 그 쿨타임이 크게 줄어 30초가 되었다. 어둠의 악마, 망토 변환, 사역마의 보호 스킬의 내용도 바뀌었다.
그리고 하나 더. 스킬이 추가 되었다. 본래 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만신전으로 강화했을 때에는, 기존 스킬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스킬의 추가는 없었다. 하지만 레전드 아이템인 흑익 무르시엘라고를 강화하자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어둠이 흘러내린다. 듀랜드는 살짝 굳은 얼굴로 라덴을 노려 보았다. 라덴의 어깨 근처에서 흔들리던 어둠이, 먹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처럼 라덴의 몸을 덮고 있었다.
‘뭐지?’
그것은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심상치 않다. 불길하다… 그래, 불길함. 듀랜드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라덴은 전신을 뒤덮는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을 보면서 짧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호흡이 끝났을 때, 라덴의 몸이 사라졌다. 듀랜드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어렸다. 너무 빨라서 놓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큿!”
본능적인 경고였다. 듀랜드는 크게 앞으로 뛰어 올랐다. 듀랜드의 그림자에서 솟구친 라덴이 막 주먹을 휘두른 순간이었다. 감이 좋다. 아니면. 저것도 경험인가? 라덴은 바로 땅으로 떨어져 이쪽으로 달려드는 듀랜드를 보면서 양 손을 들었다.
무르시엘라고의 동화 스킬은, 라덴이 익히고 있는 스킬과 고유 특성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지금 라덴의 양 팔에 두른 강기는, 본래의 새하얀 색이 아닌 시커먼 색이었다.
동화 스킬을 펼치는 중에는 신성력에 취약하게 된다. 그 대신에 공격력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설마 듀랜드가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껏 강화한 무르시엘라고가 발목을 잡게 되는 꼴이 된다.
파아아앙! 라덴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속도 자체는 풍신강림 스킬을 썼을 때보다는 느렸지만, 듀랜드는 라덴이 느려졌다는 것에 대해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급히 검을 치켜 들어 라덴이 휘두르는 주먹을 막았다.
콰아아앙! 홀 전체를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났다. 결계가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음이었다. 헉하고 숨을 삼키던 듀랜드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난다.
‘뭔 힘이…!’
자신도 모르게 검을 놓을 뻔 했다. 듀랜드는 이를 갈면서 간신히 공격을 버텨냈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라덴이 손을 치켜들었다. 촤르르르! 라덴이 손을 들어올리는 방향으로 어둠이 솟구친다. 솟구친 어둠이 라덴의 손을 뒤 감싸더니, 거대한 손톱이 되었다.
“미친!”
듀랜드가 단말마의 욕설을 내뱉은 순간, 라덴은 손톱을 휘둘렀다. 콰드드드득! 홀의 바닥이 통째로 뜯겨지면서 라덴의 손톱이 멀리 떨어진 듀랜드를 덮쳤다. 듀랜드는 급히 검을 치켜 들었다. 콰콰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손톱이 듀랜드의 몸을 내리 찍는다. 듀랜드는 무릎에 힘을 주어 간신히 라덴의 공격을 버텨냈다.
그 순간에 라덴은 이미 듀랜드의 앞에 와 있었다. 쿨타임이 크게 줄어든 그림자 뛰기를 사용한 것이다. 듀랜드는 물러서지 않고서 눈을 부릅떴다. 짧은 순간에 수십 개의 참격이 라덴의 몸으로 날아왔다.
방어? 생각할 것도 없었다. 촤촤촥! 라덴의 몸을 뒤덮고 있던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이 솟구친다. 수십 개의 참격이 수십 개로 분영한 그림자에 가로막힌다. 말도 안 돼! 듀랜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공격과 공격의 연결점, 그 공백을 라덴의 주먹이 꿰뚫는다.
“크흡!”
ㅡ쩌엉! 텅 빈 듀랜드의 가슴에 라덴의 주먹이 처박혔다. 듀랜드의 호신강기가 반탄력을 발해 라덴의 주먹을 밀어냈지만, 라덴은 힘을 주어 기어코 듀랜드의 가슴을 때리고 말았다. 콰당탕! 듀랜드의 몸이 뒤로 나뒹굴었다.
관중은 침묵했다. 그들은 입을 쩍 벌리고서 제국 제일의 기사가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대 자로 엎어져 있던 듀랜드가 허리를 튕겨 몸을 일으켰다.
“…대단해!”
듀랜드가 탄성을 내질렀다. 가슴을 얻어 맞은 것에 속이 상하였는지, 듀랜드는 ‘카악’하고 목을 끓이더니 핏물을 퉤 뱉어냈다.
“이렇게 당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로얄 나이트가 되기 전의 수련원에서도 피를 토한 적은 없었는데…”
듀랜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힐긋 보았다. 검은 이곳 저곳 금이 가서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듀랜드는 쩝하고 입맛을 다시더니 들고 있던 검을 뒤로 던져버렸다.
“누구, 검 좀 빌려주실 분?”
듀랜드가 결계 밖을 향해 외쳤다. 라덴은 할 말을 잃고서 그런 듀랜드를 바라보았다. 결계 밖에 있던 기사 중 하나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자신의 검을 뽑아 듀랜드에게 건네 주었다.
“한 자루 더.”
듀랜드가 받은 검을 대충 휘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다른 기사가 다가와 듀랜드에게 검을 건네 주었다.
“본래 쓰는 검이 있기는 한데. 그건 황제 폐하의 허락이 있어야 쓸 수 있어서.”
듀랜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라덴을 힐긋 보았다. 양 손에 검을 쥔 듀랜드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뭐… 결투니까.”
라덴의 대답에 듀랜드가 씩 웃으면서 양 손에 든 검을 들어 올렸다.
“자. 그럼 계속하죠.”
묘한 기분이었다. 본래 쓰는 검이 있다는 말. 그 검을 쓴다면 더 강하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왜 이제 와서 쌍검을 쓰는 거지? 본래부터 쌍검을 사용하던 것일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얕잡아 보였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덴은 혀를 차면서 주먹을 쥐었다. 뭐, 상관없다. 본래 쌍검수였거나, 아니면 본래 쓰는 검이 따로 있거나.
어차피 라덴도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라덴은 성큼거리며 듀랜드에게 다가갔다. 듀랜드는 서두르지 않고 다가오는 라덴을 보면서 눈썹으로 위로 올렸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을 때마다, 무르시엘라고와 동화로 인하여 시커멓게 변한 강기가 라덴의 주먹에 응축된다. 그것은 라덴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 크기가 부풀었다. 듀랜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백호류 발경.
백아.
주먹이 쏘아졌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