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73
단조鍛造. 카란의 고유 특성이다. 이 특성은 카란이 공격을 받을 때에, 받은 데미지에 따라 카란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증폭, 체력의 일부를 회복시킨다. 불굴 특성으로 슈퍼 아머를 패시브로 지닌 카란은 공격을 ‘잘 맞는’ 샌드백이다. 그 상태에서 단조 특성으로 인하여 공겨을 받을 때마다 카란은 체력을 회복하고, 공격의 위력에 따라 데미지와 방어력이 추가로 증가한다.
단조 특성에는 한계가 없다. 굳이 한계를 말하자면, 카란의 체력이 0이 되어 사망하는 것을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것이다. 카란이 죽기 전까지, 카란은 단조 특성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강화할 수 있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강해지고 있어.’
라덴은 그것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덴의 움직임이 멈칫 굳었다. 공격을 거듭해 봤자 카란을 강화해 줄 뿐이다. 아니, 차라리 연타로 몰고 가서 카란을 빠르게 죽이고 끝낼까?
“알아차렸지?”
바로 앞에서 카란이 이죽거렸다. 콰아아! 크게 휘두른 대검이 라덴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카란은 물러선 라덴을 굳이 쫒지 않으면서 말을 이었다.
“숫자를 세는 것은 말이야. 네가 알아차리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상대가 알아차리거나, 끝까지 모르거나. 어느 쪽이든 카란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상대가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머저리 병신이라면, 마음껏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어 자신을 강화한 뒤에 상대를 끝장내면 된다. 상대가 알아차린다면? 그렇게 되어도 상관은 없다. 카란의 특성은 그 내용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상대에게 데미지를 줘야 한다. 특성에 대해 안다고 해도 공격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공격하지 않는다면? 망설인다면? 그것도 상관은 없다. 공격에 망설임을 갖고 멈칫거릴 때마다 카란이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귀찮은 특성이야.’
대놓고 맞는 것을 보니 체력과 방어력에도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쪽의 특성을 더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 거기에 하나 더. 라덴은 카란의 베이직 클랙스가 ‘버서커’라는 것을 떠올렸다.
버서커는 근접 딜러 중에서도 특히나 공격적이다. 자신의 체력을 소모하여 공격력을 증폭시키고,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추가 스탯과 공격력을 얻는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강해지는 특성을 가진 카란과는 최고의 궁합을 가진 직업이다.
[어쩔 텐가?]머릿속에서 판테온이 질문했다. 그는 순수하게 라덴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몰라.’
진심이었다. 이런 식의 특성을 가진 상대와 싸우는 것은 처음이다.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강해진다… 아마 방어력도 꽤 높고, 체력의 총량도 높겠지. 장비의 세팅도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고. 터프하게 맞으면서 들어오는 것을 보면 체력 회복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엘릭서가 있다면 귀찮은 상대겠지만.’
아니면 힐러가 살아있거나. 어느 쪽이든 지금과는 상관이 없는 상황이다. 카란이 가진 체력 회복 수단은 스킬과 특성 뿐. 힐러가 아닌 이상, 그러한 체력 회복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몰아붙인다.’
[멋지군!]
판테온이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라덴은 양 손을 쥐어 들었다. 만신전을 펼쳐 폭염 제란을 강화한다. 파직! 라덴이 끼고 있던 건틀릿에 전류가 흐른다. 폭염 제란이 만신전의 효과를 받아 신염 제란으로 바뀌었다.
‘특성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해. 저런 특성은 패시브 계열일 테니까… 시간을 들여 특성을 초기화 시킨다고 해도, 결국 공격을 하다 보면 다시 중첩시키게 만들 뿐이니까.’
시간을 끌어서 이득을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쪽이 손해를 볼 뿐이다. 라덴은 성기사를 실컷 두들기면서 광란 중첩을 쌓은 상태다. 시간을 끈다면 기껏 3으로 중첩시킨 광란 중첩이 초기화 되어 버린다.
그러니 몰아붙인다. 라덴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카란의 입꼬리가 비틀려져 올라갔다. 그가 쥐고 있던 검이 시뻘건 빛을 발했다. 카란의 대검이 가진 특수 스킬, 블러드 펌핑이 펼쳐졌다. 이 스킬은 펼쳐지고 나서 착용자의 체력이 줄어 들 때마다 공격력을 강화한다. 버서커와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이다. 역시 최상위 랭커라고 해야 할까. 카란의 장비 스킬은 그의 직업 스킬과 고유 특성에 모조리 맞춰져 있었다.
공격력이 평소보다 몇 배나 뛰었다. 지금의 카란에게는 레벨 조정의 패널티가 무의미했다. 시뻘건 격류에 휘감긴 검이 라덴을 덮친다.
양자택일로 스탯이 바뀐다. 풍신 제란의 특수 스킬들은 이미 지속시간이 끝났다. 그렇게 되어도, 양자택일로 반전시킨 라덴의 민첩은 카란의 공격에 대응할 정도로 빠르다.
콰르르르! 대검이 라덴의 머리 위를 스쳤다. 자세를 낮춰 아래로 파고 든 라덴의 주먹이 흔들렸다. 퍼버버벅! 백호 류로 펼친 맹호박투가 카란의 가슴을 두드린다. 순식산에 열 번에 가까운 타격이 들어갔다.
“큽!”
불굴 특성을 가진 카란의 몸은 라덴의 타격에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데미지는 그대로 들어온다. 카란은 크게 줄어 든 체력을 보면서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불굴 특성으로 방어력을 늘렸고, 입고 있는 갑옷의 패시브 특수 스킬 덕에 방어력은 더욱 늘어나 있다. 그럼에도… 체력이 이만큼 줄었다.
‘이 정도의 공격력, 그리고 이 정도의 속도. 이게 그, 스탯을 반전시킨다는 특성이로군.’
라덴의 특성은 루카스에 의해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라덴의 특성은 안다고 해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라덴은 카란의 가슴에 네 개의 표식을 새겨 놓았다. 멸혼폭염타 상태에는 표식을 폭발시키는 것에 세 번의 중첩이면 된다.
그리고 이번 공격으로 폭발시킨다. 연타가 끝나는 순간, 라덴은 발을 뒤로 빼냈다. 카란의 가슴에 새겨진 표식이 붉은 빛에 휘감겼다.
콰콰쾅! 세 번의 폭발이 연달아 터졌다. 폭발 속에서 카란이 놀란 소리를 발했다. 멸혼폭염타는 착용자의 아바타 레벨과 스탯에 비례한다. 그렇게 들어가는 데미지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크아!”
카란은 터프했다. 그는 커다란 소리를 내지르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폭발이 검풍에 날아간다. 공격을 맨 몸으로 받기 위해 카란은 호신강기도 펼치지 않고 있었다. 평소라면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라덴의 공격력은 카란이 상정했던 것보다 몇 배나 높았다.
저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다면 호신강기를 펼칠 법도 한데. 카란은 아직도 호신강기를 쓰지 않고 있었다. 아직 체력에 여유가 있다는 걸까? 아니면 생각보다 이쪽에 준 데미지가 약했던 것인가. 어느 쪽이든 추측일 뿐, 라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공격.
솔직히 말한다면. ‘쉽다’라고 생각했다. 랭킹 2위인 카란. 라덴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발할라 투기장에서 굴지의 랭킹 1위로 군림하던 상대다. 하지만, 지금의 카란과 싸우는 것은 라덴에게 있어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백설과의 수행이 가혹했기 때문에? 아니면 그 이후로 겪은 전투 경험들로 인해 성장했기 때문에? 레벨이 올라서? 장비가 업그레이드 되어서?
그래서. 쉽다고 생각했다. 카란은 라덴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다.
“됐다.”
카란이 중얼거렸다. 공격 대신에 방어 위주로, 라덴의 공격을 받던 중이었다.
체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버서커는 자신의 체력을 담보로 하여 스킬을 펼치고, 체력이 줄어들수록 강해진다. 그런 버서커의 스킬 중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킬이 있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아드레날린을 펼친 상태에서는 받는 데미지가 1/10으로 줄어든다. 동시에 막대한 추가 스탯이 주어진다.
그와 비슷하게, 카란의 고유 특성 중에서는 ‘투귀’라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 역시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에 사용이 가능하다. 특성의 내용은 버서커의 아드레날린 스킬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문제는 특성과 스킬이 중첩된다는 것이다.
카란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방어 위주에서 공격으로. 순식간에 공격이 밀고 들어온다. 라덴이 반응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라덴은 흠칫 놀라 몸을 뒤로 뺐지만, 파악! 카란이 휘두른 검이 라덴의 가슴을 얇게 스치고 지나갔다. 호신강기로 몸이 보호되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쪽의 반응이 조금 느릴 정도로, 카란의 공격이 빨랐다는 것이 문제다.
카란의 전투 스타일은 간단하다. 전투의 초기에 일부러 상대의 공격에 최대한 많이 맞아 준다. 물론, 큰 공격은 최대한 피하거나 방어하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체력을 절 반 이하로 만든다. 단조 특성으로 데미지를 이쪽의 버프로 바꾸고, 투귀 특성과 아드레날린 스킬을 최대한 빠르게 펼친다.
이전까지는 싸움을 위한 준비였을 뿐이다. 이 상태가 되었을 때야 말로 카란은 전력을 낼 수 있다.
‘다른 사람 수준이잖아…!’
공격이 빠르고 무겁다. 어느새 주도권은 라덴에게서 카란으로 넘어갔다. 단순히 빠르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 검을 움직이는 방법, 휘두르는 방법, 발을 놀리는 방법…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대충 맞아주면서 했다는 티가 노골적으로 날 정도였다. 라덴은 미간을 찡그리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카란의 공격을 피하면서 반격의 틈을 보기 위해서였다.
보이지 않는다. 라덴은 카란에 대한 평가를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랭킹 2위, 투기장 1위라 치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카란은 억지로라도 ‘약하다’라고 평가할 수가 없었다.
[뭐야? 밀리는 건가?]판테온이 이죽거렸다. 약올리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진짜로 약올리는 것일지도. 라덴은 반박하지 않았다. 집중, 집중.
라덴의 정신이 전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카란의 공격이 보인다. 시끄러운 포식감지의 알림, 찌릿거리는 감각. 예지에 가까울 정도로 날이 선 감각이 공격을 경고한다. 라덴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카란의 몸을 본다. 근육의 꿈틀거림. 갑옷으로 가려져있는 부위에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상상한다. 아니, 이것은 상상이라기보다는 간파다. 근육의 꿈틀거림에서 관절의 비틀림으로, 거기서 뻗어져 나가는 공격이 깊은가 얕은가.
‘아니, 조금이 아니야.’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런 고양감… 최근 들어서 전투에 몰입할 때마다, 라덴은 이런 고양감을 느끼곤 했다.
물러서지는 않는다. 오히려 파고든다. 거리를 잡아라. 내가 가장 강하게, 확실하게 때릴 수 있는 거리를.
무르시엘라고의 어둠이 꿈틀거리며 치솟았다. 파가가각! 대검과 어둠이 부딪힌다. 어둠이 베인다. 카란의 공격은 그만큼 무겁다. 조금의 저지력… 그것으로 충분하다.
틈을 잡았다.
“큽!”
카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라덴의 주먹이 카란의 배에 박혔고, 빠져나왔다. 불굴 특성. 카란의 몸은 흔들리지 않는다. 카란은 검의 방향을 꺾어 라덴의 어깨 위로 내리 찍었다. 그림자 뛰기. 라덴의 몸이 카란의 앞에서 사라진다. 카란의 등 뒤로 돌아간 라덴은 다리릴 휘둘러 카란의 허벅지를 갈겼다. 콰득! 묵직한 소리가 났지만 여전히 카란의 몸은 흔들리지 않는다.
카란이 뒤로 돌아간 라덴을 마주 보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파천흑염룡. 힘 스탯의 두 배에 비례하는 화염 데미지. 라덴의 오른 팔을 시커먼 흑염룡이 휘감는다.
용왕격. 체력의 2/3을 투자했다.
백호류 발경, 백아.
“맙소사.”
중얼거린 것은 카란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놀라 크게 뜬 두 눈이 그 자신의 몸을 내려 본다. 상체의 오른쪽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입은 상처다.
“더 할 것도 없겠군.”
카란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졌어.”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