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80
“기사단?”
귓속말을 받은 레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경쟁 던전에서 승리하고, 이벤트 타워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에 라덴의 귓속말을 받았다. 귓속말 자체도 갑작스러웠지만, 라덴이 한 말은 레이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네. 레이크님이 괜찮으시다면요. 거절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어디까지나 부탁이 아닌 제안이니까요.]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레이크는 라덴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연락도 곧잘 나누는 편이고. 하지만 아무리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이런 중요한 일을 고민없이 확답할 수는 없었다.
‘나쁜 제안은 아니야.’
개인적인 호감을 떨쳐내고서도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나쁜 제안은 아니다. 알라베스 산 너머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어에게 개방되어 있는 도시는 제노미아다. 대다수의 상위 랭커들은 제노미아를 전초기지로 삼거나, 아니면 다른 루트를 통하여 알라베스 산 이전 지역을 탐색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냉정한 사실이기도 했다. 이 세상은 너무 넓었고, 제노미아 근방의 몬스터들은 강력했다. ‘공략’이라는 목적을 둔 이상 진전은 느릴 수밖에 없다.
제노미아 외의 도시는 이미 발견되었다. 키아미르와 베로니카. 하지만 도시를 발견하기는 하였지만, 그 도시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키아미르와 베로니카의 문지기들이 당연하단 듯이 입성하려는 플레이어들에게 온갖 핑계를 가져다 붙이면서 입성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제노미아만을 전초기지로 삼고서, 멀리 멀리 돌아가는 식의 탐색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도로 입성하는 기회는 레이크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귓속말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아. 역시 그런가요? 그러면 한꺼번에 만나도록 하죠. 레이크님 외에도 이 건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실례가 아니라면, 그들이 누구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레이크가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굳이 숨길 것은 아니었기에 라덴은 레이크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기존에 라덴과 함께 파티 플레이를 했던 플레이어들과, 루벡, 루아노스. 명단에 대해 듣고서 레이크는 살짝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들이 수락한다고 하여도 인원수가 상당히 남겠군요. 아, 물론 각 길드마다 정예 멤버를 추려 보낸다면 인원에 문제는 없겠지만… 괜찮다면 제가 다른 플레이어를 추천해도 되겠습니까?”
[네? 상관은 없는데… 레이크님이 믿을 만한 플레이어라면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이크가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라덴님도 아는 플레이어들이니까요.”
*
각 플레이어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대답을 들었다. 거절하는 이들은 없었다. 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준 귀족이라 할 수 있는 기사 작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수도의 업적은 대부분 라덴이 독점하여 달성하였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도 수도에 입성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보하미르. 파라곤의 길드 하우스.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크고 넓었기 때문이다.
스크라이더, 로사나, 해로이, 라바, 알케나, 새턴. 거기에 루아노스와 루벡, 레이크. 라덴까지 포함해서 열 명의 플레이어들이 파라곤의 길드 하우스의 응접실에 모여 앉았다. 스크라이더와 해로이, 라바는 표정에서부터 뻣뻣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상대들이 발할라에서 손에 꼽히는 랭커들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말이었는데,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라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들을 불러 모은 것이 라덴이었기 때문이다. 루아노스는 보란 듯이 라덴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고, 알케나는 말없이 그런 라덴과 루아노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라덴은 알케나의 그런 시선에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귓속말로 먼저 전했던 것이지만, 다시 말하겠습니다. 저는… 음. 여러분을 제 기사로 삼고 싶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확실하게 짚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이크가 말을 꺼냈다. 그는 라덴을 응시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라덴님이 말씀했었죠. 라덴님이 휘하에 둘 수 있는 기사는 백 명. 하지만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는 라덴님을 제외하면 아홉 명 뿐입니다.”
“어… 그것에 대해서는, 각 길드를 이끌고 계시는 길드장님들께서 정예 길드원을 선출하는 것으로 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그쪽이 질적인 면에서 나을 테니까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는?”
루벡이 손을 들어 올렸다. 루벡은 라덴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기도 하고, 라덴은 루벡에게서 이런저런 많은 도움을 얻었다. 하지만 친분은 친분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인 법이다. 인정에 기대서는 안 된다.
“수도 입성. 일단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러분은 제국 백작인 제 가신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지금은 수도에 살고 있지만, 제노미아의 정식 영주를 맡고 있으니까… 제노미아 영주 휘하 기사인 여러분은, 제노미아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숫자가 많다 보니 녹봉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드릴 수는 없겠지만…”
“녹봉 쪽은 문제없어. 우리도 다들 돈 잘 벌고 있으니까. 제노미아에서의 혜택, 수도 입성… 흠. 조건은 괜찮은 것 같아.”
“라덴님의 기사가 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라덴님의 기사가 된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겁니까?”
그렇게 질문한 것은 스크라이더였다.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의문이기도 했다. 기사가 된다. 그런데, 기사가 되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상대는 라덴이다. 발할라에서 1:1 PVP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라덴. 투기장의 패왕으로 군림했던 카란마저도 쓰러트렸던 라덴이란 말이다.
“루카스와 놈이 이끄는 길드 연합이 수도에 들어왔다더라고요.”
그에 대해서는 알크레토 백작의 정보통을 통해서 확신을 얻었다. 루카스와 불칸만이 수도에 온 것이 아니다. 에클레어의 모습이 수도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말했을 때, 레이크를 포함한 상위 랭커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각 길드마다 정예를 뽑아 백 명. 그것까지는 상관없는데… 놈이 기사가 되어 모시는 귀족이, 제가 속한 진영이랑은 적대 관계라서. 그렇다 보니 저도 급하게 기사를 모으고 있는 거예요. 루카스랑 또 격돌하게 되었을 때, 다굴 맞아 죽는 것은 사양이라.”
“…루카스의 길드 연합과 적대하게 되는 것입니까?”
레이크가 물었다. 말하지 말 것을 그랬나. 라덴은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음. 부담되시는 분은 거절하셔도 상관은 없는데…”
“난 상관없어.”
루아노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루아노스는 루카스에게 앙금이 남아 있다. 루카스와 길드 동맹을 맺었을 때 거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았었고, 이후에도 루카스의 길드 연합에게 흑접 길드원들이 척살 당했었기 때문이다.
“나도 상관없어.”
루벡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루벡과 싸울아비 길드만이라면 루카스의 길드 연합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하지만 이쪽에도 전력이 모여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잘됐군요. 루카스 쪽을 상대한다면, 아무래도 최상위 랭커가 더 필요할 테니까요.”
“네?”
레이크의 중얼거림에 라덴이 의아한 얼굴을 하고서 되물었다. 피식 웃던 레이크는 닫힌 응접실의 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서 라덴의 눈이 크게 떠졌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라덴은 당황한 얼굴을 하고서 그렇게 외쳤다. 문 너머에 서있던 것은 불독의 길드장인 카란이었다. 그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서 괜히 레이크 쪽을 힐긋 보았다.
“들어 올 타이밍을 놓쳤다.”
카란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성큼거리며 응접실의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것은 라덴 뿐만이 아니었다. 카란. 랭킹 2위의 플레이어다. 그런 카란이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경쟁 던전에서의 일 이후로, 카란이 저한테 연락했었습니다. 라덴님과 친구 등록을 하고 싶으니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요.”
“뭐라고요?”
“큼, 크흠! 그… 다른 것이 아니라, 가끔 투기장에서 PVP나 하자고… 그런 것이었는데.”
카란이 민망하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경쟁 던전에 나가고 나서야 카란은 라덴과 친구 등록을 교환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고, 그렇다고 라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 등록을 하자니 민망하여… 레이크에게 만남을 주선했던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니, 카란도 참가하고 싶다 하더군요. 좀 거칠기는 하지만, 좋은 녀석입니다. 카란에 대해서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보증은 무슨.”
카란은 투덜거리면서 라덴을 힐긋 보았다. 카란이 참가한다는 것은 그가 이끌고 있는 불독 길드원 전원이 참가한다는 뜻과도 같다.
“물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라덴님입니다.”
레이크의 시선이 라덴에게 향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카란의 실력에 대해서는 라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라덴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당연히 받아 들여야죠.”
랭킹 1위인 레이크와 랭킹 2위인 카란. 한국 랭킹 1위인 루벡과 2위인 루아노스. 레벨 139의 새턴과 레벨 133의 알케나. 레벨 123의 스크라이더, 라바, 해로이, 로사나. 스크라이더 파티의 레벨이 조금 낮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곁에 있는 이들이 최상위 랭커이기 때문이다. 123의 레벨도 상위 랭커라고 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럼. 각 길드의 인원은 몇이나 데리고 가면 좋겠습니까?”
“머릿수의 한계는 백 명이잖아. 각 길드마다 20명… 그 정도면 되지 않나?”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라덴이 카란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이곳에는 없지만, 대답을 보류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아직 한 명 더 있거든요.”
“…한 명 더? 누군데?”
루아노스의 질문에 라덴은 히죽 웃었다.
“아직 확답을 들은 것이 아니라서. 대답을 제대로 듣고 나서 알려줄게요. 아, 그리고… 이게 되게 중요한 것인데.”
크흠. 라덴은 한 번 헛기침을 내뱉고서, 자신을 보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수도에 가서는 저를 라덴 백작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라덴은 이 건에 대해서는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
“…꽤 놀랐어. 파라곤이나 흑접, 싸울아비는 몰라도… 설마 불독까지 끌어들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거든.”
정보 전문 길드, ‘쥐굴’의 길드장. 하멜른은 책상 위에 앉아서 혀를 내둘렀다. 파라곤, 흑접, 싸울아비의 합류에 대해서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라덴과 파티 플레이를 하거나 PVP 따위로 인연을 맺었던 새턴, 알케나 등 플레이어들의 합류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독은 아니었다. 카란은 자존심이 높고 거칠기로 이름 높은 플레이어다. 라덴과의 유대가 길었다면 모를까, 최근에 경쟁 던전에서 한 번 부딪힌 것이 고작 아닌가. 그런데 그런 카란이 라덴의 기사가 되는 것을 허락하였다니.
“그만큼 내 제안이 매력적이었던 것이겠지. 아니면 내가 매력적이었거나.”
라덴은 하멜른의 앞에 앉아서 히죽 웃었다. 정보. 알크레토 후작이 지적했던 것이다. 라덴은 수도의 중심에 있는 귀족이었지만, 정보 쪽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정보를 캐는 것은 좋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그러니 아예 그쪽의 전문가를 초빙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라덴이 알고 있는 정보 길드는 하멜른이 이끄는 쥐굴 뿐이었다.
“그래서. 너는 어쩔래?”
칼자루는 하멜른이 쥐고 있다. 라덴은 하멜른을 필요로 하지만, 하멜른은 굳이 라덴을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도 입성? 그것이 꽤 매력적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하멜른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발할라에서의 모험이 아니다. 하멜른의 주요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남의 뒤를 캐는 것이었다.
“난 말이야. 다른 건 몰라도 내 몸 안전은 챙기고 싶거든.”
아무리 이 세상이 게임이라고 해도. 하멜른이 그렇게 덧붙였다.
“내가 왜 네 제안에 대한 대답을 보류했는지 알아? 아무래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수도가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나도 알아봐서 들었어. 알크레토 후작과 벨레로크 후작. 쓰러진 황제. 중립인 공작… 알크레토 후작이 불리해. 이건 명분의 문제가 아니지.”
타악. 하멜른이 책상에서 내려왔다.
“전력의 문제야. 벨레로크 후작을 지지하는 귀족이 많으니까. 루카스의 길드 연합이 더해졌으니 전력의 차이는 더욱 커졌지. 질 것이 뻔한 싸움에 왜 몸을 던져야 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좀 할 만 하겠네.”
하멜른이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PVP에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카란까지 합류했다면, 루카스 쪽의 연합과 충분히 비벼볼 수 있다. 귀족간의 전력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알크레토 후작의 인맥이 전부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하멜른이 라덴을 보면서 웃었다.
“수도 귀족들 사생활이 그렇게 지저분하다면서?”
하멜른이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