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20
히어로 사가 내린 공지는 플레이어들이 결정을 내리게끔 하기에 충분한 파급력을 낳았다. 특히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다가왔던 것은 공지를 통해 공개한, 교주를 비롯한 황혼 주요 NPC들의 레벨이었다.
-랭킹 1위 레벨이 170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고, 평균 플레이어 레벨을 따져보면 110 정도입니다.
-상위 랭커라고 재는 놈들 평균 레벨도 150인데 레벨 600??? 미쳤냐?
-님들, 잘 생각해야됨. 보스 레벨만 600이고 중간보스라고 할 놈들은 200임.
-ㄴ 그래서 너가 200짜리 중간 보스 잡을 수 있다고?
-아니 병신들아 쟤들 몬스터도 아니잖아 ㅋㅋㅋ NPC라서 포션쓰고 마법쓰고 별 거 다 쓸텐데?
-레벨 600 짜리 보스랑 싸우기VS중계보면서 팝콘 먹기. 닥전???
-그래도 이 정도 대규모 이벤트는 처음 아님?? 이거 승리 진영 쪽에 붙으면 보상 엄청 먹을 텐데.
-오딘 진영이랑 황혼 진영 둘 중 누가 이길지 내기할 놈 구한닫ㄷㄷ 난 황혼이 이긴다에 부랄 한쪽 검.
-응 평생 쓸 일 없으니까 걸어도 돼~
-최상위는 아니지만 상위 랭킹에는 들어갑니다. 밝혀서 좋을 게 없으니 아이디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지금 선에서는 오딘 진영에 합류하는 것보다는 황혼 진영에 합류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현 시점에서 레벨 600의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겁니다. 레벨 60의 플레이어가 레벨 20의 인스턴트 던전에 들어간다고 칩시다. 던전 몬스터가 우루루 몰려와 플레이어를 공격해 봤자, 플레이어의 체력은 거의 덜지 않습니다. 레벨 차이, 장비 차이, 스
탯 차이 등이 데미지를 박히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차라리 교주가 단순 몬스터라면 모르겠지만, NPC인 이상 교주는 플레이어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엘릭서를 마실 것이고 도망도 치겠죠.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황혼이 종교라는 겁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들은 프리스트고 성기사입니다. 엘릭서를 쓸 것도 없이 체력 회복 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교주만 있는 것도 아니지요. 공지를 통해 알려졌듯이, 현재 황혼은 제국 수도를 본거지로 삼고서 황제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황혼 전쟁에서는 제국군대까지 동원될 겁니다.
-제노미아에도 제국 군 존나 많이 있던데? 레벨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전력 자체는 비슷하다고 봄.
-제노미아에 염화랑 검왕 있더라. 백호 무술관 관주도 있고. 이 정도면 할만하지 않음?
-나 보하미릐 전투 참가했었는데, 저 NPC 세명은 진짜 급이 다르더라. 저 세명 있으면 할만하다고 봄.
-병신아ㅋㅋㅋ 너 그거 모르지? 나 수도에 있는데, 수도에 있던 환룡이 교주한테 끔살 당했다더라.
-난 황혼 쪽 붙을란다. 교주가 너무 세보임.
-나도.
여론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레벨 600의 보스 몬스터라는 타이틀이 너무 큰 탓이다. 김현성은 다리를 꼬고 앉아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저런 평가는 사실이었다. 레벨 600의 보스를 잡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플레이어의 성장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성장 속도에 기대를 걸 수도 없다.
전쟁은 코앞까지 다가 와 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황혼이 그런 시간을 줄 리가 없다.
‘머릿수로는 어떻게 비빌 수 있겠지만, 교주가 문제인데.’
황혼 처형대의 대주 급이나, 황혼에 합류한 랭커들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오딘 진영에는 검왕과 백설, 염화가 있다. 그리고 다른 랭커들도 있다.
염화가 다른 괴물들과 비교해서 급이 많이 딸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것은 아니다. 랭킹 2위인 카란이 염화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불타 죽었었다. 그 이후로 카란의 레벨이 꽤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플레이어의 수
준은 다섯 괴물을 압도하지 못한다.
신기의 힘이 더해진다면 또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오딘 진영만 신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혼 진영에도 신기가 있다. 아마 그것은 황혼에 합류한 상위 랭커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플레이어는 플레이어로 카운터를 치고. 교주는… 교주, 교주가 문제로군.’
가장 이상적인 것은 김현성 혼자서 교주를 감당하는 것이지만, 김현성은 그것에 그리 큰 자신을 품을 수는 없었다. 오딘의 성기사가 되기는 했지만, 과연 그렇다고 해서 교주와 싸워 이길 수 있을까? 판테온이 가진 신기로서
의 제약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더한다고 해서 교주와 싸울 수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었다.
교주를 제하고서 전력을 비교한다면? 사실 그것만 두고 본다면 오딘 쪽 진영이 크게 꿀리는 것은 아니다. 저쪽에 처형대의 대주들이 있다면, 이쪽에는 백설과 검왕, 염화, 유성이 있다. 저쪽에 길드 연합의 랭커들이 있다면
이쪽에도 랭커는 있다.
일반 병사들의 수는? 라덴이 다스리는 영지인 제노미아에도 사병들은 있다.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전쟁에 동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병사들이다.
그들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팔라레스 후작이 이끌고 있는 대군이 있으니까. 보가르도의 물자를 그대로 들고 왔기 때문에, 팔라레스 후작이 이끌고 있는 정규군은 따로 보급은 필요가 없다.
문제는 역시 플레이어다. 지금 와서 합류하는 플레이어들이라고 해 봐야 각 진영의 주요 전력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문제는 어지간한 상위 랭커 정도도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쟁에서는 크나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김현성은 복잡한 생각은 접어 두고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제노미아를 확인해야 한다. 제노미아가 히어로 사에서 지정한 오딘 진영의 전초기지가 되면서, 제노미아는 자체적인 대규모 공사를 할 필요 없이 도시가 크게 확장
되게 되었다.
“영주님!”
제노미아에 있는 영주 집무실에서 접속한 순간, 라덴은 시끄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제노미아의 기사 중 하나인 데미안이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라덴을 향해 다가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도시 성벽이 허물어지더니…”
“허물어지더니?”
“건물이 마구잡이로 솟아났습니다!”
이런 식이로군. 라덴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납득했다. 오딘 진영을 선택하는 플레이어들을 감당하기 위해 제노미아라는 도시 자체가 확장된 것이다.
“영지민들의 피해는?”“확인된 피해는 없습니다.”
“뭐.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은 아니니까 호들갑 떨 필요는 없어요. 데미안 경이 직접 가서 생겨난 건물들을 확인해 줘요.”
“알겠습니다.”
데미안이 머리를 꾸벅 숙이면서 몸을 돌렸다. 데미안이 집무실을 나가자, 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알크레토 후작이 마른 웃음을 흘렸다.
“가끔 보면, 자네는 보기와는 다르게 인망이 꽤 좋아.”
“칭찬인 것 맞죠?”
“물론일세. 인망이라는 것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대체 자네의 무엇에 사람들이 그리 끌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음… 글쎄요. 솔직함?”
라덴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웃었고, 그 말에 알크레토 후작은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라덴을 응시했다.
“솔직함보다는 뻔뻔함이겠지. 그것을 뒷받쳐주는 자신감도 한 몫 할 테고.”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나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닐세.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당장 팔라레스 후작을 보게나. 그 곰같은 남자가 자네의 말을 듣고서 보가르도를 버리고 제노미아로 오지 않았나?”
“그건 제가 말을 잘했다기 보다는 팔라레스 후작님이 생각을 잘 해주신 거죠.”
“어울리지 않게 겸손한 척 하는 군.”
“칭찬해 주는 것 맞습니까?”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창가로 다가갔다. 이곳에서 보는 제노미아의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하나 변한 것은 있었다. 성벽이 멀리 보인다.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공사를 위해 무너트렸던 성벽이 새로 생겨난 모양이
다.
“수도에서 즉위식이 열렸답니다.”
“…그렇군.”
새로운 황제의 즉위식을 촬영한 동영상은 이벤트 공지에 첨부되어 있었다. 라덴은 알크레토 후작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2 황자가 새로운 황제가 되었고, 황혼 교주가 축복을 내렸어요.”
“본래 황제의 즉위식에 축복을 내리는 것은 오딘의 대주교였는데. …불쌍하게도.”
알크레토 후작은 안경을 벗고서 눈가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이쪽에 승산이 있다고 보나?”
“해 봐야 알겠죠. 승산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도망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목숨에 크게 미련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어.”
알크레토 후작은 마른 웃음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병약하게 태어났고,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목숨에 대한 미련은 철 들기 전에도 이미 버려두었다.
“팔라레스 후작에게 전해두겠네. 전쟁을 준비하도록 하라고.”
“플레이어들도 다수 합류하게 될 겁니다.”
“팔라레스 후작이 플레이어들을 통제할 수는 없을 거야. 그들은 군인이 아니잖나.”
“그렇다면 플레이어들 중에서 자격이 있는 사람을 지휘관으로 두는 수밖에 없겠네요.”
“자네가 지휘하지 않을 셈인가?”
알크레토 후작이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 말에 라덴은 풋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몸을 돌려 알크레토 후작을 보았다.
“저는 지휘에는 소질이 없어요. 전쟁을 해본 적도 없고.”
“다른 플레이어가 전쟁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하지만 저보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많겠죠.”
“그것은 이상한 말이로군. 자네가 이 도시의 영주이고, 오딘의 성기사 아닌가?”
“뭐 그렇기는 한데.”
라덴은 입맛을 쩝 다셨다.
“나는 아무래도 혼자 싸우는 것 전문이라서.”
몇 번을 생각해 보고서 내린 결론이었다. 라덴 본인은 지휘를 맡는 것보다는 전장에 뛰어들어 싸우는 것의 전문이다. 전장의 지휘 권한은 차라리 레이크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는 현실에서도 거대한 회사를 이
끌고 있는 몸이기도 하고, 파라곤이라는 대형 길드의 길드장이기도 하다. 레이크 정도의 인물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레이크가 지휘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로만님은 어디로 갔습니까?”
“너무 지친 것 같아서 당분간 조금 쉬라고 하였네. 그도 참 대단한 사람이더군. 아하베스 교의 대주교였으면서 도시를 이 정도까지 이끌어 오다니.”
알크레토 후작은 그렇게 말하면서 라덴의 얼굴을 흘겨 보았다.
“능력을 가진 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훌륭하지만, 로만에 대해서는 자네가 너무 과했어.”
“이거저거 바쁘다 보니…”
“어찌 되었든, 당분간은 내가 도시의 관리를 맡도록 하겠네. 영지 관리는 백작 때 이후로 처음이로군. 벌써 몇 년 전인지 모르겠어.”
알크레토 후작은 그렇게 말은 하였지만 영주로서의 업무가 제법 즐거운 듯 했다. 라덴은 알크레토 후작의 곁에 산처럼 쌓인 서류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저런 업무는 라덴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일이다. 한창 공
부를 해대던 고등학생 때라면 몰라도, 대학교까지 자퇴한 지금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역시 몸 쓰는 것이 편해.’
라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창밖을 보았다.
머지 않아 벌어질 전쟁이, 아직은 멀게 느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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