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19
“그러면, 이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회의의 의장이 의견을 종합했다. 앨리스는 의자를 삐걱삐걱 기울이면서 피로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회의는 제법 길었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초월자라고 해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앨리스는 크게 입을
벌려 하품을 했다.
회의의 주제는 황혼과 교주에 대한 처우였다. 롤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는 했으나, 그것은 다수결에 의해 기각되었다. 롤백이 지니고 있는 위험성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에 제법 많은 공
을 들였고, 버리기 아까울 정도의 수확도 거두었다. 교주나 황혼에 대해 대규모 롤백을 가하는 것은, 여문 과실을 따기도 전에 나무를 베는 것과 똑같았다.
“황혼이 승리한다면 어떡하지?”
“플레이어의 성장이 제한되겠지.”
“결과적으로는 게임의 목적이 상실되는 것 아닌가?”
“그때에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교주를 건드리는 수밖에.”
지금 선에서 교주를 터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딘. 그녀가 당장의 상황에서 임원의 개입을 원하고 있지 않았다. 발할라의 세계를 직접 창조한 오딘은, 플레이어보다는 NPC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교주 역시 오딘
이 창조한 NPC였기에, 아직까지의 선에서 오딘은 교주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황혼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교주가 정말로 플레이어들에 대한 탄압을 벌인다면. 오딘으로서도 교주에게 손을 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계 자체가 파괴될 테니까. 결국 발할라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없으
면 유지되지 않는 게임.
“왜 지금 선에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지?”
“이해가 안 돼. 우리가 롤백이라는 강경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딘이 협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잖아.”
“NPC인 교주를 존중해주는 것이겠지.”
“그래봤자 NPC인데.”
“NPC에게 과한 자유 의지를 준 것은 실책이야. 제약까지 사라졌는데, 발할라를 더 이상 게임으로 봐야 하나? 하나의 세계라고 해도 좋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는 신이겠군. 그 세계를 창조했고, 그 세계를 부술 수 있으니까.”
앨리스가 이죽거리면서 답했다. 신이 되는 것은 모든 초월자의 바람이다. 하지만 초월자는 신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앨리스는 비꼬는 뜻으로 저런 말을 한 것이었지만, 다른 임원들은 그리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는 않았다.
“밸런스가 문제로군. 마음 같아서는 플레이어들에게 더한 이점을 주고 싶지만…”
“오딘이 허락하지 않아. 어찌 보면 오딘도 우습지. 결국 우리가 창조한 프로그램일 뿐인데.”
“우리 손을 떠나 있는 프로그램이야. 오딘에게는 강제로 개입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딘에게 개입한다면 오딘은 프로그램으로서 기능을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게임은 유지가 안 된다.
“그래도 일부 플레이어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잖나? NPC의 제약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가 가진 이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당장 동조율 50%를 돌파한 플레이어들도 많아졌고.”
“오히려 NPC의 제약이 사라져서 잘 된 것일지도 몰라. 게임으로서의 자각이 희미해지는 만큼 플레이어들이 몰입하게 될 테니까.”
“심리적 몰입이 동조율 상승과 깊이 연관되었다는 것은 라덴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라덴이 동조율 100%에 도달한다면? 놈이 정말로 인간에서 초월자로 화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앨리스가 물었다. 아직 라덴에 대한 처우는 결정되지 않았다. 라덴은 발할라 프로젝트의 중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성장했다. 동조율 50%의 벽을 돌파한 플레이어는 꽤 되었지만, 처음으로 50%의 벽을 뚫고서 90%까지
도달한 것은 라덴이 처음이다.
“100%가 되는 순간 초월자로 화한다는 것은 이론일 뿐이야.”
“현실의 육체가 변화하기는 하였지만, 아직 초월자의 수준을 논할 정도는 아니지.”
“일단 지켜보는 쪽으로. 이론이 옳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으니까.”
그에 대해서는 앨리스도 동의했다. 아직 라덴은 초월자가 되지 않았다. 그때의 이야기는 그때 하여도 늦지 않다.
“그러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는 것으로.”
“오딘에게 전달해 두지. 이 정도 조건이라면 오딘도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롤백이라는 강경책은 아직 우리 손에 있으니까.”
공중에 떠있는 구체들이 하나 둘 꺼져갔다. 앨리스는 그것들을 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앨리스의 곁에 앉아 있던 토끼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앨리스를 힐긋 보았다.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NPC에게 자유의지를 주는 것으로 설계했으면서, NPC가 마음대로 행동하지 제재해야 하지 않냐고 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회의 도중에 말하지 그랬어?”
“그… 다른 임원들은 조금 어려워서. 전 낙하산이잖아요.”
“나는 편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솔직히 다른 임원들보다는 편하죠.”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면서 말했다. 그 말에 앨리스는 딱히 불쾌감은 느끼지 않았다. 앨리스는 피식 웃으면서 토끼의 귀를 꼬집었다.
“임원들은 기본적으로 오만해. 신이 될 수 없는 주제에, 이 게임을 만든 것으로 자신들이 신이라도 된 것 마냥 착각하고 있거든.”
“…그런가요?”
“자유의지를 준 것도 그런 이유야. 진짜 세계와 똑같이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부린 것이지. 하지만 말이야. 자신의 창조물이 창조주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창조주로서도 화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저는 신이 아니라서 모르겠네요.”
“신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당장 부모의 마음으로 생각해 봐. 낳은 자식이 말을 안 들으면 화가 나잖아.”
“자식도 안 낳아봐서… 선배는 낳아 봤나요?”
“너 미쳤니?”
앨리스가 토끼의 귀를 잡아 비틀었다. 토끼가 아픈 소리를 내면서 몸을 배배 꼬았다.
“라덴은 어떡하죠?”
앨리스가 토끼의 귀를 놓아주자, 토끼는 아픈 귀를 붙잡고 울상을 지으면서 물었다.
“회의에서 들었잖아. 100%에 도달한다고 하여 초월자가 된다는 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어.”
“초월자가 되지 못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야. 하지만 폐기하지는 않겠지. 어느 정도 성과는 확실히 거두었으니까. 아마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방향성을 찾아보던가 할 거야.”
그것에 대해서 앨리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을 초월자로 바꾸는 목적은 실패한다고 해도, 발할라 프로젝트는 폐기하기에는 많은 성과를 올렸고 그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라덴이 초월자가 된다면.”
앨리스는 말을 멈추고서, 토끼를 힐긋 보았다.
“네 후배로 들어올 지도 모르지.”
*
그날 저녁, 히어로 사는 발할라의 공식 홈페이지에 ‘황혼 전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지했다.
황혼 전쟁은 이전에 공개했던 메인 스토리, ‘황혼’의 최후 에피소드다. 본래는 지금 시점에서 공개 되서는 안 될 스토리였지만, 그에 대해서 히어로 사는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그에 대해 의문을 품
은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발할라에서 이런 식의 대규모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벤트 타워같은 사냥터의 업데이트는 곧잘 있었지만, 황혼 전쟁처럼 대대적으로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이벤트는 처음이다.
이 전쟁에서 플레이어는 두 개의 진영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성기사 라덴이 이끌고 있는 오딘 진영. 오딘 진영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제노미아를 전초기지로 삼고서, 라덴이 가지고 있는 오딘의 성군단 버프 효과를 받
을 수 있다.
황혼 진영은 선택한 플레이어는, 황혼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수도 미스가르드로 텔레포트 된다. 그들은 특수 클래스 ‘황혼의 성군단’을 획득하고, 활동에 따라서 ‘황혼의 성기사’로 전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조건 적인 면에서 오딘 진영과 황혼 진영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히어로 사는 황혼에 소속된 주요 NPC들의 전력을 공개했다.
황혼 교주(레벨 600.)
암검 대주(레벨 200.)
멸풍 대주(레벨 200.)
혼망 대주(레벨 200.)
악희(레벨 270.)
그것은 여러 가지로 플레이어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재 플레이어들 중에서 레벨이 가장 높은 레이크의 레벨은 168이다. 그런 레이크의 레벨이 황혼 처형대의 대주보다 낮다. 물론 레벨이 전부는 아니다. 레벨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여도, 레벨이 낮은 쪽이 높은 쪽을 잡은 전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교주다.
레벨 600. 교주의 레벨이 공개 된 순간, 모든 발할라 관련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말이 안 된다. 밸런스 붕괴다. 저 정도의 레벨이라면 레벨 차이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랭킹 1위와 레벨의 차이가 3배는 나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아무리 공격해 봐야 데미지는 박히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레이드라는 개념도 있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다수의 플레이어가 때려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레이드를 성립시키는 것도 힘들다. 이것은 세력과 세력이 충돌하는 전쟁이다. 몬스터 하나를 우루루 몰려가서
때려잡는 레이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레이드라고는 해도, 레벨의 차이가 저 정도까지 난다면…
단순히 정보만 공개한 것 뿐이지만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오딘 진영이 아닌 황혼 진영에 합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견을 냈다. 오딘 진영에 합류해 봤자 저 정도로 레벨이
높은 교주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조금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황혼 진영에 붙어서 실리를 취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이건 너무하잖아요.”
김현성은 전화기를 붙잡고 투덜거렸다.
“저렇게 정보를 공개해 버리면 저희 진영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이 적어질 텐데.”
[조정된 것도 아니고 순수한 스펙을 공개한 것 뿐이에요. 이쪽이 공평하지 않나요?]
김현성과 통화를 하고 있는 상대는 앨리스였다. 그녀는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김현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황혼의 주요 전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준 것이 진영을 선택해야 하는 플레이어들
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다.
“…검왕님이나 백설 관주님의 레벨은 어떻게 되죠? 알려줄 수 있나요?”
[어려운 일은 아니죠. 본래 공개해서는 안 되기는 하지만, 라덴님도 오딘 진영을 이끌게 된 이상 소속 NPC의 전력에 대해 알아야 할 테니까요.]
앨리스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의 진영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그녀의 레벨은 275죠.]
레벨적인 면에서 다섯 괴물 중 최강은 검왕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진 스펙의 수치일 뿐이다. 실제로 싸움에 들어간다면 다섯 괴물 중 염화를 제외하고서 누가 최강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백호 무술관의 관주인 백설의 레벨도 275고, 보하미르의 은자 유성의 레벨은 210이에요. 도움이 되었나요?]앨리스의 말을 듣고서 라덴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교주의 레벨이 600이라고 해서, 레벨 200인 NPC 셋이 가서 교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이드는 단순 덧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벤트 공지를 보면 제노미아를 전초기지로 삼는다… 라고 나와있는데. 지금 제노미아는 포화 상태에요. 당장 성벽을 허물고 도시를 확장하려고 해도,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우루루 유입한다면 한계가 있다고요.”
[그것에 대해서는 오딘에게 부탁해 제노미아의 도시 규모를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이죠?”
[그쪽이 구색을 맞추기 좋을 테니까요.]
앨리스의 대답을 들으면서, 김현성은 생각했다.
공사 비용을 아꼈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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