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34
전쟁 – 9
계속해서 샤오만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평원에 사람은 많아도 너무 많았고,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샤오만 하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하늘에서 내리 찍히는 벼락을 포착하고서 이곳으로 날아왔다.
저 정도 위력과 규모의 번개 마법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샤오만 뿐이라고 생각했고, 새턴의 생각은 옳았다. 샤오만은 이곳에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샤오만은 쓰고 있던 모자를 슬쩍 올리면서 새턴의 얼굴을 확인했다.
발할라 전문 동영상 사이트인 아스가르드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여성 플레이어. 새턴에 대해서는 샤오만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최상위 랭킹에 들 정도로 레벨이 높지는 않지만,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라덴과 친분만 없었어도 내 길드로 영입했을 텐데.”
“안갔을 거야.”
샤오만이 중얼거린 말에 새턴은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그 말에 샤오만은 피식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샤오만이 이끌고 있는 길드, 볼트는 마법사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발할라를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목표가 볼트길드에 들어가는 것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마법사들 사이에서 볼트 길드의 위상은 높다.
그 길드의 정점에 선 샤오만은 말할 것도 없다. 샤오만의 랭킹은 3위. 연합 수령의 역할을 맡고 있는 루카스보다 레벨이 높다.
마법사 클래스로서는 압도적인 레벨이다.
“…윽…”
루벡은 찌푸리며 감고있던 눈을 간신히 떴다. 직격당하지는 않았지만 벼락의 여파로 감전되어 버렸다.
체력 쪽도 위험했다. 새턴은 샤오만과 자카이드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인벤토리에서 마비 치료제와 엘릭서를 꺼내 루벡에게 건네주었다.
“신세를… 지는군.”
“어서 먹기나 해요. 나 혼자로는 힘드니까.”
사실 샤오만 혼자라고 해도 새턴데게는 버거운 상대다. 아무리 새턴의 PVP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마법사 간의 싸움은 레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레벨이 높다는 것. 그것은 레벨이 낮은 상대보다 사용할 수 있는 패가 많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나 마법사들간의 싸움은 그렇다.
‘디스펠’스킬 때문이다.
디스펠의 원리는 간단하다. 상대방이 펼치는 마법을 해제해 버리는 것이다. 발할라에서 마법이 펼쳐지는 과정은 총 3단계다.
영창과 술식이 1단계, 마력 주입이 2단계, 3단계가 마법의 발현이다.
디스펠 스킬은 마력 주입 단계에서 간섭하여, 상대의 마법이 발현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디스펠의 보정치는 레벨에 따라 달라진다.
비슷한 레벨을 가진 상대간이라면 디스펠 스킬은 거의 비슷한 확률이지만, 레벨에서 차이가 난다면 높은 쪽에 디스펠 성공에 대한 추가 퍼센트가 붙는다.
반대로, 레벨이 낮은 쪽은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상대에게 디스펠 마법을 펼치는 것이 힘들다.
성공 확률이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수가 너무 제한 돼.’
디스펠을 염두에 둔다면 영창이나 술식은 사용할 수 없다.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영창 과정이 필요없는 즉발 마법과 고유 특성 뿐.
즉발 마법의 위력은 영창 마법과 비교한다면 대단하지 않으니, 샤오만을 상대로 싸운다면 새턴은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자카이드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요?”
“할만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루벡이 그렇게 대답했다. 놈의 방어를 뚫는 것이 고역이기는 하지만, 크게 불리하지는 않다. 조건적인 면에서는 동등하다.
이길 수 있냐 없느냐를 가르는 것은 서로의 기량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카이드 잡고 나 좀 도와줘요. 샤오만의 발은 묶을 수 있겠는데… 놈을 잡는 것은 힘들어요.”
“도와달라고?”
루벡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되물었다. 그 질문에 새턴은 눈썹을 찡그리면서 루벡을 힐긋 보았다.
“왜요. 싫어요?”
“아니, 싫은 것이 아니라. 네가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의외라서.”
“뭐래요. 힘드니까 도와달라고 하는거지.”
루벡이 아는 새턴은 남에게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새턴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스태프를 흔들었다. 새하얀 안개가 그녀의 주변을 떠돌기 시작했다.
콰득!
잭헤드는 가슴을 꿰뚫은 검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뭐라고 말도 하기전에 입에서 피가 흘러넘친다.
알케나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서 검을 비틀었다. 잭헤드의 가슴을 꿰뚫고 있던 파라스가 잭헤드의 몸을 둘로 갈랐다.
“죽였어?”
들리는 목소리에 알케나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알케나가 돌아 본 곳에는 루아노스가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전신에 화살이 박혀 피투성이였고, 죽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의 중상이었다.
알케나는 급히 루아노스에게 다가가면서 인벤토리에서 엘릭서를 꺼냈다.
“괜찮으세요?”
“괜찮지는 않아. 진짜로 죽을 뻔 했거든.”
루아노스가 쓰게 웃으면서 알케나가 건네는 엘릭서를 받았다. 루아노스의 도움이 없었떠라면, 알케나는 잭헤드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하멜른은?”
“죽었어. 어쩔 수 없지, 녀석은 체력이 너무 낮아서.”
거대한 평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 한명을 포착하여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이 하멜른의 고유 특성으로 잭헤드의 위치를 파악하기는 하였지만, 쉼없이 움직이는 잭헤드의 발을 묶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하멜른이 희생되었다. 하멜른의 화살받이가 되어 잭헤드의 집중 사격에 맞아 죽었고, 루아노스가 잭헤드의 뒤를 잡았다.
“미안해요.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발할라의 클래스 중에서 레인저를 잡을 수 있는 클래스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뭐, 잡았으면 되었잖아. 나도 죽지 않았고.”
엘릭서를 마셔 몸을 회복한 루아노스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루아노스는 눈가를 찡그리면서 몸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냈다.
“잭헤드는 잡았고. 이젠 어떻게 할거야?”
“…전장에 합류하려고요.”
“너는 라덴한테 가.”
뚜둑. 가슴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 바닥으로 던진다. 알케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제가요? 언니는…”
“나는 가봤자 도움이 안돼.”
그렇게 말하면서, 루아노스는 쓰게 웃었다. 단순히 레벨만 보자면 루아노스가 알케나보다 높다.
레벨이 전부가 아니다. 루아노스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당장 루아노스의 레벨은 라덴보다 높지만, 루아노스는 라덴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선택한 클래스의 차이? 아니면 아바타를 다루는 실력? 아니, 그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차이가 난다.
그리고 루아노스가 보기에는, 알케나는 루아노스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동조율.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루아노스도 알 수가 없었지만, 자신과 알케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해서는 알았다.
“그 멍청이는 항상 무리한 상대한테 도전한단 말이야… 내가 가봤자 도움이 안돼. 그러니 네가 도와줘.”
“…언니.”
“그리고 너.”
루아노스가 알케나를 바라보았다. 루아노스의 입이 살짝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알케나는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루아노스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을 하려던 루아노스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뭐… 요즘은 되게 오래들 살잖아. 기술도 발전하고 있고, 특히 의학 기술이 말이야.”
“…네?”
“그러니까, 음… 50년.”
고심 끝에, 루아노스는 활짝 손을 펼쳐 알케나에게 보여 주었다.
“50년 뒤에는, 내가 양보 해줄게.”
뻔뻔한 말이었다. 50년 뒤라면 루아노스와 알케나의 나이는 70이 넘는다. 하지만 루아노스는 그녀 나름대로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지금 시대에서 평균 수명은 100살을 뛰어 넘었다. 의학 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니, 50년 뒤에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오는 것 아닌가.
연인을 노리는 도둑 고양이에게 이정도의 아량을 베풀어 준 것이니, 루아노스로서는 상당히 많이 양보해 준 것이다.
물론 알케나는 루아노스의 생각처럼 라덴을 노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루아노스의 말을 듣고서 동그랗게 뜬 눈을 깜박거렸다.
“…50년…?”
“응. 왜? 너무 길어?”
루아노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물었다. 그제서야 알케나는, 루아노스가‘양보’해 준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알케나의 얼굴이 화악하고 달아올랐다.
“자, 잠깐만요. 저는 딱히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이…”
“내가 알바는 아니지.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50년. 50년 뒤에는 너한테 양보해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당장은 안돼. 루아노스는 손가락을 들어 알케나의 이마를 콕하고 눌렀다.
“…그냥 친구인데…”
“친구에서 자기되고 자기에서 여보 되는 법이야.”
“…친구도 안 되나요?”
“…그 정도는 용납해 줄게.”
알케나의 울먹거리는 눈망울에 루아노스의 마음이 흔들렸다. 뭐, 괜찮겠지. 내가 꽉 잡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루아노스는 내심 흐르는 생각에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알케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해? 가서, 내 남자친구 도와주지 않고.”
“네, 네!”
알케나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루아노스는 후다닥 뛰어가는 알케나의 등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난 남자친구 둔 것도 힘들다니까.”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데. 루아노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교주가 걷기 시작했다.
황혼진영의 후방에 위치했던 교주는, 어느새 오딘 진영의 후방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높다랗게 세워진 제노미아의 성벽이 있었으나, 교주는 그것에 눈을 두지 않았다.
성벽을 무너트리고 도시를 괴멸시키는 것도 제법 괜찮을 듯 싶었지만, 우선 눈에 가득 들어오는 적들을 치워버리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교주의 손이 천천히 위로 들렸다.
듀랜드에게 왼팔이 잘려 오른팔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것은 교주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브람의 신력이 교주의 손을 휘감았다.
교주가 손을 휘둘렀을 때, 그것은 단순한 손짓이 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모였던 거대한 힘이 파도가 되어 오딘 진영의 후방을 덮쳤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나뒹굴던 플레이어 하나가 그렇게 생각했다. 오딘 진영의 후방에 위치한 것은 평균 레벨 이상의,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그런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전멸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수백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교주의 공격에 나뒹굴고 태반이 죽어 버렸다.
600. 교주의 레벨이다. 평균 레벨 이상이라고 해봐야 100을 조금 웃도는 정도. 6배차이나는 레벨을 가진 보스몬스터의 광역 공격이다.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뒤다!”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이 교주를 돌아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황혼 진영 후방에 위치했던 교주가 왜 이곳에 와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플레이어들은 급히 태세를 정비하고서 교주에게 달려들었다.
고통에 둔감한 것과 죽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교주는 활짝 펼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플레이어들은, 교주에게 있어서는 귀찮을 것도 없는 표적이었다.
펼친 손바닥 주변으로 수십개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퍼퍼퍼퍽! 쏘아진 구체가 플레이어들을 꿰뚫었다. 수십의 플레이어들을 죽이고서도 구체는 멈추지 않았다.
교주는 뻗은 손을 내려 뒷짐을 지었고, 공중을 매섭게 날아다니는 구체들은 아직 살아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다시 쏘아졌다.
“자아, 그럼…”
교주는 등 뒤로 넘긴 손을 쥐었다 펴면서 웃었다.
“전쟁을 끝내 볼까.”
교주가 웃는 얼굴을 하고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