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21
121. 공 함부로 던지지 마세요
요즘 대전 호크스의 강우성, 윤규민, 코리 윈스턴은 승리 자판기로 불린다.
강우성은 부상 여파로 자책점이 소폭 올랐지만, 그럼에도 2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었고 윤규민은 1점대를 지키고 있었다. 코리 윈스턴 역시도 자책점 2.71을 마크하며 특급 용병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이 선발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는 한숨을 쉬었고 대전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초반 꾀병으로 이탈한 먹튀 용병 투수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외국인 선수는 자리를 잡은 셈이었다.
따아악!
“잘한다, 잘한다!”
따아악!
“아이고, 잘한다!”
오늘 선발 투수 윤규민은 얼굴에 꽃이 피어올랐다.
자책점과 실력에 비해 승운이 없는 윤규민은 잘 던져 놓고도 패전 투수가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후반기 들어서는 그런 일이 조금은 줄었지만, 확실히 윤규민에게는 득점 지원이 소금처럼 짠 편이긴 했다.
오늘 경기는 시작부터 석 점을 뽑아냈다.
박준용의 안타에 이어 유행운의 1타점 적시 2루타. 그 이후에는 조석찬의 홈런이 나왔다. 보름 만에 터지는 단비 같은 홈런이었다. 조석찬은 무려 98억이라는 금액으로 대전 호크스에 왔다.
조석찬은 첫 번째 FA였지만, 전성기가 늦게 찾아온 탓에 나이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에서 조석찬만큼 잘해 주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지선호 외에는 조석찬보다 못한 선수들이었다.
FA 시장의 적정가는 75억 선이었다.
실제로 조석찬은 대전 외에도 80억 수준의 계약 제안을 받은 바 있었다. 아무래도 수도권이 생활하기 좋았고 아이를 키우는 일도 생각해야 했지만, 결국 와이프의 조언에 따라 대전에 왔다.
아내의 말은 간단했다. 돈은 곧 선수의 가치였고 나이를 생각하면 두 번째 FA는 없을 거라는 것.
모두 옳은 말이었다.
대전에서 최종 금액 98억을 베팅하는 순간, 마음이 대전으로 기울어졌다. 그렇게 오버페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대전에 온 조석찬은 한동안 ‘돈석찬’으로 불렸다.
홈런을 몰아칠 때는 ‘조잘샀’이 되었다가 타격 슬럼프를 겪는 순간부터 ‘돈석찬’이 된다. 그러니 그는 지금 잘해야 했고 내년에도 잘해야 했으며 내후년에도 잘해야 마땅했다.
따아아악!
“웬일이야? 무슨 일이야?”
조석찬의 특징은 몰아치기다.
보통 기한은 보름이다. 아름다운 2주를 보내고 나면 그 후에는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맛 가는 건 아니었고, 열흘 정도는 홈런과 장타가 잘 터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홈런이 나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장타도 잘 나오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시기였다. 혼자 묵묵히 특타를 하고 마음도 잘 잡아 보려고 했으나, 그게 쉽게 될 리가 없다.
[오늘 조석찬의 방망이가 무섭습니다! 1회 초, 투런포에 이어서 이번에는 석 점을 추가하는 홈런! 시즌 26호 포!]조석찬은 전성기가 찾아오고 난 후에는 매 시즌 서른 개의 홈런을 생산해 왔다. 타격이 아무리 꼴아 박아도 어떻게든 3할대를 유지한다.
2할대로 떨어지면 다시 안타와 홈런을 몰아치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그의 특징이었다.
[조잘샀 미쳤네 오늘 ㅋㅋ 나오라는 행운이 홈런은 어디가고 조석찬이 연타석 갈겨버리네]└ 아름다운 보름 스타트 찍었다
└ 시바아 보름동안 존나 행복할 준비 완
└ 돈값하는 조석찬은 그저 우리 형이지~
└ 석찬아 몸 관리 잘해라 너 가을야구 때 아름다운 보름 그 시기 와야 한다
└ 한국시리즈에서 타격 죽 쓰면 가만 안 둬
└ 98억 잘한다
└ 벌써 7점 땄넼ㅋㅋ 규민이 좋아 죽네
└ 그치 윤규민 맨날 득점 지원 1점, 2점 이따위였는데 ㅋㅋㅋㅋㅋ
└ 셔텨 내려 이겼다
현재 2회 초.
조석찬의 다시 터진 홈런으로 석 점을 추가한 대전 호크스는 어느새 7점 차로 크게 앞서고 있었다.
윤규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2회 말 마운드에 올랐고 기분 좋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경기는 평이했다.
대구 드래곤즈는 3회 초에 투수를 교체했다. 대전 호크스 타선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 투수를 상대로 신나게 배트를 돌리며 개인 스탯을 올렸고, 윤규민은 열심히 공을 던지며 타선을 틀어막았다.
따악!
“꺅!”
따아악!
“꺄악!”
따아아악!
“끼약!”
또다시 타선에 불이 붙는다. 그리고 타격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윤규민은 요란스럽게 리액션을 취했다.
매일 1점 차 승부에 벌벌 떨면서 공을 던지다가 넉넉한 점수 차에 기분이 너무 좋은 탓이었다.
“어, 벌써 12점…….”
어느새 경기 중반.
문득 윤규민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개새끼들, 왜 몰아쳐?”
따아악!
“다음에 또 안 치려고?”
따악!
“폐업하려고?”
따아아악!
“이제 그만……!”
불안하다.
6회 초, 점수는 어느새 15점 차.
이 정도면 절반 나눠서 다음 경기에 줘도 충분히 괜찮은 수준의 점수 차였다.
따아아아악!
[오늘 대전 호크스 화력이 식질 않습니다! 지선호의 시즌 첫 만루 홈런! 점수가 순식간에 넉 점이 추가됩니다! 스코어 19:0!]“이렇게 할 줄 알았으면서 지금까지 안 한 거야?”
아주 개새끼들이네?
* * *
“행운아.”
“네?”
“이제 쉬어.”
“괜찮습니다.”
“응?”
보통 유행운은 중간에 휴식 차원으로 교체를 진행하면 바로 납득을 하고 벤치에 들어간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저 오늘은 풀로 뛰고 싶어요.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긴 했지만, 더 뛰게 해 주세요.”
이미 감독은 다시 감을 찾은 조석찬을 제외하고 박준용과 문혁준, 지선호를 교체했다. 이 정도 점수 차라면 충분히 주축 선수를 빼고 휴식을 줘도 괜찮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걸 유행운이 거절한다.
“오늘 여자친구 와서?”
“네?”
“어머니도 오셨다고 했지?”
“아, 네…….”
오늘 유행운은 멀티 히트 경기를 치렀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충분히 활약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이미 대구 드래곤즈는 계속 투수를 교체하며 무력함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40홈런을 때리기 좋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욕심을 부리게 되는 유행운이었다.
“알았다. 예비 신부에게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싶겠지. 암, 그렇고말고.”
흐흐흐.
최정환 감독이 다 안다는 듯 웃었다.
그도 연애를 해 봤고 결혼도 했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건 당연했다. 게다가 지금 유행운은 결혼 계획도 잡혀 있었다.
지나치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얼른 장가를 보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도 아는 거다.
가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붙는 책임감에 대해서.
쉽게 말해, 분유 파워였다.
‘내년에는 더 잘하겠지?’
흐흐흐흐흐…….
최정환은 대전 호크스가 첫 감독 경험이었는데, 최하위 팀을 끌어 올려 우승시킨 감독이 된다면 말 그대로 업적이 될 것이다.
지금도 잘하는 유행운이 내년에도 잘한다면 대전 왕조도 꿈은 아니었다.
“그래, 잘해 봐라.”
유행운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최정환이 씩 웃었다.
* * *
8회 초.
처음으로 대구 드래곤즈가 7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현재 스코어는 19: 0. 오늘 유행운의 성적은 4타수 2안타.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그리 썩 만족할 만한 기록은 또 아니었다.
따아아악!
[아, 유행운이 초구부터 크게 돌립니다! 좌측 파울!]조금씩 감을 잡아 간다.
상대 투수는 윤서준이었다. 이제 프로 5년 차에 접어드는 선수였고 2군과 1군을 정신없이 오가는 유형의 투수였다.
“대놓고 홈런 치겠다는 스윙이네.”
윤서준은 성격이 편협하다.
쉽게 말하자면 남 탓을 하는 걸 좋아했고 열등감도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나름 1라운드 출신 투수인 윤서준은 지명 순번이 말해 주듯, 고교 시절에는 에이스였다.
고교 시절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곱게 공을 던져 온 투수들은 맷집이 약한 경우가 수두룩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수준이 다르다. 강우성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에이스 대접을 받은 친구들은 자신에게 강우성급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고교 시절에는 모든 사람이 떠받들어 주는 건 물론, 홈런 하나 맞아 본 경험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퍼엉!
강속구가 미트에 들어온다.
유행운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몸쪽 승부라기에는 너무나 깊게 들어온 탓이었다.
고개를 돌린 유행운이 가만 윤서준을 응시했다. 제구가 안 된 공일 수도 있다. 실투일 수도 있지만, 유행운은 몸에 맞는 공에 항상 예민했다.
경기장 내에서는 불필요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도 있고 서로 부딪힐 수도 있었다.
웬만하면 유행운은 그런 감정싸움은 피하는 편이었다. 그 자체가 감정 소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
타석에 선 유행운이 배트를 든다.
이번에도 배터박스에 바짝 붙었다. 투수 손에서 공이 빠져나온다. 그리고 그 공의 방향은 몸쪽 깊숙한 위치였다.
유행운이 뒤로 물러선다. 최근에는 아예 몸을 틀어 안전한 곳에 공이 맞게끔 하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윤서준의 공은 빠르다.
늘 그렇듯 구속 하나만 믿고 덤비는 스타일.
그런 공은 안전하게 맞는다고 해도 몸에 타격이 온다. 그렇기에 아예 피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
이번에는 유행운의 미간이 좁혀진다.
몸쪽에 깊은 코스였다. 유행운이 몸을 틀어 투수를 응시했다. 그 눈초리가 곱지 않았고 윤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서준이가 제구가 잘 안돼.”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불안하면 타석에서 좀 떨어지든가.”
그 말은 계속 몸쪽 승부를 요구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타자를 흔들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명백히 고의성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유행운은 타석 위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이래도 안 떨어져?’
유행운은 몸쪽 승부도 공략이 가능했고 바깥 코스도 잘 친다. 그렇기에 대구 배터리는 타자를 배터박스에서 멀리 떨어뜨리려는 계산이었다.
윤서준이 로진백을 떨어뜨리고 자세를 잡는다. 이번에는 슬라이더였고 우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으로 흐르는 코스였다.
유행운의 눈이 커진다.
깊숙했다. 손에서 공이 빠진 건지, 아니면 일부러 깊게 던져 겁을 주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이 점차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볼.”
3-1.
유행운이 가까스로 공을 피하고 포수의 미트를 확인했다. 몸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미트를 보던 유행운이 혀를 찬다.
“제구가 너무 안 되는데요.”
“…….”
“이러다 제가 맞겠어요.”
“뭐?”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가.”
“이 새끼가.”
지금 대구 드래곤즈는 백업 포수를 기용했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고 주전 포수는 베테랑으로 나이가 많았다. 그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백업 포수였고 언젠가는 대구의 안방을 책임질 선수였다.
“보통 이럴 때는 올라가지 않으세요?”
유행운은 날카롭게 반응하는 포수 이보훈을 보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연속으로 제가 공을 피했잖아요. 이럴 때는 포수가 마운드 올라가서 다독여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이보훈이 이를 악문다.
세 번 연속으로 공이 빠졌다. 몸쪽 승부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제구가 잘 안되는지 평소보다 공이 더 날리고 있었다.
상대는 신인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선수였다. 만약 별거 아닌 선수였다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퍼부었겠지만, 나이만 어릴 뿐 만만치 않은 선수다.
결국, 이보훈이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마운드에 방문했다.
“왜 올라와?”
“몸쪽 포기하자.”
“왜?”
“날리잖아, 제구. 지금 쓰리 볼인 거 몰라?”
이보훈이 미트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괜찮아, 일부러 그런 거야.”
“뭐?”
“처음에는 일부러는 아니었는데, 존나 짜증 나잖아.”
처음에는 공이 제대로 긁히지 않았다.
실투였는데 유행운이 쏘아보자 기분이 상한 나머지 일부러 몸쪽 깊게 던지고 있었다.
“어차피 진 경기잖아.”
“야…….”
“그냥 걸어서 내보내도 괜찮지 않아? 다음에 내가 잘 잡으면 되잖아.”
순간 이보훈이 생각한다.
처음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그럴듯하다. 이미 점수는 벌어졌고 감독은 경기를 던졌다.
이 상황에서 타자 하나를 걸어 내보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다음 타자에게서 병살타를 잡을 수도 있었고 만에 하나 윤서준이 흔들린다고 해도 교체하면 그만이다.
백업 포수는 그대로.
투수만 교체.
“그런가……?”
“가.”
“맞히지는 말고.”
“알았어. 겁만 줄게, 겁만.”
포수 이보훈이 자리로 돌아와 유행운을 짧게 응시했다.
평소 유행운이 재수가 없기는 했다. 오늘도 신인답지 않게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무리 다른 팀이라고 해도 선후배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욱 삐딱하게 생각하는 이보훈이었다.
[지금 윤서준의 제구가 흔들리는데요. 몸쪽으로 깊게 들어오니, 유행운이 포수와 작게 언쟁이 있었고요. 아마 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는데요.] [네, 특히 마지막 공은 타자가 맞을 뻔했죠. 이보훈 포수가 마운드를 한 번 방문했고요.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꽂힐지 지켜봐야겠습니다.]유행운이 자세를 잡는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윤서준이 자세를 잡는다.
미트의 위치는 이번에도 깊숙한 몸쪽이었다.
윤서준의 손끝에서 공이 빠져나온다. 유행운은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보다 이내 등을 돌렸다.
공에 맞는 순간, 유행운이 그대로 쓰러진다.
유행운은 통증에 한동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차린 유행운이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운아, 괜찮아? 어?”
깜짝 놀란 코치가 달려왔다.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투수를 보며 작게 욕을 내뱉었다.
“시발…….”
바닥에 떨어진 헬멧을 발로 걷어찬 유행운이 윤서준을 향해 다가가고.
그 순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뭐.”
윤서준 역시도 지지 않고 유행운에게 다가갔다.
“사과가 먼저 아닙니까?”
“뭐라고?”
“아니면 일부러 맞히신 겁니까?”
주심이 달려와 유행운의 팔을 잡아끌었다.
“네, 네가 참아라……!”
유행운이 팔이 잡힌 채로 윤서준을 응시했다. 윤서준 역시도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되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뭐 시발, 손에서 공이 빠진 걸 어떡하라고? 어?”
이죽거림에 화가 치민다.
어느새 이보훈이 다가와 유행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유행운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투수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다.
심판이 그를 막았고 지금은 이보훈이 제 앞을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몸쪽 제구 안 되면 던지질 말아야죠. 아닙니까? 네 번 연속으로 깊게 들어왔어요. 이번에는 피할 틈도 없이 등으로. 이거 코스 좀만 높았으면 머립니다, 알아요?”
“머리는 안 맞았잖아.”
“뭐라고?”
“등은 자주 맞는 부윈데, 왜 그렇게 예민해?”
“등이라고?”
유행운이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심판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이보훈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이 새끼가.”
“공 하나 잘못 맞으면 타자가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 분이 예민하다는 말을 하십니까?”
“…….”
“동업자 정신은 쓰레기통에 처박았어요?”
“뭐, 일, 일부러 했다는 거야, 뭐야!”
일부러네.
말을 더듬는 이보훈의 어깨를 밀치고 투수에게 다가간다.
주변을 맴돌고 있던 대전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이미 험악해진 상태였다.
“야! 이보훈 개새끼야!”
“저, 윤서준 잡아. 저 씹새끼.”
처음 벤치 클리어링을 겪었을 때, 유행운은 거의 관전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난 1회차에서 유행운을 고통스럽게 했던 일이 몸에 맞는 공이었다. 이제 정황상 빈볼이 확실해졌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죽여 버린다, 개새끼야.”
몰려드는 양측 선수들과 이보훈을 피해 성큼성큼 윤서준에게 다가간 유행운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놀란 윤서준이 글러브로 유행운의 얼굴을 밀쳤다.
유행운이 미동도 하지 않고 윤서준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대로 끌려온 윤서준에게 업어 치기를 시도했다.
“뭐, 뭐야!”
순식간이었다.
“으악!”
유행운이 윤서준을 사정없이 바닥에 메쳤다.
심호흡을 하던 유행운이 신음을 흘리는 윤서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앞으로는 공 함부로 던지지 마세요.”
유행운은 그 이상의 폭행은 휘두르지 않았다.
“야이, 시발, 씹새끼야! 거기 안 서?”
윤서준이 벌떡 일어나 유행운에게 달려들었고 프레드릭이 그 앞을 막아섰다.
“놉.”
이미 과격해진 분위기, 유행운에게 달려드는 드래곤즈 선수들은 덩치가 큰 프레드릭와 지선호가 물리쳤고 문혁준과 강우성은 유행운이 안전하게 물러설 수 있도록 가드를 쳐 주었다.
그리고.
“이 시발 새끼야! 투수 같지도 않은 새끼가 감히 누구를 쳐! 내 남친 다치면 가만 안 둬, 개새끼야!”
어느새 테이블석에서 뛰어나온 백유정이 맨 앞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백유진, 이 침팬지 새끼야! 당장 가서 저 새끼 담가 버려!”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