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4
154. 병역 혜택
보스턴 레드삭스는 예전부터 유행운을 집중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그다음은 놀라움이었다. 처음 유행운의 몸값은 그리 높게 책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 첫해부터 KBO리그를 씹어 먹으며 미국 내의 관심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보스턴은 명문 구단이다. 미국 내 구단 가치로 순위를 매기면 언제나 3위권 안에 드는 팀이었고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고 있는 구단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은 뉴욕 양키스였다. 그 양키스가 올 시즌 막바지에 동양인 루키 선수를 데뷔시켰다.
공교롭게도 한국인이었다. 그것도 유행운과 고교 시절 끝없이 라이벌 구도를 그렸던 선수, 민현웅이다. 보스턴이 보기에도 민현웅은 슈퍼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했다.
올 시즌 막바지에 이 한국인 루키를 기용하며 잠재력을 확인하던 양키스는 매우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선발 출장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적은 기회 안에서도 데뷔포를 날렸고 중요한 순간 적시타도 때리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마케팅 요소로도 아주 좋겠어.”
보스턴은 강성 팬덤을 보유한 팀이다.
특히 양키스와는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라이벌이라는 것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양키스가 민현웅을 보유한다면 보스턴은 유행운을 이용할 수 있다.
라이벌이라는 구도를 더더욱 살릴 수 있기도 하고, 그 이전에 유행운은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몸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으며 수비 능력만 두고 보면 지금도 보스턴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타격 재능 역시도 탁월했다. 처음에는 가능성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은 KBO리그에서 자신의 약점을 서서히 보완하고 있었다.
“메이슨 씨!”
등 뒤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었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채리원이 미리 연락을 취해 결승에 같이 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아, 오셨군요. 경기 후반인데…….”
“좀 여기저기 좀 둘러보느라 늦었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닙니다. 경기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대만에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가 여럿 있었다. 그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선발 투수로 나선 라오 창이 괜찮은 루키라는 걸 확인했다.
그 밖에도 윤규민이라는 선수 역시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구속과 제구도 좋았고 변화구도 완성도가 높은 선수였다.
메이슨은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묻혀 있는 유망주를 찾는 일을 즐거워했다. 생각보다 좋은 인재들이 숨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경기에 몰입했다.
“유행운 선수는 이렇게 병역 혜택을 받으면 몸값이 더 올라가겠군요.”
한국인 선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군 문제였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 더 이상의 문제는 없었다.
“정확하게 보셨어요.”
아주 듣고 싶었던 말이다.
채리원이 다가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유행운 선수가 또 홈런 치면서 도망갔잖아요. 병역 혜택이 걸린 거라 더 집중하는 것 같고요.”
메이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행운이 KBO를 선택했을 때, 군대 문제를 해결할 거라 예상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당연했다. 시간이 걸렸을지언정, 새로운 무대에서 모든 실력을 발휘하기에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것만으로도 유행운의 몸값이 끝없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늦게 경기를……?”
“아, 그게 말이죠.”
채리원이 씩 웃었다.
“경기장 한 바퀴 돌았어요. 이게 직업병인데, 어느 분이 오셨는지 궁금도 했거든요.”
“그래서 누굴 만났습니까?”
“예, 양키스요.”
“…….”
역시나 메이슨의 눈빛이 달라진다.
“보러 올 수는 있겠죠. 거기도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가 있을 테니까.”
채리원은 여유가 있었다.
아직 KBO에서 더 뛰어야 하는 유행운이었기에 지금 막 급하게 달려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공들여 살살 불만 지피면 된다. 불만.
“아시잖아요, 요즘 양키스 민현웅 선수 곱게 키우는 거. 올 시즌에 실험도 해 봤고요. 내년 시즌에 본격적으로 한자리 주고 키울걸요?”
“그렇긴 하죠. 그는 좋은 선수니까.”
“유행운 선수, 이미 실력 좋은 건 증명했고. 거기에 마케팅 소스로도 최적이거든요.”
움찔.
메이슨이 순간 눈을 굴리며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마케팅에 관해서 이미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라이벌 구단이라고 불리는 양키스에서 유행운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늘 여유를 가지고 있는 메이슨은 채리원이 이런 반응을 원했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 흥분하게 됐다.
“이미 민현웅 선수와는 좋은 호흡을 보였으니까요.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 갈 선수들이기도 하고.”
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이미 실력은 증명되었고 미국에서도 통할 거라 판단했으니, 아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양키스의 생각이었다.
유행운과 민현웅.
이 두 선수를 보유한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힌다. 그 계산을 한 끝에 유행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줄 갈아타는 걸까요?”
메이슨이 은근하게 묻자 채리원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죠. 우리 메이슨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우리 행운 선수를 지켜봤는데. 이건 그냥 정보? 작은 정보 교환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양키스 스카우터를 만나고 온 건 사실이다.
긴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저 명함을 주고받았고 유행운 외의 한국 선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화제에 작게나마 민현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외에 다른 해외 구단도 확인했고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했다. 이 모든 것이 에이전트에게는 중요했다. 작은 정보 하나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근데 리원에 소속 선수가 유행운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맞죠, 정확하죠. 근데 요즘은 좀 비수기라서 시간이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제가 유행운 선수에게 시간을 많이 쓴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메이슨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의 역작이 될 것 같아요. 아니, 인생의 역작이 될 거예요.”
유행운을 고교 시절 낚아챈 건 신의 한 수였다.
이보다 더 재능이 출중하고 스타성을 타고난 선수를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신경 많이 써야죠. 제 귀한 고객님인데.”
그 이유였다.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많이 챙기는 이유는 돈에 미친 여자인 채리원에게 유행운이라는 선수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근데 충분하지 않나?”
메이슨의 질문에 채리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세상에 충분한 게 있던가요?”
* * *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금메달 쾌거] [유행운 홈런쇼!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전에서 2:4 승리 거뒀다] [패배는 없었다 …… 국제 대회 부진 씻고 전승 거둔 야구 대표팀]대만과의 결승전은 치열했다.
마이너리거까지 소집하며 병역 혜택을 노린 대만은 끈질기게 따라붙으려 했지만, 벌떼 야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윤규민이 내려간 후에 김준서를 필두로 투수 쇼케이스를 하듯 불펜진을 투입했고, 마지막에는 기어코 김명중까지 기용하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대만은 군 복무 기간이 늘어난 후에는 아시안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게 일격을 날렸고, 올해도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결과는 한국의 우승이었고 MVP는 단연 유행운이었다.
“네, 기쁩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았는데, 처음부터 대만의 선발 투수 라오 창 선수의 투심을 노리고 있었어요. 투심이 예리하고 깊게 잘 들어갔는데, 머리에 투심을 생각하고 타석에 선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오늘 유행운은 두 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선취점을 가져온 솔로 홈런도 빛났지만, 무엇보다 1점 차로 쫓기게 된 상황에서 쏘아 올린 투런포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홈런 같은 경우는 투수가 바뀐 후라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1점 차에 1루에 선우 형이 있어서 어떻게든 찬스를 이어 가고, 진이 형에게도 기회를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해 가볍게 밀어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어찌 되었든, 빼앗겼던 영광을 되찾는 순간이었고 대만이 총력전을 한 만큼 승리는 굉장히 값졌다.
아시안게임 대회 진행 중에 선수들이 술을 마셨든 뭘 했든 간에, 병역 혜택이 걸린 일에는 집중력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오늘 오전에 이상한 소문 하나를 들었는데요.”
기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대표팀 냉장고에 술이 있었다고…… 그것도 소주요. 이 문제 때문에 분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침묵이 흐른다.
박성길 감독마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유행운이 주변을 살폈다. 어딜 가든 눈과 귀는 열려 있었다. 영원한 비밀도 없었고 언젠가는 새어 나갈 수 있다.
원하던 금메달을 땄으니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 음주에 관련된 내용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감독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생각해 보면 금방 내려가기는 했지만, 박성길 감독이 음주 문제로 호통을 쳤다는 내용의 썰이 돌아다니기는 했었다.
이 기자 역시도 그 글을 보았을 확률이 컸고 그 내용을 아는 이는 내부 사람이었으니, 감독과 관계된 사람이 입을 털었을 확률이 높았다.
뭐든 간에.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경기가 끝난 후에 다음 날이 휴식일이면 가볍게 맥주 한두 잔 정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분란은 없었고요.”
“모든 선수가 다 음주를 한 건가요?”
“예, 그냥 가볍게 맥주 한 잔입니다. 무더위에서 경기를 뛰다 보니까, 피로가 쌓이지 않습니까. 숙소에서 피로도 풀 겸, 가볍게 한잔한 정돕니다.”
미쳤나?
유행운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금메달을 몸 부서져라 열심히 해서 따 놨는데, 이러다가 같은 부류가 되게 생겼다. 그건 유행운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닌지, 투수조 분위기가 눈에 띄게 술렁이고 있었다.
“아, 감독님. 투수조는 대회 기간 동안 맥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윤규민이 이 흐름이 넘어가기 전에 잽싸게 마이크를 들고 반박했다.
“네, 맞습니다. 투수조는 그런 일 없었습니다.”
바로 김명중도 화답하며 이 일에서 발을 뺐다.
그 순간, 유행운은 눈이 커져서 김명중과 윤규민을 보았다. 지금 같은 구단에서 뛰고 있으면서 묘하게 투수와 야수를 가르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뭐, 투수와 야수가 다른 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저.”
유행운이 손을 들었다.
“선배들은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원래도 음주를 잘 하지 않아서요. 특히 시즌 중에는 술 안 마십니다.”
카메라를 보며 억울함을 표현한다.
굳이 술 같은 예민한 문제에 같이 끼어 갈 생각은 결코 없었다.
“저도 안 마십니다. 어린 후배가 저렇게 잘하는데, 선배로서 제대로 못 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 시간에 배트 만지고 타격 훈련 했지, 술 안 마셨어요.”
개판이다.
강진도 걸걸한 목소리로 발을 뺐고.
마지막은.
“주장으로서 음주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표팀 주장 진민형이었다.
“물론 저도 안 마셨습니다.”
* * *
[썰쟁이 말이 사실이었네 ㅋㅋㅋㅋ 얘네 밤만 되면 숙소에서 술 퍼마시고 논 거 ㅋㅋㅋ]└ 근데 금메달 땄는데 술 좀 마실 수 있지 않냐?
└ ㅇㅇ 마실 수 있지 근데 야구선수가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잇음 ㅇㅇ 국제대회 도중에 술 마시는 놈들은 얘네밖에 없어
└ 발 빼는 애들 존나 웃기네
└ 그렇지 행운신은 믿었어 원래도 술 안 마신다고 들어서
└ ㅇㅇ 유행운 자기관리 존나 함
└ 도쿄에서 그렇게 망신당하고도 또 술을 먹고 싶냐???
└ 찐으로 박성킬이 지랄한 거 맞네 술 먹지 말라고
└ 맥주까진 ㅇㅋ 하겠는데 소주는 좀 가긴 했다
└ ㅋㅋㅋㅋ 금메달 못 땄으면 진심 처맞을 뻔
└ 얘넨 병역혜택이 걸려도 술을 입에 대고 싶나 보네 ㅉㅉ
└ 솔직히 금 따도 성적으로 면제 줘야 함 여기서 밥값한 애들이 얼마나 되냐???
└ 이게 찐
└ 백업따리들은 일단 병역 혜택 주지 말아봐 ㅋ
└ 술 먹은 놈들만 제외해도 공평해짐 ㅇㅇ
└ ㅇㅈ 투수는 존나 갈렸어 걔넨 병역혜택 줘도 아깝지 않아 근데 야수놈들은 ㅉㅉㅉㅉㅉ
일단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한 상황이었다.
소소하게 비난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원하던 금메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며칠간 시끄러웠을 뿐, 그 이상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
[명장 박성길, ‘야구 대표팀 음주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아닥
└ ㅋㅋㅋ 이새끼는 진짜 틈만나면 입 털어
└ 잠잠해지려고 하니까 장작넣네
└ 얘 특기임 선수 욕 먹이기
└ 으이그 갈갈아 너는 진짜 감독 그만해라
└ 좀 웃김 얘 크보 감독 짤린 후라 공평하게 갈갈하더라
└ ㅇㅇ 자팀 선수 없어서 공평하게 갈갈
└ ㅋㅋㅋ 존나 웃기네 맞다 잘하면 공평하게 갈갈했다
└ 중요한 국제 경기에 술을 처마셨다는게 문제란다 ㅉㅉ
└ 어휴 이런 돌대가리가 감독이니 원…….
└ 응 갈갈아 꺼져
물론 박성길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기자들 질문에 별로 현명하지 못한 대답을 내놓으며 간간이 장작을 집어넣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