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8
158. 럭키의 저주
협상은 12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첫 번째 협상권은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있었고 그들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계약을 결정짓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채리원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도 보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LA 다저스와도 만남을 가져야 한다. 만약 협상권을 가진 구단이 레드삭스가 유일했다면 마음이 조급했을 수도 있겠지만, 개선된 포스팅 시스템으로 두 구단과 협상을 펼칠 수 있었다.
“계약 기간 2년은 너무 짧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수용할 생각이 없어요.”
“최소 4년. 그래야 우리도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재밌네요? 돈도 조금 주고 싶어 하고 마이너 거부권은 마치 선심 쓰듯이 말하면서 계약 기간은 길게 요구하시니. 유행운 선수가 미국에서도 통할 거라는 걸 아시는 것 같은데요?”
보스턴 레드삭스는 유행운에 대해서 폭넓게 알아보았다.
데이빗에게 가장 눈에 띈 모습은 역시 수비였다. 넓은 수비 범위와 순발력도 좋았으며 영리한 플레이를 주로 했다.
투수의 신뢰를 받는 유격수.
유격수는 타격에서 조금 모자란 활약을 해도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게다가 유행운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장타력을 보여 주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어느새 채리원이 마시고 있던 커피가 바닥났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뵙죠. 저는 이제 시간이 없어서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아직 1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데이빗이 당황한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채리원을 보았다.
협상이 시작되면서 채리원은 직접 미국으로 왔다. 현지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LA 다저스를 순차적으로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말했던 것처럼 아직 시간은 보름이 남았고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한국? 거긴 너무 멀…….”
“자꾸 갑인 것처럼 굴지 마세요, 데이빗 씨.”
채리원이 노트북과 자료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유행운 선수에겐 보스턴만 있는 게 아니니까. 좀 현실 직시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인터넷도 좀 보시고요. 세상 사람들이 유행운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혼자 이렇게 뒤처져서야.”
설마.
“유행운 선수가 단순히 미국을 동경해서 도전하는 동양인 10대 소년으로 보이는 건 아니죠?”
데이빗 단장의 얼굴이 굳었다.
“적어도 다저스는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며 성의를 보이는데, 보스턴은 그런 면에서 좀…….”
별로네요.
* * *
유행운은 한국에서 머물고 있다.
채리원은 미국 출장을 준비했고 시시각각 유행운에게 협상 내용을 알려 주고 있었다.
협상 1일 차.
보스턴 레드삭스는 특유의 서양인 거만함을 보여 주었다. 채리원과 유행운은 밤새도록 레드삭스와 다저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의견은 경쟁을 뚫고 자리를 잡기에는 레드삭스가 더 수월하다는 의견이었다.
다저스에서는 작년 3억 달러를 들여 유격수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만 12년이었다. 미래를 생각한 결정으로, 그만큼 유격수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영입해야 할 포지션이었다.
미국은 결국 돈이다.
아무리 유행운이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려 받아도 3억 달러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포지션은 유격수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돈의 경쟁에서 한발 밀린 셈이기에 최악의 경우, 2루수나 3루수로 뛰어야 할 수도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런 상황에서는 조금 자유롭다.
현재 주전 유격수가 나이를 먹으면서 에이징 커브를 맞았고, 여러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를 채우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 메이슨은 유행운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공수주.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 주는 유격수를 탐내는 건 당연하다.
“레드삭스는 솔직히 재수 없어요.”
채리원이 통화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룰대로 첫 번째 협상은 레드삭스와 진행 후에 차순위 구단과 만남을 가지기 위해 다음 협상지에 와 있었다.
“데이빗이 본인은 못 느끼는 것 같지만, 인종 차별자로 보이거든요.”
그와 별개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나름 위치가 있는 메이슨은 좋은 사람이다. 메이슨은 따로 연락을 취해 만나자고 말했지만, 채리원이 한발 물러섰다.
나름 포스팅 결과는 흡족했다. 양키스가 경쟁에서 밀린 것은 의외였지만, LA 다저스 역시도 강팀이다.
“아, 정말.”
채리원이 혀를 찬다.
“포스팅 시스템 정말 뜯어고쳐야 한다니까요. 선택지로 고작 두 팀만 가질 수 있고 가격 외에는 모든 게 비공개.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게 참…….”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이다.
유행운을 원한 구단은 많았다. 예전과 달리 포스팅 응찰액을 이적료로 부여하지 않는다. 협상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고 최저 17%에서 최대 20%를 원 구단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그에 따라 얻게 된 게 차순위 협상권이었는데, 채리원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철저히 에이전트의 입장이다.
에이전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구단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 거부권이나 연봉에 대해서는 후한 편이에요. 다만 계약 기간을 길게 가져가고 싶어 해요.”
– 얼마나요?
“4년.”
– 너무 길어요.
“저도 동감이에요.”
아직 첫날이다.
채리원은 일주일간 미국에 체류하고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협상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이건 전략이었다.
계속 미국에서 협상을 진행한다면 ‘을’ 느낌이 난다. 비행기를 타는 동안에는 연락도 잘 안될 테니, 똥줄을 타는 경험을 겪고 한국까지 뛰어 들어올 구단을 기다린다.
적어도 그 정도의 마음은 써야 계약 이후에도 사람을 헛으로 보지 않는다. 그게 채리원의 생각이었다.
“일단 다저스 만나 볼게요. 혹시 궁금하면 영상으로도 참여 가능하거든요?”
– 오늘은 괜찮아요.
“알겠어요. 지금 오네요.”
멀리 양복을 입은 남성이 걸어오고 있다. 양 옆에는 직원을 대동한 채 기꺼이 채리원이 있는 장소까지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반갑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은 젊었다. 반면 LA 다저스는 중후한 중년에 배가 조금 나온 금발의 남성이었다.
“네, 반가워요. 채리원이라고 해요.”
두 번째 후보와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 * *
[미국 현지 언론 “유행운, 1억 달러도 아깝지 않을 선수, 장기 계약으로 반드시 잡아야 한다” MLB 현지팬 반응]└ 그는 확실히 매력적이야 근데 다저스는 왜 참전한 거지? 유격수 있잖아
└ 양키스가 포스팅 경쟁에서 진 것에 화가 나
└ 다저스는 100타점 이상 기록한 타자가 무려 5명이야 이 친구를 영입한다면 타선이 더 견고해지긴 하겠네 근데 자리가 있어? 2루? 3루?
└ 레드삭스는 반드시 유행운을 잡아야 해 모자란게 없는 친구라고 나는 이 선수가 반드시 성공할거라고 확신해
└ 내 생각에 럭키는 우리 팀의 오프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영입이 될 거야 팀의 주전 유격수는 노쇠화를 겪고 있잖아? 세대교체 차원에서 반드시 잡아야 해 전문가들이 말했어 그는 유망주 순위 탑 10위 안에 들 선수라고 이런 선수를 못 잡는다면 레드삭스는 영원히 가망이 없어
└ 메츠는 왜 참전하지 않았지?
└ 참전했을 거야 늘 그렇듯 적은 비용으로 도박을 했겠지 메츠는 그저 도박에 실패했을 뿐이야…….
└ 레드삭스에 오라고
지금까지 유행운이 국내 리그에서 뛰었지만, 국제 대회를 통해서 보여 준 그의 활약은 미국인들도 관심을 갖게 했다.
협상은 계속 이어진다. 유행운은 최대한 관심을 반으로 줄이고 실내 야구장에 출근하여 운동하는 데 집중했다.
채리원에게서는 계속 연락이 왔고 협상 조건을 첨부한 메일도 받았다. 훈련을 하고 쉬는 시간에 내용을 확인하며 유행운이 기지개를 켰다.
“야.”
점심을 먹은 후에 민현웅이 훈련장으로 찾아왔다.
“넌 점점 돼지가 된다?”
유행운이 스트레칭을 하며 피식 웃었다.
민현웅 몸은 정말 거대해졌다. 돼지로 보이지만, 나름 살보다는 근육으로 꽉 찬 몸이었다.
“이런 튼실한 돼지 본 적 있냐?”
“한국에 많음.”
“아, 그 선배들은 진짜 돼지고. 난 근육형이야.”
“아, 예.”
유행운이 미국 도전을 선언하며 민현웅이 더 가깝게 치대고 있었다. 민현웅은 같은 팀에서 유행운과 함께 뛰기를 원했지만, 그 기회는 물 건너갔다.
아쉽게도 유행운을 낚아챈 구단은 일단 레드삭스와 다저스였다. 이제 행선지가 어디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양키스는 아니었다.
“레드삭스가 낫지 않냐?”
민현웅이 단백질 드링크를 던지며 물었다. 드링크를 받은 유행운이 표정 변화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포지션 경쟁 생각하면 레드삭스가 편하긴 하지.”
“근데.”
“글쎄. 날 간절히 원하는지는 모르겠어.”
“어렵네.”
유행운이 드링크를 마시고 핸드폰을 들었다.
채리원에게서 온 문자가 쌓여 있었고 그 중 하나가 굉장히 구미를 당기게 했다.
[채리원: 데이빗 잘렸어요. 메이슨 씨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나 봐요. 지금 레드삭스 사장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가 채워질 모양이거든요.]“음.”
유행운이 답장을 짧게 보내며 민현웅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드삭스가 될 수도 있겠어.”
* * *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5년 간, 암흑기라 할 수 있었다.
레드삭스는 우스갯소리지만, 밤비노의 저주에 갇힌 구단이었다. 양키스와의 라이벌 관계도 밤비노에서 시작되었다.
밤비노는 베이비 루스를 지칭하는 말로, 양키스로 베이비 루스를 보내며 아주 긴 암흑기에 갇힌 레드삭스였다.
그 이후,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베이비 루스 저주를 푸나 했지만, 아직도 부진할 때마다 ‘밤비노의 저주’는 레드삭스를 따라왔다.
키런 메이슨.
한때는 단장과 사장을 거쳐 이제는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로 노년을 보내던 그가 다시 레드삭스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최근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레드삭스가 흔들리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메이슨은 야구 운영 사장직에 고민했다.
이제 치열하게 사는 것보다는 여유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빗 단장이 유행운 영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며 고민을 거두었다.
“유행운 영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밤비노의 저주’가 아니라 새로운 저주에 휩싸일 겁니다.”
메이슨은 확신했다.
유행운은 반드시 미국에서 성공할 거라는 걸. 하루 이틀 지켜본 선수가 아니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켜봤던 선수였다.
“예컨대, 럭키의 저주…….”
사장 취임식을 마치고 메이슨은 바로 채리원을 찾았다. 채리원 역시도 취임식을 지켜보았고 아주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가워요, 메이슨 씨.”
“반갑소.”
지금 이 순간.
한순간에 백수가 된 데이빗은 술을 마시며 욕을 퍼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메이슨이 사장직을 수락하면서 가장 첫 번째로 진행한 일이 현 단장을 해고하고 새로운 단장을 찾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조건은 모두 들었지.”
“빠르군요.”
“아무래도 하루라도 빨리 유행운에게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히고 싶거든.”
채리원은 다음 날,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내일 한국으로 떠날 채비도 마쳤습니다.”
메이슨이 공격적으로 나선다.
그의 주머니에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 들려 있었고 채리원의 눈이 휘어졌다. 손을 맞잡는 순간, 채리원은 마음이 편해졌다.
여러 조건을 따져도 다저스보다는 레드삭스가 나았다. 마음에 걸리는 건 그들의 태도였는데, 메이슨이라는 새로운 사장이 나타나면서 다른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그 누구보다 유행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키런 메이슨이다. 그가 있는 레드삭스라면 믿을 만했다.
* * *
[단독][대전 호크스 유행운, 보스턴 레드삭스와 2년 6,000만 달러 계약 성사]└ 오 역대급이네????
└ 2년에 6천만달러??? 개쩔;;;
└ 드디어 이 새끼 한국 떠나는구나 잘 가라
└ 대전 호크스 암흑기 스타트했다
└ 아니 너무 잘 받았다 계약 기간도 존나 짧아
└ 리원이 리원 했네;;;;
└ 이거 오피셜임?? 유니폼 뜸???
└ 오피셜 맞음 근데 유니폼은 아직 안 나옴 ㅇㅇ
└ 이게 찐이면……. 대우 존나 잘 받은 거
└ 양키스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거기 민현웅도 있어서 적응하기도 쉽고
└ 레드삭스 ㄱㅊ 지금 유격수 퇴물임 ㅇㅇ
└ 만약 거기서도 잘하면 ㅇㅈ한다 유행운
└ 너 따위 인정 필요없을걸? ㅋㅋㅋㅋㅋㅋ
└ 행운아 거기서 열심히 잘 살고 다시는 한국에서 보지 말자
└ 아 시발 벌써 유행운 마렵다 나 유행운 분리불안 개심한데;;;;
└ 22 대전 팬들은 뭐…… 유행운 분리불안 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