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86
186. 프레젠또
유행운 버블헤드데이.
이 인형을 받기 위해 사람이 몰렸다. 당연히 매진이었고 암표상도 성행할 정도로 이슈였다. 이 버블헤드는 나중에 중고거래로 값비싸게 팔려 나간다.
선수의 가치에 따라 버블헤드 가격이 정해지는데, 유행운은 현재 백만 원 그 이상이 될 확률이 높았다.
동시에 피터슨의 기사가 터졌다.
무릎을 꿇은 모습과 피터슨의 몸을 일으켜주는 유행운의 자비로운 모습이 기사에 실렸다. 당연히 유행운의 인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어떻게 인기가 올라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실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현아. 이거 누구?”
“아빠!”
요즘 딸의 언어가 많이 발달되었다.
이제는 아빠라는 단어를 이제 잘 구사할 줄 알게 되었다. 딸은 양손에 아빠의 버블헤드를 들고 있었다. 흔들 때마다 고개가 흔들리는게 재밌는 모양이었다.
“삼똔은?”
“응?”
“삼똔 갖고 시퍼.”
“인형 말하는 거지?”
“으응!”
“내 귀한 딸아, 인형만 갖고 싶어야 한다.”
차마 네가 삼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범죄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삼촌은 아직 없어.”
“왜에?”
“나중에. 계속 잘하면 어쩌면 생길수도…….”
그게 현실이다.
인기 선수만이 이 버블헤드를 가질 수 있다.
유행운은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 마케팅 부서에서는 유행운의 배트 플립을 아이디어로 냈고 점프 캐치하는 모습도 재밌을 거라며 아이디어를 계속 배출해내고 있었다.
“근데, 이현아.”
“응.”
“아빠 유니폼은 안 입니?”
“으응…….”
말끝을 흐리던 딸이 아장아장 엄마에게 간다.
그 등에는 백유진의 마킹이 보였고 유행운은 굉장히 서운했다.
“내 딸이 내 유니폼을 안 입네…….”
어쩌면 딸은 아빠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다. TV에 나오기는 하지만, 야구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모를 나이였다.
그러니, 아빠의 유니폼을 입지 않고 삼촌의 유니폼을 고집하는 건 아닐까?
유행운이 합리화를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딸에게 덜 사랑받는 것이 조금은 덜 슬프기 때문이었다.
* * *
유행운의 날이다.
당연히 잘하고 싶다. 오늘 선발도 기가막히게 2선발 잭 워커였다. 대체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원투펀치가 가동되면 승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잘 던지는 투수가 매일 잘 던질 수는 없었다.
따아악!
따아아아악!
[오늘 잭 워커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원 아웃을 잡고 1루에 볼넷으로 내보낸 잭 워커, 뒤이어 터진 홈런에 고개를 숙입니다. 두 점을 가져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쾌조의 스타트를 끊습니다!]그 이후, 범타 처리에 성공하며 위기를 벗어나나 했지만…….
따아아악!
다행히 추가 실점은 없었다.
선발 투수가 1회에 고전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10번 중에 두 세번은 컨디션에 따라 고전하는게 투수였다. 하지만 믿고 있는 선수가 부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된다.
어딘가 아픈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해, YU.”
“갑자기?”
“내가 너무 공이 후지지?”
늘 자신감 넘치는 잭 워커가 오늘따라 시무룩하다. 아무래도 1회에 홈런을 계속 맞은게 미안한 눈치였다.
오늘은 유행운데이였다. 그런 날에 유행운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하면 굉장히 미안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야구에서 하루 정도 지는 건 그리 큰 일은 아니었다.
“괜찮아. 자신있게 해.”
유행운 역시도 별 생각이 없었다.
오늘은 데뷔 처음으로 개인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지만, 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수 많은 경기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과하게 신경쓰면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아직 경기 안 끝났어.”
그리고.
“네 공 괜찮아.”
“오…….”
잭이 감동을 받는다.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이제는 이런 모습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유행운이었다.
“넌 정말 천사야. 엔젤, 마이 엔젤.”
“…….”
잭 워커에게는 시무룩한 것보다는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 선수로서 백번 낫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유행운 개인에게는 차라리 잭 워커가 시무룩한게 나을지도 몰랐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인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카치, 타석에 섭니다. 올 시즌, 아카치의 성적이 심상치 않아요. YU와의 호흡도 잘 맞는지, 출루율이 높습니다. 이 추세라면 시즌 커리어 하이도 찍겠어요.]경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야구에서 3점 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어떨 때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카치가 공을 신중히 지켜보며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에 걸어 나갔다.
– YU! YU! YU! YU! YU!
[1루에 아카치. 강한 한 방이 있는 타자가 타석에 섭니다. 지금 레드삭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YU 아닌가요? 저도 정말 사랑합니다.]유행운이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관중의 환호 소리가 미칠듯이 터져 나온다. 유행운의 날이었기에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유행운의 팬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다.
스슥.
타석의 흙을 고르고 뒷발을 비벼 고정한다. 어깨를 가볍게 풀고 배트를 어깨에 한번 댄 후에 타격 자세를 취한다.
타격 루틴은 간결했고 정해진 건 없었다. 그때마다 달라지는데 오늘은 더욱 가볍게 타격 루틴을 진행했다.
“볼.”
시작은 바깥에 깊게 빠진 유인구.
처음에는 유행운을 우습게 보고 정면 승부를 하던 투수들이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다. 유행운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고 유행운은 차분이 찬스를 기다렸다.
투수가 매번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 매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 투수는 당연히 기계일 수밖에 없다.
실투를 노린다. 언젠가는 실투 하나는 나오기 마련이었다.
“스트라이크!”
오늘 주심의 판정은 대체로 후하다. 걸친 공도 잘 잡아주었고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기에 딱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정 팀에게 편파적인 건 아니었다.
배팅 장갑을 고쳐 끼고 다시 타격 자세를 취한다. 투수가 공을 강하게 던졌고 유행운이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코스는 나쁘지 않다.
삼유간을 충분히 꿰뚫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생각했는데.
“아.”
[와우! 몸을 던져 YU의 강한 타구를 잡아냅니다!]그런 날이 있다.
잘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막히는 경우늘 종종 일어난다. 유행운이 미친듯이 1루를 향해 내달렸다.
유격수가 공을 잡아 지체없이 2루에 송구했고 이어서 1루에 공이 닿았다. 유행운이 아무리 발이 빠르다고 해도 매번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이건 수비가 잘했다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더라도 승부란 그런 거였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가워지네요. 올 시즌 YU의 더블플레이 타구는 단 세 개였어요. 그만큼 희귀한데, 이렇게 또 하나가 추가가 되네요. 레드삭스가 가장 믿는 타자인 만큼, 분위기가 처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는 선수 개인에게 굉장히 기대는 경향이 있죠. 타자에서는 당연히 행운 유. 선발 투수는 캠린 하긴스. 이 두 선수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선수 전체에게 그 기운이 퍼집니다. 긍정적인 건 아직 1회라는 거죠. YU는 언제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이제는 한 번 타석에서 못했다고 해서 위기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 유행운이 잘하는 선수는 맞지만, 기계는 아니었다.
병살타는 기록할 수 있다.
어쩌다가 터지는 불운에 갇혀 있으면 될 일도 안 풀리는 법이었다.
“괜찮아.”
백유진이 위로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네가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껴.”
이게 위로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여기 와서 느낀건데, 너는 정말 인간이 아닌 것 같아. 그걸 경원상고에서도 느꼈고 대전에서도 느꼈는데, 설마 여기서도 느낄 줄은 몰랐거든?”
“위로냐?”
“어. 사람이 어떻게 매일 잘하냐?”
“난 매일 잘해.”
“그건 맞아. 무안타를 기록해도 수비로 인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긴 하지…….”
처음에는 위로할 생각이었는데, 대화를 할 수록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백유진이 미간을 좁히며 유행운을 보았다.
“이제보니 이 새끼, 존나 재수없네.”
그게 결론이었다.
* * *
1회 말은 무득점으로 끝났다.
카디널스는 그 명성이 자자한 유행운을 병살타로 잡았다는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는데, 그 분위기를 증명하듯 2회 초에도 잭 워커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도루를 감행했다. 잭 워커는 2루에 도착한 주자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에는 삼진과 내야 뜬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억제하나 했지만, 2사에 터진 안타가 결국 카디널스가 1점을 더 달아나게 했다.
“에이, 시발!”
잭 워커는 요즘 부쩍 영어 욕 대신에 ‘시발’이라는 한국 욕을 내뱉는다. 유행운에게 배운 욕이었는데, 입에 잘 붙는 모양이었다.
벌써 넉 점을 내주었고 시즌 최악의 투를 하고 있는 터라, 그의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 보스턴 레드삭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 선발투수에게 눌린 모습이었는데, 계속 무득점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행운 역시도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잭 워커는 2회 이후에는 실점을 하지 않고 5회까지 끈질기게 버텼다. 하루 휴식을 받은 불펜이 차례로 투입이 되었고 레드삭스에게 가장 아쉬운 대목은 바로 4회와 5회였다.
간간히 안타가 터지며 찬스를 맞이했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5회에는 유행운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보탰지만, 그 이후에는 침묵이었다.
[지금 석 점 차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카디널스가 더 달아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고지를 넘지 못하네요. 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도 좋은 찬스를 놓치면서 흐름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습니다.]9회에는 에드워드 게리슨이 등판했다.
필승조를 아끼려던 슈나이더 감독이었는데, 점수 차가 석 점인 만큼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에드워드 게리슨의 컨디션도 확인해야 했다.
이제 막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팀에 합류한 게리슨의 폼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오늘 게리슨이 던지는 걸 지켜 본 후에 앞으로의 불펜 기용을 정리할 예정이었다.
[에드워드 게리슨, 늘 다저스 유니폼을 입다가 오늘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붉은색이 잘 어울리네요. 평균 자책점 2.17으로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다저스 불펜에 핵심이었지만, 결국 보스턴으로 왔죠. 원래는 클로저였는데, 다저스의 투수풀이 좋아서 밀린 경향도 없지 않아 있죠?] [네. 다저스에게 게리슨은 좋은 투수지만,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많습니다. 보스턴이 모아둔 유망주를 받고 게리슨을 보냈는데, 양 팀 모두 괜찮은 거래였어요.]따악!
유행운이 몸을 던져 빠지는 타구를 잡아낸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고 그 즉시 타자 주자가 아웃처리 되었다. 컨디션에는 역시 문제가 없다. 게리슨 역시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었다.
“YU는 정말 대단해.”
오늘 경기를 지켜본 게리슨은 유행운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었다. 아직 타석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수비 능력으로도 충분했다.
애초에 유격수는 타격보다는 수비가 더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괜찮군. 공 자체로는 우리 불펜 중에서 가장 좋아. 릴리스 포인트도 좋고. 타자가 느끼기에 체감 구속이 높을 수밖에 없어.”
현재 팀은 지고 있지만, 슈나이더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었다.
팀의 마무리 투수가 애매했는데, 에드워드의 가세는 굉장한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삼진 능력도 좋았다. 클로저에게는 필요할 순간에는 삼진을 잡아줘야 한다. 삼진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잘 던지네요. 슈나이더 감독이 원하는 투구를 보여준 에드워드. 이제 레드삭스에게는 마지막 공격, 카디널스에게는 마지막 방어만 남았습니다.]* * *
9회 말.
점수 차는 석 점. 뒤집기는 힘든 점수 차였다. 카디널스는 당연히 마무리 투수를 올렸고 레드삭스의 선두타자는 6번부터 시작된다.
따아악!
선두타자가 경쾌하게 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제 주자를 계속 쌓아야 한다.
부웅!
아쉽게도 그 다음 타자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섰다.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었고 8번타자 랭글리가 타석에 섰다.
랭글리는 1루 주자를 눈으로 확인했다. 최소 동점을 만드려면 주자를 쌓아야 한다. 쉽지 않았지만, 여기서 랭글리는 어떻게든 출루에 성공해야 했다.
“볼!”
공을 끈질기게 지켜본다.
상대는 쉽지 않았고 볼을 고르면서 궁지에 몰릴 때는 커트를 해내며 풀카운트까지 만들어냈다.
“후우.”
사실 지고 싶은 선수는 이 세상에 없다. 물론 승부 조작을 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주 일부분이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투수는 포크볼을 던지며 상대의 배트를 유혹했다. 랭글리 역시도 먹기 좋게 날아오는 공에 배트가 유혹당했지만.
끼이이익.
마치 이런 소리가 들리듯이 가까스로 나가는 배트를 억눌렀다. 그대로 멈춘 채로 자세를 유지한 랭글리는 1루심이 두 팔을 버리자 그제서야 배트를 뒤로 뺐다.
“볼넷!”
레드삭스 더그아웃이 환호성을 지른다. 랭글리가 1루를 향해 걸어갔고 이제 1사 1,2루 찬스가 나왔다.
슈나이더 감독이 대타 기용을 한다.
선구안이 좋은 선수였고 좌타자였다.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기에, 대타는 아낌없이 기용한다.
“…… 제기랄.”
하지만 선구안이 좋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타자는 그날 따라 붕붕질을 하며 손쉽게 투수에게 삼진을 선물했다.
슈나이더 감독의 얼굴에 그늘이 내리 앉는다. 오늘 경기는 그랬다. 될 듯 하면서 되지 않는다.
하나만 풀리면 그 다음도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그 하나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아카치.”
유행운이 타석에 서려는 아카치를 보며 말했다.
“넌 할 수 있어. 알지? 너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낳은 최고의 테이블세터, 1번 타자니까.”
칭찬이 낳은 괴물.
유행운의 칭찬에 길들여진 아카치의 얼굴이 상기된다. 콧구멍이 실룩되는 걸 보니, 유행운의 칭찬이 기가막히게 먹혔다.
“당연하지! 브로, 난 너에게 만루 프레젠또를 줄 거라고!”
“그래! 너만 믿을게!”
근데, 프레젠또가 아니라 프레젠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