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53
53. 손절
강우성은 2루타를 맞고도 의연했다.
사실 신인 타자라 가벼운 마음으로 투구했다. 그저 연습 경기였고 체인지업에 손도 못 댈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오판이었다.
“괜찮은데?”
뒤를 돌아본다.
선배가 보고 있는 와중에도 주루 플레이에 신경 쓰며 리드폭을 벌리는 유행운이 보였다.
강우성이 피식 웃고는 로진백을 주워 들었다.
나머지 타자에게는 빌미도 주지 않았다. 1번 타자는 내야 뜬볼로 돌려보냈고 2번 타자는 삼진이었다.
2루에 머물던 유행운은 틈을 보아 도루를 감행했고 강우성은 개의치 않았다. 도루를 해서 3루에 안착한다 해도 다음 타자가 안타를 만들지 못하는 한 쓸데없는 일일 뿐이다.
“4번 직전에 끊어 줘야겠지.”
유행운이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중심 타선의 시작이었다. 강우성이 신경 쓰는 타자는 역시 B조의 4번 타자 지선호였다.
오늘 이 경기는 그저 연습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다.
강우성이 오랜만에 팀에 복귀하여 전력을 파악하는 동안, 대전의 4번 타자로 성장한 지선호도 마찬가지였다.
떠들썩하게 등장한 신예와 새로 FA로 합류한 선수들을 확인한다.
팀이 달라졌는가?
그건 이 두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아웃!”
결국 유행운은 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강우성은 당연하다는 듯,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대기 타석에서 입맛을 다시는 지선호를 보며 미소를 짓는 건 서비스였다.
“실력 여전하시네.”
지선호는 결국 타석에 서지 못했지만, 아직도 에이스가 건재하고 떠들썩하게 나타난 신예가 괜찮은 실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여유를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전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올해는 다르다’라는 말을 할 때, 코웃음을 지었던 지선호였다.
그런 그가 속는다.
‘진짜 올해는?’
지선호가 속는다.
어쩌면 올해 대전은 나아질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었다.
* * *
[강우성 상대로 날린 신예의 무서운 한 방!] [대전 호크스 유행운, 수비 완벽, 타격 완벽, 대전이 21억 거금을 쓴 이유를 실력으로 설명했다]이 순간에도 채리원은 일한다.
만약 유행운이 21억이라는 역대 최고의 계약금을 받고도 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면 언론 플레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유행운은 시작부터 뜨겁다.
연습 경기.
이 경기는 새로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되었다.
1군과 2군을 단순히 A조와 B조로 나눈 게 아니었다. 정확히 파악하자면 실력보다는 나이였다.
A조에는 강우성을 비롯해 대체로 나이가 있는 베테랑 선수가 속했고, B조에는 대전의 4번 타자 지선호를 필두로 유행운 같은 신인 선수가 세팅되었다.
경기 결과는 3:4.
강우성은 가볍게 65구를 던졌고 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말 그대로 철벽이었다. 효율적인 볼 배합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피안타는 단 두 개였다.
그 두 개는 두 선수에게서 나왔다.
팀의 4번 타자 지선호에게 2루타, 그리고 유행운에게 2루타였다.
B조의 선발 투수로 나선 윤규민 역시도 자신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윤규민은 작년 시즌 대전의 든든한 에이스였다.
용병을 제치고 1선발을 차지할 정도로 폼이 많이 올라왔다.
올해는 강우성과 원투 펀치를 가동할 예정이었으며 용병 농사까지 잘 거둔다면 대전 호크스의 선발 마운드는 든든하다.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윤규민은 컨디션 점검차 나서는 연습 경기였고 강우성과 동일한 투구 수에서 끊었다.
이 두 사람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양 팀의 득점은 없었다.
– 유행운 강우성한테서 2루타 뽑음;; 황태자님 진짜 올해 주전 유격수 먹는다 ㅋ
└ 감독이 눈이 있으면 당연히 유격수는 유행운이지
└ 진심 그 순간 소리 존나 지름… 개멋있어서
└ 황제님 안타 맞고도 흔들림 없는 거 봄? 미침
점점 대전 팬들이 기대감을 갖는다.
유행운이 지명되었을 때도 드디어 주전 유격수를 갈아 치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그들은 실제로 실력을 보여 주자, 더더욱 행복해하고 있었다.
– 유재원 오늘 3실책 경기 함 ㅋㅋㅋㅋ 7회에 교체 ㅋㅋㅋㅋㅋ 존웃 ㅋㅋㅋ
└ 실책은 놀랍지 않다 늘 하던 거 아니냐?
└ 강우성이 쳐다보는 거 존무.. ㅋㅋㅋ
└ 우성아 여기가 대전이야 ㅋ
└ 오랜만에 행복수비 본 강우성 ㅋㅋㅋㅋㅋ
└ 왜 실책만 얘기하냐? 얘 오늘 삼진 두개 먹었다
오늘 유재원은 유재원 했다.
단순한 연습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유재원은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가 선수 개개인의 실력을 파악하는 동시에 베스트 멤버를 추릴 정보를 주는 경기라는 걸, 유재원이 몰랐을 리가 없다.
“유진아. 너 구속 나랑 비슷한 거 알지?”
“아, 네. 선배님.”
“네 구속에서 더 끌어올릴 생각 하지 말고 제구를 더 잡는 게 나아.”
백유진은 오늘 1실점 했다.
실전 경기도 아니었고 단순한 자체 청백전이었음에도 잔뜩 긴장한 백유진이었다.
강우성은 백유진을 데리고 다니며 하나하나 알려 주고 있었다. 여러모로 백유진은 지난 1회차와는 다른 환경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행운아, 오늘 우성이 형 공 노리고 친 거냐?”
“네.”
유행운도 마찬가지였다.
첫날부터 지선호는 유행운에게 호의적이었다. 같은 포지션이라 하더라도 지선호는 유행운을 챙겼을 것이다. 이게 유재원과 다른 점이었다.
“체인지업을 파악했어?”
“제가 신인이라서 빨리 승부할 거라 생각했어요. 정타가 나왔지만, 만약 다른 공이었다면 헛스윙이었을 거예요.”
“다 운이다?”
유행운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야, 우성이 형 체인지업 알고 있어도 맞히기 힘들어. 그거 타자 타이밍 뺏으려고 섞어 쓰는 건데, 그걸 맞힌 거잖아. 실력이다, 인마.”
선배 입장에서는 잘하는 후배가 들어오면 그저 예쁘다.
물론 지선호는 그 이유도 있었지만, 올해는 어쩌면 폐급 유격수 하나를 치워 버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너 벌크업 중이라며?”
그와 동시에 지선호는 걱정이었다.
“너 그거 잘해야 해. 괜히 몸 키웠다가 스윙 망가지는 거 한두 명 겪는 일이 아니야.”
지금 지선호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팀에도 장타 욕심 때문에 몸을 키웠다가, 경기력이 폭망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었다.
“네, 그래서 김용재 코치님께 도움받고 있어요.”
“처음부터 크게 키울 거야?”
“아니요.”
타격 밸런스.
지선호가 걱정하는 부작용이 타격 밸런스였다. 어차피 유행운은 벌크업을 진행해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지금 김용재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유격수 포지션에 맞춘 적당한 벌크업이었다.
장타도 몸을 키우는 이유였지만, 사실 중요한 건 체력이었다.
어느 정도 몸이 만들어져야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체력 문제 없이 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은갈치요.”
“은갈치?”
“네, 제가 진짜 살이 안 찌는 체질이거든요. 지금 이 몸으로 시즌 뛰면 여름에 퍼질 거예요.”
이건 지난 1회차에서도 겪었던 문제였다.
육성 신분을 벗어나 정식 선수로 전환된 이후, 유행운은 언제나 무더운 여름을 제대로 이겨 낼 수 없었다.
그때도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몸을 키우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시작했고 미세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넌 벌써 그런 걸 생각해?”
“네, 고교 리그와는 다르잖아요.”
“기특하네.”
생각 없는 누구와 다르게.
지선호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누군가를 정확히 지칭한 건 아니지만, 유행운은 누굴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미소로 대답하고.
“저 그럼 추가 운동 하러 가겠습니다.”
“예예, 우리 성실한 후배님 내일 봅시다.”
보통 대부분의 선배들은 신인 선수에게는 친절하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은 어리다. 그걸 알고 더욱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선배의 역할이었다.
“근육을 빼라고요?”
그리고.
살다 보면 그런 좋은 유형만 세상에 있는 건 아니었다.
“과해. 네 몸과 맞지 않을뿐더러, 네 포지션하고도 상극이야.”
유행운은 항상 김용재와 마무리 운동을 하며 근육을 만드는 데 힘을 썼다.
김용재는 유행운의 타고난 신체를 바탕으로 살을 찌우고 필요한 근육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루하루 신체 변화를 파악했고 여러 가지 조언을 곁들였으며 유행운도 그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오늘은 시끄럽다.
벌크업에 혈안이 된 유재원이 앞서 김용재 코치를 찾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데, 근육을 빼요?”
“근육이 과하다니까? 유격수 할 거 아니야? 오늘 경기에서 실책 나온 이유도 몸이 둔해져서 그런 거라고. 아니면 아예 포지션을 바꾸든가. 또 그러기에는 근육 때문에 타격 밸런스가 다 무너진 상태잖아?”
아무리 김용재가 선수의 몸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맡는다지만,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했다.
그래야 포지션에 따라, 선수 개인의 몸에 따라 필요한 근육을 제대로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격 폼 뜯어고치고 있거든요? 오늘 삼진도 바뀐 타격 폼에서 감을 잡으려는 과정이었고. 아니, 타격 코치도 뭐라 안 하는 걸, 댁이 뭘 안다고?”
유재원은 몸에 관심이 많다.
이미 실패를 하고도 장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아둔한 일이었다.
해서, 김용재를 간간이 찾으며 근육에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재원아, 너 지금 선 넘는다?”
김용재가 기가 찬 듯 유재원을 응시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계속 유지해라.”
“뭐라고요?”
“네가 지금 네 몸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계속 그거, 유지하라고. 전에 있던 코치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닌 걸 맞다고 할 재주는 없다.”
유행운은 그 뒤에서 가만 서 있었다.
이미 김용재와 약속이 잡혀 있었고, 선배 하나가 날뛰고 있다 하여 계획을 변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야.”
유재원은 언쟁이 길어질 거라 생각했는지, 유행운을 보며 신경질스럽게 말했다.
“나가.”
그 순간, 유행운은 생각했다.
더러워도 선배는 선배였다. 신인 선수인 자신이 선배에게 뭐라 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과는 다르게 발은 멈춰 서 있었다.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유재원.”
그 순간, 김용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네가 나가.”
지금 김용재는 부글부글 끓는 화를 억누르고 있다.
지금 유재원은 김용재를 코치가 아니라, 단순히 헬스 트레이너로 보고 있었다.
설사 김용재가 헬스 트레이너로 구단에 고용되었다 하더라도 유재원의 행동은 한참 잘못되었다.
김용재 경력이 얼마인가.
서울 스타즈에서 처음 트레이닝 코치를 시작했고 인천을 거쳐 대전까지 왔다.
그 경력만 15년.
유재원이 쉽게 보고 성질을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당장 나가!”
* * *
“유재원이 뭐, 어쨌다고?”
유재원은 상황 돌아가는 판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김용재 코치와 언쟁 이후, 그는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
김용재는 유재원이 간절히 믿고 있는 이영호가 모셔 온 인사였다.
그를 건드렸다는 건, 자연스럽게 이영호 단장을 건드렸다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뭐라고?”
이 소식은 다이렉트로 최정환 감독에게 전달되었고.
그다음은 이영호였다.
“유재원이 우리 행운이를 괴롭힌다고?”
이 과정에서 작은 오해가 생겨난다.
감독에게 관련 일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유행운이라는 이름이 나오며 상황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이 새끼가 미친 거 아니야?”
처음 이영호는 눈을 감고 있는 독수리 그 자체였다.
그래서 유행운이라는 인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유행운이 필요하다. 유행운이 잘해야만 목숨 부지를 할 수 있음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
“감히 우리 행운이를 건드려?”
이영호는 지금 이 순간, 이씨 성을 가진 또 다른 아빠였다.
유행운의 극성 이씨 아빠.
물론 그 사실을 유행운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