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52
52. 행복사
어느 구단이든 첫 번째로 이름을 불리는 신인 선수는 특별하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 같은 경우는 더욱 특별했다.
1라운드 1번.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순번이었다.
유행운은 거액의 계약금을 챙겼고 더불어 구단이 준비한 선물까지 독차지 했다.
예를 들어, 지금 유행운이 들고 있는 태블릿PC가 그러했다. 전력 분석할 때 사용하라고 지급한 고가의 태블릿PC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등번호는 7번을 받았다.
– 유행운 7번 진짜 어울리지 않냐? 이름하고 잘 어울림
└ 최정현 은퇴해서 비어있는 등번호였는데 주인 잘 찾아감 ㅋㅋㅋㅋㅋ
└ 럭키 세븐!
└ 개 잘어울림 ㅋㅋㅋㅋ
└ 풍운아? 아니죠 대전의 행운아 행운보이!
└ 백퍼 응원가에 럭키보이 들어간다… ㅋ
보통 신인에게는 남는 번호 중에 하나를 부여한다. 그게 일반적이었다.
– 행운이는 등번호 안 바뀌겠다 ㅎ 마킹 갈긴다 ㅋㅋㅋㅋ
└ 마킹? 못참지
└ 와 마킹해야 하는 선수 존나 많다 강우성도 하나 파야하고 유행운도 파야하고 퐈 영입한 선수도 해야 함
└ 야구도 못하는데 호구들 또 유니폼 사네
└ 시바 야구 못하는 거 하루이틀임? 왜 태클임?
처음 부여받은 등번호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인 선수 같은 경우는 은퇴하는 선수가 생기고 좋은 등번호가 나오면 바꾸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유행운은 처음부터 좋은 등번호를 받았다.
이름과 어울리는 번호였고 자연스럽게 등번호가 바뀔 위험성이 적어졌다.
– 유행운에게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냐? 그거 설레발임 유재원도 처음에는 역대급 유격수였다 ㅋ
└ 그는 갔습니다…
└ 이거도 맞긴 함 ㅋㅋㅋㅋㅋ
└ 유재원 천재 소리 듣던 때가 언제냐? 기억도 안 남 ㅋㅋㅋㅋ
└ ㅇㅈ ….
└ 야 어따 비벼 ㅋㅋㅋㅋㅋ 행운이는 다르다
└ 유행운 고교 컨택률 보고 오는 거냐? 유행운 경원상고에서 8할 넘게 침 진심 어디에 비비는거냐; 급이 달라요 아재
└ 응 유재원 퇴물 ㅋ
여러 반응과 함께 스프링 캠프는 계속 진행된다.
잔뜩 긴장한 백유진과 유행운은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기업이 지갑을 열었다.
지금까지 평균 연봉이 최하위였던 대전 호크스는 샐러리캡이 여유가 있었다. 타자 두 명을 영입하고도 샐캡 사정이 좋았고 강우성도 역대급 대우를 해주었다.
[대전 호크스, 금의환향한 강우성에게 120억 안겼다!]비록 나이를 먹고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강우성은 강우성이었다.
대전 호크스의 예정된 영구결번 투수.
KBO 전체를 뒤져봐도 강우성만 한 투수가 없다. 레전드 그 자체였다.
“야, 백유진.”
유행운은 투수조에서 훈련을 받다가도 휴식 시간이 오면 제 옆으로 오는 백유진을 보았다.
“너 자꾸 왜 나한테 오냐?”
백유진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유행운은 알고 있었다. 지금 백유진은 아직 적응을 끝내지 못했고 살가운 성격이 아닌지라, 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에 낯가리고 있었다.
“너 강우성 선배님 옆에 딱 붙어 있으라니까?”
강우성이 누구인가.
대전 호크스 영구결번을 예약한 투수였고 KBO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알아.”
“알면 가서 살갑게 굴어. 뭐 하나라도 더 배우라고.”
백유진도 안다.
강우성 선수에게 달라 붙어서 투수로서 필요한 노하우를 뽑아 먹어야 한다는 걸. 하지만 쉽지 않았다. 투수조의 막내는 백유진이었고 살가운 막내 역할을 할 성격이 못 된다.
“가.”
그럼에도 유행운은 냉정했다.
“내 옆에 붙지 말고 강우성 선배한테 가서 파리처럼 싹싹 두 손 비벼.”
당연히 그래야 한다.
서로 갈 길 가자는 주의기는 하지만, 백유진은 같은 학교 출신이었고 잘 되길 바라고 있었다.
“가서 체인지업 배워.”
유행운이 징그럽게 들러붙는 백유진을 떼어내고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 * *
지난 시즌, 최정환 감독은 중도에 투입되어 팀을 이끌었다.
이미 대전 호크스는 최하위였고 반등할 기미가 없었다. 최정환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 없이, 남은 시즌을 보내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뚜렷한 결점이 튀어 나왔다.
바로 유격수였다.
작년 시즌, 대전의 유격수는 박힌 돌이나 다름 없는 유재원이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엉망이었다.
타격도 형편 없었고 수비도 연습 부족으로 실책 파티를 벌였다. 그럼에도 그를 썼던 이유는 유망주를 여러 실험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를 거뒀기 때문이었다.
“행운이 정말 인물입니다. 21억이 납득되는 폼이에요.”
시즌을 대비하여 최정환이 데려온 수비코치는 유행운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형호가 직접 키운 앤데.”
최정환은 이형호의 선배였다.
유격수 수비로는 그 누구도 능가할 수 없었던 이형호는 제자도 걸출하게 키웠다.
포수 출신인 최정환이 봐도 유행운은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그래도 아직 신인이야.”
아마추어 시절 날아 다녔다고 해도 아직은 미지수였다. 실전에 기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내일 청백전이니, 그때 한 번 확인해 보지.”
대전 호크스는 하위팀이다.
지금 새로운 선수를 FA 계약을 통해 수급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평균 나이는 가장 젊었다.
3년 전, 대전 호크스는 체질 개선을 이유로 베테랑을 모두 방출했다. 이유는 이제 유망주를 키우며 상위권 도약을 위한 준비라 말했지만, 너무나 무모한 결정이었다.
베테랑을 모두 방출할거라면 외부에서 좋은 선수를 수급했어야 했다.
어린 선수가 보고 배울만 한 선배가 있어야 발전이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FA 영입은 하지 않았고 어린 선수는 맨 몸으로 전쟁터에 뛰어 들어야 했다.
최정환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러니까, 유재원이 실세 노릇을 하지.”
대전 호크스가 엉망이 된 이유 중에 하나였다.
유재원은 팀의 고참이 되었고 그 권력을 마음껏 이용하기 시작했다.
프런트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고 대전이 키우는 성골이었기에 더더욱 힘이 있는 선수였다.
감독마저 그 힘에 휘둘렸다.
최정환이 감독 제의를 받고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진 이유는 이 뿌리깊은 역사 때문이었다.
프런트는 현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일부 선수에게 큰 힘을 준다. 그 힘을 받은 선수가 유재원이었고 경질 당한 기존 감독도 그 힘에 밀렸다.
그나마 올해가 나은 점은 강우성이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감히 유재원이 맞설 수 없는 선수였다.
“내일 경기에서 유격수 실책은 전부 체크하게.”
“네.”
최정환은 유격수 자리만 새 얼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이 팀은 많은 것이 변할거라 믿었다.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지선호를 선택했다. 지선호는 사생활이 깨끗했고 팀의 4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지선호는 주장 완장을 거부했다.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최정환은 부탁했다.
팀을 위해 한 번만 주장 역할을 해달라고.
“신인에게 지나친 기대는 하면 안 되는데······.”
신인은 신인이다.
신인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품는 건, 곧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유행운이 역대 최고의 계약금을 받고 대전에 왔다. 그만큼 프런트는 유행운이라는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품고 있지만,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감독은 절제해야 한다.
유행운이 얼마를 받았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었으며 나이도 어리다.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연거푸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최정환은 유행운의 분석지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 * *
[대전 호크스 스프링 캠프에서 펼쳐지는 자체 청백전, 라인업 발표합니다.]이영호 단장은 초조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유행운에게 21억이라는 거액을 썼다. 모기업에서는 지나친 금액이라며 욕을 얻어 먹은 그는 유행운의 성적에 생명줄이 달려 있었다.
[7번 유격수 유재원-]A조에 유격수는 유재원이었다.
자연스럽게 B조에는-
[9번, 유격수 유행운.]유행운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감독은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면서 유행운의 타순은 가장 부담이 적은 자리에 놓았다.
유행운은 어느 위치여도 상관 없었고 새롭게 김용재 트레이너와 몸을 만들고 있었다.
“오, 생각보다 몸이 괜찮아졌는걸?”
김용재는 인천에서 계속 코치 생활을 하려 했다.
대우도 괜찮았고 프런트 자체가 체계적이었다. 인천 바이킹스와 재계약을 염두에 두던 김용재를 어떻게 대전으로 데리고 왔느냐.
바로 돈이었다.
선수든, 코치든 이적을 결정하는데 금전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첫 번째 목표가 은갈치였던가?”
그렇다.
김용재는 대전에 합류하자마자 바로 신인들의 몸 점검에 들어갔다.
그 중에 가장 유심히 살펴 본 선수는 역시 유행운이었다. 여러 테스트를 한 김용재가 심각한 얼굴로 혀를 찼고 일단 은갈치라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지금의 유행운은 확실이 어깨가 넓어졌다.
확연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유심히 유행운을 지켜보는 이영호의 눈에는 그 미세한 차이가 느껴졌다.
[A조 선발투수, 전설이 귀환했습니다! 강우성!]A조에는 강우성이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B조는 윤규민이었다. 전체적으로 A조에는 주전급 선수가 포진되어 있었고 B조는 젊은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떼잉, A조에 강우성? 너무하네. 최 감독!”
지금 이영호는 너튜브 생중계 되는 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유행운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전 유격수의 가능성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랐다.
최정환은 감독으로서 신인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영호는 달랐다.
몹시, 아주 몹시 부담감을 팍팍 주고 있었다.
– 캬, 강우성 여전하다 존나 잘한다
└ 순삭 오짐
└ 3분만에 이닝 종료라니 미친 거 아님???
└ 폼 더 떨어지기 전에 대전 온다던 황제님 ㅠㅠㅠ
유행운이 황태자라면 강우성은 황제다.
미국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투수였으니, 대전 황제라 불러도 할 말 없었다.
– 우리 도련님 나왔냐?
└ ㅇㅇ 9번타자라 3회에나 타석에 설 듯
└ 도련님 이제 유격수 보셔
└ 황태자님 멀리서 봐도 빛난다
강우성은 완급조절을 하며 땅볼 유도와 필요할 때는 삼진을 잡는다. 완벽한 투구로 1회 초를 정리 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제발!”
이영호가 두 손을 모은다.
강우성이 워낙 잘 던져서 유격수 방면으로는 타구가 가지 않았고 유재원의 실책은 기대할 수 없었다.
[윤규민 선수, 역시 직구가 너무 좋아요. 몸쪽에 딱 붙이는데, 알고도 칠 수가 없습니다!]황제에 대항하는 윤규민 왕자는 역시 기대했던 투구를 선보였다.
등번호 1번. 에이스에게 붙는 이 등번호를 차지한 윤규민은 처음 프로에서 기대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작년에 환골탈태했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윤규민은 그 다음 타자에게 피안타를 허용할 위기에 처했다.
[삼유간으로 빠지는- 어!]타구 속도가 좋았다.
타격음만 들어도 이건 삼유간으로 빠지는 평범한 안타였다. 하지만.
[유행운 선수가 몸을 던져 글러브로 공을 막아냅니다!]유행운은 타구를 따라 몸을 던졌고 급한대로 글러브로 공을 막았다.
공을 주우며 벌떡 일어난 유행운이-
[노스텝 송구!]“우와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이영호가 벌떡 일어난다.
유행운의 완벽한 수비였다. 빠지는 타구를 글러브로 막아내고 일어나자마자 스텝을 밟지 않고 그대로 송구.
말랐지만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었고 송구도 빗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노바운드였다.
[아웃! 간발의 차로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유행운!]21억.
유행운에게 21억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그리고 이 순간, 그 돈이 헛되지 않았음을 절실히 느끼는 이영호 단장이었다.
– 미친 시발 노스텝 송구?
└ 존나 눈부시다;;;
└ 어깨 무슨 일????
└ 심지어 노바운드임 ㅋㅋㅋㅋ
└ 황태자님 납시었다!
└ 유재원 꺼져
└ 이런 플레이를 볼 수 있다니… 세상에…
[대전에 이런 유격수가 있습니다! 황태자 유행운!]대전 호크스 소속 아나운서가 호들갑을 떤다.
그 호들갑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유행운은 대전 팬이 원하는 수비를 보여주었고, 선발투수 윤현민 역시도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감탄하고 있었다.
– 윤현민이 존나 좋아하는데?
└ 박수치고 엄지 척 바쁘다 바빠
└ 심지어 모자까지 벗고 고맙다 함 ㅋㅋㅋㅋㅋ
└ 현민이 고생했지.. 우리 왕자님, 폐급 유격수 때문에 글러브에 대고 욕한 거 하루 이틀이냐?
└ 현민이도 우리와 같은 마음일 거야…
└ 왜 눈물나냐 ㅠ
└ 이해 완
이영호가 콧노래를 부른다.
그동안 채리원에게 끌려다니며 굴욕 협상을 했던 지난 날을 이미 잊은 후였다.
실력으로 보여준다.
자체 청백전, 왜 유행운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실력으로 보여준다.
[그 어느 팀도 선발 투수를 공략하지 못한 채, 3회를 맞이합니다. 자, 드디어 이번 이닝에 우리의 황태자, 유행운 선수가 타석에 섭니다!]그렇다.
B조의 타자들은 강우성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단순한 안타도 없었고 죄다 빗맞은 타구만 생산했다.
대기 타석에서 유행운이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지난 이닝을 보면서 강우성의 공을 지켜보던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랐다.
지금까지 보았던 투수와는 확실히 달랐다. 아무리 전성기 폼이 아니라고 해도 그 노련함과 경험을 사라지지 않았다.
[유행운 선수! 드디어 타석에 섭니다.]그 순간, 유행운에게 시선이 모아진다.
이 경기를 두 손 모아 지켜보고 있는 이영호와 유격수 자리에서 유행운을 지켜보는 유재원.
유재원은 오늘 실책 하나를 저질렀고 강우성에게 못미더운 눈빛을 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유행운의 삼진 아웃을 기대하고 있다.
[스트라이크! 초구, 예리합니다. 강우성 선수 장점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율이 높다는 건데요. 그만큼 제구력에 강점을 보이는 투수입니다.]초구를 습관처럼 지켜본 유행운은 두 번째 공도 흘려 보냈다.
제구력이 좋은 강우성이었고 신인을 상대로 이리저리 공을 보내며 농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3구는 강우성이 자주 사용하는 체인지업이었다.
타이밍을 뺏기 위한 구종으로 강우성은 이 체인지업으로 투수로서 성공했다.
[따악!]투 스트라이크에 몰렸던 유행운은 자연스럽게 체인지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신인인 만큼 강우성이 빠르게 삼진을 잡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하강하는 그 궤적을 머리에 그리며 배트를 낸 유행운이 1루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잘 맞은 타구! 우익수 공을 쫓아갑니다! 점프! 아, 닿지 않습니다! 글러브에 공이 닿지 않습니다!]2루 베이스를 산보하듯 천천히 들어간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소소한 세리모니와 함께.
– 황태자님, 저는 행복사 했습니다.
대전 팬이 행복사로 숨을 헐떡거렸고.
“기절.”
이영호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