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51
51. 너 유재원이지?
대전 호크스는 야구를 못한다.
야구를 못하는 대전이 그나마 잘하는게 하나 있다면 마케팅이었다.
마스코트도 귀엽게 잘 뽑았으며 너튜브 콘텐츠도 잘 뽑는다.
반대로 말하면 팬 장사를 잘한다는 뜻이었고, 콘텐츠에 신경쓰는 것 만큼 야구에 더 신경 썼다면 이렇게 만년 리빌딩 구단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표요? 올해 생각한 목표는 있습니다.]오늘 드래프트 현장을 취재하러 온 김 팀장은 유행운을 제일 먼저 영상을 찍고 있었다.
마케팅부 김해윤 팀장.
원래는 외주 업체 직원이었지만, 대전 호크스 너튜브를 담당하면서 아예 구단 소속이 된 팀장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재능이 탁월했다.
[저는 대전 호크스의 주전 유격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어쩌면 이 발언은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해윤 팀장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도 현재 팀의 주전 유격수는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 캬, 우리 황태자님 포부 보소! 역시 황족답다!
└ 유재원 꺼지라는 거지?
└ 맞말 잘한다 우리 황태자님 ㅎ
└ 드디어 우리 유재원 방출 가능하냐?
└ 속시원하다 역시 황족은 다르셔 ㅎㅎㅎㅎ
└ 말도 잘하는 우리 황태자님~!!
대체로 팬의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 신인이 좀 건방지네 ㅋ 유재원이 들으면 기분 나쁠 듯 ㅋ
└ 유재원이 기분 나쁘든 말든 알 바?
└ 아 진짜 재원맘 재원파파 또 나타났네 ㅅㅂ
└ 지겹다 진짜
└ 너 유재원이지?
“시발?”
유재원이 깜짝 놀라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 놓았다.
경기 직전, 드래프트 결과를 듣고 익숙하게 구단 너튜브에 들어간 유재원은 1라운드로 지명된 유격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사실 1번 지명으로 유행운이 유력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영호 단장이 지명하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나빴다.
보통 지명을 할 때, ‘타자’라고 한다. 굳이 콕 찝어서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잘 말하지 않았다.
한데, 이영호는 유격수라고 발표했다. 그 사실은 유재원에게 불쾌함으로 느껴졌다.
해서, 참을 수 없어서 동영상에 댓글을 달았는데 귀신같이 들킨거다.
“프로가 쉬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유재원이 투덜거렸다.
요즘 유재원은 스스로 느끼기에 야구가 잘 안 되는 시기였다.
슬럼프라고 생각하는데, 그 슬럼프가 3년 째 진행된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였다.
물론 유재원 자체는 슬럼프라 굳게 믿었다.
“이 새끼 들어오면 존나 갈군다.”
유재원이 핸드폰을 캐비넷에 쑤셔 넣으며 중얼거렸다.
* * *
“계약금은 약속한 대로 21억. 그리고 김용재 트레이너는 올 시즌 끝나면 공식 합류합니다.”
이영호는 싱글벙글이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는 성공적이었다. 계획한 대로 착착 움직였고 비록 유행운을 잡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뭐 어떤가?
다른 구단의 뒤통수를 갈겼으면 그만이다.
– 유행운 지명 진짜 짜릿했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호크스라 행복합니다~
└ 호크스여 비상하라!
└ 즉전감 주전 유격수 득템 개꿀
└ 근데 얘 얼마에 계약할까? 15억 이상이면 좀.. 아깝지 않냐?
└ 네 돈임?
└ 응응 내 돈 아님~ 구단주 돈임~
└ 얼마가 들어도 유재원 치울 수 있다면 그저 행복사~ 캬~
유행운이 이토록 대전팬의 환대를 받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유격수.
지금껏 유재원을 치우고 싶었던 팬들의 염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 2라운드에 백유진 예상한 호구들 있냐? 존나 지리더라 ㅋㅋㅋㅋㅋ 다급하게 타임 봄?
└ ㅋㅋㅋㅋㅋㅋ 부산 ㅈ됨
└ 부산 백유진 지명할 생각으로 1라에 이주영 거른거지?
└ 포수가 필요해서 성준열 픽한 것 같긴한데…ㅋㅋ
└ 얘네 요즘 왜 이러냐? 원래 부산이 대전보다 일 조금 더 잘했는데 갑자기 왜 똥칰이 하던 짓을 하지??
└ 이주영 걸러서 꼴린스 빡쳤잖아~
└ 백유진으로 투수 유망주 채우고 성준열을 픽한 것 같긴 한데… 글쎄올시다
└ 같은 조류 동맹으로서 부산 파이팅!
그렇다.
부산이 세운 계획은 1라운드에서 급한 포지션 포수를 채우고 2라운드에서는 백유진을 얼리픽 하는 전략이었다.
그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사실 부산 마린스의 정배는 이주영을 1라운드에 픽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전 포수가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이 끊긴 상황이었고 대체할 포수가 없었다.
드래프트를 하기에는 위험성이 있었고 그렇다고 FA를 기다리자니, 당장 내년 시즌이 위험하다.
그리하여, 수비는 완성형이라는 성준열을 지명하고, 아쉬운 대로 2라운드에 남은 투수 중에 걸출한 인물을 픽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모두 어그러졌다.
– 야, 지는 게 뭐냐?
└ 어제 대전이 한 거
└ 내일 대전이 할 거
└ 오늘 대전이 겪게될 거
지금 대전은 드래프트뽕에 가득 찼다.
쉽게 말하자면 행복사였다.
[대전 호크스, 신인 드래프트 대성공 거둬 “내년에는 다르다!”] [“다음 시즌, 가을야구 노린다” 대전 호크스 FA 큰손되나]이 과정에서 대전 호크스 프런트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한다.
바로 언론 플레이.
올해는 이미 꼴찌 탈출은 불가능하다 판단했고 자연스럽게 드래프트를 빌미로, ‘내년에는 다르다’는 발언을 연거푸 외치고 있었다.
– 영호야 드디어 네가 말을 하는구나
└ 영호야 신난 건 알겠는데 우리 올해만 보자
└ 알겠고 영호야 응 꺼져
└ 우리 영호… 학습 능력이 생긴 건 알겠는데, 이미지 더 망가지지 말고 올해만 하자
└ 영호야 우리 옛날에는 좋았잖아… 이제 단장은 그만햐~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대전 팬들은 다시 또 기대를 한다.
매일 속으면서도 내년에는 다를 거라는 기대감.
꼴찌를 탈출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다.
안타깝게도.
– 이 팀은 왜 우승무새가 없냐?
└ 좋은 날에 재 뿌리지 마라
└ 우승같은 소리 하네
└ 똥칰이 우승하면 그 날은 지구 멸망이야
└ 뼈 때리네
└ 그게 되겠냐?
우승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다.
“네, 감사합니다.”
유행운은 도장을 찍었다.
원했던 조건을 구단은 수용했다. 그 과정에서 두 눈으로 모두 확인했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이영호가 드디어 밝게 웃는다.
모든 것이 탄탄대로였다. 유행운을 잡았고 FA를 잡을 총알도 모기업에서 승인했다.
즉, 이제 독수리가 비상할 시간이었다.
“유행운 선수.”
“이제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선배님.”
“선, 선배님?”
이영호가 입을 틀어막는다.
유행운은 그런 그가 딱했다. 이영호는 선수 시절에는 나름 귀족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었다.
대전의 귀족, 그리고 대전의 승투기계.
대전 호크스에는 여러 승투기계가 있다.
강우성이 있던 시절에는 승패패패패가 일상이었는데, 즉, 강우성이 등판 할 때만 승리를 거둔다.
이영호도 마찬가지였다.
승패패패패.
팬이 사랑할 수밖에 없던 투수였고, 그만큼 실력을 갖춘 선수였지만.
‘프런트가 되면 참 초라해지는구나.’
지금은 이런 사람이 되었다.
“그래, 이제는 한 식구가 되었으니. 우리 후배님, 앞으로 잘 부탁해요?”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영호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가볍게 악수.
유행운이 대전의 황태자이자 대전 호크스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 * *
[유행운, 계약금 21억! 역대 최고 계약금 기록 경신!]채리원은 대전에게서 1억을 더 뜯었다.
이건 채리원의 특징이었다. 해외 구단과 협상을 해도 10만 달러라도 더 챙기려는 습성을 가진 채리원이었다.
– 21억? 이 애매한 금액은 뭐냐? 그보다 유행운이 이럴 급이냐?
└ 네 돈임?
└ 흐린 눈 해라
└ 과하긴 한데 유재원 치울 수만 있으면 개꿀
└ 너 꼴린스지? 대전팬이면 이런 말 할 수 없다 ㅋ
└ 응 우리 황태자님 더 챙겨주고 싶어서 용돈하라고 1억 더 줌
└ 응응 꿀 계약~ 개꿀~ 내 돈 아님~ 어쩔~
무려 21억.
이 금액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대전 팬은 상관없다는 투였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고 구단에서 나오는 돈이었다. 게다가 돈을 써서라도 최대어를 잡을 수 있다면 팬으로서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대전 호크스, 코칭스태프 모두 갈아 끼운다 “승리를 위한 체질 개선”] [대전 호크스, 삼고초려 끝에 국대 3루수 품에 안았다! 조석찬, 98억 FA 계약!] [“대전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 박준용, 무옵션 4년 49억 계약!]대전 호크스가 돈을 쓴다.
현재 대전의 마운드는 나쁘지 않다. 연달아 투수 최대어만 수집하여 먹었으니, 당연히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와 반대로 타선은 형편 없었다. 서서히 타자 최대어를 물어서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 첫 번째가 유행운이었다.
올해 대전은 탈꼴찌는 물론, 15년 만에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아주, 기나긴 세월이었다.
“축하한다.”
이형호는 오늘도 시간을 내서 유행운의 수비를 봐주고 있다.
유행운 역시도 이형호와 하는 훈련이 좋았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마지막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사 봤다. 스프링캠프 합류한다며?”
“네.”
“1군으로 스타트를 끊다니, 대견하다.”
당연한 일이라고 하면 너무 겸손이 없는 발언일까?
그래서 유행운은 그저 미소만 띄웠다.
“유재원 말이다.”
잠시 휴식시간.
이형호는 굳이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며칠간 고민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감독으로서 본 제자 유행운은 강한 아이였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해도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조심해라.”
“네?”
“보통 성격이 아니야, 그 친구.”
이형호는 프로 출신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재원은 한때는 유행운처럼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당연히 재능이 있는 선수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프런트와 가까운 선수였고 정치질에도 능했다. 당연히 지금 주목 받고 있는 신인 선수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다행히 유진이도 함께 가게되어 한시름 놨지만, 유재원이 유치하게 굴 거야.”
재작년에 대전 호크스의 주장이 누구였던가?
평균 나이가 어린 대전이었고 자연스럽게 주장 완장이 유재원에게도 왔다.
다행히 작년에는 주장 완장을 빼앗겼지만, 주장이라는 합법적인 권력까지 가졌을 때 유재원은 참으로 대단했다. 아주 부정적인 방향으로.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항상 조심해라. 어딜가든, 항상 입 조심을 해야겠지만, 유재원 앞에서는 더더욱 주의 해.”
이형호 감독은 유행운의 영상을 모두 찾아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구단에서 취재한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서 신인인 유행운이 ‘주전’을 거론했고 그건 유재원에게도 위기감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유행운에게는 그럴만한 재능이 있다. 그렇기에 호크스가 21억을 쓴 거다. 그럼에도 아직은 신인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네, 조심할게요.”
유행운도 알고 있다.
과거 1회차에서 유재원을 겪은 유행운은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유치하고 말만 앞선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형호가 나서서 이야기 하지 않았어도 유행운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괜히 이형호가 공을 만지작거린다.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애제자가 떠난다.
민현웅은 아예 미국으로 떠나고 유행운도 대전으로 떠난다. 뭔가 마음이 허전해지는 이형호였다.
“어려운 일 있으면 항상 전화 하고.”
“네, 감독님.”
“유격수로서 대성해라. 나는 비교도 안 되는 역대급 선수, 그거 한번 해봐.”
씩, 유행운이 시원하게 미소를 지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1군 스프링 캠프.
미국 애리조나, 유행운에게는 처음 가보는 미국이었다. 아무리 2회차 인생이어도 긴장은 된다.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스타트를 끊은 대전 호크스였고 FA 영입과 함께 올해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패배 의식을 떨치고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스텝이 2028년이다.
“엄마, 잘 다녀올게요.”
유행운은 채리원이 직접 준비한 고급 수트를 챙겨 입고 공항으로 향했다.
– 나 떨려 죽겠어 청심환 먹을까? 응?
가는 길에 백유진에게 문자 하나를 받았다. 백유진 역시도 1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2군이 아니라 1군.
그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신인에게는 더더욱. 1군에서 기용할 즉전감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너구나?”
공항에 도착한 유행운은 아주 오그라드는 말투를 가진 유재원을 마주했다.
이 순간이 마치 드라마 같았다.
10년 전에 히트했던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생각난다.
딱, 그 드라마에 나왔던 빌런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나한테 도전할 유격수 새싹이?”
정확히 돌은 놈이다. 이런 말을 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미친 놈일 수밖에 없다.
유재원이 갖고 있는 이 자신감을 어디서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올 시즌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타율은 0.201
간신히 2할을 넘겼다. 실책은 압도적 1위였다. 수비범위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유격수를 맡으면 안 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유행운을 우습게 보고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조건만 보면 유행운은 이제 막 고교를 벗어난 신인이었고, 그는 FA를 앞둔 선수였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속마음을 숨긴 유행운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