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90
90. 이 경기 어떻게 될까요?
코리 윈스턴은 2회 말은 무사히 넘겼다.
임지혁도 행복 수비가 덜했고 자신에게 오는 공을 침착하게 포구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감독은 교체하지 못했고 더그아웃에서 잔소리를 연거푸 하며 수비에서 침착성을 요구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1점 리드한 대전 호크스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수비가 불안하기는 했지만, 오늘만큼은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하여 5회 말, 투구 수가 90구에 육박한 코리 윈스턴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수영이 준비 끝났습니다.”
불펜진에서는 채수영이 등판할 준비를 마쳤다.
지금 최 감독은 코리 윈스턴이 5회까지는 깔끔히 막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선두 타자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두 번째 타자는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오늘 무안타를 기록한 고척 데빌즈의 4번 타자 성유준이 이제 슬슬 하나 할 때가 됐거든요.]성유준은 강타자다.
고척 데빌즈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선수였고 MLB에서도 관심을 받는 타자였다. 외야수로서 수비도 좋았고 중장거리형 타자로 찬스에 강한 선수였다.
1구, 포심.
“볼.”
2구, 슬라이더.
“볼.”
연속 볼을 내준다.
현재 코리 윈스턴은 100구를 넘겨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제구가 말을 듣지 않는지, 로진백을 잔뜩 손바닥에 묻힌 윈스턴이 숨을 골랐다.
이 타자만 잡으면 윈스턴의 오늘 역할은 끝이 난다. 자세를 잡고 역동적인 자세로 공을 뿌린다.
따아아악!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코리 윈스턴은 다시 포심을 던졌고 그걸 노렸는지, 정확히 잡아당긴 성유준이었다.
“넘어가라, 제발.”
성유준이 배트를 던지고 스타트를 끊었다.
힘이 실리긴 했지만, 담장을 넘어갈지는 알 수 없었다. 발이 빠른 성유준이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를 향해 달려간다.
[좌익수, 중견수 타구를 쫓아갑니다! 좌익수 스톱, 중견수 지선호 계속 달립니다! 타구는 담장을, 담장을, 담장을, 담장을……!]성유준은 계속 타구를 확인하며 빠르게 달렸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거나 담장 상단을 직격할 장타였다.
미친 듯이 내달리던 성유준의 눈이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진다.
[중견수, 점프 캐치이이이이! 믿을 수 없는 호수비! 담장을 넘어갈 타구를 점프해서 낚아채는 지선호!]“미친 거 아니야?”
황망히 멈춰 선 성유준이 담장을 간신히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 낸 지선호를 보며 혀를 찼다.
2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아주 간신히 타구가 넘어갈 거라 생각했고 중견수가 점프를 해도 공에 닿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걸, 그 어려운 수비를 지선호가 해냈다.
[이야, 지선호 선수가 홈런을 훔치네요. 성유준 선수가 분하겠어요. 이거 느린 화면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담장 넘어가는 타구거든요? 점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타구의 체공 시간이 길었어요. 애매해서 넘어갈지 알 수 없었는데, 지선호 선수가 침착하게 위치를 잘 잡았네요. 타구 위치를 포착했어도, 이게 잡기는 쉽지 않거든요? 간신히 넘어가는 타구여도 홈런은 홈런이고 담장이 낮은 것도 아니니까요.] [팀의 주장으로서 팀을 구원하는 엄청난 수비를 여기서 보여 주네요.] [지선호 선수가 키가 190이 넘거든요. 엄청난 거구거든요? 타구를 쫓을 때 발도 굉장히 빠르고, 괜히 대전의 스타가 아닙니다, 정말.] [지선호 선수 신장이 크기 때문에 홈런 타구를 훔칠 수 있었죠?] [네, 맞습니다. 키가 원체 크니까요.]“봤지! 이길 수 있어!”
이닝을 제 손으로 끝낸 지선호가 윈스턴의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며 소리쳤다.
“행운이 없다고 기죽지 마, 이 새끼들아!”
그는 뭔가 울분에 차 있었다.
“선배로서 보여 주란 말이야! 우리도 이길 수 있어. 이 자식들아!”
* * *
눈물이 난다.
김주연은 지금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 있었다.
엄청난 수비였다. 지선호의 유니폼도 챙겨 온 김주연이 가방에서 꺼내 흔들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우리 팀, 정말 사랑해…….”
순간 유행운에게 최애 자리가 넘어갈 뻔했지만, 다시 지선호에게로 돌아가게 만드는 멋진 수비였다.
김주연은 대전의 오랜 팬이었고 어서 암흑기를 탈출하길 염원하던 사람이었다. 두바이에서도 대전을 응원했고 엄청난 성적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애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순간 지선호는 빛나지 않았다. 개인 성적은 빛났지만, 어딘가 마음이 떠난 선수처럼 느껴졌었다.
공수에 걸쳐 완벽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루키 시절 보여 주던 와일드한 수비는 어느샌가 사라졌었다.
그런데 오늘.
오늘 지선호가 루키 때의 판타스틱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멋있긴 하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백유정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경기를 볼 때면 유행운의 플레이를 눈으로 좇았었는데, 오늘 그가 없자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중견수 지선호였다.
동점을 만드는 홈런도 멋있었고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홈런을 낚아채는 모습도 대단했다. 쉽게 볼 수 없는 플레이가 확실했다.
6회 초.
상대의 투수는 여전하다.
고척의 선발투수 조시 슈나이더는 2실점을 했지만, 홈런 두 방을 제외하면 완벽투였다.
그 외에는 볼넷 하나와 안타 하나를 내주었을 뿐, 투구 수 조절도 잘 하고 있다.
[이제 상위 타순이 시작되는데요. 박준용 선수가 여기서 출루에 성공해 줘야 합니다. 1점 차는 불안하잖아요?] [네, 이틀 연속 1점 차 승부를 이겨 내지 못하고 패배했던 대전이라 점수 차를 벌리지 않으면 위험해요.]박준용은 공을 길게 본다.
주장 지선호의 호수비로 분위기가 불타올랐다.
이 분위기를 이어 가려면 박준용이 출루하고 추가 득점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했다.
그의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박준용의 똑딱질을 팬이 응원했다.
[5구, 타격! 잘 밀어쳤어요. 2루수 키를 넘기는 단타!]드디어 박준용이 출루에 성공한다.
1루에 안착한 박준용이 가볍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제발.”
“번트? 아, 이 팀 번트 실력 개구린데? 아, 쫌!”
후속 타자는 임지혁이다.
오늘 유격수 출장한 임지혁은 낙제점이었다. 워스트 플레이어를 선정한다면 필시 임지혁이 될 것이다.
임지혁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1점을 달아나겠다는 계산이었고 그다음 타순이 조석찬이었기에 타점 가능성이 높았다.
조시 슈나이더는 번트를 주고 싶지 않아 한다.
커브 볼로 까다롭게 승부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임지혁이 아무리 새대가리여도 커브에 번트를 대지는 않았다.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 승부를 요구했다.
툭-
몸쪽 깊게 들어오는 포심에 번트를 댄 임지혁의 눈이 커진다.
[아, 떴어요! 번트 타구가 뜹니다!]인생 최악의 날.
지금 임지혁이 그랬다. 순간, 임지혁은 서산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오늘 임지혁의 플레이는 최악이었다.
“아웃!”
포수가 벌떡 일어나 거의 제자리에서 번트 타구를 잡아냈다. 어이없게 아웃카운트가 올라갔고 관중석에서 욕이 터져 나온다.
“네가 그러고도 야구선수냐!”
“나가!”
“교체해!”
“누구로?”
“시발, 몰라!”
최정환 감독도 어이가 없었다.
대전 호크스가 번트에 약하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내야 뜬볼로 물러설 줄은 몰랐다.
[아,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놓고 짜내는 야구를 하겠다는 계산이었을 텐데요. 최정환 감독, 실소를 터트리네요.]“아.”
백유정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전 호크스가 약팀이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백유정이 대전 호크스에 입덕한 시기는 1위를 달리며 선전하던 올해였기에, 최약팀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절실히 느낀다.
유격수 하나가 빠져서 일어나는 대참사를.
주장 지선호가 아무리 호수비를 하고 홈런을 쳐도 구멍 전체를 메꿀 수 없는 모습을…….
“이래서 만년 꼴찌…….”
시원한 음료수를 마신다.
백유정이 탁,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그 순간, 김주연도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리며 맥주잔을 거칠게 내려놓고 있었다.
“그렇지.”
이게 대전이지.
“이래야 꼴칰이지. 내가 잠시 착각했네, 착각했어.”
* * *
번트 실패.
위기를 극복한 조시 슈나이더가 조석찬을 맞이한다.
조석찬은 연습 스윙을 하고 다리 사이에 배트를 끼웠다. 배팅 장갑을 고쳐 끼는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요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조석찬은 서산에 가고 싶었다.
잠시 서산에서 타격을 가다듬고 폼을 올려서 1군에 복귀하고 싶었지만, 감독은 허락하지 않았다.
뭐라던가.
[조석찬이 서산가고 싶다고 했대 타격 페이스 끌어올리고 온다고]└ 지랄노
└ 너보다 못한 놈들 한트럭인데 어딜가?
└ 죽어도 그라운드 위에서 죽으라
└ 조석찬 없으면 누굴 쓰라고? 폐급 쓰라고? 지랄 노
└ 석찬아 슬럼프는 야구장에서 극복해라
└ 응 서산에 네 자리 없음 ㅋ
└ 감독 왈 : 너보다 못하는 놈이 한 트럭 ㅋ
└ 슬럼프 온 조석찬이 임지혁보다 잘함 ㅋ
└ 조석찬 닥치고 1군에 처박혀 있어
└ 가긴 어딜가;; 미쳤냐??
그렇다.
슬럼프는 1군에서 극복하란다.
그 말도 맞다. 슬럼프 중에도 조석찬은 간간이 희생타와 안타를 생산한다. 타격 페이스는 언제든 떨어질 수 있고 언제든 올라갈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열흘이 넘어가자 스트레스를 받았던 조석찬이었다.
지금까지 조석찬은 타격 페이스가 바닥을 찍으면 잠시 2군에 다녀왔었다.
즉, 그 전 팀에는 잠시 자리를 비울 여유가 있지만, 대전 호크스에는 없었다.
‘도대체 지금 어떻게 1위인 거지……?’
당최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조석찬 선수, 지금 타격 흐름이 좋지 않죠? 슬럼프인 것 같은데, 조석찬마저 빠지면 대전은 말 그대로 와르르 무너질 겁니다.] [네, 경기 전에 최정환 감독에게 물어봤는데, 조석찬 선수 죽어도 못 뺀다고 하시더라고요. 유행운 선수 뺀 걸로도 죽겠는데, 조석찬마저 없으면 그 자리에서 돌연사할지도 모른다고요.] [허허, 저도 감독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남 일 같진 않네요.]1구, 몸쪽 깊게 들어오는 포심.
“볼.”
2구, 뚝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
“스트라이크.”
조석찬이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뒤로 물러선다.
사실 조석찬은 여기서 하나를 해 줘야 한다. 돈을 엄청나게 받고 들어왔으니, 그만큼 기대감을 충족시켜 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개인 슬럼프는 핑계가 될 수 없다.
돈을 그만큼 받았으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후우.
1루에 도착한 조석찬이 이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 보호구를 풀어 코치에게 건네는 조석찬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다.
지선호는 오늘 맹활약을 했다.
홈런 하나와 안타 하나.
거기에 엄청난 수비까지 보여 주었다. 여기서 하나 더 해 주면 고맙겠지만, 그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잠깐만요. 지금 고척 벤치가 움직입니다.] [지금 1사 1, 2루거든요. 오늘 가장 타격이 매서운 선수가 타석에 섰는데, 이걸 거르나요?] [와, 거르네요. 고의 사구 사인이 나왔습니다.]고척에서 강수를 둔다.
지선호를 거르고 프레드릭과 승부하여 병살타를 잡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투수 교체도 함께 진행한다.
지선호가 1루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 나가고.
새로운 투수가 차를 타고 등장한다.
“음.”
최정환 감독은 대기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기다리는 프레드릭을 응시했다.
프레드릭이 한 방이 있는 타자인 건 맞다. 오늘 홈런이 그걸 증명했지만, 모 아니면 도였다.
현재 그의 타율은 0.257에 홈런은 9개를 때렸다.
특급 용병이라고 할 수 없는 성적. 게다가 지금은 팀 타격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가?’
고민한다.
‘말아?’
치열한 고민 끝에 최정환이 결단을 내렸다.
‘가, 가야 해.’
지금이 승부처다.
1사 만루. 번트 아웃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졌지만, 기회를 끈질기게 만든 타자들이었다.
오늘은 총력전.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쓰는 게 맞다.
[와, 유행운 선수가 준비합니다!]그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악!”
3루 관중석에 비명에 가까운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행운이 보호구를 착용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고 대타 소식이 주심에게 전해졌다.
동시에 프레드릭이 멋쩍은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러서고 있었다.
“감독, 날 못 믿어?”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케이.”
유행운을 보는 순간, 감독의 판단이 순식간에 납득이 된다. 그러니, 감독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더군다나, 대타 카드로 사용한 선수가 지금 홈런 1위, 타율 1위의 강타자가 아닌가.
“헤이, 럭키 보이.”
“응.”
“파이팅.”
“응.”
아쉬움을 뒤로하고 프레드릭이 돌아선다.
유행운이 배트 손잡이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대타로는 첫 출전이었다. 1사 만루 상황, 신인에게는 더 없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1점 차 승부.
항상 대전 호크스는 그 1점 때문에 패배를 해 왔다.
[자, 이 경기 어떻게 될까요?] [유행운 선수, 가볍게 몸을 풀고 타석에 섭니다. 지금 이 순간이 승부처라는 걸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습니다.]타석에 선 유행운이 헬멧을 고쳐 쓴다.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손목이 살짝 뻐근하지만, 큰 부상도 아니었다. 선수가 고집을 부리면 선발 출장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러진 않았다. 오랫동안 선수로서 활동하려면 부상은 늘 조심해야 한다.
자세를 잡은 유행운 귀에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양쪽 감독들이 참 바쁩니다. 고의 사구 결단을 내린 고척과 용병 타자를 빼고 슈퍼 루키를 내세운 대전, 이 선택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초집중 상태.
타석에 선 유행운이 타격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