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21
사상 최강의 오빠 121화
45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4)
아무도 없는 접견실의 소파에 앉아 있던 김세훈의 옆에 반투명한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왕이여, 놈이 굴복했다. 자, 이제 어찌해드리면 되겠는가?
전등도 안 켠 어두운 접견실을 방 황하던 김세훈의 시선이 붉은 눈동 자로 향했다.
“알아보라고 한 건?”
-끌끌, 그대가 생각했던 대로 꽤 똑똑한 친구더군. 신현수의 보복을 우려했는지, 의뢰에 관련된 녹취 파 일을 비롯해 몇몇 증거서류를 보관 하고 있었다.
김세훈이 나무늘보가 가지 위에 몸 을 누이듯, 소파에 몸을 늘어뜨린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확보해 둔 이원호의 서류 를 유종서에게 주고 신현수와 엮어 서 터뜨리라고 해. 어차피 신현영과 관계된 것이니만큼, 시나리오가 딱 히 어색하지도 않을 거다.”
김세훈은 그전에 김세정을 음해하 려던 이원호의 뇌를 먹어치우고, 그 가 보관하고 있던 신현영 커넥션과 관련된 서류를 확보해 둔 바가 있었 다.
원래 김세훈은 원래 이것을 이용해 신현영을 압박하며 가지고 놀 생각 이었지만, 둥지에서 충동적으로 그 녀를 죽인 후 썩히고 있던 참이었 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활 용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꺼내 든 것이다.
-아아, 그때 그 인턴 살인 사건을 수면 위로 띄울 셈인가?
“그래, 그리고 유종서에게 해저드 클랜과 서예림까지 언급하라고 하도 록, 복잡하게 돌아갈 필요 없이… 이번 일로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어 두는 게 여러모로 편하겠지.”
-끌끌, 손쉬운 일이지.
“주상철과 특무대원들은?”
-작업 중이다. 유종서보다는 곧잘 버티는 것 같다만… 뭐, 도토리 키 재기일 뿐. 머지않아 함락되겠지.
김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 었다.
“유성 그룹의 임원들은 몇 명이나 확보했지?”
-음, 그 일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의외로 손에 때 묻은 이들이 딱히 없더군. 이거 아무래도 그쪽에는 그 대의 기준에 부합되는 쓰레기들이 없는 모양이다. 끌끌, 왕이여… 어찌 할까? 그냥 막무가내로 그들을 세뇌 하고 괴뢰화(f鬼ffi1化)시켜 버리는 것 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만?
묘하게 사람을 간 보는 듯한 나이 트메어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김 세훈이 무덤덤하게 답했다.
“됐다. 까다롭다면 신경 꺼라. 유성 그룹은 아쉽지만 그대로 놔둘 수밖 에. 뭐, 이왕이면 같이 지워버리고 싶었다만… 그쪽이 아니라도 써먹을 패는 많으니.”
-망가진 신념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가? 왜 편한 길을 놔두고 돌아 가지? 죄가 있고 없고 따위… 일전 에 최보미라는 여인을 죽이면서 아 무 의미도 없어졌잖나. 오, 아니지. 원래 신념이란 그대에게 있어 주머 니 속의 물건 같은 거였지. 필요하 면 꺼내고, 필요 없으면 꺼내지 않 는…?
김세훈의 눈이 반개하며 드러난 검 은 눈동자가 붉은 눈동자를 노려봤 다.
“나이트메어. 주제넘은 발언은 삼 가는 게 좋을 텐데?”
-이거 섭섭하군. 이번 일은 오롯이 나의 능력 덕분에 순조로이 풀어가 는 것 아닌가? 후후, 왕이여 명심하 게. 좋은 왕이란 유능한 신하의 망 언도 포용한다는 걸 말이야.
“나야말로 섭섭하군. 나를… 좋은 왕으로 봐주다니.”
김세훈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기류 가 붉은 눈동자를 휘감고 찍어눌렀 다.
검은 물안개 같은 그 기류에 꽁꽁
묶인 붉은 눈동자는 소리 없는 비명 을 지르며 몸부림치다, 단말마를 닮 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 그만해라! 나를 다시… 연옥에 가둘 생각 마라! 연옥에 가 두지 않는 대신 협력하는 것. 그게 우리의 거래였잖나!
나이트메어의 절규를 즐기며 김세 훈이 입을 열었다.
“거래? 종놈의 새끼가 분수를 알아 야지? 내가 너를 연옥에서 꺼내준 건 아량이고, 네가 나에게 하는 것 은 협력이 아닌 복종일 뿐, 거래 따 위가 아니다.” 검은 기류가 한층 더 기성을 부리 며 나이트메어를 옭아맸고, 붉은 눈 동자의 안구가 빙글빙글 돌며 밟힌 고무공처럼 점차 찌그러졌다.
그 고통과 다시 연옥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못 견딘 나이트메 어가 소리쳤다.
-알겠다!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으 니… 제발, 제발… 연옥에 가두지 말아다오. 그곳은… 끔찍한 곳이다. 왕이여… 용서해 다오. 그대도, 내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김세훈이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바 람 소리처럼 거친 호흡을 뱉으며 나 이트메어에게 경고했다.
“좋다. 나이트메어. 이번엔 넘어가 주지. 대신… 다시는 잊지 마라. 네 놈의 영광이 과거에 얼마나 찬란했 던 지완 상관없이, 지금은 내 종놈 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마.
“알았으면 가서 시킨 일이나 잘 처 리해.”
-…모든 것은 그대가 원하는 대 로….
희미한 잔영을 남긴 채 사라진 붉 은 눈동자의 자취를 쫓으며 김세훈 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다른 십좌와 달리, 심층. 즉 연옥 7층 이상에 거하는 폐왕(廢王)들은 통제가 쉽지 않았다.
연옥의 심연에 잠기고도 이지를 상 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성기 때는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기든 문제가 없었다. 그가 건 재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 다. 그의 정신과 영혼 모두 황혼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네놈들이 내가 무너지는 순간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직이다. 아직… 멀 었다.’
하나,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면서도 김세훈은 문득, 자신을 둘러싼 접견 실의 어둠이 피라미떼의 이빨과도 같다 여겼다.
언제 어느 때라도 자신을 씹어 삼 킬 것만 같은 그늘진 적의. 그것을 피부로 느끼던 김세훈이 피식 웃으 며 전등 스위치를 켰다.
어둠을 몰아세운 빛에 조금이나마 안도하며, 김세훈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그의 얼굴이 유난히 짙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부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아무래 도… 지금 당장 TV를 틀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휴게실에서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 던 신현수는 갑자기 들이닥친 팀원 의 황망한 말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도 그 심상찮은 낌새에 잠자코 휴게 실 TV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키자마자 화면을 채운 익숙 한 인물의 낯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절대로 공중파 뉴스에 얼굴을 비쳐
선 안 될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성 그룹 신현수의 의뢰로 나 는 김세훈을 음해하려 했습니다. 여 기 이 녹취 파일과 비밀 서약서. 그 리고 제 스위스 은행의 계좌에 있는 거액의 돈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신현수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저 미친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저 새끼 지금 제정신이야‘?!”
식겁한 나머지 평소 신경 쓰던 젠 틀한 언사는 온데간데없는 신현수 를,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헌터들이 힐끔거리며 불신이 깃든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는 카멜레온이라는 어빌리티를 가져 상대방의 손톱이나 머리카락 따위가 있으면 얼마든지 그 모습으 로 변할 수 있습니다. 30분간은 해 당 인물과 100%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본인이나 다를 바 없기 에, 완전범죄를 저지르기에 용이합 니다. 보여드리겠습니다.
블랙 헌터 주제에 무슨 수작을 부 렸는지 몰라도, 유종서는 수십 명의 기자가 자리한 기자회견장에서 자신 의 어빌리티를 시연하고 있었다.
그 광대놀음을 보던 신현수가 기가 막힌 나머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 기 때문이다.
-…보셨습니까? 저는 이걸 이용해 해저드 클랜의 김세훈에게 살인 누 명을 씌웠습니다. 맞습니다. 일가족 살인 사건의 진범은 저입니다. 그리 고… 이 모든 일은 유성 그룹 신현 수의 의뢰로 시작했습니다. 또한, 그 가 나에게 김세훈을 음해하라 한 사 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신현수의 동생 신현영….
그다음에 유종서의 입에서 나온 것 은 팩트와 픽션이 뒤섞인 개소리였 다.
신현영이 해저드 클랜의 인턴 다섯 명을 이원호를 이용해 살인 교사한 것을 김세정이 알게 됐고, 그걸 안 신현영이 김세정을 죽이기 위해 모 의했다는 등, 이 과정에서 이 일을 묻기 위해 서예림과 신현수의 작당 을 했다는 등, 결국 김세훈이 이것 을 알자 그마저 처리하기 위해 이번 일을 꾸몄다는 둥.
사실과 거짓이 적절히 버무려진 그 헛소리에 신현수는 앞머리를 쥐어뜯 었다. 엉망이 된 머릿속을 정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서… 나, 나는… 아 아… 나는… 어, 엄마… 엄마… 내 가 잘못했… 사, 살려….
난데없이 엄마를 찾으며 눈물을 뿌 리던 유종서가 아무도 없는 허공을 넋이 나간 얼굴로 지그시 바라봤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 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옹알거리던 유종 서가 이내 신색을 되찾고 입을 열었 다.
-나는… 하늘에 맹세코 이 증언에 한 점 부끄럼도, 거짓도 없다는 것 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 는… 행동으로 증명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유종서가 갑자기 주 머니에서 단검을 꺼내더니 자신의 목을 그어버렸다.
검붉은 핏물을 꿀렁거리며 토해내 는 자신의 목을 두 손으로 틀어막은 채 유종서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고장 난 라디오처럼 주절거렸다.
-신현수… 모든 게 다 신현수… 너 때, 때문….
뜬금없이 자진해버린 유종서 때문 에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기자들의 비명과 셔터 누르는 소 리.
마지막으로 시체를 끊임없이 하얗 게 물들이는 플래시 세례.
그것을 본 신현수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지 무기력한 몸짓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마자, 그의 스마트폰 이 울리며 진동했다. 액정에 뜬 이 름은 주상철.
불길한 타이밍에 어울리는 반갑지 않은 이름. 신현수는 왠지 받아선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홀려버 린 듯 저도 모르게 전화를 받아버렸 다.
-신현수.
스마트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주상 철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목소 리에 안도한 신현수가 말했다.
“주상철. 너 뭐야? 내가 분명히 이 번호로는 전화하지 말랬….”
-네가 뭘 건드린 건지, 나는 모르 겠다. 진짜… 모르겠어. 너… 대체 뭘 건드린 거냐?
“뭐? 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주상철의 목 소리는 이내 노이즈가 낀 이어폰의 음향처럼 조각났다.
-신현수. 미안하게 됐다. 내가 너에 대해서 전부 말해버렸다. 아, MSG 도 좀 거하게 쳤다. 아마 오라클에 직통으로 들어간 만큼, 너… 못 빠져 나갈 거다. 끝이란 거지. 하긴… 지 금에 와선 오라클 따위가 문제가 아 닌 것 같긴 하다만.
“너 그게 무슨… 뭐냐? 너 이 자 식 지금 어디….” -크크… 야, 내가 말이야. 꿈을 꿨 는데… 진짜 생생하더라고. 근데 그 곳에서 말이야. 내가 아들을… 몇 번이나 죽였는지 모르겠다. 아, 맞 다. 아내도 죽였어. 그런데 그게 천 번은 넘은 것 같거든? 그러다 보니 까…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 이 안 가… 하하, 아까 전화해 봤는 데… 안 받더라. 왜 안 받을까? 야, 왜 안 받는 거야? 제발 좀… 말해 줘라. 제발… 말 좀….
깨져버린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버 린 주상철의 목소리의 끝이 흐느낌 으로 물들었다.
-…신현수. 먼저 가서 기다리마.
“주상철! 이 새끼야! 뭘 기다려! 일단 만나자. 만나서….”
-그래, 만나자고. 지옥에서….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져 버 렸다. 신현수는 검은 폰의 액정을 내려다보며 마른 입안을 혀로 더듬 었다.
하지만 말라버린 입안에선 침조차 기웃거리지 않았다. 마치 체내의 모 든 수분이 땀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이마를 타고내리는 땀방울, 등을 차갑게 적시는 식은땀. 축축해진 나 머지, 물 먹은 스펀지처럼 흐물거리 는 몸을 겨우 겨누던 신현수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스마트폰 진동, 반짝거리는 액정에 는 문자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그래, 신현수. 내 서프라이즈 선 물은 마음에 들었나?
모르는 번호.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왜일까? 지금 와서 갑자기 신현영 의 창백한 안색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 그때는 몰랐다.
놈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 패기 만만하던 동생이 왜 그리 초라해졌 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 다.
아마도 분명, 지금 그의 낯빛은 동 생을 빼다 박은 듯 닮아 있었을 테 니까.
-다음은 너다.
그 문자를 끝으로 더 이상 메시지 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한참 동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을 때, 휴게실에는 그를 제외하곤 아무 도 없었다.
신현수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 어나서 다 녹아버린 촛불의 남은 심 지에 억지로 불을 붙이듯 애써 의욕 을 불태웠다.
“김세훈.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기 다려라. 이 정도로는 나… 안 무너 진다.”
신현수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홈 치며 뇌까렸다.
“아버지, 아버지를 찾아가야겠어. 아버지라면 분명… 답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