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24
사상 최강의 오빠 124화
46장 해저드(HaZard)(2)
오후 8시. 헌터들이 다 퇴근하고 쓸쓸한 정적만이 남은 클랜 빌딩의 지하 3증.
특수 대련장의 불이 켜졌다. 대련 장은 언뜻 보면 평범한 체육관의 그 것과 다를 바 없었으나, 초인이라 해도 무방한 헌터들이 마음껏 대련 하게끔 층 전체가 통째로 강철로 만 들어져 있었다.
그도 모자라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어 기존의 강철보다 강도가 두 배 는 단단했기에 어지간한 충돌로는 대련장이 손상될 일이 없었다.
“아씨… 이거 초과수당 청구할 거 예요.”
건강한 구릿빛 피부의 미인. 이유 라가 우월한 바스트의 윤곽을 자랑 하는 듯한 하얀 티셔츠와 터질 것 같은 각선미를 꽁꽁 싸매고 있는 청 바지를 입은 채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옆에서 동네 마음씨 좋은 형처럼 허허 웃고 있던 30대 중반 의 사내. 강현석이 맞장구쳤다.
“2팀장. 너무 그러지 말라고. 여러 모로 재밌는 이벤트잖나.”
“재밌는 이벤트면 근무시간에 하자 고요. 땡땡이도 치고 재미도 보고 얼마나 좋아요?”
“쯧, 이 친구. 철들려면 멀었구먼. 멀었어.”
이유라가 오리 입술을 빼죽 이며 음흉한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흐응, 그렇구나. 아조씨는 철드셔 서 여자친구 없으신 거구나?” “…누누이 말하지만, 없는 게 아니 라, 안 만드는 거라니까.”
이유라는 강현석의 뻔한 매크로 답 변에 됐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 근데요. 아조씨. 이 대련 어떻 게 성립된 거래요? 아니, c급인 김 세훈이랑 마스터라니… 애들 장난하 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잖아요.”
이유라의 당연한 의문에 강현석이 난처한 듯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은 나도 그 친구가 왜 대련을 신청했는지, 마스터가 그걸 왜 받아 들였는지 몰라. 흠… 무슨 생각이 있으신 게지.” 강현석은 말하면서도 어제 있었던 독대가 오늘 일의 기점이 됐을 거라 생각했지만, 굳이 그걸 이유라한테 설명하진 않았다.
이유라도 진지하게 물어본 건 아닌 듯,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뭐… 보면 알겠죠. 근데 김세훈. 이 짜식. 아직 나도 못 해본 부러운 짓을 하다니. 으… 나도 마스터랑 대련하고 싶은데!”
“해보나 마나 자네는 10초 컷일 텐데 뭘 해보나?”
“아조씨는 3초 컷일걸요?”
“자네는 1초….” 무료한 시간을 유치한 말장난으로 때우던 그들은 대련장의 문이 열리 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투덕거 리며 안에 들어서는 김세훈과 김세 정을 볼 수 있었다.
“오빠. 제발 이런 건 나랑 상의 좀 하고 결정하면 안 될까?”
“생각 좀 해보고.”
“아니〜 진짜. 이럴래? 나 열 받아 서 죽는 거 보고 싶은 거야?”
“그러시던가.”
“…나 욕한다? 정색한다?”
“그러시던가.”
“인터넷 끊는다.”
“…미안. 다음엔 상의할게.”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별종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남매를 쳐다보던 이유라가 껌을 손에 뱉고, 강현석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날 때 쯤, 재차 문이 열리며 금발 블론드 의 미녀가 들어왔다.
암표범과 같이 날렵한 바디라인을 감싼 가죽 타이즈 소재의 트레이닝 복을 입은 서예림이 사막의 모래 빛 을 닮은 눈동자로 김세훈을 응시하 며 말했다.
“다 온 것 같으니. 시작해 볼까요?” 서예림의 말에 김세훈이 파란색 츄 리닝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하얀 반소매 티 사이로 균형 잡힌 조각 근육과 피부에 타투처럼 새겨진 흉 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저야 뭐, 언제든지 좋습니다.”
서예림은 김세훈을 물끄러미 바라 봤다. 덜렁덜렁한 몸가짐으로 서 있 는 그에게선 위압감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밸런스 잡힌 체 형과 단련된 신체.
그리고 훈장과도 같은 상흔을 보면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를 우습게 보 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 는 없었다. 아무리 그가 A급 에이 션트 클래스라 해도, 자신도 이 바 닥에서 구를 만큼 구른 베테랑 아니 던가?
덫으로 유인해 먹잇감을 사냥하는 사냥꾼처럼,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 게 대응하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중 분했다.
“김세훈 씨. 선수를 양보하죠. 그래 도 명색이 선배인데… 이 정도 배려 는 해드려야죠.”
서예림이 부리는 수(水)속성 마술 의 특성상 후공이 유리하기에 한 말 이었지만, 그녀의 그런 꿍꿍이를 모 르는 김세정이 사레가 들렸는지 기 침을 했다.
“쿨럭, 하하… 저러다가 큰일 나실 텐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 니. 저 우주 괴수 앞에서 저런 망언 이라니.
쥐뿔도 몰랐던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이 대련. 김세정은 김세 훈에게 전 재산을 베팅해도 안 아까 웠다.
아니, 전 재산이 뭐야, 대출이고 뭐고 제3금융권까지 다 끌어들여도 자신 있었다.
그런 김세정의 속도 모르고 이유라 가 캔 녹차 하나를 김세정에게 건네 며 말했다.
“세정아. 걱정하지 마. 아무렴 클마 가 죽이기야 하겠니?”
‘언니… 그 반대인데요….’
김세정이 조마조마하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김세훈이 너무 과한 오 버 액션을 취할까 봐서이다.
제발 상식이란 게 자신의 오빠에게 있기만을,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아니나 다를까, 김세훈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대놓고 비웃었다.
“아니, 선배님이 뭐 그렇게까지 말 씀하신다면야. 이 후배가 한 대 거 하게 대접해 드리지요.”
까드득.
김세훈의 주먹이 쥐어지고, 강체술 4단계가 시전됐다.
다행히 특수 소재로 만든 하얀 티 를 입은 탓에 흉물스런 상반신이 노 출되진 않았으나, 압도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거체의 그림자가 대련장에 드리웠다.
이유라가 대경실색하며 중얼거렸 다.
“…완체화? 뭐야 저 새끼 A급이었 어…?”
강현석도 덩달아 놀라선 솥뚜껑 보 고 놀란 자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 다.
“허어? 아니, 뭐 이런….”
김세훈이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말 했다.
“그럼 선공으로 가볍게 잽 한 대 선물해 드리죠.”
후웅.
마치 정면에서 기차 한 대가 전속 력으로 달려온 것만 같은 펀치에 놀 란 서예림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 리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조금 늦었는지, 황금 유사 와 같은 그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권압에 잘려, 바닥에 나풀나풀 떨어 져 내렸다.
서예림이 태세를 정비하며 중얼거 렸다.
“이 정도 수준의 완체화라… 역시, 만만치 않네.”
보통 A급 나이트 클래스의 완체화 는 대동소이하다.
B급인 부분 변이 수준에서야 사용 자의 개성에 따라 디테일이 천차만 별이라지만,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 완체화의 경지에 이르면 천편일률적 이기 때문이다.
단지, 성별에 따라 체형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하지만 그럼에도 사용자의 기량에 따라 완체화의 수준은 다르기 마련. 그리고 김세훈은 서예림이 여태 봐 온 어떤 나이트보다 수준이 뛰어났 다.
4m에 육박하는 거체, 통나무 두 개를 겹쳐놓은 것 같은 팔뚝, 기둥 을 떼다 붙인 것처럼 굳건한 다리.
그 어떤 나이트보다 퀄리티가 뛰어 난 그의 강체술을 가늠한 서예림은 미약하게나마 있던 방심과 잡념을 떨쳐내고 마나를 끌어올려 준비했던 마술을 행사했다.
-물의 마술 LV1 더스트 칩(DUst ChiP)
손톱만 한 얼음 화살이 서예림의 손바닥에서 무수히 튀어나왔다. 마 치 기관총의 총구에서 하얀색 송곳 이 쏟아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하나, 이 정도는 간지럽다는 듯 김 세훈이 강체술로 강화된 두꺼운 피 부로 가볍게 받아냈다.
물소 가죽을 뚫지 못하고 떨어지는 바늘처럼 조각난 채 떨어지는 얼음 화살을 보며 김세훈이 말했다.
“LV 1의 마술 따위가 나에게 통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서예림이 담담히 답했다.
“쓰기에 따라서는… 충분하죠.”
-물의 마술 LV2 아이스 팽(ICe Fa ng)
바닥에 떨어져 있던 더스트 칩의 조각들이 자기에 이끌린 쇳가루처럼 서로 뭉치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송 곳니로 화해 김세훈의 하체를 기습 했다.
메이지의 컨트롤 스킬, 연계였다.
하나, 김세훈은 예상했다는 듯이 가젤처럼 뛰어올라 공격을 회피한 뒤, 서예림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그녀의 몸통 을 후려쳤다.
파사삭.
사정없이 후려친 주먹이 서예림의 몸을 산산조각냈지만, 김세훈은 이 내 그것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분신 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왜 선공을 양보하나 했더니, 이 귀 여운 장난을 위해서였다는 걸 알아 차린 김세훈이 조소를 지었다.
_물의 마술 Lv 3 아이스 레인(ICe Rairi)
김세훈의 머리 바로 위쪽에 만들어 진 반경 3m의 얼음 구슬에서 고드 름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웬만한 몬스터 따위는 종이짝으로 만들 만큼 날카로운 고드름의 예기 에 김세훈의 피부가 갈가리 찢기며 피가 튀었다.
그때, 김세훈의 흥부가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쩍 벌어진 그 의 입에서 칼바람과도 같은 호흡과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 우아아아!
하울링(Howling)에서 비롯된 소리 의 폭풍이 대련장을 휩쓸며 뒤흔들 자, 천장에서 먼지 비가 우수수 떨 어져 내렸고 고드름의 비가 산산이 조각난 채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리고 그 여파에 벗어나지 못했는 지, 넋 놓고 구경하고 있던 김세정 들도 귀에서 피를 흘리며 재빨리 뒷 걸음질 쳤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이러다가는 결착이 나는 걸 보기 전에 자신들이 끝장날 것 같아서였다.
콰지직.
대련장의 구석, 6겹이 넘게 세워져 있던 얼음의 벽이 박살 나며 그 속 에서 웅크리고 있던 서예림이 드러 났다.
그런 그녀를 본 김세훈의 눈에 이 채가 띄었다.
하울링에 의해 내부가 진탕돼서 눈, 코, 입에서 피를 뿜는 상태로도, 서예림이 캐스팅을 멈추지 않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아무리 김세훈이 손속에 사정을 뒀 다지만,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어림 도 없는 일이었다.
‘…이거 꽤 제법….’
-물의 마술 LV 4 아이스 브리드(I Ce B1eed)
고드름의 비를 뿌리던 얼음 구슬이 크기를 급격히 키워가더니 펑, 하고 터지며 얼음송곳의 회오리가 태어났 다.
강철로 된 벽이 움푹 팰 정도의 예기를 품은 회오리가 자신을 덮쳐 오자 김세훈이 진각을 쿵, 하고 밟 았다.
바닥에 곰 발바닥 크기의 발자국을 남긴 김세훈이 발끝에서 비롯된 묵 직한 힘의 파동을 실어 정권을 앞으 로 내질렀다.
콰앙!
주먹 끝에서 뻗어 나간 권압이 요 동치며 얼음회오리를 꿰뚫어 와해시 킨 뒤, 서예림의 지척에 커다란 주 먹 자국을 남기고서야 사라졌다.
하얗게 질린 채 주저앉아 있는 서 예림에게 뚜벅뚜벅 걸어간 김세훈이 말했다.
“아쉬우면 한 판 더 붙어드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서예림이 파랗게 질린 입술을 벌리 며 말했다.
“강체술 이외에… 아무것도 안 쓴 건가요?”
김세훈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네,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서예림이 헛웃음을 뱉으며 김세훈 을 한차례 노려보다, 체념한 듯 고 개를 떨궜다.
이내 정신을 잃고 기절해버린 그녀 를 두고 뒤돌아선 김세훈이 어안이 벙벙해 있는 이유라와 강현석을 보 며 말했다.
“오늘 그쪽을 여기로 부른 건 서예 림 씨가 아니라, 나입니다.”
강체술을 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 아온 김세훈이 귀를 후비며 말을 이 었다.
“이왕이면 팀장님들한테 인사는 미 리 해두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김세훈이 새집 머리에 내려앉은 먼 지를 툭툭 털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말했다.
“안녕하세요. 해저드 클랜의 신입 마스터. 김세훈입니다. 아, 그리고 클랜 명은 조만간 바꿉시다.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닌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