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38
사상 최강의 오빠 139화
52장 집(2)
김세훈이 소파에 앉은 채 엄지발가 락으로 김세정의 등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야, 훈련은 빼먹지 않고 잘하고 있냐?”
김세정이 엉덩이를 앞으로 질질 끌 며 김세훈의 사거리에서 벗어난 뒤 말했다.
“빼먹겠어? 하루라도 빼먹으면 아 주 날 갈아 마시려들 양반이 여기 계신데? 그리고 오빠! 그런 건 그냥 물어봐도 되는 거 아냐? 근데 굳이 발로 더럽게 건드려야 돼?”
“겸사겸사? 마침 발가락이 간지러 웠거든. 흠… 무좀이 있나.”
김세정이 거미가 옷에 들어간 소녀 처럼 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물었다.
“…농담이지?”
“아니. 진짜 간지러운데?”
김세훈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뚱한 목소리로 말하자, 김세정이 묵 묵히 일어나서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이내 방에 가서 상의를 갈아입고 온 김세정이 이를 갈며 말했다.
“오빠. 진짜 이제 한 단체의 수장 이 됐으면 체통 좀 지켜. 아니 그 나이에! 그 지위에! 그 능력을 가지 고도! 날 그렇게 괴롭히고 싶어? 어 휴….”
김세정의 투정을 흘려들은 김세훈 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김세정은 이 양반이 또 무슨 쓸데 없는 말을 하려고 이러나 싶어 한숨 을 뱉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행동하는 김세훈이였지 만, 명색이 한 클랜의 마스터였으며 발할라의 수장이다.
흘려들었다가 혹여라도 무게 있는 말이면 후환을 어찌 감당하겠나? 집 에서야 오라비지, 밖에 나가면 흉악 무도한 폭군이 따로 없는데.
결국, 이러나저러나, 이 열탕과 냉 탕을 오가는 온도 차를 감수해야 하 는 게 자기 팔자라는 걸 받아들인 김세정이 입을 빼죽거리며 물었다.
“…또 뭐가 생각나셨는뎁쇼?”
“누군가 내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하면 빌 거. 세 개.”
여기까지만 들어도, 쓸데없는 농담 이 분명하다고 여긴 김세정이 성의 없는 어투로 물었다.
“아〜 그러셨구나? 흐응, 그래서 요? 뭐라고 빌고 싶으신뎁쇼?”
“다시 태어나도 내 동생은 너로 해 달라는 거. 그래, 내생에도, 후생에 도. 쭈욱.”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김세훈의 기습 공격에 김세정의 콧등이 살굿 빛으로 물들었다.
“…놀라라. 와, 이 양반이 갑자기 뭘 잘못 처먹으셨나… 갑자기 이런 오그리 멘트 뱉기 있음?”
학을 떼며 투덜거리면서도, 내심 기분이 썩 나쁘진 않은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김세정이였다. 그런 그 녀를 보며 김세훈이 씨익 웃으며 첨 언했다.
“그래야 내가 계속 널 부려먹을 거 아니냐. 스트레스 쌓이면 샌드백 삼 고, 목마르면 물 떠오라 시키면 되 고, 배고프면 밥하라고 그러면… 아, 이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 그냥 밥 사 오라 그러면 되고. 이런 최고의 호구를 내가 어디서 구하겠 냐? 혈연으로 묶어서 데려가야지.”
한겨울 입김처럼 삽시간에 사라진 감동의 여운에 아쉬워하던 김세정이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쏘아붙였 다.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 그래, 웬 일로 간질거리는 말을 했나 했다!”
김세훈이 변태 할아범처럼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
“설렜냐?”
“아니, 전혀. 끔찍 그 자체였거든?”
“야, 두 번째는 안 물어보냐? 이번 엔 감동적인 거 준비해 뒀는데?”
“싫은데? 또 이상한 말 할 거 뻔 한데 왜 물어봄?”
“야, 물어볼래 아니면 훈련할래?”
진심일 게 분명한 김세훈의 협박에 김세정이 번개 같은 태세변환과 함 께 두 손을 소녀처럼 모으고 눈을 과하게 깜빡거렸다.
“오라버니. 그래서 두 번째 소원은 무엇이옵니까?”
“…오라버니 빼고, 눈 깜빡거리지 말고. 하, 주먹 나갈 뻔했네.”
“해줘도 지랄… 네. 주먹 들지 마 시고요. 흠흠, 그래서요? 두 번째 소원이 무엇인가요?” 김세훈이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눈 을 감고 말했다.
“부모님, 다음 생에도 우리 부모님 의 아들로 태어나는 거. 그래서 효 도라는 거 한 번쯤 해보는 거.”
어쩐지 누군가 들으라는 듯 음량이 상당히 높아진 그의 목소리에 김세 정이 오바이트 리액션과 함께 말했 다.
“우웩, 뭐가 감동적이야? 되게 뻔 하잖아. 그리고 가식 보소? 엄마 들 으라고 성량 키우시네? 쯧쯧… 속 보인다. 속보여.”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던 박정숙 이 고개를 쏙 내밀더니 짓궂은 얼굴 로 말했다.
“아들. 효도는 내생까지 안 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러니?”
찔끔한 김세훈이 박정숙의 눈치를 곁눈질로 살피며 말했다.
“아니, 물론 지금도 해야죠. 어머 니. 뭐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아, 제가 알아보니 어머님들이 좋아하는 선물 1위가 현금….”
“그런 거 말고. 나는 아들내미가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 꼭 들어오고, 고장 난 폰 고치면 연락 자주 해주 면 더 바랄 게 없겠는걸?” 박정숙의 말에 김세정이 고개를 갸 웃거리며 말했다.
“응? 오빠, 폰 고장 났어? 뭔 소리 야? 내가 아까 방에서 통화하는 거 봤….”
쫘악.
김세정의 안면에 발 싸대기를 선물 해서 침묵시킨 김세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자 주 들르고 연락할게요.”
“아들. 믿는다. 그리고 내친김에 이 애들도 그만 용서해 주렴. 벌써 2시 간째 이러고 있는데 안쓰러워서….” 박정숙이 두 발을 머리 위에 올린 채 흐느끼고 있는 앨리스와 누운 채 로 혀를 일자로 세우고 있는 레기오 스를 보며 말하자, 앨리스가 이때다 싶어 눈을 과하게 질끈 감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륵 흘리며 징징거렸 다.
“맞다냥. 2시간은 심했다냥. 너무 하다냥. 앨리스 죽겠다냥. 흐윽, 괴 수 엄마. 살려달라냥.”
“시하따. 힌드다. 사려져.”
혀로 벌서고 있는 탓에 발음이 뭉 개지는 레기오스와 나 죽는다며 흐 느끼는 앨리스를 본 김세훈이 피식 웃었다.
마검과 마녀가 가당찮은 엄살을 부 리고 있는 꼬라지가 기도 안 찼던 것이다. 하지만, 김세훈에게는 몰라 도 박정숙에게는 어필이 충분히 됐 던 모양이었다.
“ 아들?”
별다른 말없이 뉘앙스만으로 압박 을 주는 박정숙을 본 김세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레기오스, 앨리스. 거기까지 하 고 이리 와라.”
“아싸! 자유다냥! 휴우, 죽는 줄 알았다냥.”
“캬캬, 역시 잘난 이 몸은 연기력 마저 타고났군. 배우를 해도 되겠어. 바보 같은 놈. 이 몸은 이런 벌 따 위 1년은….”
거만을 떠는 레기오스에게 김세훈 이 말했다.
“그럼 원하는 대로 1년 동안 세워 주랴?”
“커녕 10분도 힘들다. 흠흠, 베히 모스.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크크, 그간 이 몸이 그립지 않던가? 역시, 나 같은 킹왕짱 웨폰이 없으니 불안 하고 그랬지?”
“ 벼로?” 김세정의 매정한 태도에 레기오스 가 검은 혓바닥을 도마뱀처럼 날름 거리며 말했다.
“흥, 내숭 떨기는. 보나 마나 내가 없는 밤이 그리웠을 게 뻔….”
콰직.
레기오스가 너스레를 떨며 콩콩거 리며 정신 사납게 주변을 떠돌자, 김세훈이 지렁이를 밟듯 연필만 한 단검을 발로 뭉개버렸다.
김세훈의 발 옆으로 삐져나와서 기 절한 실지렁이처럼 부들거리는 레기 오스의 혓바닥을 본 김세정이 말했 다.
“오빠, 이 검이 진짜 그때 수문장 을 잡았던 마검이야? 흐응… 아무리 봐도 수다쟁이 변태검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꽤 위험한 놈이 니 조심해. 행여 실수로라도 손잡이 잡지 말고. 뭐, 앨리스도 있는 데다, 본인도 나 외의 다른 인간이 자신을 잡는 건 절대 용납지 않을 테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김세훈은 레기오스를 내려다보며 골치라는 듯 지끈거리는 이마를 엄 지로 꾹꾹 눌렀다.
이래 보여도 레기오스는 명색이 십
좌의 일각으로, 폐왕(廢I)의 위에 올라있는 검이었다.
게다가 제일 문제는 지금의 그에게 는 이놈이 모든 십좌를 통틀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레기오스 자체는 김세훈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데다 악의 또한 없었다.
애초에 레기오스는 인외종이 아닌, 그저 단순히 에고를 지닌 마검에 불 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외종이 아니라 해서 위 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레기오스 본인이 아닌 외적 인 부분에 있었던 탓이다.
신의 저주.
신들은 레기오스를 위험한 물건이 라 판단하고 아무도 다룰 수 없도록 광기의 저주를 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양도 집어삼킬 정도의 권능을 지 닌 것도 모자라, 주인에게 충성하며 지닌 자에게 끝도 없는 힘을 제공하 는 검을 무작정 방치할 순 노릇 아 닌가?
‘광기의 저주… 사실, 이놈과 나의 궁합은 최악이지.’ 저주가 내린 후, 레기오스를 손에 넣은 자는 인간이건 인외종이건 간 에, 종을 막론하고 모두 미쳐 날뛰 었다.
광기의 저주를 감당하지 못하고, 학살을 자행하거나 심지어 자해를 통해 자살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래서 신들은 결국, 레기오스를 연옥에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레기오스가 가는 곳마다 재앙에 가 까운 사건 사고가 터졌고, 그 뒷수 습을 하는 건 신들에게도 여간 까다 로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다.
그렇기에, 레기오스는 십좌 중에서 도 ‘원래부터’ 연옥 안에 있던 존재 인 동시에 베히모스의 심벌(symbol) 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상징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 다. 역대 모든 베히모스가 동일하게 다뤘던 십좌는 레기오스가 유일했으 니까.
‘이놈은… 위험하다. 저번에는 레 기오스 놈이 내 상태를 알고 독립 현신을 했기에 문제없었지만… 지금 부터는 한 번이라도 쓰게 되면… 쯧, 너무 위험해서 이정협을 이용해 봉인해 두었던 것인데… 이 망할 놈 의 검 새끼는 남의 속도 모르고….’
십좌 중 을-로그와 함께 얼마 되 지 않는 자신의 우군이라 할 수 있 는 레기오스였으나, 지금은 방치하 는 게 최선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시한폭탄의 스위 치를 저 스스로 누르는 것이나 마찬 가지였기 때문이다.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 리고… 레기오스 그러다 죽겠어. 숨 못 쉬는 거 같은데?”
김세정의 말에 아직도 레기오스를 발로 뭉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세훈이 발을 치웠다.
그러자 레기오스가 기다렸다는 듯 혀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들뜬 숨을 내뱉었다.
“하악…! 주인님. 더 밟아주세….”
“이런 썅, 이 새끼가 진짜.”
레기오스를 걷어차서 TV 다이 그 늘 밑에 봉인시킨 김세훈이 탄식했 다.
“…앞으로가 걱정인걸….”
이제 갓 한 살 된 악마견 비글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온 것 같은지라, 김세훈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 다.
“오빠. 근데 세 가지 소원 중 마지 막이 뭐였어? 흐응, 어차피 시시한 거겠지만 듣다가 안 들으니까 되게 찝찝한걸?”
김세정의 뜬금없는 질문에 김세훈 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끊긴 얘기를 이제 와서 뭐 하러 해? 됐다. 네 말대로 시시한 거였으니 신경 꺼.”
“아! 진짜 이러기 있음? 뭔데! 오 빠한테 부모님이랑 나 빼고 소원 빌 만큼 소중한 게 뭐가 더 있는데? 이거 말하다 보니까 더 궁금하잖아. 갈켜줘! 응‘?”
호기심이 자극된 듯 장난감 사달라 며 떼쓰는 꼬마처럼 팔에 매달린 채 로 주절거리는 김세정을 보며 김세훈 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긴 뭐야. 진부하지만, 죽은 사람 살리는 것밖에 더 있겠냐?”
“아… 미안. 아빠 말하는 거였구나. 그렇네. 아빠가 있었네. 어… 음… 쩝.”
김세정이 괜히 물었다는 듯 후회하 며 물러서더니 뻘쭘한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에… 그럼 오빠! 나 방에 가 있을 테니까 이따 밥 먹을 시간에 불러!”
괜히 이상한 걸 들어버려서 어색해 져 버린 분위기가 불편했던 김세정 은 이내 자기 방으로 후다닥 도망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김세정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세훈이 미처 생각지 못 했다는 듯 뇌까렸다.
“그랬지. 아버지도… 있었지.”
사람은 죽으면 잊혀지고, 시간은 그걸 돕는다. 그리고 이것은 생태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잊혀지는 입장에서는 얼마 나 서글픈 일일까?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김세훈 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하긴… 어차피 장난질에 불과한 짓거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찌 질하군. 됐다. 아버지든, 그녀든… 이제 살아 돌아올 일은 없잖나. 그 래, 죽은 사람은 잊혀지고 사라진다. 그것이 순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