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07
사상 최강의 오빠 310화
늪 길(3)
라플레시아에 오자마자 알았다. 자 신의 그릇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세븐 슬롯? 쓸 만하긴 하지만… 최고는 될 수 없겠네. 그 슬롯으로 는 죽었다 깨어나도 고위 레벨의 마 술은 무리거든. 음… 차라리 전사 계열을 노려보는 게 어때? 그게 나 을 것 같은데.
스승 마리아의 말에 김세정은 침울 했지만, 그래도 절망하진 않았다. 비 록 슬롯은 최상위 랭커들에 비해 손 색이 있었으나, 풀문이 되면 다른 돌파구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너 왜 소울 웨폰을 발현하지 못 하는 거야? 레벨이 이미 14가 넘었 는데… 의식을 치러도 영혼 세계로 들어갈 수 없고…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경우가….
김세정은 절망했다. 아무리 노력해 도, 애를써도, 소울 웨폰이 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아 또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했기에, 더 막막했 다.
-포기하자. 너 이대로 풀문이 돼도 소울 웨폰이 없는 이상 다른 랭커에 겐 못 비벼. 키가 140인 사람이 농 구를 하겠다고 덤비는 거나 마찬가 지라고. 쳇, 이게 뭐람. 에이스 카드 인 줄 알았더니 똥패라니!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좌절하고 절망하기엔, 자신이 짊어진 것의 무 게가 너무나 컸다.
이대로 주저앉기엔, 자신을 위해 희생한 이가 너무나 가여웠다.
아마, 그때였을 거다.
최강혁이 고백을 해온 게.
-세정아. 네가 그렇게 자신을 몰아 붙이고 고통스러워하는 건 그 녀석 도 바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쉬자. 조금만 숨을 돌리고, 너 자신을 위해 조금만 살아보자.
달콤했지만, 씁쓸했던 시간. 하지 만, 김세정은 행복하면 할수록 자신 을 옥죄여오는 죄책감에 편해질 수 없었다.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곤 버틸 수 없었다.
그래. 차라리 불행이 편했고, 고난 이 편했다.
힘든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눈앞 에서 죽어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 았기에.
그래서 최강혁을 떨쳐냈다. 사실 그에게 많은 위안을 받았음에도, 단 물만 쏙 빼먹고 버려지는 껌처럼. 그를 밀어냈다.
그렇게, 다시 불편한 일상으로 돌 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앨리스가 말했다.
-…포기해. 재능 한계에 도달했어. 라플레시아에 온 지 4년째. 그녀에 게 두 번째 절망이 찾아왔다. 레벨 17. 소울 웨폰도 없는 랭커라곤 믿 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그녀는 비로소 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만 명을 죽여도, 천만 명을 죽여 도 이제는 성장하지 못할 거야. 김 세정… 그만 쉬자. 할 만큼 했어. 알잖아? 너는… 그 녀석이 아냐. 그 녀석이 될수도, 그 녀석만큼 뛰어날 수도 없어. 그러니까, 포기하자. 포 기하고 편해지자.
모두가 포기하라고 했다. 할 만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 사실 정신은 이미 절망했을지도 몰랐고,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육신은 습관처럼 노 력 했다.
어느덧 하루에 1시간만 자는 게 익숙해졌고, 어느덧 혹사는 당연했 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에 쌓여 가는 것은 갈구뿐이었고, 입으 로 뱉는 것은 기도가 서린 한 단어 뿐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기회를 주세요. 내가 진 빚 을 갚을 기회를. 이 가슴에 쌓인 묵 직한 채무를 떨쳐낼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번만 주세요.
-안 돼! 이 바보 주인 놈아. 너는 이미 6번도 넘게 의식을 치렀어! 그 런데도 영혼 세계에 들어가지 못했 잖아! 이 이상 의식을 강제로 치렀 다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포기할 수 없었다. 죽으면 죽었지. 이대로 멈춰설 순 없었다. 라플레시 아는 강자의 세계였다. 고작 레벨 17로는 제대로 된 클랜을 만들 수 도, 규정집행자로서의 의무도 다할 수 없었다.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재능 한계 에 도달한 자신에겐 이제 소울 웨폰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소울 웨폰을 각 성해야 했다.
그렇게, 마지막 도전을 하던 날.
그녀는 기적을 맞이했고, 포기하지 않은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위시. 당신이 염원하던 기 회.
마지막 의식을 통해 비로소 도달한 영혼 세계. 그곳에서 마주한 빛이 말했다.
-말해보세요. 당신의 소원이 무엇 인가요? 하나, 신중하게 말하시길. 저는 단 하나의 소원만 들어드릴 수 있고, 그게 제 한계니까요.
사실, 이런 류의 대답은 정해져 있 었다. 숱한 망상과 상상 속에서 당 연하다는 듯 뱉곤 했었으니까. 그래 서 말했다.
그를 살려달라고. 다시 한번, 과거 의 일상으로. 그리고, 감자칩을 먹으 며 티격태격하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 소원에 빛은 응했다.
-들어드리죠. 다만, 내 방식대로.
위시는 김세정이 바라는 걸 들어줬 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 소원 이 성취된 형태는 김세정이 바라던 것과는 다른 형태였으며, 다른 방식 이었다.
-나는 신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죽은 이를 살릴 순 없습니다. 그러 나… 당신과 함께하게끔 할 순 있지 요.
소울 웨폰 위시는, 소환형도 마법 진형도 무기형도 아니었다. 굳이 따 지자면 이것엔 형태가 없었고, 소유 자가 바라는 형태로 변모한다.
그렇기에, 김세정이 무기를 원했다 면 무기로, 마법진을 원했다면 마법 진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세정이 원한 것은, 김세
훈이 살아나길 바란다는 신이 아니 라면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그래서 위시는 자신이 가능한 방식과 형태 로 김세정의 바람에 부응했다.
-나는 당신의 안에 그를 불러오겠 습니다. 재능과 기술이라는 형태로. 하나, 그는 버텍스. 나에게도 아득한 곳에 위치한 자. 그러니, 착각하지 마세요. 내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모사(墓寫)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그러나… 실망 또한 마시길. 단지 그의 편린을 모사했을 뿐이나… 당 신의 재능은 그 아득한 곳의 근처까 지 도달할 테니.
즉, 위시는 전무후무한 재능형 소 울 웨폰이랄 수 있었다.
위시는 무기가 되어 김세정을 도울 수도, 마법진형 혹은 마술형으로 그 녀에게 변수를 창출할 수단이 되어 주지도 못했으나, 김세훈의 재능 일 부를 김세정에게 부여해 준 것이다.
그것은, 김세정이 바라마지 않던 재능의 이상향이었으며.
완벽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기술 의 일부였다.
-나는 당신에게 막대한 파괴력도, 철벽같은 방어력도 부여할 수 없습 니다. 하나, 나는 당신이 벽을 돌파 하게끔 할 수 있으며… 그의 일부가 당신에게 살아 숨쉬도록 할 수 있습 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의 방식입니다.
김세훈을 모사한 재능의 일부를 얻 는 것만으로, 김세정은 레벨 10의 마술까지 배우고, 재능 한계를 돌파 해 풀문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 무엇보다, 그녀에게 가치 있었 던 건, 김세훈의 전투 역량을 김세 정이 흉내 내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 이다.
그래. 위시를 소환하는 잠깐 동안,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김세훈을 느낄 수 있었다.
-소울 웨폰 위시 발동.
-전투역량모사(戰關方量墓寫) 실 시.
-대상 : 김세훈.
낭비되던 마력이 한순간에 응축되 며, 난사하던 마술이 멈췄다. 그리 고, 김세정의 온몸에서 아지랑이 같 은 연기가 피어났다.
마나가 응축되는 과정에서 태어나 는 오러의 잔재였다.
산발한 김세정의 머리칼이 태풍 속 의 깃발처럼 나부꼈다.
김세정이 손을 들자, 그녀의 손바 닥 주위에서 떠도는 오러의 기운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오의(與義) 철산포(鐵散拙).
김세훈이 즐겨 쓰던 강체술의 오 의. 철산포가 김세정의 손 아래에서 태동했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와류 가 그녀의 손 주변을 떠돌더니, 한 시라도 빨리 고삐를 풀어달라는 듯, 대회 시작 전의 경주마처럼 푸레질 을 했다.
‘오빠라면… 겨우 이 정도로, 고작 이 정도로 끝낼 리 없어. 그래. 오빠 였다면… 두 개를 합치는 것도….’
-빛의 마술 LV 8 레인 오브 라이 트닝(Rain 0f Lightning)
왼손으로는 철산포를 머금은 채, 김세정이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벼락이 피뢰침을 본 듯 그녀의 손에 떨어져 내렸다.
쿠르르릉.
쉴 새 없어 떨어지는 벼락의 힘을 머금은 오른손과 철산포의 와류가 머문 왼손이 합쳐졌다.
비오의(秘M儀) 굉뢰포(a雷베).
김세정의 재능으로는 불가능한 마 술과 강체술의 합일. 마체술(魔體 術)이 위시가 모사한 김세훈의 재능 을 빌어 이 자리에 펼쳐졌다.
김세정의 주변에서 웅웅거리는 뇌 전의 와류를 본 앨리스가 다급히 외 쳤다.
“서예림! 뒤로 빠져! 자칫하면 휘 말려!”
서예림이 뒤로 쭉 빠지자마자, 김 세정의 두 손의 사이에서 구체를 이 룬 채 회전하던 뇌전의 와류가 천둥 우레와 함께 마해를 향해 쏟아졌다. 눈이 멀 것 같은 섬광과 늪지의 물을 증발시킬 것 같은 전류가 밤안 개를 뒤덮었고, 마해의 비명이 주변 을 쩌렁쩌렁 울렸다.
_캬아아악!
뇌전의 와류와 밤안개가 뒤엉키더 니, 밤과 뇌전이 씨름하는 것처럼 뒤엉켰다. 그러나, 뇌전의 기운이 어 찌나 강한지 스파크가 튈 때마다 밤 안개의 일부가 검은 연기와 함께 사 라졌다.
마해를 구성하는 인외종의 망령들 이, 굉뢰포의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 고 소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김세정이 왼손에 다시 와류를 모으 고, 오른손엔 레인 오브 라이트닝을 이용해 뇌전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다.
그 모습을 본 이정협이 황망한 투 로 중얼거렸다.
“이만한 규모의 기술을 연이어 시 전한다…? 후후, 대장. 누가 당신 핏줄 아니랄까 봐… 저 녀석도 정상 은 아니군요.”
서운한 듯, 혹은 허탈한 표정을 한 이정협이 옅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 었다.
“나를 따르라 마해.”
잠깐 사이에 기 천이나 되는 망령 이 소멸한 것에 절규하는 마해에게 이정협이 손짓하자, 반색한 마해의 밤안개가 회오리치며 이정협에게 빨 려 들어왔다. 이정협의 몸을 한차례 휘감은 밤안개가 망토가 되어 등 뒤 쪽에서 휘날렸다.
“나를 가호하라 글레이프니르.”
거미줄처럼 주변에서 망을 치고 있 던 칠색의 쇠사슬이 소천아를 보호 하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곤 전부 이 정협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글레이프니르가 자아낸 무지개 갑 옷을 입은 이정협이 말했다.
“이좌 개방이라… 대장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시간 끌기에 이만한 것도 없지.”
이정협이 양 엄지로 자신의 옆구리 와 옆 통수. 그리고, 목을 연이어 눌렀다.
우우웅.
이정협의 얼굴에 붉은 타투가 일어 났다. 이것은 앙그라가 이정협의 육 신에 부여한 강화술로, 이정협의 혼 이 깃들어 있는 호문클루스의 육체 의 내구력과 근력을 크게 증가시켜 주는 신술이었다.
강화된 이정협의 스텟은 풀문과 동 급.
탈피도 하지 못한 채 연옥에 갇혀 버렸던 이정협으로선, 앙그라 덕분 에 자신의 본신보다 월등한 힘을 손 에 넣은 것이다.
꽈르르릉.
김세정의 손에서 재차 뻗어 나오는 굉뢰포를 본 이정협이 양팔을 교차 하자, 그의 팔에서 뻗어 나온 쇠사 슬의 밤안개의 망토와 한 몸이 되어 벽을 세웠다.
굉뢰포가 쏟아낸 뇌전의 와류는 밤 안개에 물든 쇠사슬의 벽 앞에 가로 막혀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그걸 본 김세정이 눈썹을 까닥이기 무섭 게, 이정협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오냐, 김세정. 네가 대장의 핏줄이 라면 증명해 봐라! 네가 대장 대신 살아남을 자격이 있었는지! 그리 고… 그의 유지를 받들 자격이 있는 지!”
이정협의 주먹을 뻗자, 쇠사슬이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김세정 의 요혈을 노렸다.
“당신이야말로! 내게 그런 걸 물을 자격이 있는 거야? 오빠가 죽은 지 금. 악신의 종이 되어 살아가는 시 체인 주제에! 당신 따위가… 내게 살 자격이 있는지 논할 수 있냐고 _!”
자신의 목과 심장을 노려오는 쇠사 슬을 손등으로 가볍게 쳐낸 김세정 이 뇌전이 깃든 주먹으로 이정협의 가슴을 후려쳤다.
하지만, 이정협의 망토가 안개의 그물이 되어 김세정의 주먹을 칭칭 감더니, 그녀를 잡아끌어 빙글빙글 돌린 뒤에 바닥에 내던졌다.
쿠웅!
김세정이 늪지에 처박히자, 늪지의 물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사방에 흩 뿌려 졌다.
하지만, 김세정은 별다른 타격이 없는지 탱탱볼처럼 바닥에서 튀어 올라 이정협에게 쇄도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김세정을 보며 이정협이 소리쳤다.
“맞다. 내게 자격 따윈 없다. 그래. 망령이 되어 종이 된 주제에. 산자 인 너에게 잘난 듯 지껄이는 것만 큼, 추잡한 일도 없겠지. 그런데? 그게 어때서? 빌어먹을. 죽은 자는! 자신이 존경하던 이를 거름 삼아 살 아가는 자에게 욕을 할 자격도 없단 말인가?”
이정협의 무지갯빛 갑옷에서 백여 개의 쇠사슬이 뱀이 되어 김세정의 전신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김세정은 어림도 없다는 듯, 뱀 하나하나를 손과 발로 쳐냈다.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른 그녀의 손 과 발의 그림자가 쇠사슬을 쳐내자, 다시금 밤안개의 망토가 그녀의 팔 을 휘감아 들어왔다.
“당한 건 한 번이면… 족해!”
김세정이 빙글 돌며 망토의 그물을 피하더니, 원심력을 이용해 팔꿈치 로 이정협의 얼굴을 격타했다.
그리고 이정협의 목덜미를 사납게 잡아채더니 그대로 왼손으로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한 대.
쾅
두 대.
콰앙!
세 대.
피투성이가 된 채 나가떨어지는 이 정협을 향해 날아간 김세정이 그의 배 위에 올라타더니 깍지를 낀 양손 으로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콰아앙–!
철퇴와 같은 그 공격에 이정협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처박혔 다. 그 순간, 이정협의 머릿속에 떠 오른 것은 통증으로 인한 당혹스러 움도, 피치에 이른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도 아니었다.
‘닮았다. 아니… 똑같다.’
변칙적인 글레이프니르와 마해의 공격을 김세정은 너무도 쉽게 막아 냈다. 그리고 그 짐승같이 본능적인 움직임과 감각은 낯선 것이 아니었 다.
‘대장과… 똑같아.’
김세정이 위시를 통해 김세훈의 전 투역량을 모사했다는 걸 모르는 이 정협은 핏물을 토하면서도 웃었다.
‘대장… 보세요. 그 모질이가. 당신 의 발목을 잡던 그 어리바리한 계집 애가 이렇게나 컸습니다. 당신이… 죽어가면서… 지켰던 애송이가 이렇 게나….’
질투, 혹은 뿌듯함. 그리고 슬픔으 로 혼재된 감상과 함께 이정협은 울 었다.
슬펐다.
원석과 같은 그녀를. 그리고 그의 유지가 깃든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현실이.
‘미안합니다. 대장. 하지만, 이해해 줘요. 만에 하나라도 당신이 살아 있다면…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당 신이 족쇄를 채우고 살게 놔두고 싶 진 않았습니다. 그래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가족을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길…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자신의 위로 울분을 토해내듯 떨어 지는 김세정의 일격, 일격이 글레이 프니르의 갑옷을 진동시키고, 자신 의 오장육부를 진탕시키는 걸 느끼 며 이정협이 마른 입술을 열었다.
“그게… 악신의 종이 된 내가 당신 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입니 다. 대장.” 찌르르. 척추를 싸하게 울리는 섬뜩한 감각 에 이정협을 쉴 새 없이 타격하던 김세정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불쾌 한 기운이 향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쇠사슬 사이에서 불길하게 웃고 있 는 소천아를.
– 현신하라.
소천아가 두 팔을 활짝 폈다. 마 치, 이 세상의 모든 귀한 것들은 자 신의 품 안에 들어오라는 듯한 오만 한 제스쳐였다.
-소울 이터(Soul Eater).
3초? 아니, 1초도 필요치 않았다. 김세정, 최아라, 장소천을 비롯한 모 두가 사라지고, 늪지에 이정협 홀로 남기까지는.
스콜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던 김세 훈은 자신의 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메시지창을 보고 이동을 멈출 수밖 에 없었다.
-가지 마세요.
“…뭐냐 이그드라실. 황도십이궁인 지 뭔지 때문에 무간도에선 나서면 안 된다며? 그런데 왜 나를 막는 거지? 그것도… 하필이면 지금?”
-가면 안 되니까요.
“왜?”
-당신이 원하던 것을 얻기 위해서.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 안 가 면? 지금 나보고… 세정이가 죽는 걸 방치라도 하라는 거냐?”
-그녀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 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리 나약하지도 않지요.
“루시올라가 말한 대로 소천아가 영혼체의 힘을 키웠다면, 세정이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한시 라도 빨리 가서….”
이그드르실이 재차 당부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방금 전에 김세 정들은 소천아에게 먹혀버렸으니까 요. 전부…!
김세훈이 하얀 동공을 파르르 떨며 반문했다.
“뭐? 그게 사실이냐? 정말… 세정 이가… 먹혀 버렸… 다고? 놈에게?”
반투명한 메시지창이 위태롭게 흔 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응시라도 하 는 양 점멸했다.
-하나, 안심하세요. 모든 건 당신 이 원하는 대로 풀릴 테니까. 그러 니 믿으세요. 저를. 그리고 김세정 을… 그리고, 그녀의 소중한 이가 맺은 탐스러운 인연을. 그래요. 모든 건 순리대로… 아니. 저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