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06
사상 최강의 오빠 410화
먹고, 먹히는(2)
앙그라가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하 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공허하지 않나? 이 모든 게 가짜 라는 것이.”
김세훈은 그 물음에 답하는 대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족제비처럼 날렵한 움직임으로 앙 그라의 숨통을 노리는 그의 앞을 이 정협이 막아섰다.
둘의 팔과 팔이 격돌하며 뼈가 부 딪치는 격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대장, 죄송합니다.”
짧은 사과와 함께 이정협의 로우킥 이 김세훈의 정강이로 향했다.
몸을 비틀어 그 공격을 가볍게 피 한 김세훈의 손바닥이 이정협의 명 치를 후려쳤다.
뻐억!
정확히 명치를 타격했음에도 얼얼 한 손바닥. 보호구였다.
김세훈이 통증이 남아 있는 손을 한차례 털며 말했다.
“갑주는? 안 입나?”
이정협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 입는 게 아니라 못 입습니다. 아쉽게도, 붉은 안개 때문에 손상됐 거든요.”
크뤄르 비루스의 금속독이 적아를 가리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정협은 알프스의 기사단과 달리 붉은 안개의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 이다.
물론, 김세훈에겐 천만다행이었다.
아무리 그가 두 번째 소양을 손에 넣었다 해도, 갑주 앞에선 일개 고 깃덩이에 불과했으니까.
쉬이익.
이정협의 주먹이 김세훈의 복부를 노리고 들어오다, 제비처럼 휙 방향 을 틀었다.
김세훈은 자신의 명치를 향하는 어 퍼컷의 옆면을 후려쳐 공격을 흘린 뒤, 하이킥으로 이정협의 얼굴을 걷 어찼다.
“큭….” 신음을 흘리며 물러나는 이정협의 뒤에서 앙그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 럼 울려 퍼졌다.
“이 거짓된 세계가 우리의 과거라 면…? 진정 몽블랑은 나인가? 알프 스는 과연 주신인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신이 된 거지? 어찌 행성과 우주를 장난감처럼 주무를 수 있었 지?”
빠직.
김세훈의 손날에 코뼈가 부러진 이 정협이 얼굴을 쥐어잡고 뒷걸음질 쳤다.
고개를 드는 이정협의 얼굴엔 형용 할 수 없는 감정으로 물들어 있었 다.
움직임, 수법.
그 모든 게 익숙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니, 평생을 저 남자의 그림자만 을 쫓아왔는데.
“하!”
이정협이 기합과 함께 통증을 느끼 지 못하는 것처럼 공격을 거듭했다.
뻐억.
이정협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는 입안이 터져 피를 줄줄 흘리 면서도, 괴성을 지르며 김세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이정협을 상대하는 김세훈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김세훈이 원한다면 이 승부는 순식 간에 날거라는 걸.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 고, 그건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말해줘야 했다.
망설여선 안된다는 걸.
이정협이 입을 열었다.
“대장. 나는 인형입니다. 줄에 매달 린 꼭두각시. 그리고… 꼭두각시는 멈추지 않습니다. 줄이 끊어지거나, 망가지기 전까진….”
앙그라가 새긴 낙인이 죽이고, 찢 어발기라 말했다.
형이었으며, 은사인 이의 육신을 묻고, 뜯으라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 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신의 낙인이었고. 섭리를 어기고, 죽음에서 살아돌아 온 이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였으 니까.
“…미안하다.”
김세훈의 손바닥에 붙잡힌 이정협 의 오른팔이 기억자로 꺾였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 이 새하얘진 이정협이 신음을 토했 다.
김세훈이 팔꿈치로 이정협의 명치 를 찍고, 발바닥으로 무릎을 걷어찼 다.
철푸덕 넘어진 이정협의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은 김세훈이 이를 악물 었다.
하나, 죄책감도 잠시.
김세훈은 독기를 품고 두 손에 힘 을 줬다.
콰지직.
다리의 뼈가 박살나는 느낌에 이정 협이 눈을 하얗게 까뒤집은 채 부들 부들 떨었다.
김세훈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이정협의 얼굴을 똑 바로 바라봤다.
자신의 행위를 결코 외면하지 않겠 다는 것처럼.
그렇게, 이정협의 남은 다리마저 마무리한 김세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연한 기량차 때문에 격전이랄 순 없었음에도,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 로 범벅돼 있었다.
김세훈이 땀을 훔치며 충혈된 눈으 로 앙그라를 쏘아보았다.
“이제 너만 남았다. 앙그라.”
앙그라가 끅꼭거리는 불쾌한 웃음 소리와 함께 말했다.
“날 죽일 건가?”
“그래.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미궁
을 빠져나가겠다.”
“생각해 봤나?”
“ 뭘?” “나는 신이다. 하나, 이곳에서 나는 인간이지. 그래. 나는 신이기 전에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신이 되기까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 한가? 대체 저곳과 이곳의 간극은 얼마나 넓은 걸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냐?”
앙그라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 했다.
“그냥, 그렇다는거다. 호기심이 인 간의 전유물이라면, 그들에게서 비 롯된 내가 호기심을 갖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앙그라가 품은 괴리감과 혼란스러 움은 비단 그의 일만이 아니었다.
김세훈 또한 그와 똑같은 의문을 품고 있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단지, 김세훈과 앙그라가 다른 점 은 하나.
그런 의문과 호기심을 풀려는 시도 를 해볼 여유 따위는, 김세훈에겐 없다는 것뿐이었다.
“누구는 살기 위해 발악하느라 바 쁜 마당에 그런 사색에 잠길 여유도 있고… 팔자 한번 늘어졌군. 앙그라. 그딴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내게 집 중해라. 아니면? 나 따윈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거창한 준비라도 해두 셨나?”
김세훈의 힐난에 앙그라가 씨익 웃 었다.
“하긴, 신이라고 전지하리란 법도, 전능하리란 법도 없지. 애초에 신이 그러리란 정의를 내린 것 또한 인간 이니… 뭐, 됐다. 네 말대로 지금은 네게 집중해야 할 때니까.”
앙그라가 김세훈에게 성큼성큼 다 가왔다. 그리고 마음대로 하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보라, 지금의 볼품없는 나를. 나는 저 세계에 있을 무렵처럼 신묘하기 짝이 없는 신술의 권능도, 너처럼 규격을 벗어난 재능도 없느니… 이 내 어디가 신의 그것으로 보인단 말 인가?”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 하지 만 김세훈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 다.
얼핏 무방비해 보이는 저 모습조 차, 뱀의 함정일 수 있다는 우려 때 문이었다.
앙그라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의심하지 마라. 나는 진정으로 아 무것도 없느니. 갑주도 없고, 군세도 없으며, 능력도 없는… 네가 손만 뻗으면 수수깡처럼 부러뜨릴 수 있 는 존재니라.”
김세훈은 끝까지 의심했다. 그의 눈이 사방팔방을 살폈고, 앙그라의 속내를 꿰뚫어보려는 듯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보루였던 이정 협이 바닥에서 벌레처럼 기고 지금, 앙그라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는 듯이.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법. 그 냥 친다.’
머뭇거리던 김세훈이 살기를 품기 무섭게, 앙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나 호탕하고 통쾌한지, 사람의 가슴이 뻥 뚫리는 거창한 웃음소리 였다.
한참이나 웃어젖히던 앙그라가 웃 음을 뚝, 그치며 정색했다.
“하나, 이것만은 잊지 마라 김세훈. 나는 너의 은인이니라.”
“…뭐라?”
“네가 영원히 잃었다 여기던 것을 누구 덕분에 찾을 수 있었느냐? 네 가 무력하게 잃어야만 했던 것을 누 가 되찾아줬느냐?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거라 여겄던 이를 누구 덕분에 만날 수 있었느냐?”
김세훈이 앙그라의 멱살을 잡아채 며 으르렁거렸다.
“날 기만하기 위해 부렸던 개수작 따위를. 날 위한 행위로 포장하지 마라. 앙그라.”
“큭큭… 맞아. 나는 너를 기만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 심지어 지금 마저도… 김세훈. 생각해 보거라. 줄 이 끊어진 꼭두각시가… 과연 움직 일 수 있을까?”
그 불길한 뉘앙스가 김세훈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혹은 잊고 있던 사 실을 떠올렸다.
힘이 풀린걸까?
김세훈의 손이 맥없이 앙그라의 멱 살을 놓아주었다.
앙그라가 검은 혓바닥으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이정협과 에일린은 내 호문클루스 다. 그들의 육신은 머리부터 발끝까 지 내 손아래서 태어났느니… 내가 없으면 그들도 없다. 그리고, 그게 인형의 숙명이지.”
김세훈이 뇌까렸다.
“개소리. 누나는 이미 네 통제에서 벗어났어.”
“뭐, 그렇긴 하지. 하나 그렇다 해 도 그녀를 소생시킨 것은 물론, 유 지해온 건 내 낙인이다. 그런데 그 게 내 죽음과 함께 없어지면… 끌 끌… 어떻게 될까?”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 하 는 김세훈을 보며 앙그라가 키득거 렸다.
“아니면? 내가 같잖은 선의를 베풀 요량으로 그들을 살렸다 생각했느 냐? 착각하지 마라. 그것은 저변부 터 악의로 범벅된 것이니… 내가 막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들 을 되살린 이유는… 너! 너 때문이 니라.”
앙그라가 김세훈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뱀이 미끌거리는 몸으로 쥐를 서서 히 휘감듯, 그의 주변을 서서히 걸 으며 앙그라가 말을 이었다.
“김세훈. 떠올려라. 그 시절. 그녀 는 널 말렸다. 하지만 너는 사람들 을 살려야 한다며 사지로 향했고, 그 와중에 그녀는 너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지. 그래 김세훈. 그녀는… 너 때문에 죽었다.”
김세훈이 도리질을 쳤다.
“…아냐. 그건….”
“인외종이 그녀를 먹어치우고, 그 녀의 껍데기를 뒤집어썼을 땐 어땠 지? 너는 가차 없이 그녀의 심장에 레기오스를 박아넣었지. 푸욱! 푸우 우욱!”
앙그라가 김세훈의 귀를 검은 혀로 핥으며 속삭였다.
“어땠느냐? 자신의 사랑했던 이의 모습을 한 존재의 심장에 칼을 꽂는 기분은? 그 배덕감은? 짜릿했느냐? 아, 그래. 네 살인 중독이 그때부터 였지 아마?” 현기증이 업습했는지, 김세훈이 어 지러움에 물든 걸음으로 뒤로 물러 났다.
앙그라는 악착같이 김세훈에게 달 라붙으며 속삭였다.
“그때, 이미 너는 부서지고 비어버 렸다. 그래서 남은 것에 집착했지. 동생, 어머니…. 큭큭, 기억나나? 그 들을 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동생 에게 살인을 알려주고 피로 범벅된 길로 이끌고… 아, 이 얼마나 눈물 나는 가족애란 말인가?”
“닥쳐-!”
김세훈이 앙그라의 가슴을 거칠게
밀쳤다.
하나, 그런 그의 손길에 감정은 담 겨 있을지언정, 살의는 어느새 흔적 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너는 전염병이다. 죽음을 부르는 것도 모자라, 네 주변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전염병… 오냐, 김세훈. 쑤셔봐라. 내 심장을 파헤쳐라. 그날 그랬듯, 그녀를 다시 한번 버려봐 라.”
주춤주춤 물러서는 김세훈의 시야 가 돌았다.
만취한 것처럼, 혹은 넋이 나간 것 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인외종 하피가 떨어뜨린 그녀의 육 신이 바닥에 부딪히던 모습이.
장미가 들어 있는 유리병이 깨지는 것처럼.
산산이 조각나는 그녀의 모습이 오 버랩되자, 김세훈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자신이 직접 심장에 칼을 꽂았다.
하지만 그것은 에일린이 아닌, 그 녀의 모습을 취한 인외종일 뿐이었 다.
그런데 왜일까? 그것이 마지막에 뱉은 목소리로 자 아낸 말은 여느 때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랑해.
무너져내리는 김세훈에게 앙그라가 속삭였다.
“너는 그때 이미 부서졌다. 그렇기 에 누구를 죽여도, 누구와 함께해도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 사막에 내린 비는… 모래 속에 파묻히기 마련이 거든.” 그제야, 김세훈은 왜 앙그라가 에 일린을 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악의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도.
“깨진 파편을 모으고 모아, 다시 붙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메말랐던 것을.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금 상기 시킬 필요가 있었어. 그래서 살린 거다. 네가… 잊었던 것을 떠올리게 해주려고.”
앙그라가 웃었다.
“그래서? 어땠나?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은? 행복했나? 다시는…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앙그라는 회색이었던 김세훈에게 색채를 불어넣기 위해 에일린을 살 렸다.
그리고, 성공했다. 라플레시아에서 에릴린을 만난 후, 김세훈은 점차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으니 까.
김세훈이 목소리를 씹어뱉듯, 말을 토해 냈다.
“방법이 있을거다. 너를 죽이되, 네 낙인은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니지. 김세훈. 내가 더 지혜롭고 편한 방법을 알려줄까? 그건… 네가 저곳을 포기하는 거다.”
“포기…?”
“그래. 라플레시아. 저곳을 포기하 고 이곳에서 사는 거다. 김세훈.”
“생각해 보거라. 이곳엔 신도 없고, 인외종도 없다. 반면, 네 연인도 있 고 친우도 있으며, 가족도 남아 있 지. 오냐, 너에겐… 이곳이야말로 이 상향. 라플레시아이니라.”
우습게도, 김세훈은 그 말에 흔들 렸다. 그래서 혐오스러웠다. 이딴 개 수작에 놀아나는 자신의 마음이.
“이건 가짜다. 의심할 여지 없는… 가짜.”
“무엇이 가짜고, 무엇이 진짜란 말 인가? 그것을 정의하는 게 무엇인 가? 느껴봐라. 저들의 숨결이 가짜 던가? 네 연인의 체온이 가짜던가? 저들의 감정이. 저들의 마음이 가짜 인가?”
앙그라의 격앙된 감정. 그리고 열 변은 김세훈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도 설득하려는 듯, 격하기 짝이 없 었다.
앙그라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 자를 번뜩이며 부르짖었다.
“말해봐라. 네 촉감이. 네 미각이. 감각이, 감정이. 이곳을 가짜라 느끼 는지. 아니, 안 그렇겠지. 그렇다면 지껄여보아라. 진짜 같은 가짜가 있 다면, 그것을 어찌 가짜라 규명할 수 있는지.”
“이곳은 신기루다. 가까이 다가가 고 쥐려고 하면 사라져 버리는 신기 루. 내가 나가면 없어져 버릴… 가 짜.”
앙그라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로 물었다.
“그래서? 나갈 건가?”
“나는… 나는….”
“김세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라. 네가 있는 곳이 진짜인거다. 네 가 있음으로 해서 이곳은 영원히 유 지될 수 있단 말이다. 그런데 무엇 이 진짜고 가짜인지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아니면? 네 연인이 없는 것도 모자라, 이제 곧 신과 보이드 에 의해 사라져 버릴 세상. 저곳이 진짜였으면 싶던가?”
앙그라가 김세훈의 어깨에 손을 얹 으며 부드럽게 권유했다.
“같이 가자. 아니, 같이 살자. 약속 하마. 네가 나와 티아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절대 네 사람들을 건 드리지 않을 거란 걸. 아니, 오히려 너희를 응원하겠다. 행복이란 건…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니까.”
김세훈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며 고개숙였다. 앙그라의 말이 송곳 처럼 그의 심장을 쑤셨다. 앙그라가 그런 김세훈을 내려다보 며 비릿하게 웃었다.
“아, 이정협도 되돌려주지. 그리고 유다가 걱정이면 너와 힘을 합쳐 기 꺼이 그들을 몰아내마. 어떤가? 이 정도면… 무엇이 가짜고 진짜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앙그라는 혓바닥으로 김세훈의 가 려운 데를 달콤하게 긁었다.
그의 죄책감을 걷어내며, 경각심을 물리쳤다.
그렇게, 한걸음. 또 한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앙그라가 허리춤에서 꺼낸 단검을 꼬나쥐었다.
그는 애초에 김세훈과 같이 이곳에 서 살 생각 없었다.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놈을 살려둘 정도로 그는 자비롭지 못했으니까.
‘김세훈. 네가 재생능력을 얻은 건 내게 축복이구나. 이대로 죽여도, 네 뇌만 손상시키지 않으면 상관없을 테니….’
푸욱!
차가운 검날이 무언가를 꿰뚫는 소 리를 들은 김세훈이 고개를 들었다.
앙그라의 가슴을 비집고 튀어나온 검날 끝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김 세훈의 머리를 적셨다.
“앙…그라?”
심장이 꿰뚫린 앙그라가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하며 말했다.
“쿨, 쿨럭… 너… 너…?”
앙그라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알아? 하마터면 나도 설득될 뻔했다는 거?”
에일린이 꼬나쥔 검을 재차 뽑은 후 앙그라의 목덜미를 다시금 쑤셨 다.
자신의 목을 뚫고 나온 검날이 원 망스럽다는 듯 두 손으로 쥐는 앙그 라.
하나, 에일린은 검을 비틀어 앙그 라의 목을 양단해 버렸다.
자신의 발치로 굴러떨어지는 앙그 라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며 에일린이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인정할게. 네 말. 너무 달콤했어. 그래. 잠깐이나마… 설렜을 정도로.”
김세훈은 에일린에게 이곳에 오지 말라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김세훈이 어떤 선택을 할 것임을.
그래서 와야만 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
에일린이 말했다.
“세훈아. 이제 그만… 꿈에서 깰 시간이야. 돌아가자.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