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25
제125화
125화
“특전사령부 특수 정보관 최창수 원사다.”
“통과하십시오. 단결!”
“단결.”
창수가 탄 회수 차량은 올라올 때와는 달리 거침없이 남하했다.
창수가 보초병들에게 보여준 신분증과 통과증은 복잡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같은 국방부 소속이라 그런지 편합니다.”
“별기군에 대해서 국방부 애들이 잘 모르니 일어나는 일이죠. 너무 비밀스러운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긴 합니다. 경찰들도 설명하는 것이 골치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전사령부에서 옮기신 거 아닙니까?”
“일반 일선 부대 소속이다 보면 저도 확인 과정 거치느라 골치 아프니까요. 뮤턴트 사건에 있어서 특전사령부에서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육군 5사단 내의 대대 주임원사의 신분보다 특전사령부 소속의 특수 정보관의 힘이나 권한이 더 좋았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전사령부 소속으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허가를 받은 창수였다.
“요즘 남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 간간이 뮤턴트가 나오기는 합니다만 북쪽처럼 대량으로 나오지는 않기에 피해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음성적으로 엔젤이 계속 유통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밀반입되려는 엔젤을 회수했습니다.”
다른 이에게는 말을 할 수 없는 극비의 정보였지만 창수에게는 숨길 필요는 없다고 판단을 했다.
지금도 회수팀의 임시 팀장 직위를 부여받았고 언제든 창수가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별기군의 팀장 자리로 옮길 수 있었다.
“그나마 바다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북쪽이 해처리화 된다면 막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북한 인구가 남한 인구의 절반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 인구가 뮤턴트가 되어 밀고 내려온다면 군에서도 감당이 안 될 테니까요.”
“문제는 그 위입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중국에서 새로운 뮤턴트가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종이 다른 겁니까? 아니면 변종?”
“일단은 변종이라고는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 내는 바이러스 같았다.
그 바이러스의 끝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 싸움의 끝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끝이야 있겠지요.”
창수는 끝은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그 끝이 어쩌면 인간의 멸종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이상 발버둥을 쳐 봐야지.’
휴전선을 넘어 남하하자 주변 풍경이 변했다.
민둥산만 보다가 파주 시내로 접어들자 하늘 위로 치솟은 아파트 건물들이 보였다.
대한민국의 탐욕을 상징하는 건물들이었다.
절대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바벨의 탑이었지만 마침내 무너지고 있었다.
그렇게 파주 시내를 지나가던 중에 창수는 잠시 차를 멈추라는 말을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최 원사님?”
“저기 정육점에서 생고기 좀 사와 주시겠습니까? 돈은 제가 내지요.”
“생고기요? 혹시?”
“아기 젖 먹이려면 많이 먹어야 할 겁니다.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어서요. 피가 떨어져도 되니까 생고기 좀 사 오십시오.”
창수의 말에 회수팀의 대원이 정육점으로 들어갔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대한민국은 나은 상황이었다.
창수는 생고기를 받아 회수팀의 트럭 뒤로 들어갔다.
갓난아기를 꼬옥 안고 있는 준희가 보였다.
준희는 피 냄새를 맡은 것인지 살짝 붉어진 눈동자로 창수를 바라보았다.
“식사 좀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인간을 먹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먹을 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젖을 물리려면 뭐라도 먹어야만 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도착을 하면 사랑하는 아기와 영영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때까지 조금이나마 자신의 젖을 물리고 싶은 준희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창수가 건네는 생고기를 먹어치우는 준희였다.
가만히 있을 때는 알기 힘들었지만 인간과는 다른 준희의 날카로운 이빨이 실내조명에 비춰 반짝였다.
“좀 더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창수는 피로 젖은 입가를 닦으라고 수건을 건네주고서는 트럭 짐칸에서 나왔다.
“후우!”
“최 원사님. 커피 한 잔 드시죠.”
“응? 아! 감사합니다. 이 난리에도 별다방 커피가 남아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커피도 기호품이 아니라 사치품이 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사제 커피였다.
커피콩을 수확하는 지역이 뮤턴트에 하나둘씩 영향을 받기 시작하자 커피 수급이 불가능해졌다.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물자가 그렇게 부족해지고 있었고 몇 년 가지 않아 대부분의 기호품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창수는 통장에 돈이 있어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왕세자님은 잘 지내고 계시려나?’
UAE의 왕세자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소식을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양국 간의 상호 안보 조약도 각국의 상황이 되어야 이행되는 것이었다.
당장 한미방위 조약이 있음에도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부대는 일부 정보부대를 제외하고서는 전부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투입되어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서울을 지나쳐 회수팀의 차량은 계속 남하를 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평택입니다.”
“평택?”
“예. 미군 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가 있던 평택 미군 기지도 지금은 텅 비어있었다.
그 미군 기지의 시설을 그냥 놀려 둘 수는 없었기에 별기군의 기지로 사용을 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그런 결정에 불쾌해했지만 한국 정부에서 보내 주는 뮤턴트에 대한 데이터에 평택 기지 건을 묵인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반도에 남겨둔 경비 부대만으로는 평택 기지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회수팀의 차량은 구 평택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을 했다.
“불안해할 거 없습니다. 최대한 제가 도와 드릴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창수가 안심을 시켰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불안에 떠는 준희였다.
“최 중사님. 오랜만입니다.”
“응?”
창수는 커다란 덩치의 그림자가 자신의 뒤로 생겨나는 것에 고개를 돌렸다가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넬시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예. 중사님 덕분에요. 잘 지내셨나 보네요.”
창수는 커다란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넬시아가 꽤나 자유롭게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에 반가웠다.
물론 그런 넬시아의 뒤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 둘이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이 무언가를 매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감시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넬시아는 철창에 갇혀 있는 준희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뮤턴트?”
“아. 예. 뮤턴트예요. 최 중사님. 아! 지금 원사님이신가요? 원사님께서 도와주셔서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저하고 똑같이 말을 하시네요.”
“예. 원사님께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불완전 변이되었어요. 당신처럼요.”
준희는 창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실험을 받고 마지막에는 잔인하게 해부가 될 것이라 생각을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실험을 할 뮤턴트들은 넘쳐났기에 준희에게 그런 실험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안심하셔도 돼요.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겠다고 한다면 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
“흐…… 흐으윽!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김새는 괴물이었지만 인간의 정신을 가진 준희는 불안함에 꾸욱 참고 있던 울음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따라오시겠어요?”
“예. 갈게요. 갈게요.”
준희는 그렇게 넬시아를 따라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시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몇몇 연구와 검진이 이루어질 것이고 준희의 아기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창수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준희를 바라보았다.
“부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갑시다.”
창수는 박충렬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자신을 태울 차량에 올라탔다.
* * *
박충렬의 부단장실에 들어가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버린 박충렬을 볼 수 있었다.
못 보는 동안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늙어 있는 박충렬이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하셨습니다.”
“최 원사님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군요. 전설의 엘프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박충렬은 벌써 꽤나 지난 아리가에서 보았을 때와 지금의 창수가 그대로인 것에 쓴웃음을 지었다.
노화도 유전자의 축복을 받은 이들은 오랫동안 동안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보통 군대에서는 자외선을 많이 받아 평소 나이보다 겉늙어 보이기 마련인데 창수는 자외선도 비켜 맞은 듯했다.
다소 오버를 해서 이제 막 군대에 입대하는 신병 같은 외모였다.
“갑자기 웬 엘프인지 모르겠군요. 그래. 바쁜 군인을 왜 보고자 하신 겁니까?”
창수가 이곳까지 온 것은 준희 때문이기도 했지만 박충렬이 잠시 보자는 말을 통화로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은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하고 싶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부작용 문제는 해결된 겁니까?”
“아니요. 벌써 다섯 차례 부작용 케이스가 발생했습니다.”
“…….”
안전하다고 하는 강화 물약이 결국 사달을 일으켰다.
알렉스 이후로 네 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변이해 버린 것이다.
그 이야기는 창수도 언제든 변이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내가 만일 변이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성이 남아 있는 불완전 변이라면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재앙 그 자체였다.
물론 창수는 그럴 때를 대비해 뒀다.
-내가 만일 변이한다면 나를 죽여라.-
자신의 파트너에게 부탁을 해 둔 창수였다.
물론 창수도 파트너가 변이하면 자신의 손으로 파트너의 숨을 거두어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 뭘 부탁하려는 겁니까?”
“최초의 뮤턴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합니다.”
“최초의 뮤턴트요? 1형?”
“아니요. 현대가 아닌 아주 먼 과거에 있었던 뮤턴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창수는 터무니없는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박충렬이 자신에게 헛된 농담 따위를 하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엔젤은 먼 고대에서부터 존재해왔던 물질로 여겨집니다.”
“…….”
“그 물질이 생명체의 진화에 관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아.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은 논문입니다.”
“뭐 인류의 기원 같은 겁니까?”
“그건 모릅니다. 단지 우리는 그 샘플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창수는 매번 해왔던 샘플 확보라는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일은 은퇴한 저보다 다른 이들이…….”
“임 상사님께서 다섯 번째 변이하셨습니다.”
“…….”
국평단 22 특전대대에 전입해 왔을 때의 팀의 최선임 부사관이 바로 임청주 상사였다.
목숨을 내놔야 하는 임무들이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뮤턴트로 변이했다는 말에 창수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200회분 투약이 이루어지지 않으셨지요?”
“200회분이 기준인 겁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200회분에서 변이가 된 대원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기준치가 200회분입니다. 대다수의 특수부대원들이 200회분에서 전투 일선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많다고 한다면 많지만 적다고 한다면 적은 분량이 강화 물약 200회분이었다.
창수도 200회분이 넘었다면 임무에서 배제되어야만 했다.
“안 넘었습니다.”
“다행이군요.”
박충렬은 또다시 대원을 사지로 보내야 한다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