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175화
“조금 추워지지 않았나요?”
“추워?”
“조금요.”
몸에 털이 나 있다 보니 추위를 잘 못 느꼈다.
물론 털이 없어도 추위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몸이 되어 있기는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아이도 추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곰이라도 사냥해서 털 벗겨 줄까?”
“아니요.”
빅은 밍밍과 함께 시베리아까지 올라왔다.
그냥 처음 맛보는 뮤턴트 몇 마리 포식하고서는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색다른 뮤턴트의 냄새를 맡고서는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거야 언제든 상관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주인인 창수의 냄새가 여전히 맡아지지 않았다.
‘뭐. 꽤나 멀리 나와 있어서 주인 냄새 맡기는 힘들겠지만. 그나저나 내가 준 건 먹지도 않고 뭐하는 건지.’
창수가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빅은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셀(Cell)이 창수의 몸에 흡수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흡수가 되지도 않고 자신의 셀이 성장 중이라는 이해가 안 되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물론 창수에게 위협이 될 일은 없었기에 오히려 창수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어차피 창수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빅은 사람도 뮤턴트도 드문 시베리아를 헤매고 다녔다.
“킁! 킁! 찾았다. 응? 조금 이상한데?”
“뭔가 찾으셨어요?”
“찾은 것 같은데. 뮤턴트 같군.”
“더 이상 사람들이 없는 곳이 된 걸까요?”
“그건 모르지. 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사람의 냄새는 나지 않아.”
인구 자체가 꽤나 적은 시베리아 한가운데였다.
그나마 있던 인간도 뮤턴트가 되었거나 뮤턴트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뮤턴트의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가던 빅과 밍밍은 뮤턴트들을 죽이고 있는 야생 동물들을 보게 되었다.
“곰이네요.”
“곰? 아! 저게 곰이라는 건가? 한국에서는 곰이 없어서. 아! 주인이 지리산이라는 곳에는 있다고 하긴 했네.”
“저기 사자도 있는데요.”
“오! 사자라. 주인이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직접 보기는 처음이군.”
“호랑이에 표범까지…….”
“표범? 흐음! 호랑이는 나도 봤어. 그런데 저런 모습은 아닌 것 같았는데.”
서로 한 곳에 모여 있는 것도 신기한 맹수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더욱이 맹수들은 두 다리로 서 있기까지 했다.
그 맹수들은 뭔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는 듯이 서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서는 빅과 밍밍을 발견했는지 고개를 돌려서는 바라보는 것이었다.
“들켰네요.”
“그렇군. 우리가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 우리 냄새를 맡은 모양인데. 옛날에는 조심했는데 요즘에는 영 귀찮아서 말이야.”
빅의 야생성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맹수들이 빅과 밍밍을 발견하고서는 빠르게 달려왔다.
도망을 쳐야 했지만 빅이나 밍밍이나 몸이 굳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고 이내 맹수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커다란 덩치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소녀 하나와 강아지 하나 정도는 간단히 찢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죠?”
“음. 호랑이가 좋아? 아니면 저 표범도 나쁘진 않네.”
빅은 조금 신기한 맹수들이기는 했지만 추위를 타는 밍밍을 위해 어떤 맹수의 가죽을 벗길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밍밍의 가죽옷을 뭐로 할지 고민할 때 맹수의 무시무시한 주둥이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난민인가?”
“어머! 사람의 말을 하네요.”
“우리는 러시아 군이네. 안심해도 좋아.”
밍밍이 놀라면서 중국 말을 하자 자신들은 러시아군이라는 말을 하는 맹수 하나의 입에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예? 러시아 군이요? 사자님 아니세요?”
“살짝 정신이 나간 모양이군.”
“이런 세상에서 맨정신이기 쉬울 리가 없지.”
“그렇긴 해. 나도 내가 가끔 미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
러시아 군이라 자신들을 소개한 맹수들은 생각보다 놀라지 않는 밍밍의 모습에 그녀가 반쯤은 미쳤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세상이었다.
“어쩌지?”
“뮤턴트도 아닌데 죽일 필요는 없지.”
“우리 정체가 알려져서 좋은 것도 없잖아.”
“뭐 알려진다고 나쁠 것도 없잖아.”
“그렇긴 하지. 중국인인가? 그런데 중국인치고는 피부가 하얀데.”
“우리 쪽하고 혼혈인가 보지. 국경 지역이면 혼혈들 많잖아.”
“그런가? 러시아 피가 섞여 있으면 더 죽일 수가 없잖아.”
“왜 계속 죽이려고 해. 우리는 군인이야. 우리 모습이 괴물이 되었다고 해도 국민들을 지키는 것이 임무라고.”
러시아 군인들은 밍밍과 빅을 앞에 두고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 나눴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듯한 여자아이와 애완 개였다.
어떻게 아직까지 이런 위험한 곳에서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매우 운이 좋았으리라 여겼다.
“따라와라. 보호해 줄 테니까.”
“저희를요?”
맹수들은 러시아 정부에서 군인들을 개조해 만든 뮤턴트 군인들이었다.
스페츠나츠의 빅토르와 같은 인공 변이체들인 것이다.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실험체들이었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서 윤리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치였다.
실험체가 된 군인들도 뮤턴트들에게 아무것도 못 해 보다가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살아서 뮤턴트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나름 지원을 받기도 했고 지구상의 인간들 중에 가족과 친지들이 뮤턴트에 희생당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인류를 위한 숭고함이든 아니면 단순한 복수심이든 실험용 변이체가 된 군인들은 전 세계의 뮤턴트들을 전부 죽이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자 사명이라 여겼다.
당연히 뮤턴트가 아닌 인간은 보호를 해야 할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러시아군은 야수 군단이라는 대뮤턴트 대응 부대를 창설했다.
이 야수 군단은 실험체로 구성되었다.
“어떻게 해요?”
“흐음! 불완전 변이체 같은데. 주인이 불안전 변이체는 죽이지 말라고 했다.”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빅은 죽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일단 빅과 밍밍은 야수 군단의 군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전부 다 덤벼도 빅에게는 한 끼 식사 거리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는 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마을 오두막들의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허기진 배를 유혹하는 음식 냄새도 풍기고 있었다.
그런 냄새로 인해 접근하는 뮤턴트들이 종종 있었지만 이 작은 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마을 중 하나였다.
“한슨! 대장은?”
“카빈스키 중위님! 안쪽에 계십……. 웬 여자입니까?”
강아지와 소녀 하나를 데리고 오는 것에 군복을 빨고 있던 흑표범이 놀란 눈을 하고서는 돌아오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구조했어.”
“구조요? 우리 보고 안 도망갔어요?”
“정신이 조금 아픈가 봐!”
“아!”
무척이나 예쁜 소녀였다.
물론 이제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 버렸으니 로맨틱한 사랑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마을에는 제법 많은 숫자의 맹수 군인들이 고개를 내밀고서는 밍밍과 빅을 바라보았다.
“와! 고릴라다. 저건 개인가요?”
“쟈칼이야. 개라고 하면 저 친구가 화내니까 조심해. 맹수가 되면서 성격이 더러워졌거든.”
여러 동물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다들 하나같이 군복을 입고 있어서 군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밍밍은 카빈스키 중위라는 사자 모습의 야수 군단 군인을 따라 마을에서 가장 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뮤턴트 토벌 임무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피해는?”
“없습니다.”
“뭔 냄새지?”
“와! 여우다. 백여우.”
온몸이 하얀 여우 한 마리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백여우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서는 카빈스키 중위의 옆에서 웬 강아지를 안고 있는 인간 여자를 보았다.
이내 카빈스키 중위를 바라보는 백여우에 카빈스키 중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임무 중에 정신이 조금 아픈 중국인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아! 러시아인과 혼혈인 것 같습니다.”
“정신이 아픈?”
“저희를 보고도 놀라지 않아서요.”
“흐음! 그럴 수도 있겠군.”
자신들의 몸 상태가 어떤지는 잘 아는 야수 군단의 세르게이 소령이었다.
근방이야 자신들이 뮤턴트들을 보는 족족 죽이고 있었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여자아이가 혼자 떠돌기에는 안전하지 않았다.
‘아니 뮤턴트 없어도 위험한 곳이잖아.’
중국어를 하고 있었지만 외모를 보건대 러시아인과의 혼혈 같았다.
동양인의 특성과 서양인의 특성이 함께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머리카락도 은발이었으니 혼혈이라는 말에 동의를 했다.
처음에는 뮤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사람 말까지 하고 있었으니 뮤턴트로는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주민 주거지가 어디지?”
“델로카 마을까지는 100km는 가야 합니다.”
“흐음! 자네가 태우고 갔다 오겠나?”
“제가요?”
“그래. 갔다 오는데 이틀이면 되지 않아?”
“그렇긴 한데.”
소녀 하나 등에 태우고 100km 정도 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쉬게 하고. 아! 소녀 건드는 놈 있으면 내가 가만 안 둘 테니 단단히 이야기해 둬.”
“알겠습니다.”
자신들이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전한 인간 거주지로 보내야 했다.
인간이 무척이나 귀해진 세상이었다.
“중국 쪽에서 왔으면 그쪽 소식도 알지 않을까요?”
“…….”
카빈스키 중위의 말에 세르게이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도 그렇지만 외부의 소식을 듣지 못하게 된 지 꽤나 오래되었다.
타국의 소식은 더욱 그러했으니 러시아어도 아닌 중국어를 하는 소녀에 잘만 하면 멀리 있는 곳의 소식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별반 기대는 되지 않았다.
“내일 데리고 와 봐. 힘들 테니 오늘은 쉬게 하고. 나도 이거 마무리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이 되고서도 서류와 씨름해야 한다는 것에 세르게이 소령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러시아 땅 각지로 야수 군단이 파견되었다.
러시아 땅에서 나오는 뮤턴트들을 전부 박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하지만 야수 군단의 야수들의 숫자는 한계가 있었다.
지원자는 많아도 실험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러시아 땅이 터무니없이 넓었다.
동시베리아에서도 자신의 부대가 전부였다.
‘다음 달까지 작전 수행을 하고 남쪽으로 내려가 봐야겠어.’
안 그래도 중국 쪽의 국경까지 한번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아직 외부에 드러나면 안 된다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 쪽에서 뮤턴트들이 설치기라도 한다면 러시아 땅도 온통 뮤턴트들로 가득해질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놈인데. 후우!”
세르게이 소령은 자신들에게 있어서 가장 골칫거리가 떠올라서는 인상을 구겼다.
자신들이 지금 이곳에 와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괴물을 쓰러트리지 않고서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세르게이 소령의 걱정과 함께 빅도 무언가를 냄새 맡았다.
“이번에는 꽤나 센 녀석 같은데.”
빅은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뮤턴트들의 DNA를 먹어치워야 만족할 빅이었다.
그리고 그런 빅의 옆에는 다섯 뮤턴트의 DNA를 흡수한 밍밍이 있었다.
그런 빅과 밍밍의 정체를 야수 군단의 군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들이 힘겹게 상대하고 있던 그것이 빅과 밍밍을 알아차리고서는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