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174화
파나마를 넘어 코스타리카로 접어드는 창수의 일행들이었다.
파나마 북부엔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뮤턴트가 되지 않았다면 기를 쓰고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북쪽으로 향한 것이다.
일부 남아 있던 주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 창수의 일행들은 마치 세상이 멸망해버리고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혹시 세상 멸망해 버린 건 아니겠지요?”
“그럴지도 모르지.”
온종일 걸어도 사람 한 명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도 없으니 뮤턴트도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간혹 뮤턴트 몇 마리가 야생 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만 보면 꽤나 평화로웠다.
“야생이네요.”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는 말고. 저놈들 감각이 꽤나 예리해.”
“그러긴 하죠. 하아!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치즈 케이크가 먹고 싶네.”
“나는 치킨이 먹고 싶어. 그것도 코리안 켄터키 치킨이.”
“맞아. 그러니까 한국이 세상에서 멸망하면 안 된다니까.”
창수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한국이 세상에서 멸망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잡담을 나누는 대원들이었다.
창수도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치킨에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물론 한국으로 되돌아가도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몰랐다.
당장 미국만 해도 물자가 넘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었다.
싱싱한 생고기가 아닌 고기에 곡물을 섞은 미트볼을 먹어야 하는 미국인들이었다.
타국 국민들의 눈에서는 안타까움에 눈물이 절로 흐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국경 지역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딱히 획기적으로 풍경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른 국가라고 생각할 수 없게 도시와 밀림을 지나면서 계속 나아가야 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자고.”
“알겠습니다.”
버려진 마을.
마을의 건물들이 꽤나 부서져 있었지만 부서진 건물들은 이제는 꽤 흔했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뮤턴트들도 보이지 않는 것에 처음의 긴장감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마을 수색은 긴장을 해야만 했다.
위험 요소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난 뒤에야 적당한 건물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위협 요소 없음, 다른 곳을 확인하겠다.”
문제가 없는 장소는 마커로 표시하고서는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마지막 장소를 수색할 때 대원 하나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생존자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생존자?”
뮤턴트는 아니었다.
뮤턴트였다면 자신을 보자마자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안 돼요.”
“뭐? 무슨 소리야? 이봐요? 괜찮아요? 생존자 한 명 있습니다!”
생존자가 있다는 말에 다들 달려왔다.
대원 하나가 생존자 여인을 향해 다가가자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내 몸 건들지 마요!”
“예?”
“내 몸 건들지 말아요. 건들면 안 돼요! 건들면 전부 죽어요.”
생존자 여인은 자신의 몸을 건들면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생존자 여인의 행동에 눈치 빠른 대원들은 여인의 몸을 건들지 않았다.
일반 군인들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터였지만 다들 호프 팀에서 활동했었던 베테랑들이었다.
지금까지 믿기 어려운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대원들의 연락에 달려온 창수는 공포에 질린 여자 생존자의 알 수 없는 외침 소리를 들었다.
“물하고 먹을 거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창수는 여인의 앞에 물이 든 통과 육포를 내려놓고서는 물러섰다.
“안심하고 먹으세요.”
뭔가를 알아내기 전에 생존자 여성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렇게 물과 먹을 것을 내려놓고 물러서자 생존자 여인은 경계심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이내 물을 허겁지겁 마시고 육포를 입에 넣었다.
꽤나 허기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먹을 것을 먹어치운 여인은 먹은 것이 부족했던 것인지 입맛을 다셨다.
“먹을 거 좀 더 가지고 와.”
“예.”
창수는 여인에게 먹을 것을 더 주었다.
오는 도중에 육포를 충분히 만들어 두었다.
그렇게 몇 개만 먹이면 될 것이라 여겼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여인은 계속 끊임없이 창수가 준 육포를 먹었다.
“많이 드시네. 대식가신가?”
“먹방?”
“어! 너도 봤었냐?”
“그래. 봤지. 몸은 호리호리한데 엄청나게 먹는 사람들 있더라.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어떻게 살려나 모르겠네.”
“그러게.”
엄청나게 먹는 먹방러들에게 요즘 같은 세상은 지옥과도 같을 터였다.
그렇게 생존자 여인은 그냥 많이 먹는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들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지? 몸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게. 몸이…….”
“뮤턴트 아니야?”
많이 먹는 먹방러라고 해도 배가 커지면 커졌지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깡말랐던 몸이 살집이 있는 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봐요. 그만 먹어야 할 것 같아요!”
“하아! 하아! 배고파. 배고파아.”
창수도 생존자 여인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끼고서는 더 이상은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일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전부 죽어요. 배고파. 나 더 먹으면 안 되는데. 더 먹으면 더 많이 죽어요.”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봐요.”
“약 먹었어요. 아파서 약 먹었어요. 그리고 폭발했어요.”
“뭐라구요? 폭발했다구요?”
“예. 사람하고 닿았더니 몸이 터졌어요. 몸이…… 몸이 크…… 크면 클수록 더 크게 터졌어요. 주……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요.”
여인은 흐느꼈다.
정말이지 죽고 싶지 않았지만 식욕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작은 식물들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다.
죽지만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고기를 섭취하면서 식욕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성은 있었지만 식욕이 이성을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대체 뭐야? 패시브 방식인가? 별의별 것이 다 나오네.’
여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이 생존자 여인을 건드는 동시에 폭발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문제는 겉만 보기에는 인간과 뮤턴트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상태에서 접촉했다가는 이유도 모른 채로 죽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다들 물러서.”
“캡틴.”
다들 생존자 여인의 상태로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다.
일부 대원들은 총구를 생존자 여인의 머리에 겨누고 있었다.
창수의 허가가 떨어진다면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릴 것이었다.
“참아요.”
창수도 여인이 버티지 못한다면 여인을 죽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참으세요.”
“하아! 하아! 하아! 배고파. 배고파.”
여인도 죽기는 싫었는지 허기진 배를 손바닥으로 움켜쥐고서는 들끓어 오르는 식욕을 참아내었다.
그렇게 부풀어 오른 몸을 가진 채로 생존자 여인은 잠이 든 것처럼 몸을 웅크려서는 바닥에 누웠다.
잠이 든 생존자 여인에 다들 안도를 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하죠? 저 여인의 말대로 몸이 폭발한다면 우리가 어찌해 줄 수 없습니다.”
“그래. 안타깝지만 그녀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녀의 처지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창수의 일행이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변이 억제제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해 보겠지만.’
변이 억제제가 있다고 해도 이미 변이된 뮤턴트를 본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나마 이성이 남아 있었기에 불완전 변이 상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었지만 몸이 폭탄인 상태라면 완전 변이든 불완전 변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을 터였다.
창수는 일행들과 잠든 생존자 여인에 대해서 상의를 했지만 도무지 어떤 방법이 없음에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조용히 창수와 일행들이 마을을 떠나고 잠들었던 생존자 여인은 잠에서 깨어난다.
“…….”
눈앞에 아무도 없었다.
온몸이 폭탄이 되어 버린 자신을 누군가 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확인되는 순간 삶의 의지는 사라져 버렸다.
“그래. 이렇게 살 바에는…….”
그녀는 절망에서 그만 벗어나기로 했다.
인간과의 접촉과 일정 이상의 충격.
그것이 폭발의 트리거였다.
여인은 조심조심해 가면서 지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며 벽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리고 신체가 폭발했다.
꽤나 강력한 폭발은 마을에서 멀리 벗어나고 있는 창수와 일행들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인인가?”
“빌어먹을.”
생존 때문에 생존자 여인을 외면했다.
그것이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돕겠다고 모두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다들 죄책감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생존자들을 찾아도 가까이 접근하지 마라.”
“…….”
폭발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휘말리게 된다면 즉사를 하게 될 터였다.
만나게 되는 인간마저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대원 하나가 사라졌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닌가 급히 수색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었으니 갑자기 정신이 나가버린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창수는 급격한 정신적 피로감을 보이는 대원들을 보게 되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군.’
함께하고 있는 일행들이 특수부대에서 오랫동안 복무해 왔던 대원들이라고는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키나는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이었다.
오히려 쾌활하게 주변 대원들에게 말을 걸면서 분위기를 전환해 주고 있었다.
특별한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닌 그녀가 아무런 정신적 데미지를 입지 않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뮤턴트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도 괴물이 된 거겠지.’
뮤턴트는 아니라지만 창수도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함이 정신적으로도 강하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신적인 데미지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창수나 키나와는 달랐다.
“파월리 중위님.”
“하아! 하아! 예.”
“드십시오.”
“예?”
파월리 중위는 자신에게 알약 하나를 내미는 창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알약이 무엇인지는 파월리 중위도 알고 있었고 건네주는 창수도 알고 있을 터였다.
“더는 버티지 못하실 겁니다.”
육체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피곤하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이동 중이었기에 육체적인 피로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월리 중위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였다.
“이건 참 악마의 약입니다.”
“예.”
잘못하면 뮤턴트로 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파월리 중위는 창수가 준 알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잠시 후 육체적으로 힘이 넘쳐났다.
그리고 머릿속이 맑게 개는 느낌이었다.
“다들 엔젤 하나씩 먹어.”
육체의 부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로도와 충격도 사라졌다.
중독성과 의존성도 있었다면 엔젤은 분명 마약이라고 여겨도 충분할 터였다.
“아! 미국 가면 피자 먹어야지.”
“그러게. 콜라에 피자! 그리고 피자는 역시 시카고지.”
“피자가 무슨 시카고야! 피자는 당연히 이탈리아 피자지!”
“나는 뉴욕 피자가 더 입맛에 맞더라.”
“아! 나는 하와이안 피자.”
“…….”
“아니 왜? 뭐?”
깊은 침묵을 이어가던 이들의 입에서 다시 시답잖은 대화가 흘러나왔다.
엔젤을 먹자 다들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