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87
제187화
187화
눈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설원을 달리는 차들에는 하얀 눈이 얼어서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그건 눈이 아니었다.
하얀 소금.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필요치 않은 저주받은 것이 되어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방독면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무늬의 전투복과 전투화는 어느덧 설산 무늬로 바뀌어 있었다.
총과 장비들은 다급히 비닐에 싸놓아서 소금에 절여지지는 않았지만 장비를 덮어 놓은 비닐의 표면은 소금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다.
혹시라도 입을 통해 소금이 몸 안으로 흡입될까 싶어 전원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폐 조직에 미세한 소금 결정이 들어간다면 그다지 좋지만은 않을 터였다.
“이거 두꺼워지니까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털어내 버려! 계속 쌓아주지 말고! 서로 손 안 닿는 곳 털어 줘!”
“알겠습니다!”
두려웠다.
점차 눈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에 두려웠지만 공포에 질려 해야 하는 일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방독면의 눈 보호경 부분을 하얗게 되어 가는 가죽 장갑으로 닦아내었다.
굳어서는 제대로 닦여 내지지 않았다.
쌓여 굳기 전에 닦아내야만 했다.
“후우! 후우! 정화통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예비 정화통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변이 유발 물질 때문에 방독면은 필수였다.
다만 계속 방독면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정화통을 넉넉하게 챙겨오지는 못했다.
“콜록! 콜록! 콜록!”
특전사 대원 하나의 정화통이 한계에 달했는지 거친 기침을 뱉어댔다.
그나마 차량 내부에 타고 있는 대원의 경우는 한결 나았다.
트럭의 짐칸에 타 있거나 외부와 노출되어 있는 소형 전술 차량에 타고 있는 이들의 경우는 정화통만으로 버텨야 했다.
‘차량이 언제까지 버텨 줄 수 있을지.’
소금 결정은 사람뿐만 아니라 차량도 괴롭히고 있었다.
공기가 들어가는 곳의 필터는 소금에 의해 하얗게 변해 버렸을 터였다.
중간에 멈춘 소형 전술 차량은 황급히 흡기 필터를 부서질 듯이 내려치며 소금 막을 깬 뒤에 다시 달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기구에서 검은 매연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엔진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차량이 멈추기라도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간간이 보이는 소금 동상처럼 우유니 소금 사막을 헤매다가 대자연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장식물 중 하나가 될지도 몰랐다.
위험함과는 달리 여전히 눈에 보이는 우유니 사막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사막의 장신구가 되어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차피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뮤턴트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몇 시간을 달린 것인지 모를 때쯤 마침내 목적지가 보였다.
“건물이다!”
소금 채석장이 모습을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규모는 컸다.
거대한 건물들이 셀 수 없이 세워져 있었다.
소금 채굴을 위한 중장비들도 주변에 있었지만 군용 트럭처럼 온통 하얗게 변해서는 굳어 있었다.
건물들도 하얀 소금으로 뒤덮여 있었다.
“장 팀장님!”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차량 상태부터 탑승하고 있는 대원들까지 전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채굴한 소금을 보관하는 보관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황급히 차량을 진입시켰다.
“입구 닫아! 빨리!”
“크윽! 소금에 굳었는지 잘 닫히지 않습니다!”
“무조건 막아!”
“비켜!”
“최 원사님?”
창고의 문을 닫지 못하면 계속 소금 결정이 밀려 들어와 대원들을 전부 소금 석상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창수는 소금들이 달라붙어 닫히지 않는 커다란 철문을 붙잡았다.
다른 대원들도 철문에 달라붙어서는 힘을 주었다.
“제길! 강화 물약 투약합니다!”
창수의 힘으로도 힘들어서 대원 하나가 강화 물약을 투약하고서는 철문에 달라붙었다.
과드득!
강철처럼 굳어버린 소금들이 마침내 깨져나갔다.
구구구구!
그리고 마침내 철문이 닫혔다.
“후우! 후우! 후우!”
“제길! 죽는 줄 알았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죽는 줄 알았어.”
“아직 안심할 때가 아냐!”
문은 닫혔다지만 안심을 할 때는 아니었다.
여전히 건물 밖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소금 결정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사실 건물 안이라고 해서 안심을 할 수도 없었다.
소금을 쌓아놓는 창고인 듯한 거대한 창고 내부에는 보고 있기만 해도 질려 버릴 만큼의 소금산이 쌓여 있었다.
그 소금이 자신들의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었다.
“커억! 컥! 제길!”
“뭐하는 거야? 빨리 방독면을 써! 임 중사!”
“제길! 뭐가 숨이 쉬어져야지! 후우! 아이고! 살 것 같네!”
대원 하나가 방독면의 정화통이 완전히 막혀 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방독면을 벗어 던졌다.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소금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머리도 온통 소금으로 하얗게 되어 있었고 군복 안쪽도 소금으로 가득 차 몸이 간지러웠다.
“건물 내부에서는 괜찮은 거 같습니다. 후우!”
임 중사의 말에 다른 대원들도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었다.
이미 거의 다 막혀 있어서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고 있었다.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아우! 짜다! 짜! 더럽게 짜네! 퇫! 퇫! 퇫!”
“그래도 얼마 만에 먹는 소금이냐. 이거 지금 한국에 가지고 가면 대박 나겠는데!”
모든 물자가 다 부족해진 상황이었으니 소금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최 원사님은 괜찮으십니까?”
“예. 괜찮습니다. 장 팀장님.”
창수는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소금들을 털어내며 거대한 소금 창고를 둘러보았다.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캔 소금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였으니 규모는 상당했다.
그런 소금 창고가 주변에 수십 동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소금은 야외의 야적장에 쌓여 있었다.
남한 면적의 10분의 1의 규모였으니 엄청난 양의 소금이 있는 장소였다.
“차량 상태 어때?”
“아무래도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무조건 움직이게 만들어! 그거 사용 못 하면 우리 전부 죽는 거야!”
“일단 해 보겠습니다!”
차량도 더는 버티지 못하는지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차량에 달라붙어 있는 소금들을 뜯어내고 내부에 유입된 소금들도 빼내야 할 듯했다.
다행히 에어 콤프레셔가 작동이 되어 대원들의 몸에 묻은 소금들을 털어내고 차량 내부의 소금들을 날려버리기로 했다.
“어우! 짜다. 최 원사님. 물 좀 드십시오. 아우! 왜 이렇게 목이 마르냐.”
“고마워.”
방독면을 썼지만 신체 안으로 꽤나 소금이 들어온 모양인지 다들 탈수 증상을 보였다.
창수도 물을 마시고서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 대위와 최 대위에게로 다가갔다.
두 개 팀의 팀장인 둘은 꽤나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배님. 아무래도 더 이상은 임무 수행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차량 정비만 하고 난 뒤에 탈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자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수색 작전이 되겠습니까. 엔젤의 원천 물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 엔젤의 원천 물질을 보기도 전에 다 죽게 생겼습니다.”
제2팀의 팀장인 최 대위는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말을 하고 있었다.
사령관으로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 원사를 도와 엔젤의 원천 물질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장 대위로서는 고민이 되는 일이었다.
“장 팀장님. 최 팀장님.”
“응? 아! 최 원사님.”
창수가 다가오자 장 대위와 최 대위는 긴장했다.
팀을 이끄는 것은 자신들이었지만 임무의 최종 결정권자는 창수였다.
창수가 임무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희생이 얼마나 나오든 해야만 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다 보니 사람 목숨값이 파리 목숨만도 못해지는 세상이었다.
사람 목숨보다 엔젤의 원천 물질이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
“이대로 동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금방 우유니 사막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예? 그 말은?”
“아무래도 더 이상은 임무 수행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안다면 시도해 보겠지만 아무래도 위치를 알 수는 없으니.”
창수마저도 더 이상의 임무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15분 정도 내려가면 화학 공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다시 15분 정도를 더 달리면 우유니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삼십 분 정도를 더 달리면 탈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하는 최 대위였다.
창수는 힐끔 차량을 정비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몇몇 대원들이 달라붙어 차량에 붙은 소금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정비가 끝나고 나가도록 합시다.”
창수의 말에 장 대위와 최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임무는 실패했지만 적잖이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차량이 정비될 때까지 창고 건물 내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일단 건물 내부 수색 좀 해 봐라.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꽤나 큰 규모의 창고 건물이었기에 대원들이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움직였다.
창수도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움직였다.
내부는 별것 없었다.
사무실도 없었고 그냥 큰 창고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 층과 삼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내부 계단은 있어서 그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간 뒤에야 창문을 통해 건물 밖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후! 저기도 석상이 있네. 조금만 빨리 안으로 들어오지.”
“들어와도 문 못 닫으면 별수 없을걸. 그나마 건물 내부는 이상 없는 것이 다행이네.”
“그러게 왜 건물 안에는 괜찮지?”
다들 의아해했다.
물론 탈출을 하려면 다시 밖으로 나가야 했으니 안심을 하기에는 일렀다.
“어? 저기는 건물 벽이 이상한데.”
“어디? 그러네. 보고 해야 할 것 같지?”
“아! 최 원사님!”
창수는 건물 밖을 내다보고 있는 대원들이 부르자 그곳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저기 밖에 좀 보십시오.”
“밖에?”
창수는 창밖으로 본 밖의 모습에서 창고 건물 하나의 벽이 잘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예리한 칼로 베어진 듯한 흔적이었다.
“설마.”
“예?”
“최 원사님? 어디 가십니까?”
창수는 1층으로 내려가서는 방독면을 착용했다.
창수의 행동에 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창수는 무기까지 챙기고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작은 문으로 향하며 외쳤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예? 최 원사님!”
엔젤의 원천 물질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수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창수는 곧장 창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는 다른 건물의 벽이 잘려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시 미세한 소금 결정은 창수의 몸에 달라붙었다.
“어디에 있냐? 어디에 있어!”
창수도 방독면을 쓰고 있어 고함을 지르고 외쳐봐야 멀리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들린다고 해도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온몸이 하얗게 소금으로 달라붙어 갔다.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굳어버린 소금의 무게와 강도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을 터였지만 창수는 완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다니던 창수는 눈에 익은 뮤턴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창수는 소금으로 굳어버린 뮤턴트를 챙겨서는 창고 건물로 되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