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207화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
멕시코로 이주를 시작한 한민족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지구는 이미 뮤턴트가 없는 곳이 없었다.
척!
방역복을 입은 사내가 깊은 숲속에서 어떤 기계 장치를 내려놓았다.
몇 가지 안전장치를 해체한 사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신께서 보우하사. 구원의 길이 우리 앞에 열리게 될 것이다. 내 죄를 용서하소서,”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기계 장치의 버튼을 누르고서는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퓨수우우욱!
알 수 없는 하얀 연기가 기계 장치에서 뿜어져 나왔다.
인적도 드문 깊고 깊은 숲속에서 이 하얀 연기를 마실 존재가 있을까 싶었지만 불곰 한 마리가 호기심에 이끌린 것인지 다가와 촉촉한 콧방울을 대고서는 하얀 연기를 마셨다.
이내 기계 장치를 커다란 발바닥으로 건드려 보고 입으로도 깨물어 보았지만 먹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인지 이내 흥미를 잃고서는 멀어졌다.
불곰이 사라지고 난 뒤 불곰만큼이나 큰 북미 사슴인 무스 한 마리가 다가왔다.
무스도 하얀 연기가 나오는 곳을 혓바닥으로 몇 차례 핥더니 흥미를 잃고서는 떠나갔다.
몇 마리인지 모를 짐승들이 다가왔다 사라졌다.
변이는 동물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
바람 한 점 없는 숲속에서 나뭇가지들이 이유 없이 흔들렸다.
그런 나무들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그 숲속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이었다.
변이가 되었든 변이가 되지 않았든 동물들은 나무들의 변화에서부터 위협을 느끼고서는 사방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피한 곳에도 변이된 나무들과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텅 빈 땅.
캐나다에서는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한반도보다 훨씬 넓은 지역이 오염되어 버렸다.
미국 정부조차도 이미 오염되어 버린 캐나다의 땅을 어찌 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핵무기의 방사성 물질이 엔젤과 변이를 일으켜 뮤턴트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핵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전부 태워 버려!”
“태워 버리라구요?”
“그래! 제길! 엔트인지 뭔지. 괴물 놈들을 전부 태워 버리라고!”
이제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신종 뮤턴트의 넘버링을 중얼거리는 것은 진절머리가 났다.
엔트의 존재를 알게 된 미국과 캐나다.
아니, 이제는 미국과 캐나다가 합병을 해서 탄생을 한 자유 연합국은 캐나다의 넓은 토지를 태워 버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은 묵살되었다.
이미 인간들이 감당하기 힘든 비극은 일어났고 더 큰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후우! 언젠가 이 일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만들어도 누가 봐 줄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하겠네, 전 세계가 다 사라졌으니.”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던 나라는 사라졌다.
아니 미국 정부는 이제 살아남은 국가는 북아메리카뿐이라고 여겼다.
인류의 최후의 보루는 오직 북미 땅뿐이며 인간들의 세계 또한 북미 땅으로 한정된다고 여겼다.
여전히 지구 위에는 인공위성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지구는 뮤턴트들로 뒤덮여 갔다.
화르르륵!
불을 질렀다.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이 되고 기후 변화가 일어나 수많은 섬과 국가들이 수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그 섬과 국가들에는 인간이 아닌 뮤턴트들만이 있을 것이기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인간들의 활동이 중단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대자연은 회복이 되고 있었다.
난개발로 인해 파괴된 황무지에서 잡목이 자라고 수풀이 우거졌다.
뮤턴트도 자연의 일부라는 듯이 야생 동물들과 함께 넝쿨로 뒤덮여 가는 폐허 속의 도시를 뛰어다녔다.
오직 인간들만이 겁에 질린 듯이 숨어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칠 뿐이었다.
그렇게 한반도보다 넓은 영역의 숲이 오염되었다고 추정을 했고 그 오염된 숲을 전부 불태워 버려도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불길은 퍼져 나갔다.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며 퍼져 나간 맹렬한 불길에 강한 뮤턴트도 별수 없었다.
산불의 열기는 쇳덩이도 녹여 버릴 만큼 강력했기에 재생력이 좋은 뮤턴트라고 해도 온몸이 타고 뇌의 단백질도 변질시키고 녹여 버렸다.
크오오오오!
엔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몸에 붙는 불을 끄기 위해 맹렬하게 몸을 흔들어 대었지만 그럴수록 불길은 더 거세졌고 주변의 동료들의 몸에도 불을 옮겨 붙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본 캐나다의 숲은 매우 격렬하게 일렁였다.
엔트들은 이것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게 되었다.
‘인간 놈들. 증오스럽다!’
뮤턴트는 분명 공격적인 성향이었지만 그것도 베이스가 되는 신체에 따라 공격성의 정도가 달랐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공격성은 매우 강력했고 비교적 온순한 초식 동물들의 공격성은 다소 낮았다.
물론 다소 낮다고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세상의 모든 것과 투쟁을 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식물들의 공격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엔트의 경우도 굳이 건들지 않는다면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인간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인간의 공격성은 사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편이었다.
변이되지 않았다고 해도 인간의 공격성은 뮤턴트 못지않게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인간들은 알지 못했다.
아니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엔트들은 온몸이 타들어 가면서도 인간들을 증오했다.
물론 몸이 완전히 타서 재가 되어 버린다면 증오를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엔트의 특성에 대해서 인간들은 알지 못했다.
아니 그동안 수없이 연구를 했던 식물들의 특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런 식물들의 특성이 엔트에게도 통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산불이 지나가며 잿더미가 된 산과 숲에도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고 다음 해에는 수많은 풀들과 잡목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일 년 뒤 고작 성인 허리만큼 올라온 나무가 바람도 불지 않을 때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본 이는 없었다.
식물의 씨앗은 산불에 타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인간들은 엔트들의 터전에 증오와 분노만을 심었을 뿐이었다.
엔트들을 박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산불만으로는 뮤턴트가 된 야생 동물들도 전멸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반격을 받아야 할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북반구의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이고 있을 때 남반구의 바다에서도 검은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었다.
“운전 똑바로 안 하냐! 박 선장!”
“폭풍우다! 폭풍우!”
하루 종일 서쪽으로 항해를 하던 수송선은 감 좋은 특전사들의 예상대로 폭풍우에 휘말렸다.
아직 엔젤의 효능이 남아 있는 대원들은 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엔젤의 효능이 바닥이 난 대원들은 멀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우에에엑!”
“야! 더러우니까 나가서 해!”
“이거 침몰하는 거 아니지?”
“일단 육지로 피항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태평양 쪽으로 엄청 나와서 육지도 섬도 없을 텐데? 태평양에 섬이 있나?”
“하와이?”
“거기는 북반구에 있잖아. 여긴 아직 남반구일 텐데?”
설사 섬이 있다고 해도 망망대해 위에서 섬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초보 선장인 박 중사의 손에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에 다들 암담함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리 엔젤이라고 해도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다들 폭풍우가 물러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점점 세차게 파도가 치는 바다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창수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힘드네.”
거센 폭풍우는 창수에게도 멀미를 불러일으켰다.
컹! 컹! 컹! 컹!
리틀빅만이 재미있는지 흔들리는 수송선을 뛰어다녔다.
폭풍우가 지나쳐 가길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다들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들 수송선 안에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때 수송선의 조타기를 쥐고서는 안간힘을 쓰는 박 중사는 죽을 맛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못 한다고 그랬잖습니까!”
“박 선장! 네 손에 우리 목숨이 달렸다!”
“저한테 목숨 맡기지 말라니까요!”
“야! 저기 파도 온다! 파도 와!”
“이건 수송선이라구요!”
파도를 타고 넘는 선박이 아니라 선회성이 높지 않은 침로 안정성이 높은 선박이 화물선류였다.
그 때문에 군함이나 어선들처럼 억지로 조타기를 돌리면서 급변침을 했다가는 그대로 선박이 뒤집어질 것이었다.
그런 선박의 특성을 그나마 알고 있던 박 중사는 조타기를 움켜쥐고서는 파도를 그대로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하아! 하아! 하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듯한 박 중사의 모습에 도움을 주겠다고 옆에 있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는 선배가 박 중사의 변화를 눈치챘다.
“박 선장! 엔젤 줄까?”
“하아! 하아! 하아! 연속으로 먹어도 돼요?”
박 중사도 엔젤의 효과가 끝이 난 모양이었다.
“몰라. 하지만 너 쓰러지면 우리 다 죽는 거니까!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죽을 위기였기에 다시 각성 효과를 내는 엔젤을 복용해야 했다.
“에이! 줘요! 줘!”
결국 엔젤을 투약하기로 한 박 중사였다.
“잠시만 기다려!”
박 중사에게 엔젤을 먹이면서 박 중사의 뒤통수에 권총의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뭐…… 뭡니까?”
“너 변이하면 머리통 날려 버려야 해서!”
그게 규정이라지만 서운함이 드는 박 중사였다.
‘그냥 확 배 뒤집어 버릴까 보다.’
정말이지 치가 떨렸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기에 뒤통수에 총구를 대고서는 계속 조타기를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도 변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변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들석! 들석!
“박 선장. 뭐야? 왜 이래?”
“어? 엔진이…….”
박 중사는 폭풍우의 충격 때문인지 수송선의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문제가 발생을 했다.
“엔진이 멈췄는데요.”
“그럼 어떻게 해?”
“그걸 저한테 왜 물어보세요. 저 엔진 몰라요. 그리고 이제 그만 뒤통수에 대고 있는 총구 좀 내려놓으시죠.”
“아! 미안. 너 변하진 않았지?”
“아! 지금 장난 할 때가 아니라구요! 기관실! 엔진 상태 점검 좀 해 봐요!”
박 중사는 엔진이 있는 기관실로 연결된 무전기로 연락을 했다.
물론 연락해 봐야 선박 엔진에 대해서 아는 이가 없었기에 별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다시 엔진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수송선의 엔진은 더 이상 걸리지 않았다.
“야! 박 중사! 어떻게 좀 해 봐!”
“아니! 그러게 제가 안 된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습니까! 그리고 총구 좀 치우시라니까!”
동력을 잃은 수송선은 결국 표류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밤새도록 폭풍우에 시달린 특전사 대원들은 다음 날 기진맥진한 채로 수송선의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신음을 흘려야만 했다.
엔젤을 복용해서 강제로 쌩쌩해진 박 중사만이 제대로 작동도 안 되는 조타기를 만지작거리다가 혹시라도 섬이나 육지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선미에 나와 있어야 했다.
그렇게 이틀 동안 더 표류를 한 끝에 박 중사는 감격스럽게도 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육지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