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화
시가전은 최악이다.
과거 최악의 전장이라 하면 세계 1차 세계 대전의 참호전을 뽑는다.
단 100m를 전진하기 위해 수만 명의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최악의 전장인 참호전은 전차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런 참호전 이후 최악의 전장은 단연코 시가전이었다.
수많은 엄폐물이 놀이동산처럼 가득한 도시 속.
강력한 전차들조차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리는 시가전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로 죽어 나가는 전장이었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적이 숨어 있을 건물을 완전히 날려 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물들이 수백 아니 수만 채가 있는 거대한 도시라면 물리적으로 적이 숨어 있는 엄폐물들을 전부 제거하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핵이라는 최종 병기를 사용한다면 가능했다.
당연히 핵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단, 인류의 적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인류의 생존을 위한다는 조건이 걸린다면 무차별 핵전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건물 내부를 통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거리에 좀비들이 많습니다.”
“건물 내부도 분명 좀비들이 있을 텐데.”
“예. 확실할 겁니다. 뚫고 가기에는 위험합니다.”
“되도록이면 총기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을 것 같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사격을 하도록 해.”
소리가 좀비를 끌어들이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소리를 내서 도움이 될 일은 없었다.
총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음기는 소리를 줄여주는 것이지 소리를 없애주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소음기의 단점도 명확하기에 소리 줄이겠다고 소음기를 다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되도록 소리를 줄어야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면 망설이지 않고 써야 할 터였다.
“가지. 시간이 많지 않아.”
너무 멀리 우회를 할 수도 없었기에 어느 정도는 강행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창수의 우회팀은 빠르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창수의 손에는 소총이 아닌 대검이 들려 있었고 창수 바로 뒤로 임 상사가 기관단총을 든 채로 서포트를 하기로 했다.
창수가 좀비를 제거하기 힘들다면 임 상사가 즉시 제거를 하기로 한 것이다.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창수가 끝까지 우겨서는 한번 해 보기로 한 것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간 우회팀은 반대쪽 출구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내 반대쪽 출구 방향에서 다수의 좀비를 발견하고서는 인상을 찡그려야만 했다.
건물 내의 좀비들이 문이 닫혀 있는 것에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층으로.’
창수 혼자였다면 강행 돌파를 해 볼 터였지만 부상자들도 있었기에 괜히 위험 부담을 가질 수 없었다.
결국 1층에 모여 있는 좀비들을 피해 2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오래된 나무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다행히 소음은 크지 않았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히 2층까지 올라간 우회팀은 2층에서 건물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창문을 찾았다.
좀비 사태 때문인지 대부분의 문이 잠겨 있었다.
열려고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소음이 나면 1층의 좀비들이 몰려오게 될 수 있었으니 억지로 문을 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찾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에 문을 잠근다.
문 안쪽의 좀비는 다행히 없는 듯했다.
“이 정도 문 크기면 내려가는 것에 별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밧줄로 부상자들을 내리기로 하죠.”
“그럽시다.”
2층 정도의 높이는 특전사나 소방대원들에게 그다지 부담되는 높이는 아니었다.
훈련 때마다 그 이상의 높이도 뛰어오르고 뛰어내리기 일쑤였다.
물 흘러내리듯이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지상에 내려온 이들은 부상자를 부축해 바로 이동하고 있었다.
경험 많은 임 상사의 수신호에 따라 창수가 먼저 이동하고 다들 창수의 뒤를 따라 이동을 한다.
긴장감으로 인해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 끈적거림과 불쾌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창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을 때 그 긴장감을 깨는 소음이 들려왔다.
“사…… 살려 줘요! 여기에요! 여기! 살려 줘요!”
순간 들려온 고함에 우회팀은 다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4층 규모의 건물.
한 창문 안에서 손을 흔들며 도와 달라는 남자가 있었다.
총기를 든 군인이 보이자 자신들도 구조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적이 같은 인간이었다면 적아를 구분하기 힘들기에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은 좀비라는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였다.
실제 좀비이든 좀비가 아니든 그건 건물 내부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제길! 들켰어! 빨리 뛰세요! 빨리!”
창수는 사람들의 구조 요청 소리에 반응해 달려오는 좀비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뛰어!”
“이익!”
자신들의 동료를 업은 소방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기괴한 으르렁거림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잡힌다면 좀비가 되지 않더라도 온몸을 물어 뜯겨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될 터였다.
아무리 체력적으로 강인한 소방대원들이라고 할지라도 자신과 엇비슷한 성인 남성을 업거나 부축해서는 전력으로 뛰기란 힘들었다.
“사격.”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나 많을지 모릅니다!”
임 상사가 뒤쫓아 오는 좀비들을 향해 사격하려고 하자 창수는 임 상사의 총구를 손으로 붙잡고서는 대검을 들고 좀비들을 막아섰다.
창수의 대검이 바로 앞까지 달려온 좀비를 향해 휘둘러졌다.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대검의 날은 좀비의 몸에 닿았다.
대검 다루는 법도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내 부드러운 옷감과 피부 살가죽을 지나 단단한 뼈가 대검의 날에 닿았다.
자른다는 것보다는 부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뼈는 가볍게 부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뼈들이 연달아 대검의 날에 닿았다.
결국 대검의 휘두름은 그 힘을 잃고 멈추게 될 터였다.
적이 하나라면 상관없을 터였지만 적은 다수였다.
뼈에 박힌 대검을 뽑아내는 그 순간의 시간이 죽음을 인도하는 시간이 될 터였다.
하지만 몸통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뼈를 전부 부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놀랍게도 창수의 대검은 수많은 뼈를 건드렸지만 마치 두부라도 베어낸 것처럼 좀비의 몸을 잘라버렸다.
“목.”
몸통을 통째로 자른다는 것은 힘든 일임을 안 창수는 살짝만 붙잡아도 부러져 버릴 것 같은 좀비들의 목을 노리기로 했다.
툭! 툭!
데구루루!
데구루루!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휘둘러진 대검의 잔상은 붉은 핏빛이었다.
붉은 피가 대검이 휘둘러져 나가는 길을 따라 쫓아오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는 좀비의 피는 걸쭉하고 검은 피로 묘사가 되었지만 아리가의 좀비는 선분홍색의 맑은 핏방울들이었다.
심장도 평소보다 세차게 뛰고 있는 것인지 머리가 날아가자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시간에 수많은 좀비가 땅바닥에 쓰러져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이 입 밖으로 연신 토해져 나왔다.
심장은 폭발할 것처럼 쥐어짜듯이 뛰었다.
분명 그리 심하게 움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미쳐버릴 것 같은 흥분 상태에 빠져들려고 할 때쯤 창수는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가 침범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적인지 아군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조금 전의 흥분처럼 몸이 반응했다.
창수의 대검이 다시 휘둘러지며 창수의 눈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상대를 찾았다.
“임 상사님?”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임 상사의 목울대에 간신히 멈추어진 창수의 대검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짝!
아프지는 않았다.
어지간한 충격으로 맞아 봐야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창수였다.
“정신 차려! 최 하사!”
“죄…… 죄송합니다. 임 상사님.”
“죄송하면 됐고. 빨리 이동한다. 따라와!”
창수는 자신의 뺨을 후려치며 자신을 부른 임 상사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임 상사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을 터였다.
그러한 사실을 임 상사도 알았을 터인데도 임 상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우회팀을 이끌었다.
한 차례 더 좀비와 만나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임 상사의 대검이 좀비의 심장에 박히면서 처리되어 버렸다.
“좀비가 아니라 강화 인간 같은 놈들이군. 단, 이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임 상사님. 피가.”
“괜찮아. 저기 저놈도 멀쩡하잖아.”
생각보다 피가 많이 튀었다.
그 이유는 심장이 훨씬 빠르고 강하게 뛰기 때문이었다.
좀비의 피가 점막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오면 좀비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이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창수는 좀비의 피범벅으로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창수가 좀비 같이 변하지는 않았다.
“최 하사! 이걸로 얼굴이나 닦아! 자칫 구조팀하고 조우하면 니가 좀비인 줄 알고 쏴 버리겠다.”
“예? 아! 예!”
“하여간 첫 파병 임무라고 티를 내는구만! 티를 내!”
창수는 어디서 주운 것인지 모를 천을 받아서는 온통 피투성이인 얼굴을 닦아 냈다.
덜덜덜!
아무렇지도 않고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을 했지만 천을 쥔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창수를 임 상사나 한 중사는 조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특전사라고는 하지만 이제 고작 20살 조금 넘은 애였다.
첫 파병에서의 임무가 너무 고약한 임무였다.
물론 임 상사나 한 중사 모두 이런 임무를 수행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까지 창수처럼 패닉에 빠진다면 다들 살아남을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국영아.”
“예. 임 상사님.”
“니가 좀 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너무 큰 충격으로 창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 여긴 임 상사는 구조팀 본대와의 통신을 위해 데리고 온 한국영 중사에게 자신의 서포트를 맡기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길을 뚫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 상사의 걱정과는 달리 창수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오른쪽! 좀비들 있습니다! 왼쪽에는 없습니다.”
“왼쪽? 확실해?”
“예. 하아! 하아!”
“그럼 왼쪽으로 간다. 퍼지더라도 복귀해서 퍼져. 알았냐?”
“예! 걱정 마십시오. 하아!”
다시 좀비들을 피해 이동을 한 우회팀은 간신히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송 트럭에 도착한 소방대원들 셋 모두가 기진맥진하며 주저앉았다.
“다들 괜찮은가?”
“하아! 하아! 하아!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우회팀의 한바탕 한 것 같은 상태에 구조팀 특전사와 소방대원들은 할 말을 잃어야만 했다.
일비 부대 주둔지까지 가는 동안 검문소가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지금과 같은 우회를 여러 번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회팀의 상태를 본 중대장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아니 자신의 부하에게 그런 명령을 더는 내릴 수가 없었다.
“본대에 연락해. 구출은 성공이지만 복귀에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고.”
“알겠습니다. 팀장님.”
칠레군이 자신들을 막으려고 한다면 그때는 쓸어버리겠다고 이를 악무는 김만춘 대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