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77
제277화
277화
인간은 매우 폭력적이다.
뮤턴트가 나타나기 전 지구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존재를 뽑으라고 한다면 인간이 최고일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규칙을 만들고 법과 윤리 그리고 도덕을 만든 것은 자신들이 가진 폭력성이 스스로를 파괴하기 때문일 터였다.
그렇게 규칙과 도덕이 무너질 때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진 폭력성을 거리낌 없이 표출했다.
“괴물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지도자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는 뛰어난 지도자에 의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상은 아니어도 차선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뛰어난 지도자인지를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는 위대한 존재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그것이 내가 위대한 지도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외부의 권위에 의한 권력 강화는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권력자들이 애용한 방법이었다.
대표적인 것은 역시나 종교를 통한 권력 강화였다.
하지만 신은 인간들의 고난에 응답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신에게 기도를 해 봐야 신은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고 있었다.
더 이상 추상적이고 대답 없는 신은 필요치 않았다.
그에 반해 모습을 드러낸 신적인 존재의 선택은 인간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설령 그 신적인 존재가 가식적인 존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멸망을 코앞에 둔 인간들은 악마라고 해도 손을 잡아야만 했다.
그런데 고대 중국의 역사에서도 신격화되는 용이라고 한다면 권력을 탐하는 권력자에게 엄청난 권위를 줄 수 있을 터였다.
“신녀님. 위대하신 분을 뵙고자 합니다.”
역겨운 인물이었다.
자신이나 빅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지만 다른 인간들에게는 마치 자신이 왕이나 황제라도 된다는 듯이 굴고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의 시장이었던 자였다.
하지만 빅에게 접대를 하고서는 자신이 하늘의 신인 상제에게 선택받은 존재라며 거들먹거렸다.
물론 사람들에게 황룡이라 불리기 시작한 빅은 인간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그분께서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셨다.”
“아…… 알겠습니다. 신녀님.”
빅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신녀라 불리는 밍밍뿐이었다.
스스로 상제의 선택을 받은 황제라 칭하고 있는 남자는 밍밍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 한 채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고작 계집 따위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밍밍의 뒤에는 빅이 있었다.
더욱이 밍밍도 웬만한 뮤턴트는 가볍게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였다.
그렇게 다시 황제라 칭하는 남자가 물러나고 밍밍은 자신을 모시는 여신도들과 함께 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장에라도 서해를 넘어 한국으로 갈 것 같았던 빅은 아직도 중국 땅의 끝에 머물고 있었다.
끼익!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서 누워 있는 빅을 볼 수 있었다.
“언제까지 주무실 거예요.”
“하암! 왔어? 졸린 걸 어떻게 해. 덩치가 커져서인지 영 피곤해서 잠만 쏟아지네.”
빅은 밍밍의 말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계속 잠이 몰려왔다.
이대로라면 수백 년 정도는 충분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님 안 봐도 되는 거예요?”
“하암! 뭐 보러 가긴 가야지.”
딱히 위험한 냄새는 나지 않았기에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았다.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려고 하다가 밀려드는 졸음에 석 달 넘게 잠이 들었다가 방금 깬 것이다.
빅도 자신이 왜 이리도 졸린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지금까지 먹어 치운 것들을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야.”
“적당히 좀 드시지.”
“그러게 말이야. 적당히 먹었어야 하는데. 킁! 킁!”
빅은 냄새라도 맡는지 주변을 킁킁거렸다.
“또 새로운 냄새가 나네.”
“저번에도 그러시더니. 식탐 좀 어떻게 해 보세요.”
“끄응! 날 만든 놈들이 이따구로 만들었는데 어쩌란 말이야. 내 몸의 유전자 단위로 식탐이 가득하도록 만들었어. 그리고 사실 나는 두려워.”
“뭐가요?”
“내가 주인을 먹어 치울까 봐.”
“주인님을요?”
“그래. 맛있는…… 맛있는 냄새가 난단 말이야. 주인님은 내 생명의 은인인데 말이야.”
빅이 한국에 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졸려서이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탐스러운 냄새를 내고 있는 창수를 잡아먹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간들은 자신을 용이라 칭하지만 용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아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렇게 빅은 창수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지금껏 미적거리고 있었다.
밍밍은 그렇게 하품을 하는 빅의 커다란 입을 보며 물었다.
“저는 맛있는 냄새 안 나요?”
“왜? 잡아먹을까 봐?”
“예.”
“걱정 마라. 너는 다 먹어 본 것이어서 말이야.”
빅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하면서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밍밍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렸다.
밍밍이 흡수한 뮤턴트들은 전부 빅도 먹어 본 것이었다.
더욱이 그 정도 욕망에 흔들릴 만큼 빅의 자제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갈지 말지는 빅의 마음으로 남았다.
“그나저나 여기도 꽤나 시끄럽네.”
“그게 다 빅 님의 위세를 등에 업으려는 것이잖아요.”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관심이 없어. 그냥 밍밍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건 어때?”
“제가요?”
“그래. 보니 인간들이 신녀님이니 뭐니 하던데.”
“관심 없어요.”
관심이 없다는 밍밍의 말에 빅은 피식 웃었다.
자신과는 달리 여기 생활이 꽤나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인간들의 모습이 꽤나 재미있을 터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잠에서 깨어난 빅과 함께 밍밍이 대화 중이던 때에 누군가가 허겁지겁 빅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내 빅 님께서 허락하지 않았으니 아무도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밍밍은 자신의 말을 거역하고 들어온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화를 내었다.
하지만 스스로 황제라 칭하는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빅에게로 달려가 간청을 하려고 했다.
“위대하신 황룡이시여! 상제를 모시는 저를 위협하는 간악한 역적에게 천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황제는 빅에게 역적을 처단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꽤나 다급해 보이는 황제였다.
그리고 잠시 후 황제를 쫓아온 반란군의 무리가 빅과 밍밍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저…… 저놈! 저놈이 감히 위대하신 황룡과 신녀님을 거역하는 역적입니다!”
황제는 심드렁해 보이는 빅에게 피투성이의 남자를 가리켰다.
빅의 신전으로 들어온 남자는 빅의 모습을 보고서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말로는 들었지만 황룡을 직접 눈앞에서 본 것이다.
수많은 뮤턴트들을 보았지만 눈앞의 괴물은 뮤턴트 따위라고 말을 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거짓 황제의 말처럼 정말로 하늘의 상제가 인간들을 위해 지상에 보내 준 황룡인 듯했다.
만일 그렇다면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킨 자신은 정말로 역적이 되는 것이다.
싸워 봐야 승산이 없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을 착취하며 자신의 탐욕만을 채우는 황제였다.
하지만 그것이 상제의 뜻이라면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몸만 떨 뿐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는 반역자에 황제는 역시라고 생각을 하며 의기양양해졌다.
‘제깟 것이 그래 봤자지!’
역시나 황룡에게 선택받은 자신을 어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황룡이시여! 저 역적 놈에게 천벌을 내려 주소서!”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예?”
“네놈이 할 일은 네놈이 직접 해라. 나에게 떠넘기지 말고.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나의 주인뿐이다.”
빅의 심드렁한 말에 황제는 당황했다.
황룡인 빅이 역적에게 천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자신은 눈앞의 역적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다 뿐이지 인간을 도울 의무도 딱히 빅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황제의 말을 거부하는 빅의 모습에 당황을 한 것은 황제뿐만 아니라 반역자인 유엽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다들 당황해하는 사이 밍밍이 나섰다.
“하늘의 천명을 얻은 자가 상제의 선택을 받는다. 그대들의 천명을 상제의 앞에서 증명해 보아라.”
빅은 밍밍의 말에 또 저런다는 생각을 하며 커다란 머리를 푹신한 목 받침에 놓고서는 구경을 할 준비를 했다.
“천명을 얻은 자가 황제?”
유엽은 밍밍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듣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품 안에서 검을 꺼내 드는 유엽이었다.
“이…… 이익! 웃기지 마라! 네놈 따위가 감히 황제를 칭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황제는 화를 내며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고함을 질렀다.
자신이 황제였다.
존재하는지도 모를 상제에게 선택된 존재는 바로 자신이어야만 했다.
“네놈의 악행도 여기서 끝이다! 네놈의 악행이 하늘에 닿아 천벌을 내리는 것이다! 상제의 명에 따라 네놈을 처단하겠다!”
신을 믿지 않는 유엽이었다.
다들 황룡의 분노를 살 수 있다며 말릴 때에 유엽은 황룡 따위는 없다며 반란을 이끌었다.
물론 실제로 만난 황룡에 당황한 유엽은 황제가 그토록 외쳐대던 상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미 황룡인 빅이 말한 것처럼 황룡의 주인이 상제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유엽은 황제의 죄업을 조목조목 외쳐대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고혈을 짠 사실을 외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제가 보낸 황룡에게 자신이 반란을 일으킨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유엽의 말이 이어지자 구경을 하고 있던 빅의 입이 열렸다.
“이건 너무했네.”
그것으로 황제를 처단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은 완성되었다.
“화…… 황룡이시여! 저 역적의 말은 거짓이옵니다! 상제의 사자인 황룡님을 기망하는 거짓이옵니다!”
자신이 살길은 오직 빅에게 달려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빅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직접 싸워서 이긴 자의 말을 믿도록 하지. 모든 것은 상제의 뜻이시다.”
빅은 밍밍을 힐끔 바라보았다.
‘기어코 저 양반을 죽이려는 거로구만. 은근히 무서운 애였네.’
밍밍의 말에 따라 황제와 유엽은 목숨을 건 대결을 해야만 했고 당연하게도 황제는 유엽에게 죽임을 당해야만 했다.
황제를 죽인 유엽은 황룡의 옆에 서 있는 신녀인 밍밍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을 터였다.
신전의 입구 앞에는 황제의 부하들도 달려와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전의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한 채로 신전 입구에 엎드려 있었다.
“새로운 황제가 탄생했다. 인간들은 새로운 황제를 모시고 사악한 괴물들을 물리쳐 상제의 뜻을 온 세상에 퍼트리거라.”
밍밍은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빅을 대신해 꽤나 그럴듯한 쇼를 했다.
중국 전설의 서왕모처럼 신녀인 밍밍은 동쪽에 있다며 동왕모라 칭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황제 폐하! 만세!”
“상제 만세!”
“황룡님과 신녀님 만세!”
십 년 전만 해도 인간이 모든 세상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인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게 되었다.
새로운 황제가 된 유엽은 황룡과 신녀 앞에 자신의 무릎을 꿇고서는 전 황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천명을 받았다.
세상의 괴물들을 물리치고 상제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황제의 제일의 목표가 되었다.
물론 신녀에게 버림받는다면 언제 전 황제처럼 죽을지 알 수 없었기에 전 황제처럼 황룡과 신녀를 모시는 것에 소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유엽은 전 황제의 세력까지 장악해서는 끊임없이 괴물들과 싸워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훗날 유엽은 신녀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게 되었고 그 아들이 다음 황제가 된다.
신녀의 힘을 가지고 신녀의 도움을 받은 다음 황제인 유청은 신기한 힘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뮤턴트들을 완전히 물리치지는 못했어도 비교적 안전한 국가를 만들었다.
“역시 남자는 잘생기고 봐야 하는가 보군.”
밍밍이 유엽과 정분이 난 것에 빅은 역시나 남자는 얼굴이라는 시답지 않은 말이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