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99
제299화
299화
겨울 동안 특수 변이를 위한 예방 접종이 실시되고 있을 때 창수와 뮤턴트 대원들도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참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이야. 인간들 돕다가 인간들에게 배신당하고 그런데도 또 인간들을 돕고 있네.”
경기도 이남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 있었고 그들은 뮤턴트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들과도 싸워야만 했다.
그렇게 싸워서 이기면 좋겠지만 패배를 하면 목숨까지도 위협을 받았다.
결국 이리저리 떠돌다가 산속으로 들어온 이들이 있었다.
약탈자들도 산속까지 쫓아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철망과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뮤턴트를 상징하는 문양이 철판에 그려져서는 걸려 있다.
하지만 뮤턴트들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결국 철조망을 넘어 들어갔다.
그 철조망 안에 정말로 뮤턴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부와 군대가 위험하다고 했기에 그냥 그렇게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이상 약탈자들에게서의 위협은 사라졌다.
하지만 유독 추웠던 겨울이었다.
아무리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있어도 옷 사이를 뚫고 들어와서 뼈마디까지 얼려 버리는 삭풍은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나 어린아이들과 나이 든 노인들은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먹을 것이라도 풍부하면 모르겠지만 약탈자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이들이었다.
결국 추위와 배고픔에 쓰러져야만 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약탈자들과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이보시오. 정신 차려 보시오! 이보시오!”
누군가가 몸을 흔들었다.
사람의 목소리에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몸 안에 힘이 남아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이 생겨서는 몸을 일으켰지만 이내 절망 어린 눈동자로 몸을 뒤로 빼야만 했다.
“괴…… 괴물.”
“끄응! 이제는 주둥이가 아프네. 뭐, 괴물은 괴물이 맞는데. 나쁜 괴물은 아니고 착한 괴물이오.”
“착한 괴물?”
대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숴 버리고 자신의 피와 살점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당장이 아닐 뿐 결국에는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일단 휴게소까지 데려다 드리겠소. 거기 가면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쉬다가 내려갈 수 있으면 내려가시오.”
“예?”
“걸을 수 있겠소?”
“그게.”
“흐음! 다들 하나같이 약해 빠졌다니까.”
뮤턴트는 걸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인간을 등에 둘러업었다.
“히익!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아! 좀 가만있으시오! 지금 살려 주려고 하고 있지 않소! 조금 흔들릴 거요! 잘 잡고 있으시오!”
“히익!”
뮤턴트는 거친 산길도 성큼성큼 걸었다.
눈이 덮여 있어서 미끄러웠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는 도로가 나타났고 그 도로를 따라 얼마쯤 가니 터널이 나왔다.
대한민국은 터널이 무척이나 많았다.
고속도로에도 국도에도 꽤나 많은 터널이 있었고 그런 터널들은 전쟁 시에 방공호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방공호가 아니라 곰이 겨울잠을 보낼 때나 사용할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었다.
터널 입구나 출구에는 혹시라도 뮤턴트나 인간들의 습격을 대비해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터널의 입구도 나무들로 가려 두었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바람이라도 막으려고 해 놓은 것이었다.
봄이 되어 시간이 남으면 돌이나 나무로 제대로 벽을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터널 안에는 어디서 구해 온 것인지 모를 드럼통들이 있고 그 안에 나무를 넣어서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드럼통들 앞으로 사람들과 뮤턴트들이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터널의 크기에 따라 드럼통의 숫자도 달랐다.
너무 많이 놓으면 이산화탄소 중독에 걸릴 수 있었고 그 때문에 터널의 입구와 출구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여…… 여긴?”
“피난처다. 뭐 그리 따뜻하진 않지만 그래도 밖에서 자다가 얼어 죽지는 않을 거다.”
뮤턴트는 자신이 잡아 온 사람을 터널 바닥에 내려놓았다.
얼떨떨해하며 터널 내부를 바라본 남자는 마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터널 내부는 커다란 쓰레기 창고와도 같았다.
산간 지역의 마을에서 각종 물품들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 창고 사이로 사람인지 뮤턴트인지 모를 기괴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먹어. 추워.”
“히익! 뮤턴트?”
남자는 뮤턴트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 뮤턴트 아니야. 고…… 고블린. 고블린이야.”
“고블린?”
키는 초등학생 정도 되었다.
어둠 속에서 보면 사람인지 뮤턴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자 확연하게 구분이 되었다.
그나마 사람의 옷들을 걸치고 있었고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이거 차다. 마시면 몸 따뜻해진다.”
스스로 고블린이라고 한 뮤턴트는 남자에게 김이 나는 컵을 내밀었다.
“이봐! 형씨! 빨리 마시고 이리로 와서 불이나 쬐어.”
남자는 걸걸한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불씨가 튀어 오르는 드럼통 옆에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물론 머리는 산발이고 수염은 가득 나서 귀신인지 아니면 노숙자인지 분간이 어려웠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다시 자신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컵을 내밀며 미소를 짓고 있는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뭐가 어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컵을 받아들자 온기가 느껴졌다.
안 그래도 허기지고 목이 말랐기에 남자는 조심스럽게 받아 마셨다.
녹차인 듯 조금 오래된 냄새가 나는 듯했지만 따뜻한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직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감각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차를 받아 마시고서는 온기가 퍼지는 드럼통의 옆에 앉았다.
그런 남자의 옆에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아무리 봐도 뮤턴트인 것이 분명한 것들이 있었다.
뮤턴트라면 인간을 무조건 공격한다고 들었는데 전혀 그런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인간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도 딱히 알지는 못하는 듯했다.
잠시 후였다.
쿵!
“알아서 먹어!”
터널의 입구에 커다란 덩치의 뮤턴트가 커다란 사슴인지 고라니인지 모를 동물을 던져 놓고서는 사라졌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해서 사슴 주변을 뛰며 구경을 했다.
모여 있는 아이들 중에 인간도 있고 뮤턴트도 있는 것이 꽤나 이질적이었다.
“형씨. 와서 도와.”
“어?”
“도우라고.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니야.”
남자가 일어서서는 사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애들은 저리 가서 놀아라! 가죽 안 상하게 조심히 벗겨!”
칼을 챙겨서는 가죽을 벗기고 굳어 있는 고기를 잘라낸다.
노란 기름기가 껴 있는 곳에서 냄새가 났지만 방금 전에 터널로 온 남자의 입에서도 군침이 돌고 있었다.
허기짐이라는 조미료에는 그 어떤 음식도 산해진미가 되는 법이었다.
터널 내부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있었다.
커다란 솥 안에 고깃덩이를 넣어 끓이자 생각보다 넓은 터널 안은 고깃국 냄새로 가득 채워졌다.
그 고기 냄새에 인간도 뮤턴트도 입에 군침을 흘린 채로 기다렸다.
그 순간만큼은 인간에게도 뮤턴트에게도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다들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화장실은 밖으로 가서 봐. 고기 먹은 지 오래되었으면 국물은 마시지 말고. 속이 놀라서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까. 설사하면 골치 아파져.”
몇몇 충고를 해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인간도, 그리고 뮤턴트도 갑자기 속으로 들어온 기름기에 속이 놀란 것인지 설사를 했다.
“뮤턴트도 설사를 하는구만.”
“뮤턴트는 뭐 동물 아닌가. 다 똑같지.”
“뮤턴트는 괴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인간이든 뮤턴트든 구분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니까 그리 아시오.”
터널 대피소에 온 남자는 터널 내의 불문율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규칙이 그렇다면 그 규칙에 따라야 했다.
터널 밖으로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한동안은 계속 머물러 있어야 했다.
나가는 것은 막지 않았다.
가끔 자신처럼 인간이나 뮤턴트가 들어왔고 인간이든 뮤턴트든 터널 안의 상황에 당황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고 불문율을 지키면서 지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깊은 산속이라 봄이 다소 늦게 찾아왔지만 다들 각자의 할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집단이나 말썽이 생기는 경우는 있었다.
인간이든 뮤턴트든 힘이 센 쪽이 약한 쪽을 괴롭히고 이용해 먹는다.
그건 생명체의 당연한 본능이었다.
하지만 과도하면 집단 전체를 위협했다.
그 집단을 지배하려던 이가 나타났지만 터널 대피소 내에서의 강함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다.
“너 추방. 여기서 나가라!”
한 번씩 사람이나 뮤턴트들을 데리고 오고 터널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뮤턴트는 터널 대피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인간이나 뮤턴트들을 추방시켰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만! 두 번 다시는 소란을 피우지 않겠습니다!”
“죽여 버리기 전에 꺼져라.”
재판이니 뭐니 하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마치 영주처럼 군림하는 군복을 입은 뮤턴트는 말썽을 부리는 존재를 터널 대피소에서 추방을 했다.
겨울은 지났지만 아직 터널 밖은 춥고 배고팠다.
홀로 살아가기에는 힘들었다.
후회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쫓겨나야만 했다.
약탈자들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왔지만 산속도 결코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뮤턴트에게 발견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터널 피난소에서 쫓겨난 것인지 산속에 쓰러져 죽어 있는 인간이나 뮤턴트의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간이나 뮤턴트는 짐승들이 뜯어먹어서 엉망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어지자, 결국 쫓겨난 인간은 산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괴물 놈들! 내가 그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 전부 죽여 버릴 거야! 전부!”
자신이 패악질을 부려 쫓겨난 것이었지만 자신을 쫓아낸 사람들과 뮤턴트들에 대해 분노를 하고 증오를 했다.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것이었다면 쫓겨나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렇게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조망이 나타났고 철조망을 조심스럽게 넘어 괴물들의 땅이 아닌 인간들의 땅으로 들어섰다.
철조망의 안을 인간들의 땅으로 부르고 밖을 괴물들의 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이때쯤부터였다.
그렇게 다시 인간들의 땅으로 들어섰지만 인간들의 땅이라고 해서 괴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더욱이 인간도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당장 괴물들의 땅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같은 인간 때문이었다.
그렇게 혼자서는 살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집단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도시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탈자들에게 걸렸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저는 뮤턴트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자신은 한사코 인간이라며 외친 남자는 의아해하는 약탈자 두목에게 자신이 산속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소 허풍을 하며 말을 하는 남자의 말에 약탈자 두목은 관심을 보였다.
“정말로 식량과 여자, 그리고 노예로 쓸 만한 뮤턴트들이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분명 있습니다! 제가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지만 꽤나 호기심이 드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