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11
제311화
311화
다음 날 아침 동이 뜨는 시간, 집 안에서 잠들어 있던 뮤턴트들이 집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러고서는 바다로 나가려는 것이었다.
굳이 섬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뮤턴트들은 자신들의 시작이 육지에서였음을 기억하고 있는지 바다와 육지를 오고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삶의 터전을 완전히 바다로 삼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도 육지에서는 잠을 자는 것 말고는 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항구의 선착장에 다다른 뮤턴트들은 바다로 들어가는 선착장의 끝자락에 인간이 있음을 확인하고서는 화들짝 놀랐다.
사나운 맹수라고 해서 무조건 흉포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사냥감을 사냥할 때 맹수는 사냥감을 아주 오랜 시간 주시한다.
무턱대고 돌진을 하는 것은 오히려 놀라서이거나 물러날 퇴로가 없을 때의 일이었다.
그렇게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만난 인간은 대마도 섬의 뮤턴트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인간이 뮤턴트를 갑자기 보았을 때처럼 뮤턴트들도 인간을 갑자기 보았을 때 느끼는 놀람과 공포는 동일했다.
“혹시 그대들 중에 불완전 변이체가 있는가?”
일본에서 몇 달 동안 작전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일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대학생 때의 창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일반인이었지만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인해 두뇌도 꽤나 활성화가 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육체뿐만 아니라 두뇌도 초인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뮤턴트들 중에 하나 있을 법한 불완전 변이체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공포와 경계는 점차 익숙함으로 다가와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변해 갔다.
고작 하나였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수백이 넘었으니 그냥 우르르 몰려가 자신들의 두 팔로 움켜쥐고 두들겨 패며 사지를 뜯어내면 그만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바로 뒤편의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면 되었다.
“불완전 변이체가 없는 건가?”
창수는 자신의 감각을 건드리는 뮤턴트들의 살의를 느끼며 별수 없이 전부 죽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인간이 아니었다.
지리산에서 뮤턴트들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공격적인 뮤턴트들을 살려 줄 만큼 창수는 연민이 깊은 인간도 아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뮤턴트를 죽인 인간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창수를 뽑을 터였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에게로 다가오려는 뮤턴트들에게 아룬의 검을 뽑아 들려고 했다.
“불완전 변이체가 뭡니까?”
뱀과 같은 뮤턴트들 속에서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뮤턴트가 하나 나왔다.
“그대 같은 존재를 불완전 변이체라고 한다.”
“인간의 기억을 가진 존재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렇군요. 그런데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한국.”
한국에서 왔다는 창수의 말에 불완전 변이체는 꽤나 놀라워했다.
물론 대마도에서 한국까지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었다.
몇몇 뮤턴트들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한국의 해변가에 몇 번 찾아가 보기도 했다.
내륙으로 일부 뮤턴트들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따끔한 햇빛에 비늘 피부가 말랐기에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더욱이 먹을 것들은 육지보다는 바닷속이 훨씬 많았으니 육지로 가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무슨 일로 한국에서 쓰시마에 오신 겁니까?”
“이곳이 살 만한 곳인지 알아보려고 왔네.”
“살 만한 곳인지 알아보러 오셨다구요?”
“그래.”
대마도를 침략하러 왔다고 대놓고 말을 하는 창수를 보고 이노키는 황당해했다.
물론 대마도의 대부분의 땅은 버려져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자신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살든지 말든지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같은 공간에 있다면 서로가 불편해질 것은 분명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 같군요.”
“그럴 것 같네!”
너무나도 순순히 동의한다는 창수의 대답에 이노키는 다시 황당해했다.
불완전 변이체가 아닌 다른 뮤턴트들은 이노키에게 인간과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노키도 불완전 변이체이기는 하지만 자신과 같은 종족의 뮤턴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 보였다.
이노키의 설명을 들은 뮤턴트 중에 하나가 꽤나 다혈질인 듯이 창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뮤턴트는 창수에게 가까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창수는 아룬의 검으로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철제 구조물을 베어 버렸다.
쿵!
첨벙!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잘린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바닷속으로 빠졌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설득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냥 힘으로 찍어 눌러 버리려는 창수였다.
설득을 할 수 있다면 설득을 하고 동의를 구하겠지만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대마도에 일본인들이 있었다면 오히려 힘들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상대가 뮤턴트라는 것에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창수였다.
사실 밤중에 전멸시키려고 했다면 진작 할 수 있었다.
“일본 본토 쪽의 사정에 대해서 알 수 있나?”
“모릅니다. 당신, 인간이 아니군요.”
“그대도 인간이 아니지 않나.”
인간의 기억을 가진 이노키였지만 자신의 모습도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자신보다 눈앞의 창수가 더 인간다워 보일 것이었다.
“정말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뮤턴트들을 이주시켜 올 거다.”
“예? 인간이 아닌 뮤턴트를요?”
“그래. 너희와 같은 종은 아니지만 뮤턴트들을 이주시켜 올 생각이다. 그대들이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그대들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 그대들의 영역을 침범할 생각도 없고.”
“그걸 어떻게 믿죠?”
“믿든 안 믿는 상관없어. 지금이라도 나 혼자 그대들을 전부 죽일 수 있으니까. 이건 통보다. 아니, 경고라고 해 두면 될 거야. 우리가 오고 난 뒤 우리를 공격할 생각은 버리라는.”
창수로서도 다른 대안은 없었다.
일본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더라도 단번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리산에서 거제도로 옮겨 오고, 그리고 다시 대마도로 옮긴 다음에 일본으로 가야만 했다.
대마도에서의 생활이 나쁘지 않고 일본으로의 이주가 쉽지 않다면 그대로 대마도에 머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 두고 있으라는 창수의 통보에 뮤턴트들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창수는 넋을 잃고 있는 뮤턴트들을 놔두고서는 남쪽 해안가를 향해 뻗어 있는 도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노키에게 한마디 더 질문을 했다.
“혹시 섬에 다른 뮤턴트들이 있나?”
“있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뮤턴트가 하나가 아닌 또 있다는 말에 창수도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에게야 빈 땅인 것이지, 세상에 빈 땅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었다.
뮤턴트들이 점령을 해도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빈 땅이라 할 터였다.
그렇게 대마도에 다른 종의 뮤턴트가 더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창수는 더 이상 뮤턴트들에게는 볼일이 없다는 듯 남쪽 도로로 향했다.
전멸시키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니 그냥 놔두는 것이다.
불완전 변이체가 없거나 공격적이었다면 선착장은 뮤턴트들의 시체로 가득 찼을 터였다.
대마도의 39번 지방도를 따라 남쪽으로 쭈욱 내려간 창수는 생각보다 대마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마도에는 와 본 적이 없어서 작은 섬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크기가 컸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간 창수는 대마도 382번 국도에 도착했다.
대마도 내륙을 관통하고 있는 2차선의 도로로 대마도 남쪽 섬의 쓰시마시까지 이어져 있었다.
처음 대마도 북쪽 끝에 도착했을 때 접했던 도로였다.
그런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자 다리가 나왔다.
“저기가 대마도 남쪽 섬인가 보군.”
면적은 북쪽 섬이 더 넓었지만, 대마도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쓰시마시는 남쪽 섬에 위치해 있었다.
쓰시마시에서 남쪽으로 일본의 이키섬이 있었고 이키섬도 생각보다 작은 섬은 아니었다.
그런 이키섬 아래로 일본 규슈가 있는 것이다.
창수는 과거 일본의 해처리 사태 시에 최후의 방어선을 규슈로 잡기로 했던 것을 떠올렸다.
물론 지금은 일본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는 동안 이노키가 말을 한 뮤턴트는 보이지 않았다.
“밤에 나오려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웬만한 거리까지는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섬의 곳곳에서 보이는 뱀이나 소형 설치류 외에는 뮤턴트라고 할 만한 생명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리를 지나 쓰시마시 쪽으로 향했다.
쓰시마 공항 아래의 터널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쓰시마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내까지 가려면 좀 더 가야 했지만, 해안선을 따라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 시였다. 한국의 군 정도의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쓰시마 전체의 인구가 3만 명 내외였으니 시라고 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었다.
남쪽에도 인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쓰시마의 사람들 전부가 한국이나 일본으로 떠나 버린 것인지 아니면 뮤턴트들에게 잡아먹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식량으로 쓸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지만 남은 것이 없었다.
“뱀이라도 잡아먹어야 하려나?”
그나마 뱀들은 제법 많았기에 뱀을 잡아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안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게네.”
모래사장에 게가 있었다.
“뮤턴트로군.”
생김새는 아무리 봐도 게였지만 게의 크기가 인간보다 훨씬 컸기에 뮤턴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체 뭘로 변이가 진행된 건지.”
어떤 변이 유발 물질에 의한 것인지는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해안가 도로에서 백사장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창수에게 뮤턴트 게는 꽤나 호전적으로 달려들었다.
족히 2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게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모습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창수는 뮤턴트 게가 대게나 홍게와 맛의 차이가 날까 하는 궁금증만 품고 있었다.
뮤턴트 게의 커다란 집게를 아룬의 검으로 베어내 버린 창수는 게의 몸을 발로 차서는 뒤집어 버렸다.
“냄새는 나쁘지 않은데.”
잘린 집게발 속의 살점을 코에 대고서는 냄새를 맡아 본 창수가 공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불에 한번 구워 먹어 보려는 것이었다.
집게 하나였지만 생각보다 크고 속은 살점으로 꽉 차 있어서 집게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았다.
몇몇 뮤턴트 게들이 더 덤벼 왔지만, 발로 차서는 몸을 뒤집어 버리자 겁이라도 먹은 것인지 바다 쪽으로 도망을 가 버렸다.
뮤턴트 게의 집게발을 불에 구워서 먹어 본 결과 창수는 대마도가 마음에 들었다.
“식량 문제도 해결이네.”
큰 뮤턴트 게도 있었지만 작은 뮤턴트 게들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번식을 하는 뮤턴트 같았다.
뱀 말고는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았던 대마도였지만 뮤턴트 게라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을 발견한 것이다.
창수는 약속 시간까지 대마도의 내륙까지 뒤지며 살펴보고서는 사오자키 공원으로 되돌아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쯤 한 척의 배가 대마도로 다가왔다.
규슈까지는 가 보기 힘들었지만 적당한 대체지를 찾은 것이다.
그렇게 창수는 배를 타고 다시 거제도로 향했고, 대마도의 바다에서는 뮤턴트들이 한국 쪽으로 가는 창수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마도 남쪽 섬에는 뮤턴트 게로 인해 위험해서 내려오지 않았지만, 북쪽 섬은 뱀 뮤턴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바다 위에서라면 자신들이 유리할 테니 배 위의 창수를 공격할까 했지만, 창수의 살기를 느끼고서는 포기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뮤턴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