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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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악마와 결탁해서 수상한 주술을 부리고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끼친다던 중세 시대의 존재.
하지만 실상은 돈이 많은 과부나 노부인을 노려 그 재산을 교회에 환수하려고 했던 수작질에 불과했고,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는 광기에 휩쓸려 무고한 희생자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다.
그런 마녀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마녀가 마을에 있다고요?”
“아뇨, 마녀의 저주가 남아있다고만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마녀가 마을에 있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네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야기 자체는 평범해요. 마을에서 못된 짓을 하던 마녀가 마을 사람에게 쫓겨나서 저기, 산 어딘가로 갔대요. 하지만 마녀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던 거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마녀는 떠나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붙잡아서, 가축과 함께 결합시켰어요. 그러니까 반은 동물이고, 반은 인간인 존재가 탄생한 거죠. 그 어중간한 존재들은 다시 한쪽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대요.”
으.
“한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사람, 아니면 가축. 둘 중 하나를 택해서 먹어야 했죠. 하지만 사람은 집단행동을 하고, 또 무기를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가축을 잡아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온몸이 오그라들고 늘어나면서 먹었던 동물로 변해갔죠.”
“그, 그래서요? 그렇게 동물로 변한 사람들은…….”
“미쳤죠. 원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동물에 적응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미친 동물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전부 죽여버렸답니다.”
미친 중세 전설.
하드코어에도 상중하가 있다면 분명 지금은 상급 하드코어 구간이겠지.
“그래서 저주는 풀렸나요?”
“그건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 사람들은 가축을 안 기르게 되었다고 해요.”
“왜요?”
“혹시나 숨어있던 마녀의 수하들이 다시 찾아올까 봐서요.”
“진짜예요? 너무 잔인하고 이상하잖아요.”
“글쎄요, 그러니까 저희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 거겠죠? 지금은 닭이니 뭐니 안 기르는 것만 빼면 평범한 마을이니까요.”
나도 듣다가 도망갈 뻔했다.
외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안 퍼지는 이유가 있었네!
그런데, 듣다 보니 뭔가 놓친 것 같은데.
“저기. 혹시 최근에 가축을 길렀던 집은 없었나요?”
“한 3년 전인가, 어느 집에서 강아지를 길렀는데요. 며칠 못 갔죠.”
“그 뜻은.”
“네, 그대롭니다. 도련님의 회색 말 같이 처참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요. 그런 조그만 놈도 가축으로 치나 봐요.”
3년 전. 아직 내가 빙의하지 않았을 때였나.
북부의 구전 설화와 같은 맥락이라면,
여기에도 유릭이 무슨 일을 벌여놨다는 말인데.
다행히 사람들은 별 이상이 없는 것 같고.
……혹시.
‘아직 밑밥을 깔고 있나.’
그럴 수도 있었다.
가축을 죽이는 건 사실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물며 마수와 친근한 유릭이라면 가축 따위 눈 깜짝할 새에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시스템이 어딘가에 깔려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럼 여기서 내가 취해야 하는 행동은 두 개로 나뉜다.
첫 번째, 레안드로스와 아멜리아에게 이 사실을 공유하고 조력한다.
두 번째, 자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을 만큼 알아내고 레안드로스는 밥상에 숟가락만 올릴 수 있게 한다.
아무래도, 가능하다면 첫 번째를 선택하고 싶지만.
내가 고민에 잠겨 있자 젠이 슬쩍 눈치를 보던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마녀가 진짜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왜, 아까 마녀가 산으로 쫓겨났다고 했잖아요? 그쪽으로 가면 무너진 집이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자꾸 마을 사람 중에서 가끔 그 근처로 산열매를 따러 갔다가 낄낄 웃는 마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그 마녀의 집, 어디죠?”
“네? 왜요?”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말도 안 되죠! 어떻게 거길 알려줘요! 거기 확실히 이상한 곳이라니까요!”
젠이 펄쩍 뛰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상한 곳인지 아닌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목소리만 들었지, 마녀를 본 사람은 없는 거 아닌가? 그러면 한 번 가볼 수도 있죠.”
“위험할지도 모르는데요?”
“상관없거든요.”
아멜리아는 지금 누워있고, 레안드로스는 마을에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겠지.
그러면 차라리 내가 가서 빨리빨리 정보를 취득하는 게 훨씬 나았다.
젠은 눈을 굴리다가 급하게 말했다.
“그, 그럼 도련님만 보내기 뭣하니까 나도 같이 갈게요.”
“아니, 나 혼자만 보내려고? 당연히 길 안내는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이거 참 도련님티 내시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숙모님께 무슨 핑계든 대고 올게요. 반 시간 후에 여기 마구간 앞에서 봐요.”
젠은 양동이와 빗자루를 들고 달려 나갔다.
젠이 시야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내 조끼 안에서 울룩불룩하더니 눈사람이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신자. 따라간다? 감 안 좋다. 권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마녀가 있고, 그게 슬레이를 데려갔을 수도 있잖아. 어떻게 가만히 있어?”
“인간 남자 기다린다? 인간 여자도 기다린다?”
“그 두 사람은 가능한 이런 일에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 혼자만 가는 거 아냐. 너도 같이 갈 거야.”
“신자, 정신 나갔다. 위대하신 아품 자, 쉬고 싶다. 오늘 체온 접했다. 아주 많은 체온을 접했다. 녹는다. 아품 자, 북부 원한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죽어도 한 몸이야. 운명공동체라는 말 몰라?”
“신자. 미쳤다. 이런 신자 싫다. 이런 신자 부담스럽다!”
눈사람은 소리를 꽥꽥 질러댔지만, 씨알도 먹힐 리 없었다.
결국 눈사람은 여전히 내 품속에 숨은 채, 젠과 함께 ‘마녀가 살고 있는 집’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 * *
마녀의 집.
그 근처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해도 겁먹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환청일 가능성이 컸다.
그게 아니면 그 부근에 유릭이 뭔가를 설치해둔 걸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직접 가서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그런데.
“허억, 허억.”
“무슨 사람이 곧 죽을 사람처럼 그렇게 숨을 쉬어요?”
“그, 쪽이, 해보세요……!”
“저도 같이 걷고 있는데요.”
그 전에 산이 이렇게 험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제까지 북부로 건너갈 때를 포함해서 산을 탈 때는 어느 정도 닦인 길이라도 있었는데.
여기는 길 자체가 없었다.
젠도 사람들이 열매를 따러 간 건 먼 옛날 일이었기에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젠의 방향감각에만 의지하며 뒤를 따라가야 했다.
나무며 수풀을 쥐어뜯으며 보이지도 않는 비탈길을 올라갔다고.
야생 다람쥐처럼 휙휙 산을 타는 젠의 뒤를 보며 헉헉 숨을 뱉으며 같이 가달라고 했던 건 덤이다.
젠장.
“혹시 운동 안 해요? 저 살면서 이렇게 약한 사람은 처음 봐요.”
했겠냐!
한국에서는 잔업하고 집에 돌아오면 8시였고!
여기에서는 눈 뜨자마자 죽고 구르다가 회귀할 때마다 몸이 쇠약해지는데, 내가 운동 같은 걸 했겠냐고!
할 틈이 있어야 하든 말든 하지!
젠은 저 앞에서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제 기억상으로는 그러니까, 어, 죽지 마시고.”
“조, 허억, 허억, 헉.”
조용히 해주세요, 입 좀 다무세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조끼 안에서 꿈틀거리던 눈사람이 조용히 말했다.
“신자. 이러다가 체온에 녹는다. 위대한 아품 자, 신도에게 안겨 녹다. 사유. 신도가 산을 탔다. 체온이 올라갔다.”
“너도, 입, 허억, 헉, 닥, 허억.”
눈사람을 품고 있지만 목덜미와 등은 이미 땀이 흥건했다.
나는 악에 받쳐 손에 잡히는 풀떼기를 있는 대로 뜯어가며 한 발씩 내디뎠다.
마녀, 잡히기만 해봐라.
진짜 죽는다.
얼굴을 땀으로 한 번 세수했다는 생각이 들 때쯤 겨우 완만한 경사의 터가 나왔다.
먼저 도착해있던 젠이 내 손목을 잡아끌어 올려줬다.
“아니, 등산 두 번 했다가는 관짝을 짜겠네요. 이 땀 좀 봐.”
“다시는, 허억, 등산, 허억, 안 해, 허억.”
젠이 내민 주머니를 낚아채서 입구에 입을 댔다.
서늘한 물이 목을 넘어가니 겨우 살 것 같았다.
물이 달다, 달아.
“푸하. ……여긴 어디죠?”
“어디긴 어디에요. 마녀가 사는 집이라고 알려지는 곳이죠.”
가죽 부대를 받아 든 젠이 터의 안쪽을 고갯짓했다.
과연, 그쪽은 마녀가 산다고 해도 믿을 만큼 어두침침하고 음침했다.
유난히 빽빽한 나무가 햇빛을 다 가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독 덩굴, 벨라도나, 미치광이풀, 광대버섯. 전부 저기에서 찾을 수 있어요. 마녀가 자주 쓰는 독초라고 하기도 하고.”
“저만큼 습한 양지면 그런 게 더 잘 자라겠죠. 일단 들어가 볼까요.”
젠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산은 분명 디켄터 산맥에서 뻗어 나온 산의 일부일 텐데, 전혀 공작가 옆의 산맥과 같아 보이지 않았다.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잠시 이어질 뿐.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던 젠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래요?”
“저기 앞에.”
앞에 뭐가 있는데.
내가 고개를 내민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제멋대로 자란 수풀이 전부 짓밟혀있었다.
나무들은 시선이 닿는 곳이라면 전부 반쯤 부러져 있거나, 표면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땅은 뭔가 휘젓고 간 건지 풀이 온통 뒤집혀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젠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젠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바닥과 나무에 난 흔적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말의 편자.
아무리 봐도 그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흔적이 질은 땅과 부서지다 만 나무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흔적은 오래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젠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섰다.
회색 말. 검은 말. 슬레이.
죽은 말, 속이 텅 비어버린 몸, 만일 슬레이와 회색의 말이 여기로 끌려왔다면.
저 안에는 마녀가 살고 있는 걸까.
저 너머로 다 쓰러져가는 초라한 집이 보였다.
만일 저기에 정말 뭔가가 있다면.
지나친 공포심 때문인지 눈앞이 빙글, 하고 한 번 크게 돌았다.
“이봐, 젠…….”
젠에게 저기까지 가봐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퍼억!
그 순간 내 머리에서 둔탁한 소음이 들렸다.
통증은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야 한 발짝 뒤늦게 찾아왔다.
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몸은 땅 위로 쓰러진 후였다.
꿈틀거리지도 못하는 몸 위로, 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가 중얼거렸다.
“이걸로 열세 번째. 열세 번째가 끝나면 드디어…….”
돼지 인간들이 돌아와.
수수께끼 같은 말이 끝나고, 내 몸은 쓰러진 집을 향해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