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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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주점과 비슷한 크기지만 훨씬 더 단정하고 깔끔했다.
넓은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벽 대신 칸막이를 세워뒀는데, 웬만한 성인 남성 키보다 더 높았다.
누군가가 오가는 걸 볼 수 없도록 만든 것 같았다.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데도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칸막이 뒤로 돌아가자 자리가 몇 개 보였다.
마치 간이 부스처럼 꾸며서 분리해둔 것 같았다.
투표소처럼 천막을 걷고 들어가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정보 길드의 보안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건 왜일까.
허술한 부스를 보며 고민하던 사이에 아른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고개를 돌리니 가장 오른쪽 부스의 입구가 반쯤 열려 있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귀가 뜨인 것처럼 말소리가 우다다다 쏟아졌다.
“도련님! 저기 밖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제가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아무도 반응하시지 않는 거예요.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말을 못 하게 된 줄 알았지 뭐예요!”
“갑자기 크게 말하지 마! 그것보다 아까 뭔가 말했었어? 난 하나도 안 들렸어.”
“저는 분명히 말씀을 드렸는데요?”
“뭐야?”
우리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그건 아티팩트 때문입니다.”
“네?”
목소리의 주인은 부스 안 작은 책상을 두고 앉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약간 지쳐서 피곤해 보였는데도 서비스용 미소만큼은 잃지 않고 있었다.
“아티팩트 말입니다. 아까 밖에서 하나도 소리가 안 들리셨다고 했죠? 저희 길드에서는 보안을 위해 아티팩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티팩트라면…….”
소설 속에서 등장한, 특이한 힘을 가진 도구.
다만 그런 걸 하나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내용이 기억났다.
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이 아티팩트를 최초로 적용할 당시, 길드장님께서는 이 아티팩트의 의뢰를 위해 피를 3리터나 바치셨다고 하시더군요.”
“예?”
“이런, 제가 말이 길었군요. 방문하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방금 뭐였지?
나는 어정쩡하게 의자에 앉았다.
“의뢰드릴 게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이력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장소를 알 수 있을까요.”
나는 책상 위에 쓰인 종이를 가져가 이름을 적었다.
사무원은 그 이름을 유심히 보다가 말했다.
“과거 이력, 현재 거주 장소만 알면 됩니까?”
“이 명단은 전부 한 귀족 가문을 거쳐 갔습니다. 그 후의 행적에 상당히 관심이 있으니, 가능하면 자세히 알아봐 주세요.”
“이해했습니다. 희귀한 정보는 아니지만, 관련해서 답이 오기까지 이틀 정도 걸릴 듯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상관없습니다.”
“그럼 의뢰서로 만들어두겠습니다. 의뢰는 돈으로 지불하실 건가요? 한 명당 금화 두 닢, 다 합해서 네 명이니 여덟 닢이 되겠습니다.”
내 뒤에 기립해 있던 아른트와 레안드로스의 시선이 뒤통수로 꽂히는 게 느껴졌다.
사무원이 건조하게 말한 금액은 사실 토할 정도로 비싼 금액이었다.
말이 은화 세 닢에서 다섯 닢을 오가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금화 여덟 닢이면 말이 몇 마리야.
“꼭 돈으로 지불해야 하나요?”
“보석, 토지 매입 증서, 다른 것도 상관없습니다. 값어치가 비슷하기만 하다면요.”
“그럼 또 다른 정보로 거래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상관없습니다. 다만, 정보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값에 대해서는 정보를 들은 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보는 경매 물품 같은 거다.
아무도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헐값, 모두가 원한다면 부르는 게 값.
정보 길드에 가지고 온 정보가 제 딴에는 귀중할 수 있으나, 남에게는 하등 쓸모없는 정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사무원도 이렇게 시큰둥한 거겠지.
내가 가진 정보에 대해 기대하지 않으니.
사무원이 의뢰서 위에 백지를 올려놓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었다.
“왕성과 여러 상단들이 협업하고 있는 동부 사업.”
“……?”
“지금 발을 안 빼면 자금 보전이고 뭐고 개판이 될 겁니다. 내가 보장하죠.”
사무원이 손을 멈춘 채로 눈을 끔뻑였다.
나는 ‘동부 구덩이’에 얽힌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 * *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입니까?”
“학술원의 논문도 아닌데 출처를요. 밑천을 팔라는 말이랑 뭐가 달라요.”
사무원은 제 얼굴을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성에서 투자한 동부의 사업.
이에 왕국 내의 상단주들이 줄줄이 돈을 쏟아 부었다.
마수 생산과 사냥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사업.
이 사업은 제대로 체계를 갖추었더라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유릭에게 그럴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마수?
막대한 이익?
애초에 유릭은 동부의 구덩이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동부의 구덩이는 확실히 신기했지만, 마수 사업을 굳이 거기서?
마수가 둥지를 틀었다는 디켄터 산맥도 있는데.
물론 동부가 접근성이 더 나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 동부 구덩이를 엄청난 투자처로 둔갑시키는 건 어폐가 있다.
결국 유릭의 목적은 따로 있었고, 동부 사업은 전부 눈속임이었다는 거다.
사무원에게는 검은 진흙이나 구덩이 안에 고여 있는 음울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동부 구덩이를 만든 거대한 싱크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학술원 학자의 보고에 의해 왕성에서도 동부의 지반에 대한 정보가 들어갔을 거라고.
그러니 왕성에서도 은밀히 파견을 보내 동부를 조사하고 있을 거라고.
아직 쉬쉬하고 있지만 이미 상단 쪽 내부에서는 낌새를 눈치챘을 수도 있다고.
지난 생에서 유릭이 내게 말해준 내용을 적당히 편집하고 거짓을 덧붙였다.
유릭이 직접 동부 황무지를 방문하는 게 들키면 좋겠는데.
내 말을 들은 사무관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머리가 팽팽 회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야.
“……만일 이게 진짜라면 상단에서 왕성에 항의를 하게 될 겁니다. 저마다 투자액을 회수하려고 눈에 불을 켤 거고요. 왕가에서 지불해야 하는 보상금도 막대하겠지요.”
“가짜라면요?”
“그야 큰일이 나겠지요.”
사무원은 아직도 긴가민가한 눈치였다.
하긴, 나라도 갑자기 이런 소리 하면 안 믿겠지.
“진짜라고 한다면 이 정보는 얼마입니까?”
“방금 의뢰하신 내용을 커버하고도 충분히 남지요. 국내 상단이 투자한 금액이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 원하신다면 길드 본부와 논의를 거쳐 정확한 금액을 확정해드릴 수…….”
“아뇨, 아닙니다. 더 좋은 생각이 났어요.”
나는 사무원이 이리저리 뭔가를 휘갈겨둔 종이 위에 한 단어를 추가했다.
“이 사람에게 정보를 팔아주세요.”
“이 이름은…….”
“그 사람이 지불한 값에서 제 의뢰비를 제하고, 길드의 중개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제게 주세요. 그걸로 값을 치르는 걸로 합시다.”
“그게 전부입니까?”
“추가로 정보의 출처가 궁금하다고 하시면 저한테 말씀 주세요.”
사무원은 이게 자신이 핸들링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인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저희 길드의 중개 수수료는 판매액의 1할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세요.”
지금 와서 거절하기에는 가오가 살지 않겠지.
사무원은 의뢰서를 한 장 더 쓰기 시작했다.
만일 잘 풀린다면 좋은 거고.
저쪽에서 안 산다고 하면 다른 곳 가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의뢰서를 쓰던 사무원이 쓰던 걸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허위 정보에 대한 보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보증?”
“허위 사실 유포에 따라 그쪽에서 지불해야 할 배상을 이릅니다. 일반적으로는 정보 구매자의 손해액의 1.5배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 것도 있나.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기에…… 노예 제도가 있던가?”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사무원은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한 명으로는 좀 부족할 것 같은데요.”
* * *
“타의적으로 노예 계약을 맺게 된 건 처음인데요. 도련님, 이런 말씀 드리기 뭣하지만 혹시 제정신이세요?”
아른트가 드디어 나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에 내가 우리 세 명을 싸잡아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노예 계약라고 확정 난 것도 아니잖아. 한 이틀 정도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자유민의 기분을 만끽해보는 건 어때?”
“아까 거기서 말씀하신 거 진짜예요? 동부가 그렇게 되는 거 정말인가요?”
“가짜겠어? 너희 둘을 걸고 거기서 가짜를 말하리?”
저거, 저거. 아주 의심암귀가 꼈다니까.
나는 혀를 찼지만, 아른트의 곱지 않은 눈초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뭐. 졸지에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긴 하겠지.
너그러운 마음씨로 아른트를 무시하고 레안드로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팔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의 진위를 떠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레안드로스는 잠시 한 박자 쉬었다.
“……만일 그가 실제로 움직인다면 다른 상단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동부 사업에 자연스레 김이 빠지게 될 겁니다. 왕성에서 은밀히 정보의 출처를 찾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왕성에서 날 찾는다?
유릭을 다시 본다?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몸이 본능적으로 유릭을 혐오하게 된 걸까.
“그건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정보는 언젠가는 반드시 팔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내가 의뢰한 사람이 정보를 사 주면 좋겠네.
이지모드로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을 굳이 하드모드로 깰 필요는 없잖아.
이틀 후.
우리는 의뢰한 정보를 받으러 다시 그 주점을 방문했다.
레안드로스는 사과주스와 허브, 생선 요리를 주문했고 여주인은 당연하다는 듯 승낙했다.
똑같이 벽으로 위장한 문을 넘어가면 전과 같은 공간이 나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구간을 넘어가면, 부스 안에는 전에 봤던 사무원이 앉아있었다.
“의뢰하신 정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양피지 몇 장짜리 분량의 정보.
이게 금화 여덟 닢이란 말이지.
내가 양피지를 슬쩍 넘겨다보고 있을 때 사무원이 덧붙였다.
“그리고 전에 추가로 말씀하신 건에 대해서 말인데.”
“그거요. 벌써 답이 왔어요?”
“네. 바로 정보 구매를 희망하셨습니다. 대금 지불 건에 대해서 말씀을 좀 드리려고요.”
“……혹시 현금 지불 말고 다른 걸로 하겠대요?”
이러면 좀 곤란한데.
내가 인상을 팍 쓰자 사무원이 손사래를 쳤다.
“아뇨, 제대로 금화로 지불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출처를 궁금해하시기에 말씀 드린 겁니다. 왜, 전에 그러셨잖아요? 이러면 손님을 소개해달라고.”
“그랬었죠.”
“중개 수수료는 미리 치르셨고, 남은 잔금을 직접 얼굴을 보고 지불하겠다 고집을 피우셔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설마 대금이 아까워서 날 보자마자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해져서 레안드로스를 돌아봤다.
내 뒤에 서 있던 레안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잠시 주점에 앉아계시죠. 그쪽에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주점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요?”
“정보 길드에서 운영하는 주점의 고용인들은 무예에 일가견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럼 더 다행이지.
우리는 전 고용인들의 정보가 적힌 양피지를 품에 넣고 나왔다.
주점의 술주정뱅이들은 여전히 얼큰하게 취해서 노래를 부르거나 크게 떠들고 있었다.
그사이에 섞여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왕성에서…….”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저기 남작이…….”
“요즘 말값이…….”
정보 길드가 굳이 주점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었군.
주점에 남은 테이블이 없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합석을 해야 했다.
그나마 구석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앉으니, 주인이 와서 시키지도 않은 에일과 바싹 구운 옥수수 알갱이를 내줬다.
“여기 근처에서는 못 보던 사람 같은데. 먼 곳에서 왔습니까?”
우리가 비둘기처럼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먹고 있으려니 합석을 해 준 사람이 물어왔다.
망토 후드를 깊게 눌러 써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제법 젊었다.
“아, 예. 뭐.”
“저도 그렇습니다. 수도에는 무슨 일로 왔습니까?”
“그냥 볼 일이 있어서요. 그쪽은요?”
“사람을 하나 만나려고 합니다.”
그렇구나. 나는 파삭파삭해진 알갱이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었다.
“되게 친하신 사이인가 봐요. 얼굴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 보면.”
“글쎄요, 친하진 않은 것 같네요.”
“그럼요?”
“면식도 없는 사람을 보러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죠.”
스토커인가.
내가 이상하게 보자 그는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잔을 비웠다.
“하지만 꼭 만나야 합니다. 저한테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 은인이라서.”
“여기서 만나기로 했나요? 꽤 오래 기다리신 것 같은데요.”
그의 옆에 가득한 빈 잔을 보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만났거든요.”
“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는지 아른트가 되물었다.
어쩐지 분위기가 묘한 게, 이거 설마.
“혹시 그 상대가 길드에서 주선해준다는 그 사람은 아니겠죠?”
내 말에 잠시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익명의 손님 크게 웃다가 망토를 벗었다.
“이런, 눈치가 빠른걸.”
자주색의 선명한 눈이 크게 휘어져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든 에이슬링.
동부에 기반을 둔 거상, 에이슬링 상단의 장남이자 실세.
왕국을 주름잡는 황금의 손.
그가 나에게 물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묻지. 그 이야기, 진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