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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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에, 자주색 눈을 빛내는 아이든 에이슬링이 물었다.
“그 이야기의 출처를 확인해야 했어. 그만큼 내게 있어서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니 묻는데, 그건 확실한가? 어디서 들었지?”
“죄송한데, 얼굴 좀 뒤로 물려주세요. 부담스러우니까.”
아이든은 금세 식탁을 넘어올 것 같은 기세였다.
내가 핀잔을 주자, 그는 반대편으로 기울이고 있던 상체를 천천히 제자리로 돌려두었다.
“확실히 동부에 투자한 상단이라면 중요하게 생각할 법하긴 한데……. 왜 상단이 아니라 에이슬링 씨에게 중요하다고 하시는 겁니까?”
에이슬링 가문은 본래 동부의 농부 출신이었다.
본래라면 대대로 농부로 살았겠지만, 아이든의 조부인 브라이언 에이들링이 직접 밀을 도시로 팔러 나가면서 그 운명은 크게 바뀌게 된다.
우연히 장사꾼의 재질을 발견한 브라이언 에이들링은 농부 대신 상업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던 상단은 브라이언의 아들이자 아이든의 아버지 대에 이르러서 몸집을 급속도로 불리기 시작했고, 아이든이 태어났을 때는 왕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거대 상단이 되었다.
소설 원작 시점에서 아이든은 에이슬링 상단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미리 사업에 투입된 것이다.
상단, 아이든에게 중요할 수 있지.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아이든이 굳이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
아이든은 골몰해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동부 사업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나?”
“구덩이에서 마수가 나오니까 그걸로 제품을 만드는…….”
“그래, 그렇게 알려져 있지. 그게 공식적인 사업 설명이기도 하고.”
아이든은 주점을 둘러보더니 빙긋 웃었다.
“함께 나갈까? 내가 아는 곳으로 가지.”
* * *
아이든이 우리를 데리고 향한 곳은 에이슬링 상단의 수도 지부였다.
길이 몇 개나 합쳐지는 번화가, 다른 건물들 사이에 불쑥 솟아있는 3층 건물.
폐성이라고는 해도 몇 층짜리 성에서 지내던 아른트와 레안드로스는 무심했지만,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연신 건물을 흘긋거렸다.
하긴, 지금 같은 시대에 수도에 3층짜리 건물을 올리려면 기술과 돈이 꽤 필요했겠지.
안은 무척 바빴다.
어릴 때 보던 개그 영화에서 나오던 장면처럼, 사람들이 서류를 한아름 들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다들 진심으로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 정도일까.
그런 와중에 아이든을 보면 다들 꾸벅 인사하는 게 안쓰러웠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개방된 1층과는 달리, 2층부터는 개인 사무실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좀 더럽기는 해. 하지만 참아줘. 손님을 데려오려는 생각은 없었으니.”
아이든이 당부한 대로, 사무실은 꽤 크고…… 더러웠다.
넓은 책상과 양피지를 보관하는 궤짝은 그렇다고 쳐도, 구석에 굴러다니는 저 원단 묶음은 뭐지?
바닥에 널브러진 판자며, 가죽 같은 거며, 장화 한 짝…….
누가 봐도 허섭쓰레기를 걷어차지 않도록 조심하며 사무실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가서 앉았다.
물론 아른트와 레안드로스는 소파 뒤에 서 있었고.
아이든은 문을 잘 단속하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좀 더럽지.”
“전 괜찮지만 이왕이면 정리 좀 하고 사세요.”
“충고 고마워. 아까 어디까지 말했더라?”
“공식적인 동부 구덩이 사업부터.”
아이든은 건성으로 테이블 위에 쌓인 서류를 파헤치다가 몇 장의 종이를 건넸다.
“이걸 먼저 읽는 게 좋겠군.”
“이건…… 사업 계획서잖아요. 이런 걸 막 보여줘도 되는 겁니까?”
떡하니 ‘동부 황무지 개선 및 마수종 포획 투자 제안서’ 라고 쓰인 종이였다.
종이에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내용이 쓰여 있었다.
몇 가지 이해되지 않은 구간을 스킵하면서 휙휙 종이를 넘기는 내게 아이든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면으로 도착한 제안서 외에도, 별도로 만남 자리를 가졌어. 장소는 수도의 고급 살롱. 동부의 상황에 대해서 소문이 많았지만, 그걸 왕성에서 나서서 진행한다니 다들 참석했지.”
“왜요?”
“보통은 왕성에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거든. 천한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지. 왕족은 품위가 있으니.”
“그래서 다들 흥미가 생겼다?”
“맞아. 하지만 살롱에서 왕성의 사무관이 설명한 내용은 제안서와 좀 달랐어.”
“사무관은 뭐라고 하던데요?”
“우선 제안서는 공식적이긴 하나, 왕성에서 파악하기로는 동부의 황무지와 구덩이에 더 큰 가치를 매기게 되었다는 것.”
“가치?”
“동부의 구덩이에서 마수가 나온다고 했지? 하지만 사실 동부 구덩이 안에서는 마수종이 나오는 근원이 따로 있다는 거야.”
근원?
마수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대해선 분명 많은 가설이 있었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그걸 분명히 짚고 넘어가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근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가요?”
“그래. 엄밀히 말하면, 밖으로 나온 마수를 포획하고 가공하는 건 부가적인 이익일 뿐이야.”
“그렇다면 원래 목적은…….”
아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종의 근원을 확보하는 것. 왕성에서는 확보한 근원을 연구하고, 마수를 사육해서 가축화하고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을 알렸지.”
“마수를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보기만 해도 광기 스택이 차곡차곡 쌓이는 마수를 가축화 해?
아무리 작은 놈이라도, 아무리 아름다운 놈이라도 마수는 마수였다.
어인이 알려준 끔찍한 교훈이었다.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아이든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하느냐고.”
“그런데 어떻게 투자를 하게 된 건데요?”
“예시를 보여주더군.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성과……라고 해야 하나. 가축에 가까운 마수 말이야.”
“마수를 길들이는 데에 성공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아이든은 단호하게 말했다.
“직접 봤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목격했지. 사무관이…… 뭔가를 보여줬어. 철창에 갇힌 소형종이었는데,”
“…….”
“천으로 덮여 있었지. 그리고 걷었는데, 파란 해파리를 닮았는데…… 여러 촉수와…… 머리 위에 이빨이…….”
그 광경을 떠올리던 아이든의 말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묘사.
아른트가 작게 헉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나는 들고 있던 서류를 펄럭이며 그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아뇨, 묘사를 해주실 필요는 없고. 그래서 증명을 해서 다들 투자하기로 했다고요?”
“……아, 그래. 그냥 그걸 보고, 놀랐던 것 같아.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까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었지. 다들 이유를 몰랐어.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지.”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우리 왕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뒤집어질만한 소식이네요.”
내가 강철로 검을 제련한들, 상대가 마수의 어금니로 만든 검을 쥐고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면 무기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겠지.
중형종 마수는 생체형 전투탱크처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날아다니는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면 이 시대에서 공중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도 있다.
나라의 군사력이 크게 올라간다는 건, 즉…….
아이든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분명한 ‘이익’이지. 가축화된 마수는 판매가 가능하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개인이 마수를 소유하고, 소유한 마수로 연구를 하고, 더 많은 필요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거니까.”
“아하.”
“그리고 내가 서명한 협약서에 대해 책임을 지기도 해야 했고.”
이게 본론이로군.
결국 그 자리에 참석한 건 본인이고.
서명을 한 것도 본인이었고.
물릴 수도 없는 일이니 본인이 나서서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투자 금액이 많이 큰가 봐요?”
“개발 사업 자금의 절반을 댔다면 믿겠어?”
돈지랄도 정도껏이지!
아이든은 이제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러니 이 정보에 이렇게 매달리는 거구나.
손해를 볼 미래라면, 일 초라도 빨리 발을 빼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테니까.
나는 서류를 테이블 위로 던져놨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진실입니다. 뭘 얼마나 투자하셨는지는 몰라도 뺄 수 있는 건 빼는 게 좋을 겁니다.”
“진심인가?”
“무슨 핑계를 대서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지금 왕세자가 호락호락하진 않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회수할 수 있는 걸 땅 속에 처박을 순 없잖아요. 자금이든, 인력이든.”
“동의하지만.”
“동부 황무지가 무너지기까지 얼마 안 남았을 걸요. 조심하세요.”
카운슬링은 이걸로 끝이고.
나는 아이든의 면전에 대고 손을 내밀었다.
“그럼 대금, 치러주세요.”
가엾긴 해도 받을 건 받아야지.
아이든은 머리를 쥐어뜯던 걸 멈췄다. 하지만 비참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는 망토 안 쪽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 건넸다.
황금을 기대하던 내 얼굴이 구겨지는 걸 본 아이든은 황급히 말했다.
“아냐, 사기 아니라고. 어음이야.”
“어음?”
“왕국 어디든 에이슬링 상단 지부에서 이걸 보여주면 어음 한도 내에서 현물이든 뭐든 교환할 수 있어. 금화는 너무 무거울 것 같으니 어음을 마련했지. 혹시 금화가 낫나?”
아하. 그러니까 돈을 넣어둔 체크카드 같은 느낌이라 이건가.
“혹시나 묻는데 에이슬링 상단이 망할 일은 없죠?”
“괜찮아. 방금 그 쪽이 망하려던 걸 막아줬네.”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좀 회복이 된 것 같네요.”
내가 어음을 잘 챙겨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아이든이 나를 유심히 보고 있다가 불렀다.
“잠시만.”
“왜요?”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동부에 대해서 더 조언해줄 수 있겠어?”
“제가요?”
“왕세자를 잘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어서. 왕세자는 워낙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 잠시라도 좋으니 동부 사업 철수만 도와주면 좋겠어. 당연히 도와준 만큼 보답은 할게.”
보답이라.
나는 잠시 눈을 굴렸다.
“뭐, 평소 같으면 응했겠지만……. 저도 여기서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거든요.”
“수도에서?”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아이든에게 정보를 판 건 그저 돈을 구하기 위함이였다.
애매한 크기의 상단이 아닌, 에이슬링 상단이라면 정보의 출처인 나에 대해서도 비밀을 지켜줄 가능성이 높기도 했고.
그러니까 그 외에 아이든이랑 사적으로 얽힐 마음은 전혀 없다.
게다가 동부 일에 또 연관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시지.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 제안은 거절하는 걸로.”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마음을 바꾸진 않겠지?”
“돈은 이미 이걸로 충분합니다.”
내 품 속에 있는 어음.
아이든은 대금을 먼저 주지 말걸, 하고 후회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생각해봐. 오늘은 보내주겠지만, 나중에 찾아 가서 이야기를 한 번 더 나눠봐도 괜찮지?”
“그럴 일 없다니까요.”
“아이 이거 참. 사람이 아주 대쪽같고 좋네! 그런 사람일수록 찍어서 확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진짜 관심 없어?”
“이 사람이 진짜.”
그냥 거절하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다.
“그렇게 제가 중요해요?”
“아, 그럼! 중요하지!”
“좋습니다. 일은 해드릴게요. 하지만 그 전에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별 건 아니고요. 아이슬링에서 무역도 하시죠?”
아이든은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씩 웃었다.
* * *
아이든은 내가 지부 밖으로 나갈 때까지 배웅을 나와서 치근거렸다.
저 뒤에서 꼭 다시 만나자며 손을 흔드는 젊은이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뭐, 그래도 확실히 이야기를 해뒀으니 괜찮겠지.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말이야.
“아른트.”
“네.”
“하르트만 성이랑 가장 가까운 상단 지부가 어디인지 확인해봐. 그리고 나중에 잊지 말고 성에 필요한 걸 채워줘.”
“넵!”
아른트는 내가 내민 어음을 넙죽 받아갔다.
이 정도면 아른트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
나보다 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테니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이 사람들.”
정보 길드에서 받은 전 고용인 네 명의 행적.
집사장, 로타어 리히트.
부집사장, 아멜리아 아놀드.
하녀장, 앙겔리카 크라머.
시종장, 데더릭 슈미츠왈트.
이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 행방불명 처리가 되어 있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
하지만 그나마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사람이.
“이쪽을 먼저 방문해야겠지.”
“하지만 저희가 방문한다 해도 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괜찮아. 그거 때문에 수도에 온 거니까.”
귀족들이 영지령에 생활하는 것과 별도로, 수도에 하나씩 두고 있는 타운하우스.
타운하우스와 영지령의 성, 저택은 분리해서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문 내의 소식을 공유하는 건 똑같지만, 타운하우스 쪽이 소식이 더 느리다.
소식이 오고 가는 데에 딜레이가 약간 있단 말씀.
나는 어음을 꼭 안고 있던 아른트를 돌아봤다.
“아른트, 왕성에서 주최하는 행사 일정 좀 알아와줘. 누가 참가하는지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