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14)
◈ 214화. 개전
몰아치는 폭풍처럼 연이은 폭로가 쏟아져 나온다.
‘악계화. 네가 살아있었단 말이냐?’
어둠 속에서 악계화를 노려본 설지량이 전음을 보냈다.
[주군. 이계(二計)를 실행해야겠습니다.]악계화가 살아 돌아온 것은 예상 밖이다.
이렇게 된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제갈문이 얽혀있는 이상 중원삼가는 절대 자신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운화결이 작게 끄덕이는 순간 설지량이 꺼지듯 사라졌다.
“그, 금성표국주가 팔황문의 후신…….”
상천팔기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길 겨를도 없었다.
모두의 고개가 운화결을 향해 휙 돌아간다.
“운국주! 그게 정말입니까?”
“개봉에 떠도는 소문이 진실이라면, 정말 은곡이 둘로 갈라졌다는 거요?”
“뭐라고 말 좀 해보시오! 당신이 천하대전을 일으킨 팔황문의 잔당이란 말이오?”
지독한 배신감에 사로잡힌 자들의 성토가 물밀 듯이 쏟아진다.
양소방주 묵운정이 목청을 키웠다.
“상천이 없었더라면, 천주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산동 무림은 이미 복령천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오! 천하무림은 지금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처지란 말이외다! 지금이라도 눈을 뜨시오!”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가슴을 짓누르는 육중한 웃음소리가 연무장에 짙게 깔렸다.
“후후후.”
운화결의 입가에 시리도록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변수로군요. 시작하십시다. 명문주.”
“운국주?”
그가 모든 것을 인정하자 명가홍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변수가 발생할 경우, 표국과 힘을 합쳐 맹을 장악하고자 약조한 것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변수는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정체가 정말 팔황문의 후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니…….”
그 순간 명가홍의 귀로 날카로운 전음이 파고들었다.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그대는 온전할 것 같은가?]순간 명가홍은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대표국과의 동맹을 주도한 것은 자신이다.
저들이 무너지면 중검문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놈! 정말 나를 속였단 말이냐!’
분노를 표출할 시간도 없었다.
“크아악!”
연무장의 중앙에서 시뻘건 피와 함께 비명이 솟구쳤다.
“쳐라!”
피 묻은 검을 높게 치켜드는 인물은 바로 명가홍의 부하 약청이었다.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부릅뜬 금도문주 염창도의 눈에, 중천대를 향해 뛰어드는 사문의 제자가 보인다.
“무슨 짓인가!”
“죽여라!”
“우와아아!”
우렁찬 함성에 염창도의 말 한마디는 가볍게 묻히고 말았다.
그들 모두 개방의 지박개처럼 설지량에게 포섭되었거나 사전에 침투해 있던 무인들.
바로 옆의 사형제가 움직이니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멈칫한 자들도 이내 분위기에 편승해 일제히 검병을 뽑아 들었다.
“공격하라!”
중천대주 선우빈이 이를 악물고 검을 뽑아 들었다.
“원진을 형성하라!”
중소방파 무인들이 사력을 다해 덤벼드니 중천대 역시 응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카카캉!
거친 쇳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진다.
그때 서진환의 전음이 진무립에게 전해졌다.
[주군.]단상의 중앙에 선 진무립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갈망하는 눈빛으로 자신만을 쳐다보는 부하들이 있었다.
그들의 옆으로는 결연하게 눈을 빛내는 산동의 무인들이, 반대편에는 판천라마와 사대사자가 진무립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음.”
사방에서 찢어지는 비명과 쇳소리가 요란하게 솟구쳤으나 진무립의 가슴은 처음 경험하는 낯선 감정이 조용히 두드리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은 진무립의 마음을 단려화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자 뛰는 가슴이 차분해진다.
진무립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번졌다.
“시작하자.”
“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천팔기를 비롯한 상천의 무인들, 판천라마와 산동의 수장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진무립은 운화결에게 시선을 돌리며 작게 입을 열었다.
“당천.”
곁에 서 있던 당천이 차갑게 눈을 빛냈다.
“알았다.”
진무립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열두 명부터 처리한다.’
목표는 명가홍을 따르는 열두 명의 수장들.
단상의 뒤로 주르륵 미끄러진 당천은 어쩔 바를 모르는 중소방파 수장들을 눈에 담았다.
그의 손이 품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멈춰라. 이건 내가 할 일이다.]당천의 커진 눈동자에 위사영의 넓은 등이 담겼다.
맹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저들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베어야 했다.
슈우욱!
빗살처럼 뽑혀 나온 검신이 청광을 흩뿌리며 단숨에 목충의 가슴을 갈라버렸다.
“컥!”
“매, 맹주!”
당황한 중소방파 수장들의 눈동자에 위사영의 무시무시한 검초가 떠오른다.
“썩은 환부는 도려내야 새 살이 올라오는 법이지.”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진 이상 망설일 것은 없었다.
쏴아아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검극이 순식간에 배 이상으로 증식하며 허공을 가득 채워간다.
오늘날 위사영을 무림 이제(二帝)에 오르게 해준 절기.
천사구류검(千絲九流劍) 풍엽화선(風葉畵渲)의 초식이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어갔다.
“크아악!”
경천동지할 일 초식에 무려 다섯 명의 숨통이 끊어졌다.
원로원주 제갈무용이 검파를 움켜쥐고 외쳤다.
“우리도 움직입시다!”
사방을 둘러본 명가홍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린다.
“크흐흐흐! 그렇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어.”
어쨌거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상 싸우지 않는 방법은 없다.
운화결이 이 자리에 있는 이상 곧 표국의 무인들이 도착할 터.
자신은 자신만의 계획을 이어가면 된다.
치잉!
뽑혀 나온 그의 검신으로 가공할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내가 두려워할 것이 무엇인가?”
단전에서 솟구치는 경이로운 내력은 칠군에 머물던 예전의 자신에게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보폭을 넓힌 명가홍이 위사영을 노려보았다.
“내 길에 걸림돌이 되는 놈들은 누구든 베어버릴 것이다. 오늘부로 천하의 중심은 나와 중검문으로 바뀌는 것이다.”
탓!
지면을 박찬 명가홍의 검신이 맹렬한 기세로 위사영을 노려갈 때였다.
단상 밑에서 벼락같이 솟구친 누군가가 그의 검신을 거칠게 튕겨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단상의 바닥이 움푹 꺼진다.
바람에 말려 올라가는 먼지 너머로 시원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전부터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미친 모양이군.”
위사영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자네가 어떻게 여길?”
자신의 등을 지키고 선 사내는 오랜 지기이자 무림 칠경의 일인, 화검 진대천이었다.
천하상단의 일을 도우며 홍월루에 있어야 할 그가 이 자리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슬쩍 돌아본 진대천이 시원스런 미소를 보인다.
“나중에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거다.”
진대천의 검 끝에서 불같은 기운이 솟구치며 명가홍을 덮쳐갔다.
대노한 명가홍이 일갈을 토해냈다.
“감히 무림 칠경 따위가 내 앞을 가로막는가!”
쌔애액!
지면을 박찬 명가홍의 검극이 폭포수 같은 궤적으로 휘어진다.
순식간에 보폭을 벌린 진대천의 눈동자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자신감이 지나치군. 좋은 약이라도 먹었나?”
정곡을 찔린 명가홍이 버럭 소리쳤다.
“닥쳐라!”
슈아악!
솟구치는 검신과 뚝 떨어지는 맹공이 충돌하는 순간.
쿠콰콰콰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단상의 한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운화결과 마주 선 진무립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운화결이 물었다.
“삼가의 무인은 모두 팔백. 그들이 상대할 적은 이천이 넘는다. 거기에 내 부하들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지. 굳이 이 자리에서 싸움을 걸 이유가 있었나?”
삼가와 타 방파 사이에 무력 차이가 있다곤 하나 상대할 숫자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진무립이 답했다.
“오늘 나서지 않았더라면 분명 더 큰 피가 흘렀을 테지.”
전선이 확대되면 변수 또한 늘어난다.
그리되면 아군의 피해가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운화결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훌륭한 주군이야.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그때 전장을 돌파한 유대하가 육병흑궤를 들고 나타났다.
운화결이 여유롭게 손을 들었다.
“구면이로군. 잘 지냈는가?”
관제묘에서 싸운 이후 첫 재회였다.
그를 가볍게 무시한 유대하는 진무립의 곁에 육병흑궤를 내려두었다.
“뒤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장을 누비는 상천팔기를 비롯한 무인들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을 도륙하고 있었다.
[표국의 지원군과 함께 팔존이라는 자들이 올 것이다. 그 전에 전황을 바꿔야 한다.] [예.]결의를 다진 유대하가 단상을 박차고 사라졌다.
진무립은 천천히 흑궤의 뚜껑을 열었다.
딸깍.
“그럼 우리도 시작하지.”
“그래야겠지.”
운화결은 설지량이 숨어있던 담장으로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육병흑궤와 비슷한 형태의 하얀 궤짝이 솟구쳤다.
쿵!
날아든 궤짝이 운화결의 곁에 사뿐히 내려앉자 진무립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운화결은 발끝으로 궤짝의 뚜껑을 열었다.
“팔천영신공이 자네만의 무공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이쪽은 팔황문의 직계니까 말일세.”
“네가 팔천영신공을 익혔단 말이냐?”
“그건 그 몸으로 시험해봐라.”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탓!
궤짝에서 희끗한 뭔가가 솟구치더니 운화결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사라진 그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어딜 보는 거냐?”
쌔액!
새하얀 도신이 벼락같이 뚝 떨어진다.
진무립은 몸을 비틈과 동시에 손을 내뻗었다.
쉭!
궤짝에서 솟구친 흑도가 순식간에 손아귀로 빨려들더니 운화결의 일도를 받아쳤다.
콰아아앙!
귓전을 강타하는 거친 폭음과 함께 부서진 기파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가짜는 아닌가?’
손목에서 느껴지는 반탄력은 놈의 무공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복령천에서 네놈의 위치는?”
진무립의 싸늘한 질문에 운화결은 피식하며 답했다.
“글쎄. 지금은 알려주고 싶지 않군.”
타탓!
휘몰아치는 일진광풍의 중심에서, 마주 본 두 사람의 도신이 번뜩이는 도광을 흩뿌렸다.
쿠콰콰콰콰쾅!
힘과 힘, 속도와 속도의 정면충돌에서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시작했다.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본 이하빈은 즉시 전신 공력을 창대로 쏟아부었다.
“팔존이라는 놈들이 오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야 합니다.”
오랜 세월, 그토록 꿈꿔온 세상이 손에 닿는 위치에 있었다.
오늘만큼은 절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화룡채주 마일관이 장력을 발출하며 답했다.
“나도 안다!”
눈앞에서 꺼지듯 사라진 무월반장이 아군을 뛰어넘어 적의 코앞에 나타났다.
콰콰콰쾅!
“크아악!”
솟구치는 비명과 함께 시뻘건 피와 육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철궁을 움켜쥔 송조광이 화살을 쏘아내며 외쳤다.
“알면 힘을 좀 더 써보란 말이네.”
“여기서 힘을 더 썼다가 그놈들이 오면 어쩌란 말이냐?”
그의 말처럼 여기서 과하게 힘을 썼다간 뒤이어 나타날 노인들을 상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때 용추가 그들의 앞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굶었소?”
빠직.
마일관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불거졌다.
“……저놈이.”
용추의 뒤를 따라 육군명과 백하진, 한천유가 바람같이 몸을 날렸다.
“우리는 뒤를 생각할 것 없다! 여기서 모두 쏟아붓는 거다!”
육군명의 외침에 두 사람이 약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슈아악!
한천유의 손끝에서 열 자루 비도가 빗살처럼 뻗어 나왔다.
“당가의 대공자에게 질 수는 없지.”
마치 그의 혼잣말을 들은 것처럼, 비도를 발출하던 당천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온다.
‘저것은?’
팅! 티티티팅!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던 비도가 충돌을 거듭하며 흩어지더니 적의 머리 위에 투명한 그물을 만들어갔다.
당천과 눈이 맞은 한천유가 두 손을 치켜들었다.
“이것이 상천의 비도술이다!”
슈욱!
뚝 떨어지는 손과 함께 적의 머리 위를 연사비도 월천지망(月天地網)의 초식이 폭격했다.
쿠아아앙!
태산처럼 떨어진 월천지망은 일순 전장에 정적을 가져올 만큼 가공할 폭음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열다섯 명의 무인이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명을 달리했다.
피와 살점이 솟구치는 전장으로 백하진의 신형이 비조처럼 짓쳐 들었다.
‘한천유.’
무림에 나온 뒤로, 한천유는 지켜보는 게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가고 있었다.
‘질 수 없다!’
하얗게 빛나는 소수가 앞을 막아서는 적을 무참히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에 질세라 육군명과 용추도 온 힘을 다해 포위를 뚫고 돌진했다.
상천의 후기지수들이 압도적인 신위를 뽐내는 가운데, 지켜보던 철사대주 자영이 악계화를 쳐다봤다.
“대표두. 저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악계화는 고개를 저었다.
“무면산왕과 약조한 일은 마쳤다. 저들을 도울 의리는 없다.”
“그렇다면 저희는…….”
순간 전장을 응시하던 악계화의 고개가 좌측으로 휙 돌아갔다.
“우리의 상대는 저놈들이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담은 것은, 넘실거리며 연무장을 덮쳐오는 검은 물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