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27)
◈ 227화. 북광남신(北光南神)
중원무림맹에서 불어온 바람이 개봉의 거리를 강타했다.
상천과 오대표국에 얽힌 비사와 중검문주 명가홍의 그릇된 야망.
밤새 이어진 처절한 전투와 위기를 이겨내고 기어코 승리를 거둬낸 무인들.
개봉의 사람들은 그제야 며칠간 저자에 감돌았던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소문을 접수한 매담자들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개봉의 객잔을 모조리 점령하고 있었다.
“엣헴! 이보게들. 소식…….”
객잔에 들어선 나이 든 매담자가 인상을 구겼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이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의 광룡이 무면산왕과 동일 인물이었다며?”
“그렇다지 뭔가. 오대표국의 전력은 무려 삼천이 넘었네. 광룡은 그들 중 무려 천 명에 가까운 적을 단신으로 쓰러뜨렸다는 게야.”
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정말인가?”
홀로 일어선 사내는 손짓 발짓을 동반해 실감 나게 진무립의 무위를 재연했다.
“화무신검 운화결과의 접전에서 승리한 그는 수천이 넘는 적들 사이에 뛰어들었지. 여섯 개의 무기를 번갈아 쥐며 적을 휩쓸어가는 그 모습은 마치 전신이 강림한 듯 웅장했다더군.”
“아아…….”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 나온다.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사내는 히죽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내 한 다리 건너서 직접 들은 이야기일세. 그가 없었더라면 이번에 중원무림이 끝장날 뻔했다지 뭔가.”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말일세. 상천도 은곡이고 오대표국도 은곡이라면 그들이 대체 왜 싸운 것인가?”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중년인이 술잔을 내려두며 말했다.
“천하대전이 끝난 뒤 은곡이 둘로 갈라졌다더군. 오대표국은 주전파, 상천은 전쟁에 반대하고 참여하지 않았던 자들이 주축인 모양이야.”
“허. 어째서 당시에는 몰랐을까?”
주변을 슥 살핀 매부리코 사내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전쟁에서 가족과 사형제를 잃고 분노한 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게지. 신룡 대협의 부탁까지 어기고 저항하지 못하는 자도 모조리 죽일 정도였으니 말일세.”
“허허. 그런 비사가…….”
수염이 덥수룩한 장한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지는구먼. 일단은 그 팔황문과 같은 뿌리를 가진 자들이 아니겠는가?”
매부리코 사내가 말했다.
“지금의 중원무림에는 상천을 저지할 힘이 없네. 사천무림과 산동무림에 서장의 포달랍궁까지 상천을 지지하는 이상 감히 그들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을 거야.”
“중원삼가의 무인들을 구출한 것도 사실이고 말이지.”
“그렇지. 내 생각엔 앞으로 화령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으이.”
팔황문의 야욕을 저지한 것은 단소룡과 화령이다.
사내는 분명 화령에서 어떤 식으로라도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슬그머니 주변을 돌아본 매담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주변을 살핀 매담자는 대화가 활발히 오가는 탁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주도 없이 술 한 병 시켜놓고 잔을 홀짝이던 매담자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보게들. 혹시 그 이야기 들었는가?”
매담자를 힐끔 쳐다본 중년인들이 말했다.
“중원무림맹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오?”
매부리코의 중년인이 씩 웃었다.
“내 조카가 사흘에 한 번씩 중원무림맹에 식재를 납품하고 있다오.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소이다.”
매담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닐세. 북광남신(北光南神)에 대해 들어보았냐는 말이지.”
“북광남신?”
사내들이 흥미를 보이자 매담자는 히죽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로군. 광룡이 무면산왕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이오.”
“광룡도, 무면산왕도 모두 천하십대고수가 아닌가? 그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밝혀진 이상 여기서 호칭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일세.”
대부분 매담자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사실이 밝혀진 이상 한 사람이 십대고수의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매담자는 말을 이어갔다.
“신룡 대협은 금정산에서 일기당천을 해내고 자타공인 천하제일의 자리에 올랐네. 이번에 광룡도 그와 비슷한 숫자를 물리치고 중원무림맹을 구했지.”
“설마 북광이 광룡이고 남신이 신룡이란 말이오?”
높아진 언성에 객잔 가득한 손님들의 눈과 귀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매담자는 흐뭇한 내심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는 그가 신룡 대협과 같은 수준에 올랐다고 보네.”
누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광룡을 그와 같은 반열에 올리기에는 너무 젊지 않소?”
“신룡이 일기당천을 해냈을 때의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네. 그와 비슷한 연배인 광룡이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그렇지만…….”
“아직 중원무림맹의 무인들이 맹 밖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자세한 사정은 좀 더 들어보아야 하지 않겠소?”
매담자는 조금 전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던 사내를 가리켰다.
“광룡의 활약이 어땠는지는 이미 저 친구가 증명해주지 않았는가?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는 쏟아지는 시선 속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가 천여 명을 쓰러뜨린 것은 맹의 무인들이 직접 알려준 것이오. 무위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소.”
구석에 앉아있던 청년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들어보시오. 그것과는 별개로 광룡은 사천 마도림의 소공자요. 그가 어찌 북광이 될 수 있겠소?”
매담자는 차분히 대답했다.
“상천의 거산채 다섯 개가 중원과 그 인접한 곳에 있네. 상천의 천주인 만큼 북광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객잔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객잔의 구석에 앉아있던 사내가 술잔을 홀짝이며 죽립을 들어 올렸다.
한쪽 눈꺼풀에서 광대까지 이어진 검상이 인상적인 중년인은 슬쩍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북광남신이라……. 재미있군.”
천천히 일어난 그가 두 자루 쌍검을 챙겨 객잔을 나섰다.
거리에 접어들기 무섭게 죽립을 눌러쓴 청년이 그의 앞에 나타나 예를 갖춘다.
“각주님.”
“진대천은 어디에 있는가?”
“아직 중원맹에 머무는 듯합니다. 섣불리 들어가긴 어려운 상황이라 홍월루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앞장서거라.”
“예.”
인파 사이로 앞서 나아가던 청년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주님.”
“무엇이냐?”
“상천의 정체가 은곡이라고 합니다. 본 령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하는 자들이 많은 듯합니다.”
“전쟁이 벌어질까 두려운 것이냐?”
“그런 것은 아니오나…….”
“그들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겠지요?”
청년이 안도하며 웃어 보이자 중년인은 실소를 흘렸다.
“령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지?”
“이십 년 정도 된 듯합니다.”
북방의 전장에서 고아가 된 자신을 화령에서 거둬주었으니 거의 평생을 화령도에서 머문 것과 같다.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인가.’
슬며시 남쪽을 돌아본 중년인이 이내 고개를 돌렸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겐 신룡이 있다. 걱정은 우리를 적으로 돌리는 자들의 몫이다.”
당당한 그 목소리에 무한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청년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
* * *
죽은 듯이 누워있던 진무립이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하루가 더 지난날의 아침이었다.
슬며시 눈을 뜨는 진무립의 귀로 아침 햇살처럼 따사로운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몸은 좀 어때요?”
“얼마나 지났지?”
단려화는 젖은 면포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
“사흘이에요.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전투가 끝난 뒤, 당당히 두 발로 연무장을 벗어난 진무립은 주변의 시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전투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까닭이다.
다시 눈을 감은 진무립은 꼼꼼하게 몸 상태를 확인했다.
‘당분간은 쉬어야겠군.’
큰 상처는 없었으나 오감을 집중하니 전신에서 고통이 밀려온다.
슬며시 일어난 진무립의 눈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단려화가 담긴다.
“계속 여기 있었나?”
나직한 목소리에 담긴 걱정이 지친 그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단려화는 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말아요. 중간중간 잠도 자고 밥도 먹었으니까.”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무립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게 더 문제가 아닐까?”
“뭐가요?”
“장성한 여인이 사내와 같은 방에서 사흘이나 먹고 잤다는 것 말이야.”
짓궂은 농담에도 단려화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어때요. 광룡의 곁에 광녀가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모르는 사람이 있잖아.”
“누구요?”
“신룡.”
껌뻑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인다.
“……괜찮지 않을까요?”
“당신의 부친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러길 간절히 바라야겠군.”
마주 본 두 사람이 약속한 듯 미소 지었다.
오가는 따스한 눈길 속에 진무립이 물었다.
“부하들의 상태는 어떻지?”
“죽산채주 왕대협의 상처가 제법 깊은 모양이에요. 의원의 말로는 당분간 거동을 자제하고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다른 이들은?”
“당신처럼 사흘씩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없네요.”
“다행이로군.”
그녀의 입가에 왠지 모를 미소가 떠오른다.
깨어나자마자 부하들의 상태부터 걱정하는 것을 보면 왠지 부친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단려화가 말했다.
“당신. 이번 일로 엄청 유명해지게 생겼어요. 벌써 북광남신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난리도 아니에요.”
설명을 듣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간다.
진무립은 실소를 흘렸다.
“당신의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겠군.”
단려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요? 듣기 좋던데.”
“신룡은 위대한 무인이야. 이립도 되지 않은 내가 그와 같은 선상에 오른다는 게 불편하지 않나?”
“당신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어요.”
고개 저은 단려화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 오늘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곁에서 지켜본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천의 이름 모를 언덕에서의 첫 만남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무립과 행보를 함께 해온 그녀는 그가 인정받는 것이 제 일처럼 기뻤다.
“당신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요. 나가서 소식을 전하겠어요.”
“오늘 하루는 더 쉬었으면 하는데.”
단려화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차피 당신이 그러겠다고 하면 누구도 찾아오지 못할 텐데요?”
“그건 무슨 소리야?”
“지금 이곳에서, 감히 당신의 말을 거스를 사람은 없단 말이에요.”
배시시 웃은 단려화가 문을 열고 나왔다.
매의 눈으로 처소 주변을 주시하던 서진환이 즉시 예를 갖췄다.
“아가씨.”
단려화는 곱게 눈을 흘겼다.
“고집쟁이.”
자신이 지키고 있을 테니 쉬라고 말을 해도 도무지 듣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총에 서진환이 멋쩍게 웃었다.
“주군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좀 더 쉬고 싶은 모양이에요. 그러니…….”
단려화의 시선이 서진환에게서 대문 밖으로 옮겨갔다.
“저분들께 급한 일이 아니면 당분간 찾아오지 말라고 전해주시겠어요?”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엔, 진무립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중원의 무인들이 있었다.
위사영의 뜻대로, 진무립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는 것이다.
서진환은 즉시 대문 앞으로 걸어갔다.
“주군께서 휴식을 원하고 계시오. 그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할 테니 돌아가서 기다려주시오.”
뒤에 서 있던 적모개가 군중 사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서대협! 나요! 나! 적모개요!”
“미안하지만 예외는…….”
그때 멈칫하며 뒤를 돌아본 서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시오. 주군께서 부각주를 만나겠다고 하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