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312)
◈ 312화. 사선에서
쿠콰콰콰콰쾅!
소화산에서 피어오른 거친 굉음이 밤하늘을 쩌렁쩌렁하게 뒤흔든다.
한 시진 전부터 소리 없는 무성(無聲)의 싸움에 돌입한 단소룡과 장천무의 전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싸움이 살얼음판 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면 진무립과 황천패는 마치 폭발하는 화산처럼 맹렬하게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
천경봉에서 울려 퍼지는 폭음의 정체는 오로지 진무립과 황천패의 것이었다.
국영승의 차가운 눈동자가 어둠 속을 꿰뚫어 본다.
‘달라졌다.’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게 검을 따라붙던 진무립의 움직임이 지금까지와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상대는 팔천영신공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적.
시도하는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마침내 진무립이 타계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슈아아악!
황천패의 검 끝에서 피어오른 붉은 혈광이 어둠을 찢어내듯 치솟았고.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는 지독한 혈광으로 번들거렸다.
‘큭큭. 팔천영신공을 여기까지 익혔을 줄이야.’
전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은 진무립을 시험하듯 조금씩 단계를 높여왔다.
그럼에도 진무립은 순식간에 달라지는 힘과 속도에 적응하며 보란 듯이 따라붙었다.
기껏해야 부친과 대등한, 아니면 그보다 살짝 높은 수준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전에서 꿈틀거리는 강력한 내기가 기경팔맥으로 치달으며 전신에서 태산 같은 기세가 쏟아져 나온다.
쿠우우우우!
네 시진째 전투를 이어가는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다.
“크하하하! 재미있구나!”
갈지자로 치달은 황천패의 검극이 진무립의 창대를 거슬러 올라갔고.
콰르릉!
뇌성벽력을 동반한 공격에 진무립의 옷자락이 흔적도 없이 바스러진다.
진무립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스치듯 사라졌다.
스치지도 않았는데 근접한 것만으로도 살갗이 찢어질 듯 쓰라린다.
“후.”
나직이 토해내는 진무립의 숨결에 화산 같은 열기가 묻어 나왔다.
‘이제 반응이 올 때도 됐는데.’
천음지체의 저주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며 얻은 것은 비단 내력의 자유로운 수발이 전부가 아니었다.
천양신단의 엄청난 양기와 천음지체 고유의 음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진무립이 얻은 것 중 하나였다.
진무립은 전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극음의 내력과 극양의 내력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었다.
‘아직은 버텨야 한다.’
두 개의 기운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은 제아무리 천음지체를 타고난 진무립이라도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전신 혈맥에서 시큰한 통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은 승리로 가기 위한 과정의 하나.
진무립에겐 치밀하게 짜둔 계획과 아직 선보이지 않은 패가 있었다.
“패배자의 무공으로 나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쩌렁쩌렁한 외침과 동시에 황천패의 검신이 폭발하듯 쏘아지며 진무립의 복잡한 상념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쌔애액!
바람을 가르며 쏘아지는 무령진검 심령파(心鈴波)의 초식에 기묘한 공명음이 뒤섞인다.
지이이잉!
날카로운 파공성에 뒤섞인 공명음은 진무립의 심맥을 흔들었고.
슈욱!
급히 끌어당긴 창대는 황천패의 가공할 쾌검을 가까스로 비껴쳤다.
차아앙!
황천패의 손목으로 타는 듯한 열기가 쏟아졌으나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천하를 거머쥐기 위해서라면!’
수십 년의 세월을 음지 속에 암약하며 기다려온 오늘이다.
여기서 승리하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부친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다.
‘무능한 당신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다!’
차갑게 빛나는 황천패의 눈동자가 창을 휘두르고 발생한 찰나의 틈을 감지했다.
슈아악!
벼락같이 솟구친 발등이 진무립의 창을 지나치더니 옆구리를 거칠게 강타한다.
콰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화살처럼 튕겨 나간 진무립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쾅!
발로 찬 지면이 으깨지며 황천패의 신형이 그 이상의 속도로 따라붙는다.
슈우우우웅!
벌떡 일어나는 진무립의 눈앞에 허공을 가득 채운 육중한 검영이 절망처럼 짓쳐 든다.
무령진검 중극환(重極幻)의 초식.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가공할 환검은 태산마저 무너뜨릴 만한 거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진무립의 입가에 헛웃음이 번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이로군.’
환검은 쾌의 극에 달한 자들이 사용하는 검술의 일종.
그것에 중검의 묘리를 담아 펼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여기서 혈천비를 사용해봐야 막힌다.’
황천패와의 일전에 대비해 준비한 팔천영신공의 마지막 절초.
성공한다면 득이 되겠으나 실패한다면 되려 자신의 타격이 더 크다.
아직 남은 패가 있는 만큼 여기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순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린 진무립이 후방으로 튕기듯 솟구치며 원선지벽의 초식을 전개했다.
슈우웅!
두 손의 장심 사이로 새하얀 빛무리가 연결되더니 눈앞에 얼음벽 같은 절대 방어를 구축한다.
그리고 황천패의 가공할 환검이 원선지벽에 충돌하는 순간.
까아아아아앙!
소름이 돋을 만큼 오싹한 소음이 터져 나오며 냉기 속에 피어오른 새하얀 빛무리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카카카카카캉!
쏟아지는 달빛의 중심에서 빛무리에 휩싸인 두 사람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다.
국영승은 감히 그들의 움직임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도 없었다.
전광석화 같은 접전의 끝에.
쾅!
빛무리에서 튕겨져 나온 이는 진무립이었다.
‘큭!’
황천패가 진무립의 원선지벽을 가공할 힘으로 찍어누른 것이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진무립의 입가로 시뻘건 피가 흘러내린다.
진무립은 육병흑궤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쉬익!
흑궤에서 솟구친 소검이 진무립의 손아귀로 빨려들기 직전.
“네놈은 버리지 못했으나 나는 버렸다! 내 무령진검을 감당할 수 있는 무공은 이 세상에 없단 말이다!”
광오한 외침과 함께 벼락같이 치달은 황천패의 검신이 그것을 거칠게 후려쳤다.
카앙!
소검이 오싹한 굉음과 함께 튕겨 나가는 사이, 어느새 근접한 진무립의 우권이 황천패의 가슴을 노리고 쏘아졌다.
콰아아!
폭발하는 화산처럼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권영은 벼락 치듯 떨어지는 황천패의 검신을 뚫어낼 수 없었다.
콰아앙!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폭음이 전장의 하늘로 높게 솟구쳤고.
진무립의 좌수로 튕겨 나가던 소검이 화살처럼 빨려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떨어졌던 황천패의 검신이 전광석화같이 솟구치며 진무립의 가슴에 길쭉한 혈선을 새겼다.
서걱!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으나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한다.
소검을 움켜쥔 진무립은 지면을 박차며 상대의 간격 안으로 뛰어들었다.
쉬익!
눈앞으로 그어지는 백색의 섬광이 순식간에 네 가닥으로 갈라졌고, 황천패의 가공할 쾌검은 지근거리에서 그것을 모조리 후려쳤다.
카카카캉!
뒤로 밀려나는 진무립은 황천패의 가슴으로 소검을 내던졌다.
“크하하!”
황천패는 광소를 터트리며 좌장을 올려쳤다.
쌔애액- 쾅!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암기처럼 쏘아진 소검이 허공으로 치솟은 순간 진무립이 손에는 어느새 바닥에 박혀있던 흑검이 쥐여진 상태였다.
그리고 황천패의 돌진으로 멀어졌던 간격이 다시 좁혀졌을 때, 진무립은 경천검무(驚天劍舞)의 초식을 전개했다.
슈아아악!
화려하게 피어오른 검영이 사방으로 확장되더니 이내 황천패의 전신으로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콰직!
황천패의 두 발이 지면에 단단히 틀어박힌다.
‘경천검무라. 후후!’
부릅뜬 그의 눈동자는 검영의 허초와 실초를 명확히 구분해냈고.
이어서 허공에서 춤을 추는 그의 검신이 쏟아지는 검영의 폭포수를 모조리 받아쳤다.
콰콰콰콰콰쾅!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약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청난 살기가 분지의 하늘로 치솟는다.
콰지지지직!
멀찍이서 관전하던 국영승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정말 인간의 싸움인가.’
손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공할 공방에 부서진 기파가 꽃잎처럼 흩날리고 대지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진다.
그야말로 절대자들의 싸움에 걸맞은 엄청난 접전이었다.
전장을 최대한 활용하며 공격을 받아치던 황천패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진무립의 팔천영신공이 부친보다 강력하다곤 하나 초식을 아는 상황에서 대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팔천영신공은 한계가 명확한 무공. 네놈은 내 적수가 아니다.’
손목을 타고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연신 밀려들었으나 자신의 강력한 내력을 뚫고 체내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 전투, 반드시 잡는다.
찌지지지직!
일격을 쏟아붓고 밀려나는 진무립의 발밑으로 두 줄기 새하얀 빙판이 생겨난다.
콰직!
흑검을 땅에 꽂으며 멈춰선 진무립은 검파를 슬쩍 비틀었다.
뚜두둑…….
땅이 갈려 나가는 와중에 검파와 검신의 이음새에서 부러질 듯 둔탁한 소음이 새어 나왔다.
‘너 역시 비장의 한 수가 될 거다.’
번뜩이는 눈빛을 안으로 감춘 진무립이 귀접으로 흑창을 빨아들였다.
쌔애액!
상대의 손에 창이 안착하는 것을 확인한 황천패가 육병흑궤를 슬쩍 살피며 인상을 쓴다.
‘제법 귀찮군.’
육병흑궤만 없으면 전투가 보다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절묘하게 간격을 유지하는 것처럼 진무립은 완벽한 완급 조절로 육병흑궤를 노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까지 누구도 진무립의 육병흑궤를 노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타탓!
두 사람의 간격이 일 장 안쪽으로 접어든 순간, 부르르 떨리는 진무립의 흑창에서 서릿발 같은 창광이 쏟아져 나왔다.
팔천영신공 백사참격(白死慘擊)의 초식.
걸리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가공할 초식에도 황천패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슈슈슈슈슉!
황천패의 상체가 갈대처럼 유려하게 흔들렸고 쏟아지는 창광은 그가 남기는 잔상을 모조리 꿰뚫었다.
그리고 백사참격의 마지막 일격이 쏟아졌을 때, 마침내 창의 간격을 비집고 들어간 황천패가 무령진검 광선참(光線斬)의 초식을 전개했다.
슉!
대지를 찢어발기며 찔러든 가공할 쾌검이 진무립의 가슴을 노려온다.
창을 놓은 진무립은 상체를 비틀며 우장을 밀어쳤고.
서걱- 쩌엉!
두 개의 날카롭고 둔탁한 소음에 이어 진무립의 가슴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
그 찰나의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면 완전히 가슴이 찢어지고 말았을 만큼 위험한 순간이었다.
좌측으로 흘러갔던 황천패의 검신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진무립의 목을 베어온다.
꺼지듯 가라앉은 진무립의 머리 위로 한 줄기 섬광이 스쳐 지나갔고.
슈욱!
주저앉은 진무립의 발이 번개같이 솟구치며 황천패의 가슴을 후려찼다.
쾅!
“큭!”
짧은 신음과 함께 황천패의 신형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부릅뜬 진무립의 눈동자에 멀어지는 황천패의 검신이 떠오른다.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죽어도 해야 한다.’
전광석화처럼 이어지는 가공할 공방에 음과 양의 기운을 섞어 쓰는 것도 이젠 한계다.
무려 네 시진이 넘도록 그것을 해왔으니 육신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게 좌우를 살핀 진무립은 지면을 박차고 육병흑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하하! 도망치는 거냐!”
광소를 터트린 황천패가 맹렬하게 짓쳐 들며 진무립의 등판을 찍어누른다.
진무립은 육병흑궤를 향해 손을 내뻗었고.
흑궤에서 빨려 나온 수십 개의 화살이 그의 눈앞에 둥실 떠올랐다.
탓.
지면에 스치듯 미끄러지며 몸을 돌린 진무립의 눈동자에 쏘아지는 황천패의 검신이 떠오른다.
슈우우!
활짝 펼친 진무립의 두 손에서 가공할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콰아앙!
황천패의 검신이 두 줄기 장력을 완전히 찢어발기는 순간, 육병흑궤의 뒤로 돌아간 진무립의 손과 발이 떠오른 철시를 거침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팔천영신공 연탄폭시(聯彈爆矢)의 화살비가 황천패의 전신으로 쏟아진다.
쏴아아아아!
황천패의 보폭이 앞뒤로 벌어지더니 일직선으로 쏘아진 검신에서 수십 다발 검영의 폭우가 전방으로 쏟아졌다.
콰콰콰콰콰!
무령진검의 절대방어, 영천벽(嶺天壁)의 초식.
황천패는 쏟아지는 섬광을 거침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파지직!
화르륵 피어오른 열기가 검신에 충돌해 바스러졌고.
쿠콰콰콰콰쾅!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냉기가 검극에 부딪히며 흔적도 없이 소멸해간다.
그렇게 사십 대의 화살이 완벽하게 사라졌을 때.
비산하는 기파를 뚫고 벼락같이 달려든 진무립이 흑도로 압천경세(壓天驚世)의 초식을 전개했다.
쌔애액!
전력을 쏟아부은 경천동지할 일격이 황천패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떨어졌고.
“크하하하!”
활화산 같은 내력을 검신에 불어넣은 황천패가 떨어지는 도신을 비껴쳤다.
콰지지지직!
가공할 내기와 내기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부서진 기파가 연기처럼 피어올랐고.
힘과 힘의 강렬한 대치 속에 진무립의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가라!’
혈광에 번들거리는 네 개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태산처럼 떨어지는 도광과 승천하듯 솟구치는 검영이 마침내 맞닿는 순간.
콰아아아앙!
둘을 집어삼킨 빛무리와 강렬한 폭음 속에 찢어질 듯한 쇳소리가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