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313)
◈ 313화. 천하를 넘보느냐?
터져 나온 새하얀 빛무리가 분지를 뒤덮은 가운데 진무립의 눈동자가 매섭게 번뜩였다.
‘됐다!’
검신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네 시진이 넘도록 공들여온 끝에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황천패의 검술에는 약점이라고 할 것이 거의 없었다.
힘과 속도, 간격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와 핵심을 파악하는 매서운 감각은 그간 진무립이 본 그 어떤 검수보다 완벽하다.
하여 진무립은 음과 양의 기운을 이용해 그의 검을 집요하게 공략했고 무한한 인내 속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흑도를 던진 진무립의 손이 육병흑궤로 향하자 흑봉이 화살처럼 튀어나왔다.
이변은 황천패 또한 알고 있었다.
‘망할 애송이가!’
자신의 검은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다.
그러나 검을 쥔 그는 검신의 내부에 미세한 실금이 생겨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장에야 부러지지 않겠지만 이런 상태로 오래 싸우는 건 불가능한 일.
줄곧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더욱 뼈아픈 실책이다.
제아무리 만년현철로 만들었다 해도 쓰지 못할 애병이라면 소용이 없다.
철컥.
그는 검신을 검집에 쑤셔 넣었지만 결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 무너질 것 같으냐!’
수십 년간 공들인 탑을 여기서 무너뜨릴 순 없다.
집념을 불태운 황천패가 손을 내뻗자 조금 전 진무립이 땅에 박아둔 흑검이 맹렬하게 날아들었다.
쌔액!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흑검을 그대로 두고 볼 진무립이 아니었다.
쏴아아!
진무립의 장심이 흑검을 향하자 날아가던 검이 허공에 우뚝 멈췄다.
황천패가 내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자 멈췄던 검신이 서서히 그에게 끌려가기 시작했고.
슈우우!
‘쉽게 줄 수는 없지!’
진무립이 이를 악물고 귀접에 힘을 쏟아붓자 끌려가던 검신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이잉!
부르르 몸을 떠는 검신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던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렸다.
타탓!
공간을 꿰뚫고 빗살처럼 쏘아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흑검에 도착했고.
진무립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래. 쥐어라.’
여기까지 진심을 보였으면 이젠 내줘도 된다.
그의 바람대로 황천패의 손이 미세한 차이로 먼저 검파를 쥐는 순간.
쌔애액!
진무립의 흑봉이 벼락같이 날아들어 황천패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큭!”
쩌렁쩌렁한 굉음과 함께 황천패의 신형이 포탄에 적중한 바위 파편처럼 튕겨 나간다.
지켜보던 국영승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저쪽은…….’
공교롭게도 황천패가 날아가는 곳은 마교와 태종무단이 치열하게 싸우는 협곡이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딘 황천패가 뒤를 슬쩍 쳐다봤다.
‘제기랄!’
자신이 미끄러지는 곳은 언덕이 아닌 분지의 절벽.
이대로는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황천패가 흑검을 땅에 찔러넣어 속도를 죽이려는 순간이었다.
흑봉을 쥐고 벼락같이 따라붙은 진무립이 타척진봉(打斥進棒)의 초식을 전개했다.
콰아아아아아!
원을 그리듯 회전하는 봉 끝이 엄청난 빛무리를 머금고 짓쳐 든다.
‘이 새끼가!’
황천패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타척진봉의 가공할 돌진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것에 얻어맞느니 이대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 낫다.
절벽의 높이가 사십 장에 달한다곤 하나 자신과 같은 고수라면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쉬익!
치켜든 흑검에 진무립의 봉영이 정확하게 충돌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황천패의 두 발이 절벽을 벗어나 허공에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건?’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흑검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파와 검신을 단단히 연결해야 할 부분에 미세한 유격이 생겨 금방이라도 분리될 것만 같았다.
뭔가를 떠올린 황천패의 눈이 서서히 부릅떠진다.
‘설마 그때?’
흑검을 땅에 박고 밀려 나가던 진무립이 검파를 살짝 비틀던 게 떠오른다.
그땐 단지 멈춰 서려고 취했던 행동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정말 치밀하게 설계를 했던 것이다.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었단 말이냐! 이 망할 새끼가!”
악에 받친 외침이 협곡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타앗!
서서히 추락하는 황천패를 따라 진무립이 허공에 몸을 날렸다.
황천패는 진무립을 향해 딸칵거리는 흑검을 내던졌다.
쐐애액!
좌우로 그어지는 진무립의 흑봉이 짓쳐 드는 흑검을 가볍게 후려쳤다.
카아앙!
달빛을 등진 진무립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꼼수라니 섭섭하군.”
넝마가 된 무복은 시뻘건 피에 젖어있었으나 번뜩이는 두 눈동자는 이제 막 전투를 시작한 사람처럼 반짝인다.
황천패를 궁지에 몰아넣었으나 계획은 아직 끝이 아니다.
진무립의 눈동자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향했다.
필사적으로 버티는 태종무단과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마교도들.
비명과 쇳소리로 난무하는 시산혈해의 절벽 밑에는 주인 잃은 검들도 많이 보인다.
자신의 애병이 아닐지라도, 황천패 정도의 고수라면 어떤 검을 쥐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떨어지기 전에 치명타를 먹인다.’
범인이라면 모를까 자신도, 황천패도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즉사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강력한 무공이라면 얼마든지 살아날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무립은 전신 내력을 끌어올려 흑봉에 밀어 넣었다.
“흐아앗!”
쩌렁쩌렁한 기합성과 함께 진무립의 흑봉이 좌우로 흔들리며 황천패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팔천영신공 천장경(千長勁)의 초식.
부우우우웅!
바람을 찢어내는 강렬한 파공성과 함께 달빛마저 가릴 만큼 엄청난 숫자의 봉영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감히!”
분기탱천한 황천패는 실금이 생긴 자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검파가 부러질지 모르는 흑검 대신 금이 간 자신의 검을 선택한 것이다.
스릉!
빗살처럼 뽑혀 나온 황천패의 검이 영천벽(嶺天壁)의 초식을 전개한다.
갈대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봉영이 황천패의 절대방어에 부딪치며 장엄한 폭음을 터트린다.
쿠콰콰콰콰콰쾅!
별안간 머리 위에서 터져 나온 가공할 뇌성벽력은 협곡의 사투를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이미 한 차례 절벽이 무너져 큰 피해를 받은 터라 머리 위의 굉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물러나라!”
화마 염자성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세를 퍼붓던 마인들이 썰물처럼 물러났다.
처절한 사투 속에 가까스로 숨을 돌린 태종무단이 일제히 허공을 쳐다봤다.
“저건…….”
밝게 빛나는 달빛의 중심에서, 서서히 낙하하는 두 명의 사내가 엄청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부릅뜬 눈으로 진무립을 발견한 용추가 목청을 키웠다.
“소공자!”
쩌렁쩌렁한 외침이 협곡의 하늘로 치솟는 사이, 진무립과 황천패의 처절한 혈투는 점점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쿠콰콰콰콰쾅!
전광석화처럼 쏟아지는 가공할 공방은 십 장을 추락하는 사이 무려 열 개의 초식을 쏟아냈을 만큼 가열했다.
부서지는 기파가 조각난 달빛처럼 흩날렸고 두 사람을 감싼 일진광풍은 협곡에 불어오는 바람을 집어삼킬 만큼 강렬하다.
선우세가주 선우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꿈인가.’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벌이는 싸움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공방의 향연이다.
쾅! 콰콰콰콰쾅!
눈 부신 달빛 아래 연신 폭음이 터지고 바람이 휘몰아친다.
두 사람은 마치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듯 경천동지할 싸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선우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이다.’
함께 지켜보는 동료들도, 고개를 든 마교도들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화마 염자성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광룡 진무립인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서릿발 같은 봉영이 갈대처럼 흔들리며 쏟아진다.
슈아아아악- 콰콰콰콰쾅!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가까스로 받아친 황천패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다.
‘네놈이! 네놈이 감히!’
일격을 정면에서 받아내고 뒤로 튕겨 나가려고 했으나 진무립의 봉은 오로지 좌우로 움직이기만 할 뿐 한 번도 정면에서 짓쳐 들지 않았다.
발 디딜 곳이라도 있다면 간격이라도 유지해볼 텐데 그런 것이 없으니 끌려다니는 형국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것이 진무립이 이 싸움에 봉을 선택한 이유였다.
퍼퍼퍼퍽!
둔탁한 소음과 함께 넝마가 된 황천패의 전신이 시꺼먼 피멍으로 물들어간다.
진무립이 준비한 비장의 한 수에 전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두 손으로 봉을 움켜쥔 진무립이 일갈을 토해냈다.
“쉽게 보내줄 것 같으냐!”
쩌렁쩌렁한 외침이 협곡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귀에 선명하게 틀어박혔고.
한층 더 내력을 끌어올린 진무립의 전신에서 가공할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져 나온다.
슈아아악!
화려하게 피어오른 봉영이 협곡의 하늘을 완전히 뒤덮으며 황천패의 전신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쾅! 쿠콰콰콰콰콰쾅!
“크으윽!”
억눌린 신음을 토해낸 황천패가 이를 악물고 검신을 흔드는 순간이었다.
밑에서부터 사선으로 솟구친 진무립의 흑봉이 정확하게 그의 검신을 후려쳤다.
카아아아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이제까지 가까스로 버티던 검신이 완전히 조각나버렸다.
‘아!’
황천패의 두 눈에 처음으로 절망의 어둠이 스치듯 사라졌다.
‘아직은 아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겠다고 수십 년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게 아니다.
이를 악다문 황천패는 쏟아지는 봉영을 향해 팔천영신공의 권각술, 천수만화공(千手萬化功)을 전개했다.
줄기줄기 쏟아져 나오는 권각이 진무립의 봉영을 후려치기 시작한다.
콰콰콰콰콰쾅!
진무립의 입가에 광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경멸하던 패배자의 무공이 아니던가?”
날카로운 일침이 비수처럼 황천패의 가슴을 파고든다.
‘큭!’
그러나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슈슈슈슈슉!
거침없이 쏟아지는 권영과 각술의 틈새로 진무립의 봉광이 여지없이 파고들어 전신을 난타한다.
콰콰콰콰쾅!
어깨뼈가 으스러지고 짓이겨진 살점에서 피가 튀어 오른다.
“크윽!”
팔천영신공은 이미 자신이 한번 버렸던 무공.
한평생 팔천영신공의 극의를 터득하고자 절치부심해온 무성의 진정한 후계자를 감당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추락하는 속도에 점점 가속이 붙은 두 사람이 지면에서 십 장 높이까지 떨어진 순간이었다.
‘여기서, 이 몸이 여기서 당할 것 같으냐!’
사무치는 굴욕감이 전신을 집어삼키는 가운데 황천패가 발악하듯 장력을 쏟아냈다.
“크아아-!”
슈우우!
봉을 흔든 진무립이 살짝 중심을 비틀어 쏟아지는 장력을 가볍게 피해냈다.
콰아앙!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황천패의 장력이 절벽을 강타한다.
쩌저적!
“아!”
갈라진 바위 파편이 마교도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사이, 진무립의 흑봉은 좌우를 쓸어가며 황천패의 발을 후려쳤다.
타악!
“큭!”
휘청한 황천패의 얼굴이 지면을 향하는 순간이었다.
슈아악!
치켜든 흑봉이 달무리에 걸리며 강렬한 빛을 쏟아낸다.
부릅뜬 진무립의 동공이 시퍼런 청광을 발한다.
“황천패!”
모두의 긴장된 시선이 집중된 허공에서.
“흐아앗-!”
기합을 토해낸 진무립은 온 힘을 다해 황천패의 등판을 거칠게 후려쳤다.
콰앙!
“커억!”
피를 토하는 황천패의 신형이 마교도들의 중심으로 혜성처럼 추락했다.
콰아앙!
거친 폭음과 함께 지면이 움푹 꺼지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진무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잔뜩 끌어당겼던 봉이 전광석화처럼 뻗어 나오며 진무립의 손을 떠났다.
쌔애액!
가공할 기세를 머금은 흑봉이 마치 진노한 천신의 번갯불처럼 지면에 틀어박혔다.
쿠아아아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협곡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고 그에 휘말린 마교도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크억!”
“카아악!”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속의 곳곳에서 괴로운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 무슨 괴물 같은…….’
떨리는 화마 염자성의 눈동자가 먼지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
“감히 천하를 넘보느냐?”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불어온 바람이 협곡의 흙먼지를 휩쓸어갔다.
양쪽에 대치한 태종무단과 마교도.
그 사이에 오롯이 선 진무립이 시린 입김을 토해내며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